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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퇴마사 3

당나라 퇴마사 3

: 천하를 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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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664쪽 | 746g | 140*210*38mm
ISBN13 9788947546195
ISBN10 8947546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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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고양이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애달픈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그저 움직이는 기관을 멈춘 장난감처럼 꼼짝하지 않을 뿐이었다. 원승은 검은 고양이 사체를 주워 안락공주 앞에 던지며 말했다.
“기관 인형술입니다!”
“왜 그 아이를 죽였죠?”
안락공주는 넋이 나간 얼굴로 발치에 던져진 뻣뻣한 고양이를 바라봤다. 그 눈빛이 마치 죽은 듯이 고요했다.
“당신은 몰라요. 이 아이와 함께 있으면 난 무척 즐거워요. 내가 원하기만 하면 뭐든 보여주니까요. 난 황태녀가 되고 싶고, 곤명지 전부를 갖고 싶어요. 그리고 황위에 오르고 싶다고요! 이 아이는 뭐든 들어줄 수 있어요!”
안락공주는 향기로운 땀방울에 흠뻑 젖은 얼굴을 들었다. 목소리가 꿈을 꾸듯 가물가물했다.
“원 대랑, 날 비웃지 말아요. 난 정말이지 황위에 오르는 기분을 맛보고 싶어요. 그땐 당신도 순순히 내 곁에 있겠죠. 알아요, 환상이란 거. 하지만 환상 속에선 못할 게 없어요. 그게 바로 가장 즐거운 나예요.”
원승은 가만히 한숨을 토한 뒤 꾸짖었다. “결국 환상일 뿐입니다. 언제까지나 환상 속에 사는 건 미친 사람뿐입니다!” 인정사정없는 말이었다. 지금 안락공주에게는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 pp.17~18

그날 밤 원승은 어사대 감옥에 갇혔다. 가는 동안 그는 계속 장열에게 물었다. “내게 무슨 죄가 있소? 왕법에 따르면 증인과 물증이 있어야 하는데, 고작 근거도 없는 서신 몇 통에 어떻게 죄를 판단한단 말이오? 심문은 언제요? 대역죄인과 내통해 음모를 꾸몄다면 응당 삼당회심(三堂會審) 해야 하지 않소?”
원승이 아무리 캐물어도 장열은 굳은 얼굴로 냉소를 짓기만 했다. 어사대 관아로 들어가기 전에야 비로소 장열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보시오, 원 소장군. 조정은 좋은 사람을 모함하지 않으며 간악한 사람을 놓치지도 않소. 이 일은 크나큰 사안이니 모름지기 엄중하게 심문할 것이오. 내 한마디 해주겠소만, 무엇을 잘못했는지 곰곰이 반성해보시오. 함부로 교활한 변명을 꾸며내거나 요행을 바랄 생각 말고.”
말을 마친 장열이 소매에서 기괴한 부적 한 장을 꺼내 보이며 냉소했다.
“미안하게 됐소. 당신은 술법 고수니 늘 하던 대로 하겠소이다.”
그러면서 손을 들어 원승의 어깨뼈 부위에 부적을 탁 붙였다. 부적에 무슨 주문을 걸었는지, 피부에 닿자마자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더니 마치 풀밭으로 기어 들어가는 뱀처럼 살갗에 스며들었다.
--- pp.34~35

원승은 그곳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공평한 기회’라는 말을 떠올리고 기분 좋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금세 굳었다. 고양이 요괴가 물러난 뒤 방에 커다란 공터가 생기자 그는 그제야 방 안의 배치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이 방은 수십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대한 곳이었다. 사방에 겹겹이 숨어 있는 고양이 요괴를 빼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놀랍게도 한가운데 놓인 칠흑같이 새까만 관이었다.
뜻밖에도 관은 아직 뚜껑을 덮지 않은 상태였다. 그곳으로 시선을 던진 원승은 관에 누운 사람을 발견했다. 온몸에 밝은 노란색 자수 황포(皇袍)를 입은 사람이었다. 원승의 호흡이 빨라졌다. 그는 황급히 관으로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랬다. 관에 누운 사람은 바로 대행 황제 이현이었다. 온몸이 격렬하게 떨려왔다. 비록 이 역천단에 비문의 최대 비밀이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이처럼 놀라운 비밀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몸을 굽혀 살피려는 순간, 관에 있던 이현이 눈을 번쩍 떴다. 대행 황제의 두 눈은 푸르스름하고 희미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너무나 괴이한 상황이라 원승도 하마터면 정신이 나갈 뻔했다. 다행히 원승이 쓴 가면이 환한 광채를 뿜어내자, 이현의 눈에 어린 빛은 그 환한 광채에 부딪혀 금세 스러졌다. 원승은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 “이건 대행 황제의 시신이 아니라…… 고양이 요괴와 똑같이 인형술로 만든 괴물이오.”
--- pp.283~284

“떠날 때가 됐어요. 더는 나 자신을 속일 수 없어요.”
원승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날카로운 것이 천천히, 깊숙이 찔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대기를 달랬다. “그날, 함께 천하를 주유하자던 약속, 아직 기억하오? 난 시종일관 잊지 않았소. 남아주시오. 도저히 안 되겠다면 우리 함께 강호를 유람할 수도 있소.”
대기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 당신은 나 때문에 떠날 리 없어요. 그렇죠?”
페르시아 여인의 말투는 중원 여자들처럼 완곡하고 부드럽지 않았지만, 정곡을 찔렀다.
원승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두 눈에는 적잖이 핏발이 서 있어서, 여러 날 밤 푹 자지 못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원승은 그 눈이 맑고 깨끗한 호수처럼 자신의 가식과 나약함을 환히 비추는 것만 같았다. 그는 육충이 자신을 나무라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언제나 빈틈없고 세상만사 무관심한 모습이지만 사실은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다던. 그 두꺼운 가면이 그를 진짜 사람 같지 않을 만큼 차분하게 만들고, 그가 가진 모든 감정마저 묻어버린 것 같았다.
--- pp.385~386

가산 밑으로 흐르는 맑은 샘물을 보자 이융기는 서둘러 자신의 옷차림을 샅샅이 살피고는 다시 물에 모습을 비춰봤다. 순간, 움찔 놀랐다. 물에 비친 당황한 얼굴에서 가장 끔찍한 점은 왼쪽 뺨에 찍힌 검은 자국이었다. 대략 손가락 세 개 너비만 한 자국이 얼굴 반쪽을 몹시 괴상하게 가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는 힘껏 눈을 비비고 다시 물속을 들여다봤다. 정말 나인가?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순간, 멀리서 왁자한 소리가 들려왔다. 수많은 사람이 별이 달을 쫓듯 두 사람을 에워싼 채 나오고 있었다. 이융기는 온몸이 뻣뻣해진 채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들 가운데 의젓하고 귀티가 나며 눈빛이 매서운 사람은 당연히 그의 고모인 태평공주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놀랍게도…… 그 자신이었다! 그랬다. 태평공주가 공손하게 배웅하는 사람은 바로 대당나라 천자 이융기였다.
그 사람의 옷차림은 이융기와 완벽히 똑같았다. 밝은 황금색 바탕에 날아오르는 용을 희미하게 수놓은 교령 장포에, 금칠한 봉황 날개 익선관까지 전부 똑같았다. 심지어 키도 똑같고 생김새와 거동도 똑같고 목소리와 웃는 얼굴까지 똑같았다.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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