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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걸리버 여행기

: 환상적 모험을 통한 신랄한 풍자소설, 책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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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24g | 143*210*20mm
ISBN13 9791157955213
ISBN10 115795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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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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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들은 도둑질보다 사기를 더 큰 죄로 생각했다. 그래서 사기꾼은 늘 사형으로 처벌했다. 그들 말에 따르면 스스로 조심하면 도둑으로부터 재산을 지킬 수 있지만, 정직한 사람은 더없이 간교한 사람을 이길 도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상거래는 신용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만일 사기가 허용되거나 처벌되지 않는다면, 정직한 사람은 늘 손해를 보고 악당들이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언젠가 나는 많은 어음을 가로채 주인에게서 달아난 죄인을 용서해달라고 황제에게 간청한 적이 있다. 그의 죄를 덜어줄 셈으로 단지 신용을 어겼을 뿐이지 않느냐고 말해버렸다. 황제는 변호한다고 늘어놓는 소리가 도리어 죄를 무겁게 하고 있으니 기괴망측하다고 했다. 나는 나라마다 관습이 다르다는 흔한 말밖에 달리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마음속 깊이 부끄러움을 느꼈다.
--- p.71

그런데 잠에서 깨어 너비가 60~90미터, 높이가 60미터가 넘는 커다란 방에 놓인 20미터 침대에 홀로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닫자 무척이나 슬퍼졌다. 부인은 집안일을 보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근 채 나가고 없었다.
침대에서 바닥까지 높이는 8미터나 되었다. 용변이 몹시 급했지만 소리를 질러 식구들을 부르자니 너무 창피했다. 거기다 내 목소리는 부엌에 있는 식구들 귀에까지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쥐 두 마리가 시트를 타고 올라와 킁킁대며 침대 위를 돌아다녔다. 한 녀석이 내 곁에 바싹 다가오자 나는 깜짝 놀라 단검을 빼 들고 맞섰다.
이 무시무시한 야수들은 대담하게도 양쪽에서 공격해왔다. 한 놈의 다리가 옷자락을 스치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나는 그 놈들이 내게 무슨 짓을 저지르기 전에 단칼에 배를 베어버렸다. 한 놈이 내 발 밑에 쓰러졌다. 다른 놈은 친구의 최후를 목격하고 재빨리 달아나려 했다. 그 순간 나는 그 놈의 어깻죽지를 베어버렸고 놈은 피를 흘리며 물러났다.
--- p.116

교수는 기계를 작동시킬 테니 자세히 관찰해보라고 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틀 주위에 달린 40개의 손잡이를 학생 한 사람이 하나씩 잡고 돌렸다. 그러자 단어의 배열이 완전히 바뀌었다. 교수는 36명의 학생들에게 틀에 나타난 단어들을 한 줄씩 조용히 읽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문장이 되는 단어들이 나오면 서기를 맡은 나머지 네 명의 학생들에게 받아쓰게끔 했다. 이런 작업이 서너 차례 반복되었다. 한 번 돌릴 때마다 단어가 적힌 나무 조각이 요리조리 움직이거나 뒤집히도록 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하루에 6시간씩 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교수는 지금까지 모은 문장조각이 담긴 스크랩북들을 보여주면서, 이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모든 학문을 집대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 p.239

그들이 고백한 위증, 협박, 매수, 사기, 뚜쟁이 따위는 어느 정도 정상을 참작한다면 눈감아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남색과 근친상간으로 명성과 재산을 얻었다든지, 아내와 딸을 매음시켜 직위와 재산을 얻었다든지, 국가와 국왕을 배신했다든지, 독살을 했다든지, 무고한 사람들을 모함해서 막대한 재산과 명성을 누렸다는 고백을 듣고 있자니, 우리 같은 아랫것들은 숭고한 귀족의 위엄에 존경심을 가지고 대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던 나조차도 그들에 대한 존경심이 증오로 변할 지경이었다.
국가나 국왕에게 충성을 다했던 충신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했던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부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 대부분은 역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역사에 기록되더라도 형편없는 악당이거나 반역자일 뿐이고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 p.264

변호사들 사이에선 한 번 했다면 또 해도 된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모든 사회정의와 이성에 반하여 내린 판결을 매우 세심하게 기록해둡니다. 그들은 이것을 판례라고 부르며 부당하기 짝이 없는 의견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하고, 판사들은 이것에 따라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변호를 할 때는 사건의 핵심인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고 상관도 없는 정황만을 요란하고 격렬하며 지루하리만큼 오랫동안 늘어놓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법률분쟁에서는 상대가 무슨 근거로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다만 붉은 소인지 검은 소인지, 뿔이 긴지 짧은지, 목장이 둥그런지 네모난지, 소가 병에 걸렸는지 아닌지 그런 것만 강조합니다.
--- p.333

그리고 말로든 행동으로든 악덕을 조장하는 자도 없었다. 감옥도, 도끼도, 교수대도, 처형대도, 형틀도 없었다. 값을 속이는 상인도, 직공도 없고, 자만도, 허영도, 허세도, 치장도 없었다. 깡패도, 주정뱅이도, 매춘부도, 매독도, 말 많고 음탕하며 낭비벽 심한 여인네들도 없으며, 어리석고 콧대만 높은 사이비 학자도 없었다. 머릿속은 텅 빈 주제에 허구한 날 싸우고 자랑만 늘어놓으며 큰소리만 뻥뻥 치는 성가신 친구도 없었다. 악덕으로 출세한 악당도 없고, 악덕으로 몰락한 귀족도 없었다. 영주도, 연주가도, 판사도, 춤을 가르치는 교사도 없었다.
주인은 그를 찾아온 휴이넘들과 함께하는 식사자리에 나를 불러주었다. 때로는 주인의 옆자리에서 얘기를 경청하는 영광도 누렸는데, 가끔 주인과 손님들이 질문을 던지면 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때로는 주인을 따라 다른 휴이넘의 집을 찾아가는 일도 있었지만, 묻는 말 외에는 대답할 수 없어서 대화를 통한 수양의 시간을 빼앗긴 것만 같아 너무나 안타까웠다.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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