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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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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연예인 에세이 65위 국내도서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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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뮤지션 유희열이 서울의 동네 구석구석을 걸으며 마음 속에 들어온 풍경을 글로 담아냈다. 천천히 밤을 걸으며 우연히 마주친 순간은 지난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친한 친구를 생각나게 한다. 시원한 밤 공기가 더욱 그리운, 지금 이 계절에 어울리는 유희열의 심야 산책 에세이. - 에세이 MD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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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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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언젠가는 사라질 풍경이라면

마음과 기억의 시차를 맞추는 시간 _종로구 청운효자동
느리게 걸어야만 겨우 보이는 풍경들 _용산구 후암동
비 오는 밤, 성곽길을 걷게 된다면 _중구 장충동
우리, 명동 산책 갈래? _중구 명동
엄마에게 걸음으로 부치는 밤 편지 _홍제천
길은 언제나 삶을 가로지른다 _관악구 청림동
산도 인생도, 잘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_동대문구 천장산 하늘길
도시의 혈관이 지나는 골목에서 _행촌동~송월동
산책의 끝은 언제나 집 _강남구 압구정동
빛과 물과 가을이 쉼 없이 노래하는 밤 _성동구 응봉동
모든 뻔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_송파구 방이동
기억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지켜낸 동네_성북구 성북동
옛것과 새것이 뒤엉킨 시간의 교차로 _종로구 종로
각자의 치열함이 빛을 내는 거리 _종로구 창신동
시시한 이야기가 그리운 밤에 _홍대입구~합정동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_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저자 소개2

28년째 대중음악을 하고 있고, 심야 라디오 DJ를 거쳐 방송인으로 살고 있다. 라디오 [유희열의 FM 음악도시]부터 뮤직 토크쇼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90년대 말부터 줄곧 ‘밤의 진행자’로 활약해왔다. ‘그냥 밤에 산책하면 된다’는 제작진의 간단명료한 설득에 넘어가 카카오TV [밤을 걷는 밤]에 출연, 약 4개월간 서울의 동네 구석구석을 걸으며 그만의 기민한 관찰력과 오랜 DJ 생활로 특화된 심야 감성을 여과 없이 발휘했다. 평소에도 밤에 걷는 걸 좋아하지만 제작진이 물색해준 다양한 코스를 걸으며 예전엔 미처 몰랐던 서울의 아름다움을 많이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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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디지털 모닝 예능쇼 [카카오TV모닝]의 한 코너로 ‘연출 없는’ 예능 〈밤을 걷는 밤〉을 제작했다. 조명도, 대본도 없이 촬영한 [밤을 걷는 밤]은 도심 속 매력적인 산책 코스와 밤 풍경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내, “라디오 감성 충만한 힐링 방송”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44g | 118*188*17mm
ISBN13
9791191583120

책 속으로

지금 어머니가 지내는 곳이 여기서 지척이다. 홍제천 밤길을 걷기로 하고 나설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어머니였다. 요양원에 계신 지 오래된 어머니에게 물었다. “제일 하고 싶으신 일이 뭐예요?” 어머니는 요 근처 인왕시장에 가서 과일을 사고 싶다고 하셨다. 재래시장에 가서 과일 한 알 사는, 그 아무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간절한 소망이자 가장 큰 행복일 수도 있는 것이다.
--- p.84, 「엄마에게 걸음으로 부치는 밤 편지」 중에서

살다 보면 때때로 돌이킬 수 없는 순간과 맞닥뜨린다. 그럴 때는 힘들어도 잠깐 쉬었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냥 그렇게, 순리대로 이리저리 떠밀리다 보면 어딘가에는 도착하게 된다. 내 인생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대학교 1학년에 어느 녹음실에 막내로 들어갔을 때였다. 녹음실에서 같이 먹고 자던 엔지니어 정오 형이 어느 날 갑자기 말했다. “우리도 음악 한번 해볼래?” 이 말을 들은 순간부터, ‘돌이킬 수 없는’ 삶이 시작됐다. 내가 지금 막 걸어온 길처럼, 인생에도 샛길은 별로 없다.
--- p.111, 「산도 인생도, 잘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에서

나무 데크가 깔린 계단을 내려가며 옛 매니저 형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우리, 잘 내려가자.” 아, 사실은, ‘있어’ 보이려고 이렇게 표현했다. “멋있게 추락하자.” 같은 길이어도 오르막을 걸을 때와 내리막을 걸을 때가 전혀 다르다. 오르막길에서는 두 발에 힘주고 숨이 차오르면 땀도 식혀가면서 쉬엄쉬엄 갈 수 있지만, 내리막길에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누가 뒤에서 등을 툭툭 미는 것 같다.
--- pp.118~119, 「산도 인생도, 잘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에서

나 또한 이삼십 대에는 나름 힙스터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스쿠터를 타고 이 거리, 저 거리를 활보하면서 나와 닮고 나와 다른 청춘들과 어울렸다. 김지운 영화감독, 상이 형, 종신이 형, 동률이, 적이와 약속 없이 오다가다 마주치기도 하고, 수다를 떨고, 술잔을 기울이고,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는 동안 사람이 풍경을 만드는 이곳, 압구정동에서 수많은 음악과 영화가 탄생했고 문화적인 흐름도 만들어졌다. 이 거리는 되살아나 여전히 청춘들로 가득하지만, 더 이상 나의 거리가 아니다. 이제 나는 무서워서 스쿠터도 못 탄다.
--- p.151, 「산책의 끝은 언제나 집」 중에서

채석장 절개지는 나에게 서울에 남은 오래된 흉터처럼 느껴졌다. 아직 다 아물지 못해 속살이 드러나 있는 흉터.
자연과 시간의 힘으로 절개지 주변에 작은 집들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동안 그 온기가 딱지로 내려앉아 또 하나의 소중한 삶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새살이 마구 돋아나야 한다. 겨울밤의 삭막한 절개지가 잊히지 않아 다른 계절의 풍경을 찾아봤다. 햇살도, 바람도, 비도 다정하게 찾아들었나 보다. 깎아지른 절벽에도 초록빛이 제법 풍성하여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 p.243, 「각자의 치열함이 빛을 내는 거리」 중에서

예전엔 여기 어둑한 놀이터에서 키스하는 연인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만든 노래들에도 놀이터가 많이 등장한다. 시경이가 부른 노래 〈소박했던 행복했던〉에도, ‘처음 입 맞춘 그 밤’의 놀이터가 나오는데 그 배경이 바로 홍대 앞 놀이터다. 지금은 연인과 함께 앉을 그네도, 벤치도 없고 무엇보다 너무 밝아져서 그런 낭만은 도무지 찾기 힘들겠다. 놀이터가 있던 자리를 지나쳐 걷다 이번엔 아주 오래된 중국집도 사라진 걸 발견했다. 쟁반짜장이 맛있기로 유명한 집이었다. 〈좋은 사람〉이라는 곡에, ‘널 데리러 온 그를 내게 인사시켰던 나의 생일날’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가사 속 생일 파티를 그 중국집에서 했었다. 이 거리에 스민 내 청춘의 흔적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었구나 싶다.
--- pp.250~251, 「시시한 이야기가 그리운 밤에」 중에서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다니는 희수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때 그 친구랑 툭하면 여기를 걸어 다녔다. 둘 다 돈이 없어서 어디 들어가지도 못하고 사람 구경하며 그냥 걷기만 하다가 헤어졌다. 한참 걷고 나서 “오늘 예쁜 사람 많이 봐서 되게 좋다” 그러고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거다. 진짜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실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그런 시시껄렁한 시간과 얘기를 나눌 친구가 점점 없어진다는 거다.
--- p.254, 「시시한 이야기가 그리운 밤에」 중에서

상처가 흉터로 아물면 통증은 사라지지만 기억은 언제까지고 사라지지 않는다. 억지로 가리고 덮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좋은 시간은 좋은 시간대로, 나쁜 시간은 나쁜 시간대로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않을 수 있다.

--- p.273,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산책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익숙한 그 집 앞』 이후 22년 만의 에세이
감성 천재 유희열이 밤의 산책길을 즐기는 법


뛰어난 음악성과 따뜻한 감수성으로 폭넓은 세대로부터 사랑받아온 뮤지션 유희열이 산책 중의 사색을 담은 에세이 『밤을 걷는 밤』을 출간했다. 베스트셀러 삽화집 『익숙한 그 집 앞』 이후 22년 만의 신작이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 〈밤을 걷는 밤〉을 재구성한 이번 에세이엔 『익숙한 그 집 앞』 속의 감성과 〈대화의 희열〉 속의 연륜이 고루 배어 있다.
“밤은 하루 중 제 에너지가 가장 반짝이는 시간이에요.”
〈FM 음악도시〉부터 〈스케치북〉까지 유독 심야 방송 진행을 자주 맡아온 유희열은 (임경선 작가 표현에 따르면) 한결같이 ‘밤의 남자’였다. 평소에도 밤에 걷기를 좋아하는 그는 ‘그냥 아무 준비 없이 같이 걸으면 된다’는 제작진의 출연 요청을 선뜻 수락한다. 그로부터 약 4개월간, 청운효자동, 홍제천, 성북동, 합정동 등 서울의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시종일관 놀라고(“와! 저게 뭐야?”), 감탄하고(“와, 여기 이런 게 있었어?”), 쓸쓸해한다(“와…… 여기가 이렇게 변했어?”). 특유의 익살과 즉흥적인 감탄사로 오디오를 가득 메웠던 이 영상은 “잊었던 라디오 감성을 고스란히 되살린 힐링 방송”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대본도, 조명도 없이 오직 ‘혼자 걷는다’는 한 줄짜리 연출로 시작한 〈밤을 걷는 밤〉이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붙든 건 ‘유희열의 시선’이 있기에 가능했다. ‘매의 눈’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는 우리가 무심히 스치는 일상의 풍경들을 한 컷, 한 컷 남김없이 따사롭게 비춘다. 먼발치서 걷는 행인의 등 뒤, 인적 없는 버스 정류장, 담벼락의 풀꽃 등, 지극히 평범한 장면들도 그의 시선이 닿으면 한 폭의 다정한 그림이 된다. 사는 게 문득 시시하게 느껴진다면 찬찬히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잘 안다고 믿었던 길들은 낯선 여행지가 되고, 쓸쓸하고 삭막했던 밤의 길목은 더없이 특별하고 매혹적인 산책지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산책을 닮은 에세이입니다.
산책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제가 좀 앞서 걸어가고 있고
한번 같이 밤 산책을 떠나신다, 하는 마음으로요.”
_출간 전 저자 인터뷰 중에서

천천히 밤의 길을 걷는 일은
내 마음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


“오르막길에서는 숨이 차면 쉬엄쉬엄 갈 수 있지만, 내리막길에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누가 뒤에서 등을 툭툭 미는 것 같다. 산도, 인생도, 오를 때만큼이나 잘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산책하는 모습은 살아가는 모습을 닮게 마련. 담담하고 차분하게 기억을 되짚는 그의 산책기에는 인생을 대하는 그만의 태도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미로 같은 골목길에 갇혀 우왕좌왕하다가도 느닷없이 나타난 옥수수밭에 감동해 넋을 놓고 감상하고, “길을 잃어버리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라며 짐짓 여유를 부리는가 하면, 숨이 턱까지 차도록 오른 어느 산 정상에서는 “살다 보면 때로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서지만 순리대로 걷다 보면 어딘가엔 도착하더라”는 어른의 조언을 툭 내어놓기도 한다.
추억이 깃든 동네로 떠난 밤이면 시선은 늘 풍경 너머 아득한 기억을 향한다. 태어나고 자란 청운효자동에서는 텅 빈 골목에 혼자 남아 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생각하고, 홍제천 물길을 따라 걸으면서는 “재래시장 가서 과일 한 알 사는 것이 소원인” 어머니를 생각하고, 너무 변해 낯설어진 홍대 거리를 걸으면서는 “별일 없이 만나 시시한 얘기만 나누고 아무 소득 없이 헤어지던” 친구를 생각한다. 그렇게, 홀로 걷는 그의 밤은 잊고 지낸 ‘나’와 ‘우리’의 안부를 묻는 길이 된다.
예전엔 온통 뽕밭이었다는 잠실을 지금의 우리가 상상하기 어렵듯, 오늘의 풍경도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거짓말 같은 풍경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니 부지런히 기억 속의 사진을 찍어두자고. 길고 긴 밤을 걸은 끝에 그는 또 말했다. 이제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그 길을 함께 걷고 싶었다고, 그랬다면 내게 해줄 얘기가 참 많았을 거라고. 이제 그는 그 길을 딸과 함께 걷는다. 딸의 마음속에 언젠가 거짓말 같은 추억이 될 풍경을 새기며. 이 모든 기록은 익숙한 하루를 바라보는 우리 눈에 다른 안경을 씌운다. 지루했던 오늘을 언젠가 사라질 애틋한 풍경으로, 훗날의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덧칠하며, ‘견디는 삶’을 떠나 ‘만끽하는 삶’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추천평

천천히 밤의 길을 걷는 일은 자신의 마음을 섬세하게 살피는 일이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을 향한 애틋함 사이에서, 우리는 세상 멋진 밤의 안내자를 따라 조금 아름답고 쓸쓸한 시간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늦게나마 영차, 그리움과 기다림이 녹아든 골목들을 그와 함께 서성여본다. 소중한 기억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을 살펴가며, 서로의 안부를 다정하게 묻기로 한다. - 임경선 (작가)
책을 읽는 내내 예능에서 보이던 유희열 특유의 ‘매의 눈’이 떠올랐다. 20여 년을 줄곧 같은 결로 근사하게 진화한 비결은 역시, 무언가에 매료될 때 자연스레 발하는 그의 집중력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것이 활자로 남겨지게 되어 무척 다행이다. - 김이나 (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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