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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웨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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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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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5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139*209*30mm
ISBN13 9791195949991
ISBN10 1195949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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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같은 노동자들이, 같은 재료를 가지고,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다. 그럼에도 모든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존재로 화한다. 모양은 다 같거나 비슷하겠지만,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저마다의 차이점을 지닌다. --- p.18

공장 밖 세상으로 나가 콘서트 무대라는 세계와 만나면서 까다로운 공연 기획자들의 눈에 들고, 성질머리 고약한 연주자들을 만족시키고, 엄격한 평론가들의 평가를 받고, 완벽주의 조율사들의 손길을 거치기에 앞서, K0862는 먼저 긴 여정을 지나야 한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 p.22

“자동화 할 수 없는 공정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마저 기계로 돌렸다가는 스타인웨이에서 영혼을 빼앗는 꼴이 될 거예요.” --- p.35

『뉴욕 타임스』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타인웨이의 초창기 피아노는 “연세 지긋하신 기계공과 (…) 그의 세 아들”이 만든 작품이었다. K0862 같은 현대 피아노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이미 초창기 스타인웨이의 자그마한 “직사각형”?빅토리아시대풍 응접실에 맞춰 디자인된 네모난 악기?의 뚜껑 안쪽에 다 들어 있었고, 이후로 이어진 추가적인 개선과 개량 기법은 세대에서 세대로 꾸준히 대물림되었다. --- p.57

작업에 관한 설명은 다양한 언어를 통해 대물림된다. 독일어와 이탈리아어, 스페인어가 영어에 선행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세르비아어도 많이 들려온다. 스타인웨이의 노동력은 뉴욕이라는 도시가 변화함에 따라 함께 바뀌기 때문이다. --- p.116

작업대가 여럿 어지러이 놓이고 남루한 선반으로 들어찬 공간 위로 높이 솟은 베라새미의 기계에 올라서면 공장 내에서 가장 오래된 작업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러나 베라새미의 기계에 올라타는 승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가문비나무이 므로 사실 훨씬 더 높은 곳 출신인 셈이다. 이들은 숲속에서 200년 내지 심지어는 500년까지도 살아남은 나무들이다. --- p.141

19세기 하반기에는 현대식 콘서트 그랜드 발달사의 몇 가지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다. K0862의 선조 역시 그 가운데 하나다. 19세기 요람기에 있던 만국박람회를 참관한 『뉴욕 타임스』기자는 K0862의 먼 조상뻘 되는 피아노를 연주해보고는 “터치가 놀랍도록 부드럽다”라고 평가했다. 박람회의 판관들 역시 이 악기에 매혹되어 금메달을 하사했다. 이로써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것이다. --- p.182

헨리는 예순다섯 되던 해인 1980년 회장직에서도 물러났지만, 어떤 의미로는 죽는 순간까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 그리고 21세기가 밝은 뒤에도 스타인웨이 홍보 대사로 활동하며 미국이 피아노라면 환장하던 시절을, 피아노 제작이 거대 산업이던 시절을 추억하게 했다. 또한 헨리는 건반 위에 또렷한 금박으로 새겨진 스타인웨이 로고만 가지고는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해 피아노에 친필 서명을 하기도 했다. 뵈젠도르퍼 피아노에 서명을 남긴 레너드 번스타인처럼, 그 또한 사인펜을 들고 무쇠 프레임에 ‘헨리 Z. 스타인웨이’라고 휘갈겼다. --- p.265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에게 흡족한 피아노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만족시킨 액션에 알프레트 브렌델은 불만을 표할 수도 있다. --- p.273

마침내 K0862가 그 첫 울음을 터뜨린다. 수카이는 왼손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중앙 C 아래 음들, 여섯 개나 여덟 개쯤 되는 건반을 마구잡이로 눌러본다. 조율되지 않은 음들이 배음으로 엉키며 뒤죽박죽 섞여든다. 교회 지하실에 방치된 채 오랜 세월 조율사와 상면하지 못한 낡은 피아노의 소리 같다. --- p.294

그보다 앞서 작업했던 수많은 직원들이 그랬듯이 캠벨 역시 공책을 꺼내 K0862의 일련번호를 기입해 넣는다. “혹시라도 ‘이 피아노에 문제가 있다’며 누가 꾸지람이라도 할까 싶어 적어두는 거예요. 최소한 내가 작업을 한 놈인지 아닌지는 알고 있어야 할 테니까요.” 그러면서 첨언한다. “아직 누구한테도 그런 힐책을 들은 적은 없지만요.” --- p.326

아직도 경탄의 느낌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는 K0862를 쓰다듬는다. “나무를 보고 피아노를 상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어요.” --- p.339

피아노가 어떤 소리를 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와는 무관하지만 40년 넘게 공장에서 일해온 부트 같은 이로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없는 일, 즉 완성을 목전에 앞둔 피아노의 케이스에 스타인웨이 창립 150주년을 기념하는 둥근 메달을 부착하는 작업이다. K0862에 메달을 붙이기 위해 구멍을 뚫으며 그는 입을 연다. “150년이라…….” 그러나 곧 목이 메는 듯 말을 잇지 못한다. --- p.345

공연장 바깥의 푸른 하늘이나 초록빛 잔디와는 어울리지 않는 어두운 화음과 비쭉 날이 선 선율로 가득한 짧고 성난 음악이 연주회의 포문을 연다. 그렇게 스타인웨이 지하실로부터 98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CD-60의 데뷔가 이루어진다.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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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기술자들의 손에 의해 보존되고 있는 위대한 전통에 관한 이야기. 포기를 모르는 기자인 제임스 배런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기예와 거기에 종사하는 이들을 꼼꼼히 조사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직조해냈다.”
- 로버트 A. 캐로 (퓰리처상 2회 수상 작가)
"세계의 연주회장을 지배하는 지극히 섬세한 악기,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탄생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
- 새드 카하트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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