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달력 위에 펼쳐진 지속 가능한 세상 이야기 03월 08일|세계 여성의 날 여성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일까 03월 22일|세계 물의 날 물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04월 07일|세계 보건의 날 에이즈가 사라질 수 없는 이유 04월 22일|세계 지구의 날 아마존에 검은 눈물이 흐른다 05월 02일|세계 참치의 날 황금 알을 낳는 바다 05월 22일|세계 생물 다양성의 날 제3의 지구는 성공할 수 있을까 06월 05일|세계 환경의 날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악몽 06월 08일|세계 해양의 날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드셨나요 06월 12일|세계 아동 노동 반대의 날 왜 세계화가 문제일까 09월 21일|세계 평화의 날 국가는 어떻게 리바이어던이 되는가 09월 27일|세계 관광의 날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여행 이야기 10월 16일|세계 식량의 날 그 많던 식량은 어디로 갔을까 10월 17일|세계 빈곤 퇴치의 날 누가 빚을 짊어질 것인가 10월 31일|세계 도시의 날 둥지에서 쫓겨난 사람들 11월 10일|평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과학의 날 과학자에게도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필요하다 12월 18일|세계 이주자의 날 외계인과 동거하시겠습니까 12월 20일|세계 인간 연대의 날 국제 개발 원조가 문제가 될 때 |
저공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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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윤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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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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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내용
프롤로그 세상이 발전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거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세계 경제가 성장하면 빈곤에 허덕이는 인구가 줄어들고, 자금력을 가진 다국적 기업이 들어서면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거라고 기대를 모았습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인류가 질병에서 해방되는 것은 물론 골치 아픈 환경 문제까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정보 통신 기술이 정교해지면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 민주주의가 발전할 거라는 희망도 품었습니다. 그러나 앞만 보고 뛰어온 세상은 상상 속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세계 경제 규모는 빠르게 커져 가고 있지만 국가 간 또는 국가 내에서의 빈부 격차는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무차별적인 개발, 편리성과 효율성만을 강조한 소비가 늘어나 지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이제는 생명체의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왕래가 쉬워진 세계에서 목숨을 위협하는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통신 기술이 발달했지만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 권력은 사라질 줄을 모릅니다. 이처럼 풍요와 빈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오늘날, ‘발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발전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일은 우리 공동의 미래를 가꾸는 일입니다. 세상을 지금보다 더 풍요롭고 정의롭게 변화시키는 일이자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바로 나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바뀌면 오늘이 바뀌고, 오늘이 바뀌면 내일이 바뀝니다. 나는 오늘부터 세계 시민입니다. 본문 0308 세계 여성의 날 여성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일까 남성이 결정하고 여성이 따르는 식의 직장 구조는 성 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에서도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성 평등에 있어서 다른 나라의 본보기가 되는 노르웨이 역시 2000년 초반에만 해도 이사회 구성원의 94%가 남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구성원 10명 중 4명이 여성입니다. 2003년 통과된 여성 임원 할당제 덕분입니다. 공기업을 비롯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이사진을 조직할 때 성비를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여성 비율이 40%가 넘지 않는다면 회사는 상장이 폐지될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엄격한 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정도로 엄격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출발선은 차별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여성이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힘든 현실을 외면한다면 여성은 사회 안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 우리나라에서 성 평등 문제에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다니는 주제가 있습니다. 군대와 육아입니다.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남성이라면 언젠가 치러야 하는 군 복무가 머릿속에 짐처럼 박혀 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싶은 여성에게는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찾아오는 경력 단절이 큰 고민거리입니다. 그런데 군대와 육아가 각각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로 고정되어 평행선을 달리던 사회 분위기에 최근 균열이 일고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가 양성 징병제를 실시하면서 여성 군 복무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우리는 힘들고 그들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저출산으로 미래에 병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는 단순한 기우가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누구나 나라를 지켜야 하지만 그 전에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지금의 한국군은 남녀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성범죄나 폭력으로부터 군인을 지켜 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은 여성과 남성에게 무거운 짐을 떠안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 군대에 가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 책 21~22, 25~26, 28쪽 0605 세계 환경의 날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악몽 2013년 12월, 눈으로 뒤덮인 이집트의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눈이 내릴 리 없는 이집트에 새하얀 풍경이라니, 누군가 합성한 사진이 아닌지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 하지만 눈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낙타, 눈 덮인 피라미드 사진이 줄줄이 올라오면서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실제로 112년 만에 이집트에 눈이 내린 것입니다. … 지구를 구할 해결책으로 IT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적은 연료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길 안내 서비스 앱, 이동하지 않고도 만날 수 있는 화상 회의 프로그램, 온도와 습도를 체크해 물을 절약해 주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까지 다양한 기술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IT 기술을 활용할 경우, 온실 가스를 16.5%나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사용하기 전에 던져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기술에 사용될 에너지가 친환경적인가?’입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올라가면,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이제 한계선까지 1도 남았습니다. 석탄과 친구 끊기를 하지 않으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악몽이 될지도 모릅니다. - 책 128쪽 1031 세계 도시의 날 둥지에서 쫓겨난 사람들 …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세입자가 한집에 머무는 기간은 3~4년입니다. 3년에 한 번씩 집을 옮기는 현실에서 이웃을 만든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내 집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한국의 상황을 독일 사람들이 들었다면 조금 의아해할지도 모릅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남의 집에 살지만 이들은 한집에 터를 잡고 사는 기간이 평균 10년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집을 비워 달라고 하면 비워 주고, 임대료를 올려 달라고 하면 군말 없이 따라야 하는 우리나라 세입자의 가슴 아픈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말입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집주인이라고 해도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도, 이 문제로 세입자를 내쫓을 수도 없습니다. 두 나라 모두 임대료를 몇 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다는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만 이를 시행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집은 ‘지붕이 있는 건물’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향초와 전등을 켜 놓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끼며, 새로 바꾼 벽지만 봐도 기분이 환해지는 보금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벽지 한편에 적혀 있는 숫자는 어린 시절 내 키를 재던 엄마의 손길을, 오래된 커튼은 그 뒤에 숨어 숨바꼭질 놀이를 하던 추억을 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집은 개인의 삶을 기록해 놓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공간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안정적인 도시를 만드는 길입니다. - 책 247~248쪽 1218 세계 이주자의 날 외계인과 동거하시겠습니까 … 예전에 「블랑카」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이주민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한국인 사장들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사장님, 나빠요’라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습니다.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상 과장된 면도 있었지만, 외국인을 대하는 차별적인 시선을 다뤘다는 점에서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끝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이주민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졌을까요? 안타깝게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차별에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잠금장치도 없는 좁은 방에서 여러 명이 생활하기도 하고, 장시간 일하기도 합니다. 한국인들이 꺼리는 일을 대신하지만, 돌아오는 건 인간 이하의 대접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여전히 이주민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과 미움이 존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멕시코 정부는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자, 미국에 마약을 가져오고 범죄를 일으키는 주범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또한 하버드대학 학생 중 1명이 ‘흑인들은 유전적으로 백인들에 비해 열등하다’는 메일을 써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 유학생에게 술병을 던지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의 말대로 점점 세계가 요하네스버그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 - 책 275~27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