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은 “하일 히틀러”라고 소리치면서 팔을 쭉 펴고 뻣뻣하게 과장해서 하는 팔 치켜들기를 환영 인사법으로 채택했다. 지도자를 환영할 때 나치는 오른팔을 곧게 뻣뻣하게 펴서 수평보다 높게 앞으로 들어 올렸다. 손바닥은 납작하게 펴고 손가락들은 쫙 붙였다. 손바닥은 아래를 향하면서 앞쪽으로 치켜들었다. 히틀러도 똑같이 인사하거나, 덜 뻣뻣하게 팔을 살짝 구부리면서 손바닥이 보이도록 손을 앞으로 내밀거나 했다. 이 환영 방식은 1926년 나치당이 당원들 사이의 공식 인사법으로 채택했는데, 사실은 이탈리아 파시스트당에서 빌려 온 것이다. 파시스트는 1923년부터 이 인사법을 썼다. 파시스트는 2천 년 전 로마 조상들이 즐겨 썼던 환영 인사법을 채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대 로마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열망에 찬 그들이 혹할 만한 개념이었다. 그래서 그 몸짓은 로마 인사saluto romano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히틀러의 마음에도 들었던 것이 분명하다.
---「팔 치켜들기」중에서
네 손가락의 한가운데를 벌려서 V자 모양을 만드는 벌칸인의 손짓은 사이언스픽션 텔레비전 드라마 [스타 트렉]에 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레너드 니모이Leonard Nimoy가 연기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과학 장교 스팍은 지구인과 벌칸인의 혼혈이다. ‘장수와 번영을’이라는 벌칸의 축복 인사를 건넬 때, 그는 오른손을 들어서 V자를 그린다. 이 시리즈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 축복 자세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 니모이에게 이 손짓이 어디에서 나온 것이냐고 묻자, 그는 어릴 때 보았던 유대교 의식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아이 때 그는 할아버지를 따라 정통파 예배당에 갔는데, 코하님kohanim(사제)이 양손을 들어 올려서 엄지를 맞대고 축복을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 니모이는 두 손으로 하는 이 축복 자세를 한 손으로 하는 인사로 바꾸어서 벌칸인의 인사법을 창안했다.
---「벌칸인의 축복」중에서
역사적 인물의 초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자세 중 하나는 나폴레옹의 숨긴 손이다. 이 황제는 오른손을 불룩한 하얀 조끼 안으로 깊이 집어넣은 채 자랑스럽게 서 있다. 이 특이한 자세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들이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황제가 위궤양에 시달렸다, 시계태엽을 감고 있다, 가려운 데를 긁고 있다, 황후인 조세핀 몰래 애인에게 받은 반지를 끼고 있었다 등등. (…) 그러나 진실은 따로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자세를 유독 나폴레옹과 연관 지은 설명들은 다 맞지 않다. 같은 시대에 그려진 다른 많은 초상화들에서도 숨긴 손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자세는 황제의 독특한 습관이 아니라, 당시의 유행이었다. 18세기에 누군가가 초상화를 의뢰할 만큼 지위가 높은 중요한 인물이었다면, 옷에 한 손을 집어넣고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숨긴 손」중에서
위협을 알리는 얼굴 표정은 복합적이다. 사실 사람의 위협하는 얼굴은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이는 위협하는 사람의 감정 상태가 두 가지 상충되는 요소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공격성과 두려움이다. 두려움 없이 순수하게 공격성만 있다면, 그 사람은 공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공격성이 없이 순수하게 두려움만 있다면, 그 사람은 달아나거나 항복할 것이다. 공격성과 두려움이 둘 다 있을 때, 그 갈등상태는 위협적인 과시라는 형태로 표출된다. 그러나 이 갈등하는 충동들 사이의 균형은 사례마다 다르며, 그것이 바로 위협하는 얼굴이 그렇게 복잡한 양상을 띠는 이유다. (…)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족은 정교한 포휘리p?whiri 의식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의식은 웨로wero라는 사나운 표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의식 때 과시하는 위협은 예전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포휘리는 여전히 마오리족 의식의 중요한 일부이며, 이와 같은 매우 과장된 위협 표정은 찬란하게 살아 있다.
---「위협하는 얼굴」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은 특수한 유형의 몸짓 언어를 포함하는 매우 강렬하면서 때로 정교하기까지 한 장례 풍습을 낳았다. 특히 이집트와 그리스의 고대 장례식은 고도로 양식화해 있었다. 죽은 이가 사후 세계로 무사히 갈 수 있도록 정교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 애도하는 여성들은 머리를 쥐어뜯는 등 정해진 의식을 수행했다. 무덤 벽화를 보면 이 행위가 양식화된 형태로 묘사되어 있다. 애도하는 여성들이 마치 머리카락을 움켜쥐는 듯이, 머리 위로 두 손을 올리고 있다. 이집트 장례 행렬 때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뿐 아니라, 눈물을 흘리고, 팔을 치켜들고 흔들고, 자기 몸을 때리고, 옷을 찢고, 머리를 헝클어서 얼굴을 온통 뒤덮는 등의 행동도 했다.
---「애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