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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김성민 | 다반 | 2020년 09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2 리뷰 10건 | 판매지수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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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292g | 128*188*20mm
ISBN13 9791185264462
ISBN10 1185264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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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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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고 막연하지만 얻은 것이 잃은 것을 채워 주리라 생각했다. 어리석었다. 동그라미 구멍에 네모가 맞지 않듯이 애초에 모양이 다른 것이었다.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것으로만 채울 수 있었다.
--- p.29

그러므로 나는 기록을 간직하기 위해 쓰고 잊기 위해 쓴다. 기록을 위한 글쓰기는 망각인 동시에 기억이다. 그러므로 블로그 〈시간의 기록〉은 휘발성 기억의 저장고인 동시에 망각의 장소일까. 기억과 망각 사이, 그 어디쯤에 있다.
--- p.45

여행자가 가진 특권이 있다면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리라. 길을 잃어버릴 때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큰 길 옆으로 난 골목길에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골목길에 있는 문들은 어딘가 비밀스러워 보이고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처럼 보였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은 골목길의 문들. 좁은 길로 들어가 문을 열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 p.55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헤밍웨이의 말처럼 병은 그를 ‘파괴했지만 그는 패배하지 않았다.’ 김영갑에게 갤러리 작업은 길 끝에서 만난 또 다른 길이었다.
--- p.87

어떤 경험은 이야기가 되지 않은 채 마음에 남는다. 마음속 사원을 짓고 사원 석벽에 이야기를 봉인한다. 말할 수 없는 경험은 돌의 일부가 되어 살아간다. 언제 풀릴지 모른 채. 나의 이야기가 곧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는 정체성이라면 말할 수 없는 경험, 언어화되지 않은 경험은 나의 역사에서 누락된다.
--- p.124

과거를 글로 쓰고 남기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인식하는 행위다. 과거를 바꾸고 왜곡하고 증발시켜 버리면 내가 누구였는지 좌표를 잃게 된다. 오웰은 억압적인 체제와 권력에 저항하는 방법으로 쓰기를 실천한 작가다. 그의 글쓰기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쓰기를 통해 자유를 실현했다.
--- p.166

행복도 소중하지만 불행이 제거된 행복은 온전한 행복이 아니다. 어둠 없이 어떻게 빛을 깨닫겠는가. 불행이 있어야 행복도 존재한다. 깨끗함과 더러움, 행복과 불행, 평화와 갈등 그 영원한 긴장감만이 삶에 탄력을 줄 것이며 탄력이 유지될 때 개인의 삶뿐만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로 이어질 것임을 알게 된다.
--- p.173

나는 울고 있는 아이의 아픔에 건너갈 수가 없었다. 아이와 나를 이어 주던 탯줄이 끊어지는 순간 우리 사이에는 촌수가 생겨났고 그렇게 우리는 개별적인 존재가 되었다. 아이의 아픔에 동참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겪는 고통과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아픔 사이의 거리는 아득했다.
--- p.194

‘그날’ 이후 ‘세월’이라는 단어에서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그날의 사건’을 자동반사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고통의 공동체’의 모습일 것이다.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2014년 4월 16일은 그 이전과 다른 날이다. 그러므로 ‘그날’은 이전의 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우리의 상실이기도 하다.
--- p.204

잃어버린 길을 찾기 위해 원점으로 돌아가듯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가방을 완전히 비워내듯이, 근원으로 돌아간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해.
--- p.208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나의 독서가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쓸모없다는 푸념도 하지 않았다. '독서인' 혹은 '읽는 인간'이란 말에 기대면 내게 독서는 일상이자 나의 존재 자체다. 김성민의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를 읽으며 또 다른 독서와 마주한다. '아름답지만 쓸모없는' 독서가 아니다! 아름다운 독서와 쓸모없는 독서는 분명 대립적이지만 저자에게는 절실함에 있어서 대등하다. 독서를 통해서 삶을 되돌아보고 흩어져가는 시간을 한데 모으면서 자신을 굳건히 세우려는 의지가 그의 책을 관통한다. 독서가 취미나 장식이 아닐 때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와 만난다는 걸 덕분에 깨닫는다. 그 독서가 아니라면 초생달과 바구지꽃도, 그리고 우리 자신도 빛을 잃을 거라는 걸.
- 이현우 (로쟈,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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