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막막해서 스토리텔링을 시작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깜깜하기만 한데 그걸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서너 살이 되면서 아이의 자기주장은 점점 늘어갔다. 차분하게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똑 부러지게 훈육하는 엄마가 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터득한 방법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광고 회사에 다니면서 늘 해온 일이 기획 업무다. 대상의 속성을 파악하고, 전달하려고 하는 핵심 메시지를 설정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내게 맡겨진 육아 프로젝트를 거의 직업병 수준으로 고민한 끝에 내 아이에게도 이 방식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어서 하고자 하는 말 대신 들려주기로 한 것이다.
---「들어가는 말」중에서
“이 거품아저씨는 세균을 먹는데, 먹고 나면 왕뚱뚱보 아저씨가 된대. 거품아저씨~ 손가락, 손톱, 손등, 손바닥, 여기 있는 세균 다 먹어요!”
나는 꼼꼼히 손을 문질러 거품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것 봐. 왕뚱뚱보 거품아저씨가 됐지?”
아이는 당장에 발판을 놓고 올라서며 내 옆으로 와 거품 비누를 달라고 한다. 꼼꼼하게 손을 문지르며 뚱뚱보 거품을 만들어낸다.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열중하는 아이 표정을 보니 뿌듯한 마음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몇 달 되지 않았지만, 밥을 먹기 전이나 외출했다 돌아올 때 거품아저씨를 만나게 해준 결과 아이 혼자 손 씻는 습관이 잘 잡혀가는 게 보였다.
---「1장_스스로 하는 습관을 만드는 스토리텔링 ‘거품아저씨, 또 만나요(손 씻기)’」중에서
우리 집에서 아이를 사로잡은 양치 교육 방법은 바로 ‘치카치카 벌레 잡기’ 놀이다. 칫솔질을 하면서 누가 입안에 든 벌레를 많이 잡는지 놀이하는 것이다. 1단계는 벌레 잡기다. 함께 서서 거울에 비친 서로의 모습을 보며 양치를 따라한다. 아이는 치카치카 쓱싹쓱싹 칫솔질을 따라하면서 자연스럽게 양치 순서와 방법을 익힌다. 2단계는 벌레 확인하기다. 퉤~ 하고 거품을 뱉으면 입 안에 있던 음식물 찌꺼기가 섞여 나온다. 아이는 그걸 입 안의 벌레라고 말한다. 고기 벌레, 시금치 벌레, 김 벌레. 3단계는 벌레 그림 색칠하기다. 양치 후 욕실을 나오면 큼지막한 전지가 붙은 거실 벽으로 가 자기가 잡은 수만큼 전지에 그려놓은 벌레 그림에 색칠을 한다. 이렇게 벌레를 잡고, 확인하고, 색칠까지 하는 3단계를 거칠 때마다 교육 효과가 느껴진다.
---「1장_스스로 하는 습관을 만드는 스토리텔링 ‘벌레 잡기 놀이해요(양치하기)’」중에서
우리 가족 세 명이 공놀이를 하면 두 명은 공놀이를, 한 명은 남아서 응원을 한다.
“아빠 선수, 아이 선수보다 먼저 공을 잡았군요. 속도가 빠르네요.”
“아이 선수, 엄마 선수를 따돌리고 공을 찼네요. 슛을 날리네요! 슛슛!! 아쉽지만 잘했어요!”
아이는 엄마나 아빠 한쪽을 응원하면서 자연스럽게 이기고 지는 것을 함께 경험한다. 엄마, 아빠도 아이가 이기고 지는 것을 함께하며, 특히 노력하는 모습에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졌을 경우에도 잘 싸웠다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이 더 멋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않을까?
---「2장_사회성을 기르는 스토리텔링 ‘소망이네 가족의 축구 시합(이기는 것에 집착할 때)’」중에서
먼저 인사 자리를 정한다. 즉 현관에 가족 구성원의 자리를 하나씩 정해 스티커를 붙여놓는다. 우리 아이는 토끼 스티커를, 나는 오리 스티커를, 남편은 곰 스티커를 선택해서 현관에서 자기가 서고 싶은 자리에 붙였다. 그다음은 나갈 때 인사 의식을 정한다. 자리에 서서 하는 공손한 배꼽 인사, 사랑한다는 마음을 담아 날리는 하트 손인사, 손으로 뽀뽀를 날리는 뽀뽀 인사까지 인사 3종 세트를 한 뒤 그날의 응원 메시지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들어올 때 하는 인사 의식이다. 밖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 있으면 재빨리 각자의 자리로 가서 선 다음 격렬한 박수로 환영 인사를 한다. 짧은 외출이든 긴 외출이든, 가족이든 손님이든 상관없이 들어오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박수 세례를 퍼붓는다. 박수 대신 신나는 춤을 춰도 좋다.
---「2장_사회성을 기르는 스토리텔링 ‘내 자리에서 짝짝짝(인사 습관 기르기)’」중에서
아직 어리지만 아이에게 바닥 소음을 내면 안 되는 이유를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아이 눈높이에 맞춘 스토리를 고안했다. 가상의 집을 만들고 집에서 벌어지는 층간 소음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키로 했다. 먼저 도화지를 길게 잘라 이어붙인 6층짜리 집을 만들었다. 그 얇은 도화지 집에서 아래층, 위층에 누가 사는지를 상상하며 레고놀이를 했다. 우리 아랫집에는 갓 태어난 쌍둥이 아이가 있는 것으로, 내 맘대로 설정했다. 쌍둥이는 잠을 아주 많이 자야 하는데, 우리 집에서 쿵쾅 소리를 내면 우리 집 마루가 흔들흔들, 아랫집 천장도 덩달아 흔들흔들. 그러면 쌍둥이 아이들이 잠에서 깨서 응애응애 할 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종이집은 쿵쾅거릴 때마다 흔들거리며 층간 소음을 눈으로 보여주는 제 역할을 충실히 잘 이행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아이와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3장_좋은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스토리텔링 ‘아랫집 쌍둥이(층간 소음 내지 않기)’」중에서
나와 남편이 결혼 전 원하던 이상적인 가정은 1+1=2가 아니었다. 우리가 부여한 의미는 1+1=2는 있는 그대로 발전 없이 정체된 가정, 2가 되지 않는 가정은 서로를 갉아먹고 해가 되는 가정이었다. 최소 3 이상의 수가 나와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가정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본보기가 되고, 발전을 이루는 가정을 만들까?
결혼 전 우리가 세운 실천안은,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은 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지식과 취향을 공유한다’였다. 결혼한 지 꼬박 만 6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합은 몇 정도냐고 남편에게 물으니 이제 겨우 2까지 왔단다. 몇 년 뒤에 돌아보면 가족끼리 얼마나 좋은 점수를 매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또 후회하고 막연하게 ‘잘살아 보자’고 다짐하는 대신 지금 작은 실천 한 가지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3장_좋은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스토리텔링 ‘다람쥐 가족(가족의 철학)’」중에서
“아이야, 저 달님은 무슨 꿈을 꿀까?”
“음, 배 타고 노를 젓는 꿈!”
“오, 달님도 배를 타고 노를 저어 어디로 가고 싶은가 보구나.”
“저기 좀 봐~ 굴뚝 연기다!”
“엄마, 굴뚝 연기는 하늘에 구름이 생기라고 나나 봐~.”
“하, 그래 그런가 보네. 저 굴뚝 연기 때문에 구름이 많구나.”
“아이야, 저기 나뭇잎들이 흔들리네. 왜 그런 거야?”
“그건, 나뭇잎들도 자지 않고 더 놀고 싶어서 엄마나무에게 보채는 거지~”
“이제 그만 코 자러 갈까?”
“응, 밤아 안녕, 달님도 안녕, 굴뚝 연기도 안녕, 나뭇잎도 안녕!”
---「4장_위안을 주는 스토리텔링 ‘밤하늘 안녕(어둠을 무서워할 때)’」중에서
우리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줄곧 아이가 일어나 눈 뜨면 아이를 안아주면서 해주는 말이 있다.
“축복동이, 사랑동이 우리 아이야, 세상을 이롭게 하렴.”
우리 아이가 축복과 사랑을 받은 아이라는 것은 아이의 정체성이다. 어떤 환경에서든 자신의 정체성을 뿌리내리고 살아가라는 뜻이다. ‘세상을 이롭게 한다’라는 건 아이의 본이름에 담긴 뜻이다.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 꼭 그 뜻을 담고 싶었다. 이렇게 아이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아이 이름의 의미를 매일 아침 상기시켜 준다. 먼 훗날 아이가 어떤 고난과 시련을 겪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서며 더 나아가 주변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될 것을 믿으면서.
---「4장_위안을 주는 스토리텔링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말(좋은 말 심어주기)’」중에서
광고마케팅에서 좋은 기획이 브랜드를 살리는 것처럼 육아에서도 좋은 스토리텔링이 아이를 올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심어주고 싶은 올바름이란, 첫째는 아이가 세상적인 가치에 물들지 않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둘째는 의존하기보다는 주체적인 삶을 살기를 바란다. 셋째는 자신만을 위하지 않고 남들과 더불어 상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담대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아이가 그렇게 커갈 수 있도록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며 아이의 눈높이에서 좋은 스토리를 많이 들려주고 싶다.
---「나가는 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