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3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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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2쪽 | 598g | 152*224*30mm |
ISBN13 | 9788937491306 |
ISBN10 | 8937491303 |
발행일 | 2020년 03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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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2쪽 | 598g | 152*224*30mm |
ISBN13 | 9788937491306 |
ISBN10 | 8937491303 |
MD 한마디
범죄 심리 전문가 이수정과 영화 평론가 이다혜가 만났다. 영화에서 재현되는 범죄를 통해 이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다. 『곡성』, 『살인의 추억』, 『기생충』 외 여러 영화를 다루면서 우리사회의 가정 폭력, 성범죄, 불평등에 관해 생각해본다. - 손민규 사회 정치 MD
서문 ― 범죄 영화를 감상하는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다 5 1부 왜 피해자가 집을 나가야 하는가 ― 가정 폭력 가스등 가스라이팅, 사랑이라는 이름의 범죄 12 적과의 동침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34 돌로레스 클레이번 왜 한국의 가정 폭력 사건은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가 60 2부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순응한다 ― 비판 의식 결여 사바하 사이비 종교, 제의가 된 여아 살해 86 컴플라이언스 권위에 대한 복종,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억압 114 곡성 빙의, 과학 수사 역사가 간과했을지 모를 세계 140 3부 이 문제가 곧 내 문제일 수 있다는 연대 의식 ― 성범죄 미저리 스토킹, 결핍된 욕망이 낳은 범죄 160 걸캅스 디지털 성범죄, 왜곡된 성 문화가 낳은 악 180 살인의 추억 화성 연쇄 살인 사건, 정의는 실현된다 204 4부 만만한 계급을 향해 화풀이하는 경향 ― 계층 문제 기생충 일가족 범죄, 기택의 가족은 정말 기생충인가? 230 숨바꼭질 빈곤 계층 혐오를 정당화하는 공포 영화 246 조커 정신 질환 범죄, 적대주의는 해답이 아니다 268 5부 결국 가장 중요한 의제 강간 연령 ― 미성년자 보호 번지 점프를 하다 환생 판타지가 미화한 그루밍 성폭력과 강요된 동반 자살 290 꿈의 제인 청소년 가출팸, 성매매가 아니라 성 착취다 316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성범죄 수사와 피해자 심리, ‘피해자다움’은 없다 338 팔려 가는 소녀들 아동 성매매, 우리는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 366 작가 후기 · 393 |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이수정 프로파일러가 전문적인 고견을 제시하는 것을 볼 때 마다 카리스마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도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전문가적인 견지에서 지적하는데 고개를 여러번 끄덕거렸다.
범죄 영화 프로파일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범죄 심리학자이신 이수정 박사님과 [씨네 21] 기자이자 영화 저널리스트 이다혜씨가 서로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영화에서 나온 인물과 사건, 현실에서 사건과 법적인 처벌 문제와 심리까지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열고 있어서 어렵지 않고 접근하기 쉽다.
이수정 박사님께서는 범좌 영화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대부분의 피해자로 소비되다 마는 여성이나 아이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시작했다고 한다.
범죄 영화의 대부분이 피해자가 여성이나 아이인 경우가 많다.
성범죄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가 오히려 보호 받지 못하고 피해자를 지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본다.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인 문제가 남아서 피해자가 오히려 처신을 잘 못 한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더 많이 듣게된다. 심지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과 조사관조차 피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더 몰아치는 것이 빈번하다고 한다.
[기생충] 같은 경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택네 식구들이 엄연히 노동을 제공했기에 기생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제시한다.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갈등을 부각시키려고 '기생' 혹은 '기생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지, 사실은 노동을 하고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노동자 계급이 고용주와 가족 관계에 놓여 있다고 해서 한쪽을 기생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
난 이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 영화를 매우 전문적이고 분석적으로 보시는 듯하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성폭행을 당한 마리가 위탁가정에 여러번 옮긴 전력이 있어서인지 다들 믿어주지 않고 증거도 없고 수차례 증언할 때마다 말이 바뀐다는 이유로 오히려 고소를 당했다.
"강간은 피해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를 주목하는 태도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자기 절제를 못하는 가해자의 욕망이 문제지, 피해자가 어떻게 생겼느냐, 피해자가 어떤 특성을 가졌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
정말 중요하기에 간과되서는 안될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나영이 사건도 피해자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잘못이라해서 조두순사건으로 불려지고 있는 점은 정말 변화의 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살인의 추억]에서 연쇄살인범을 찾는 사건에서 초동수사에서 많은 허점을 보이고 자백을 받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고문이나 폭행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과학수사와 조사과정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되었다고 한다.
이춘재가 진범임이 35년 만에 밝혀지고 8번째 살인의 진범도 이춘재가 자백을 했기에 억울하게 옥살이한 분이 재심에서 승리를 했다고 들었다.
[살인의 추억]이 그때 왜이리 유행어까지 만들면서 흥행을 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섬뜩하기도 하다.
이수정 박사님은 이 책을 통해서 사이버 범죄가 판을 치고 있는 요즘 아동 유인 방지법이 하루 빨리 시행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 나라의 경우 13세가 되면 부모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의제법의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
세상에나 중학생이면 아직 어린데 충분히 보호 받아야 하는데 말이다.
남일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할 일임에 분명하다.
*
귀로 들을 때와는 또 다르다
아마 글이 가진 힘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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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연대하기 위해서 지금 이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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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을 들어 주신 청취자 중 아직도 암흑과 같은 순간을 보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정말 믿어도 된다 싶은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시간은 결국 흘러가고 그것이 무엇이더라도 기어이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
여기저기 서표를 많이 두면서 읽었다
이 사회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 아닌 안심을 해도 될까.
며칠 전 K리그에서 리얼돌 마네킹 광고 사진을 보고 경악한 일이 있다.
도대체가 어떻게 되어먹은 인간들인지...
왜 팔고 왜 구매를 하며 대체 왜 사냐...
"범죄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매체는 관심 없습니다.
여성이나 아동 같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범죄 영화를 다룬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네 명의 여성들이 의기투합하여 오디오 방송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방송을 접하진 않았지만 이 방송은 3만 명의 팔로워와 공감하며 네이버 오디오클립 전체 순위 1위를 기록하였고 그 내용들을 정리하여 담은 것이 바로 이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책이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는 기대감을 가지고 바로 주문을 했었다. 평소 이수정 박사를 좋아하기도 했고 이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번 책은 더 관심이 갔었다. 무엇보다도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 범죄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범죄 영화를 분석하고 영화 속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그간 수많은 영화들이 주제로 삼아온 범죄 영화 중에서도 여성과 아이들이 피해자로 등장하는 영화들을 살펴보면서 영화적 내용과 함께 현시대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내용이다. 범죄 영화 속에서 여성이, 아이들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어떻게 피해를 보고 있는지... 영화 속은 물론이고 현실에서도 이루어지는 폭력성과 불평등 등 수많은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미 봤던 영화라 할지라도 새롭게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에서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의 유래가 된 1938년 연극 <가스등>을 영화화 한 <가스등 Gas Light>과 <적과의 동침>, <곡성>, <미저리>, <살인의 추억>, <기생충>,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등 아주 오래된 영화에서부터 최근 상영작까지 총 16편의 범죄 영화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영화를 중심으로 곁가지들을 뻗어내며 다양한 종류의, 다양한 방법의 폭력과 피해 사례들을 살펴보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몇 달 전에 민음북클럽 활동으로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이란 책을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었다.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담담한 기록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고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문제점과 현실이 안타깝고 화가 났었다.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에서도 성매매와 성 착취 등을 다루고 있기에 이 책의 내용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 저자는 처음에 이른바 2차라고 불리는 성매매를 나가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이 분야의 산업 구조가 어떻게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지를 보여 줍니다. 믿음직하게 뭔가 도와줄 것처럼 접근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결국 저자로 하여금 성매매를 하게 만드는 일종의 작업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어딘가로 계속 팔려 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p. 382
그리고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이 책을 읽기 전 먼저 구입한 책이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였다. 가장 먼저 구입했지만 아직도 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을 읽고 나니 읽을 자신이 생겼다. 책에서도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바로 책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의 내용을 다큐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내용을 읽고 나서 바로 넷플릭스에 검색하여 8부작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보았다. 가장 안타깝고 불편하고 화가 났던 부분은 바로 강간을 당한 마리가 계속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피해 상황을 반복해서 진술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강간을 당한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인데 그것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진술을 한 번도 아니고 반복해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정말 잔인해도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통념과 잣대로 2차 3차 가해를 하게 되는 현실. 피해자에게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일이 벌어졌겠지... 하는 시선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캐런 듀발과 그레이스 라스무센 같은 형사들이 우리 현실에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마지막에 범인을 잡고 재판이 이뤄지고 연쇄 강간범은 327년 6개월의 형량을 선고받게 된다. 그나마 답답했던 속이 후련해지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이런 형량이 나올 수 있냐고? 그것은 각각의 범행에 대한 형량을 합한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 명이 열 번을 강간해도 하나로 퉁친다는 사실. 가중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우리나라는 특히 성범죄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한 거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이야기해 보자. 평소 심리추리소설, 범죄소설 등을 좋아하다 보니 가스라이팅 소설도 많이 접하는 편이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의심하게 만드는 가스라이팅은 그간 읽었던 수많은 소설 속에서, 영화 속에서 많이 봐 왔다. 가스라이팅을 통해 지배를 하게 되면 결국엔 폭력으로 이어지게 되는 과정들을 세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적과의 동침>을 통해 가정 폭력에 대해 더 깊이 다루고 있는데 가정 폭력범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첫째 가부장적인 사고에 함몰되어 자신의 행동을 가정 폭력이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 정도 폭력은 가장의 권위라고 잘못 배운 경우다. 이런 유형은 상담을 통해 사고방식을 고쳐주면 어느 정도 변화 가능하다고 한다. 두 번째 유형은 애착 장애, 경계성 성격 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이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여자에게 족쇄를 채우고 의처증을 보이거나 스토킹을 저지르기도 한다. 세 번째는 사이코패스들. 밖에 나가서도 포악하고 안에서도 포악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1부에서는 가정폭력을, 2부에서는 오컬티즘을 통해 억압당하고 세뇌로 인한 피해를, 3부에서는 성범죄를 4부에서는 계층 문제를 마지막 5부에서는 아동 성 착취 등 미성년자 성범죄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n번방 사건이 터졌다고 한다. 책에서 다룬 수많은 불평등과 폭력 그리고 고통당하는 이들은 여전히 지금도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가 변하고 인식이 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인가...
최근 터진 n번방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성범죄와 미성년자 성범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성이 안전한 나라, 인권이 바로 서는 세상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조금씩 나아진다면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겠는가.
어디선가 고통당하고 있는 누군가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우리는 함께 연대하고 함께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피해자의 시선으로 본 우리 사회의 모습이 얼마나 부끄럽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가 많은지 새삼 느꼈다.
이 땅에 여성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그리고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남자들도 필히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