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조개껍데기만 지속적으로 사용되었고, 상나라 시대에 중요한 일반 등가물인 화폐의 형식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개껍데기는 형태가 화려하고 광택이 흘러 사람들의 장식품으로 손색이 없었다. 한때는 아름다움의 상징이었고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물건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둘째, 바다에서만 나오는 조개껍데기를 육지 주민들은 교환을 통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중화민족의 발원지인 중원(中原) 지역만 해도 바다에서 나오는 조개껍데기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수집하고 감상하는 데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셋째, 조개껍데기는 하나하나 계산하기가 쉬웠고 견고하고 마모가 잘 되지 않아 휴대하기 편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수많은 민족의 역사를 돌아봐도 조개를 일반 등가물의 형태로 사용한 흔적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사용한 조개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는데, 가장 많이 사용한 조개는 ‘돈개오지(Monetaria monet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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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발전의 역사에서 종이 재질 화폐의 출현은 한차례 중대한 변혁이었다. 종이 화폐는 황금의 ‘황금시대’를 종식시키고 본위화폐의 지위에 올라 모든 상품의 세계를 자유로이 활보했다. 또한 지폐는 화폐의 ‘황금시대’를 끝내고 처음으로 가치 없는 기호를 이용해 직접적으로 가치를 대신했는데, 이때부터 화폐는 일반 등가물을 뛰어넘어 사회경제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 최초의 거래 방식은 물물교환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삼다가 다시 구리, 황금, 백은을 거쳐 지폐로 발전해나갔다.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사물은 모두 탄생-발전-멸망의 주기를 가지고 있고, 종이 화폐도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어쩌면 더 편리한 물건이 지폐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그 물건은 우리가 이미 보았거나 사용하고 있는 전자화폐이자 미래의 디지털 화폐일 수도 있고 다른 화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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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와 영국은 원래 작은 섬나라지만 불굴의 투지와 정신력, 세상을 앞서가는 금융 혁신의 풍성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때 세계를 제패한 강대국이 되었다. 그들이 번영하던 역정은 한 가지 이치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민족의 번영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막강한 군사력뿐 아니라 탄탄한 금융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런 요소는 국민의 전폭적 지지 속에서 선진 정치제도와 민의를 구현하고 민족의 번영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특징은 국민 절대다수의 바람을 반영하고, 역사 발전의 조류에 순응하고, 결코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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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미국 패권과 달러 패권은 끝이 있을까? 물론이다! 어떤 패권을 막론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 지금 세계에 이미 유로화 등 달러와 견줄 만한 화폐가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미국과 달러의 패권은 단시간 내에 종결되거나 기타 다른 패권으로 대체될 리는 없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 모든 패권이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마찬가지로 패권의 종말도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식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패권이 형성되는 데 비교적 긴 시기가 필요하듯, 패권이 종결되는 데도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기타 다른 경제 실체가 가진 실력이 성장하고 발전할수록 이들 경제 실체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증가할 것이다. 이 과정은 더디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이들 경제 실체의 실력이 조금이라도 발전하면 기존 패주였던 미국의 실력은 그에 상응해 조금씩 약해진다. 그래서 이 기나긴 마라톤 경주에서 필요한 것은 오랜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지구력과 내공이다. 지구력과 내공이 패주와 맞설 만큼 강해지면 패권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 p.321~322
유럽경제통화연맹 출범 당시 유로는 일종의 기장 단위에 불과했다. 2002년 1월 1일이 되어서야 유럽경제통화연맹 회원국의 화폐는 비로소 유로로 대체되었다. 이날부터 새로운 유로 지폐와 동전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유로는 유로존의 법정화폐가 되었다. 인류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는 별에 일정 구역 안에서 널리 사용되는 법정화폐가 탄생한 것이다. 그것은 200년 전에 세상에 나와 세계 통화의 패주가 된 달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두 지역의 통화 흐름을 지탱했다. 이 때문에 달러의 패권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두 화폐 사이의 패권 게임은 유로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를 두고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상호 조율과 장단점을 보완하며 발전하는 관계야말로 두 화폐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화폐 통일 이후 유럽의 급선무는 유럽 재무부의 통합을 구축하는 것이 되었다. 유럽 재무부가 통합된다는 것은 170년 전 프랑스 대문호 위고가 그토록 열망하던 유럽합중국 탄생의 신호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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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6일 글로벌 4대 은행으로 불리는 도이치은행, 스위스은행, 스페인국제은행(샌더스은행), 뉴욕 멜론은행이 블록체인 테크놀로지에 근거해 새로운 금융 결제 협의를 개발하고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 블록체인은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Bitcoin)의 배후에 있는 분산식 장부 시스템이다. 이 과학기술의 최대 효능은 신기술을 충분히 활용해 금융 생산율을 높이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금융계에서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미는 주요 원인이다.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여러 스테이션과 지리적 구역 고유의 공유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해 모든 거래의 공공 장부로 사용될 수 있다. …… 실제로 4개국 은행이 이 ‘비밀 무기’를 연구·제작하는 목적은 달러의 패권을 종식시키는 데 있다.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새로운 금융 기술이 미국의 금융 시스템 안정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이미 경고한 바 있다. 블록체인 과학기술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통제하던 미국 정부의 절대적 권력을 와해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 예견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이 새로운 과학기술이 광범위하게 응용되는 날, 즉 블록체인 혁명이 발생하는 날이 바로 미국 금융 패권의 종말이라는 것이다.
--- p.479~481
세계 통화는 민감한 글로벌 정치 이슈다. 향후 세계 통화의 형태와 기본 메커니즘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이미 SDR ‘바스켓’에 가입해 있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 위안화 등 현존하는 세계 통용 화폐와 각국의 금은 보유량을 본위로 하는 새로운 세계 단일 통화다. 이것은 비교적 보수적인 가설에 해당한다. 그 발행량이 여전히 현재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각종 화폐의 총발행량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발행권과 감독권은 세계중앙은행에 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단일 통화의 정치적 기반은 세계 정부와 세계 회의이고, 사용 대상은 지구상에 사는 모든 사람이다. 그 형태는 첨단 위조 방지 기술이 들어간 특수 소재로 만든 액면가 표시 화폐 및 간편한 전자화폐, 디지털 화폐 등으로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누구나 세계중앙은행과 기타 법정 기관에서 발행하는 세계 통화가 있으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환율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면 현금이나 카드가 없어 낭패를 볼 일도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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