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분기에 발생한 글로벌 주식시장 급락과 경기침체가 시작된 것이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아무도 경험한 적 없는 강력한 통제활동으로 인해 수출산업뿐만 아니라 특히 각국 내수경제가 ‘멈춤’ 상태에 빠져 수많은 실업자가 발생했고, 기본적인 소득이 ‘실종’된 말 그대로 패닉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10년 전 금융위기가 무분별한 투기적 ‘투자활동’에서 시작되었고, 이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경기침체를 만든 것이라면, 2020년 경기침체는 순수하게 ‘경제활동’이 중단된 것에 의한 문제가 리스크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리스크의 전달 시점과 경로가 실물경제의 침체에서 시작되어 금융시장이 위협받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 p.25
과거 분열의 시대에는 기업과 가계가 창출한 사회의 부가적 가치가 국가에 귀속되고, 정부가 주도하는 성장전략에 경제환경이 결정되는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수준을 뛰어넘는 기업의 사회 장악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국가권력을 뛰어넘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성장을 위한 투자활동은 국가가 주도한다기보다 민간 중심의 투자로 전환된 것이 현재의 투자환경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과거에 성장전략을 주도했었던 정부의 역할은 이제 민간 주도의 성장전략을 지원하는 정도로 그 권한이 크게 축소된 것을 주목해볼 수 있다.
--- p.37
정부와 기업의 재무환경의 양극화는 어떤 상황을 만들게 될까? 정부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공헌을 요구할 것이고, 기업은 이에 상당한 저항을 보이게 될 것이다. 과거와 달리 정부의 권한이 약해지는 상황에 있다면, 오히려 기업은 정부를 통제하려 하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누른 리셋 버튼으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자본력과 산업 지배력이 강한 글로벌 기업이 세계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강화될 여지가 있다. 양극화의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면, 투자자 관점으로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당장 양극화의 ‘승리자’에 대해 관심이 더욱 커진다.
--- pp.59-60
코로나19가 누른 리셋 버튼은 글로벌 밸류체인을 웃게 만들었다. 생산환경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경쟁제품과 차별화를 강조할 수 있는 아이템 개발,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유통환경 구축 등이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데 더욱 높은 가치로 인정해줄 수 있는 스마일 곡선을 그리게 만들었다. 현재 밸류체인에 대해 설명 가능한 스마일 곡선은 시간이 지나 또한 번의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다. 차별화된 디자인, 혁신적인 기술을 확보한 기업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당분간은 친화적 자금조달 환경이 지속될 것인데, 이를 바탕으로 직접 생산과 매출을 목표로 발전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 pp.71-72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처우가 있다고 평가 받을지 모르지만 모든 근로자는 자신이 임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성장이 제한된다면 생산성이 높은 개인은 더 높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과감한 경제활동과 투자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최근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시장에 등장하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기존의 전문가 집단이 시장에서 퇴장하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코로나19가 누른 리셋 버튼은 국가와 사회, 기업 등 여러 단체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시험무대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개인’을 선별하는 촉매제가 된 것이다.
--- pp.84-85
2019년 말까지 25조 원을 밑돌았던 고객예탁금은 어느덧 50조 원을 상회하고 있다. 10년 만에 발생한 주식시장의 가파른 가격조정은 빠른 회복 모습과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추가되는 상황들, 여기에 또 다른 투자자산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부동산시장이 강도 높은 규제 등이 시장 에너지가 재충전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언론에서는 ‘동학개미운동’이란 프레임을 씌워 개인투자자의 직접 투자활동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필자는 이 표현 자체를 싫어한다. 사실 ‘개미투자’라는 표현도 기득권 계층 입장에서 본 부정적 의미가 짙다고 생각한다. 현재 개인투자자의 활발한 투자활동은 제로금리 시대의 변화를 직접 체감하며 능동적인 경제활동 변화의 결과일 뿐 언론에서 말하는 투기적인 행위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 pp.98-99
주식시장은 경제의 그림자다. 경제는 투자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빠른 속도로 변하지 않는다. 경제의 절대적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글로벌 경제상황, 정부정책에 따라 역동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정 단계에 도달한 이후로는 경제의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진 경제와 대조적으로 주식시장은 투자자의 심리를 즉각적으로 반영한다. 때론 경제라는 실체와 비교해 짧은 그림자가 생겨날 수도 있고, 때로는 경제와 비교해 아주 긴 그림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 주식시장을 경제의 그림자로 비유해 조금 우회적으로 표현했지만 짧고 긴 그림자라는 시간과 상대 개념의 평가는 주식시장에 대한 저평가, 고평가를 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p.108
평균이란 무엇인가? 이는 컨디션의 변화를 생각하지 않고, 일정 수준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야구선수들, 특히 타격기계로 소문난 추신수, 김현수, 양의지 같은 선수들은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거나 연타석 홈런을 뻥뻥 쳐나가더라도 연말쯤이 되면 이전과 비슷한 타율을 기록하고 약간씩의 차이만 기록하게 된다. 평균지수란 우리 경제의 모습, 투자환경을 종합해볼 때 가장 기준이 될 수 있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연간전망 자료를 활용해서 다음해 시장을 전망할 때면 다양한 거시지표와 금융지표를 비교하고 평균지수를 제시한다. 만약 평균지수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2020년 3~4월과 같은 폭락장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어느 정도의 수익을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이다.
--- p.124
코로나19가 누른 리셋 버튼은 가까운 미래의 경제 모습을 어떻게 바꾸어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특정 이슈에 깊게 빠져 논리를 찾다 보면 지나치게 계산적이며 자기중심적 논리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관점을 조금 바꾸어 인문학, 사회과학의 입장에서 변화되는 세상을 점검해보자. 펜데믹 상황을 해결하기까지 국제사회는 분열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로 생각할 수밖에 없고, 그 위기에 내몰린 각국 정부는 역사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조금은 이기적인 자기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전체주의와 자유주의이다.
--- p.138
현대화 사회로 넘어오게 되면서 화폐의 가치를 높이고 양을 늘리는 방법은 더욱 다양해졌다. 단순히 재화의 소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혁신기술 등 무형적 자산에 대한 가치를 매기기 시작하며 희소성이 클수록 가치를 높이는 변화를 이어갔다. 이렇다 보니 경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유통화폐 규모가 커지게 되었고, 사회 및 국가발전의 목적 하에 유동성을 관리하게 되었다. 화폐의 본질가치는 국가와 일치한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해당 경제의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본질가치뿐만 아니라 그 총량이 늘어나 구매력이 강화된다는 뜻을 의미한다. 따라서 투자에 있어서는 화폐가치를 정확히 판단하고 앞으로의 전개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pp.148-149
산업장벽이 허물어졌다는 것은 누구나 기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노동자의 보호 목적으로 기존 산업과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도 대공황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실업자 상황을 고려할 때 대의명분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새로운 경쟁사회를 유도하고 건실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새로운 기업의 등장과 동시에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제로금리가 시작된 만큼 기업의 자본조달 환경은 극단적으로 유리해져 있다. 마음속으로 꿈꿔왔던 사업 아이템이 있다면 도전을 해보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자동차산업에 꿈을 가져왔던 삼성그룹이 현재 상황에 다시 꿈을 가졌다면 성공확률이 대단히 높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 p.161
성장주의 확장은 투자자의 꿈과 믿음을 바탕에 둔다. 꿈은 현실이 되기까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리고 현실에 가까워지는 성과를 작게나마 조금씩 보여준다면 투자자의 확신은 더욱 강해지게 된다. 그래서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를 할 때는 체계적으로 펀더멘털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성장주는 실적과 무관하다고 한다. 그런데 전혀 상관없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다. 기업은 이익창출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주의 이익을 위해 적당한 보상의지가 있는 기업만이 제대로 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 p.194
지금처럼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때에 주식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리고 이 시점에서 우리는 투자판단을 어떻게 내려야 할까? 우선 유동성이 풍부해진다면 주식시장은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같다. 1차적으로 유동성 힘에 의한 주가상승이 시도되고, 이후 경기회복 또는 실적개선의 모멘텀이 장착되어 강한 상승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유동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여전히 금리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아직까지 경제가 불안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유동성이 풍부해지니 경제가 지닌 악재를 잘 못 느끼는 것뿐이지 어느 순간 잠재적인 악재가 등장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 p.207
정치상황은 경제정책의 변화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 특정 정당이 정권을 잡게 되었을 때 경제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먼저 이해를 해야만 자산시장, 주식시장 등에서 전략 스탠스를 잡는 것이 수월해진다. 또한 앞으로 몇 년이 지나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선거를 앞두고 있어 미리 점검하는 차원에서 적어보려고 한다. 다시 한 번 어떤 정당을 지지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역사적으로 우리가 경험한 정부와 현재 상황 등을 비교해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독자 스스로 고민해봤으면 싶다.
--- p.222
앞으로 한국정부는 경제와 사회 변화에 따라 계속 바뀌고 발전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분열을 최소화하고 소외되는 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숙한 정치와 정책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코리아 리셋, 드디어 부의 지도가 바뀐다. 필자가 이 글을 통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회현상의 변화가 투자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상황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앞으로 투자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점이다.
--- pp.24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