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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구역
스핑크스 아래서 나비전쟁 사라지는 사람들 낡은 꿈의 잔해들 오발행동 타인의 눈 펜타곤 기녀기담 집행자 그 크고 검은 눈 비잔티움 로렐라이 숲의 제단 아이들은 모두 떠난다 후기 |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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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살았던 때라면 그런 것 가지고 별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복잡한 곳이라도 자주 드나들면 무의식 속에 정보가 쌓여 그것들이 나침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그 정보들은 폐기처분된 지 오래였다. 나는 정체불명의 낡은 벽돌건물들과 불법주차된 볼보 차 사이에 서서 911에 구조요청을 해야 할지 아니면 머리핀을 뽑아 콤팩트로 두들겨 임시 나침반을 만들어야 할지를 두고 고민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고양이였다. 꼬리 끝과 왼쪽 앞발을 제외하면 석탄처럼 새까만 고양이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걷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아름다운 동물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면세구역」 중에서 “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혜민이만 그런 것도 아니래. 유행병인가 봐. 그래도 우린 그럭저럭 해내가고 있어.” 그녀는 들고 있던 종이뭉치를 나에게 내밀었다. “걘 아직도 날 못 보지만 내가 쓴 종이 조각은 봐. 그것도 내가 직접 보여주면 못 보고 텔레비전이나 벽에 붙여놓고 한참 기다려야 봐.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나아진 것 같지?” “애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몰라, 이상해하는 것 같지도 않아.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니? 엄마가 투명인간이 되었는데도 애가 눈썹 하나 까딱하지도 않는단 말이야!” ---「사라지는 사람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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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신촌 뒷골목에서 아득한 미래 머나먼 은하까지
장르를 뛰어넘은 세공사, 듀나의 매정하고 기묘한 이야기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 듀나의 재기 넘치고 흡인력 있는 이야기! 항상 진화를 멈추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그치지 않는 소설가, 매정하고 까칠한 글쟁이, 얼굴 없는 작가…… 독자가 듀나를 평하는 애정 어린 수식어다. 영화평론가와 문화비평가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역시 듀나의 본업이 SF 작가인 만큼 듀나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신비함을 넘어 경이로움마저 든다. 이런 듀나의 색깔이 잘 살아 있는 듀나 월드의 상상력의 결정체인『면세구역』이 북스토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북스토리에서 출간된 『면세구역』은 기존 단행본판보다 더 “원본에 가까운 정판”으로 완성되었기에 새롭게 팬이 된 독자든, 예전부터 팬이었던 독자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영화화 요구가 높았던 「펜타곤」을 비롯하여, 특유의 재기 넘치고 흡인력 있는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이 책은 좁은 의미의 SF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을 그대로 문장으로 만들어버린 듯 반짝반짝 빛난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매정하고 불친절해 보이지만 환상적인 입담으로 즐겁게 해주는 가이드와 함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여행을 즐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세공해서 만든 매혹적인 SF 소설! 영화를 비롯해 소설, 만화, 드라마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다루어졌던 아이디어들을 독자적인 솜씨로 가공하여, 매정하고 기묘한 이야기들로 재탄생시키는 작가 듀나. 한국의 척박한 장르소설 분야에서 오랫동안 듀나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인 것이다. 『면세구역』은 그런 듀나의 특기가 훌륭하게 발휘된 작품집으로 총 1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90년대 신촌 뒷골목에서 세계의 틈새를 발견한다는 「면세구역」을 시작으로 근미래의 부천, 아득한 미래의 머나먼 은하까지 듀나는 거칠 것 없이 질주한다. 고전 SF 소설을 레퍼런스로 삼아 만들어진 이야기(「아이들은 모두 떠난다」), 작가 자신의 경험이 묻어든 이야기(「스핑크스 아래서」), 영화의 예고편만 보고 완전히 다른 전개를 상상한 이야기(「낡은 꿈의 잔해들」) 등 작가가 접했던 모든 것들을 취합해서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흥미로운 소재로 매정하면서도 매혹스럽게 손질된 이야기를 다루는 듀나의 언어 유희에 풍덩 빠져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