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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서
석류 이가림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시월 나희덕 무릎 정호승 소리의 무게 김광규 가을 오후 도종환 내가 나의 감옥이다 유안진 오십세 문정희 허물을 벗다 도복희 꽃씨 이준관 바느질 박경리 묽어지는 나 황인숙 그 사람 김소원 벽돌 한 장 고영민 그 소식 홍윤숙 꿘투 이장근 다시, 수평선 손택수 긔여 정윤천 빨리 크고 싶다 정진규 기쁨 나태주 짐에 관하여 김영남 방문객 정현종 펜 오진원 물고기 함민복 안부 고 은 웃는 돼지머리 주용일 참매미 박용래 떠나서야 들리는 말 공광규 노래 유자효 삼팔선에 관하여 권혁웅 시 쓰다가 이관묵 지팡이 박덕규 호상好喪 김희정 벽 신달자 음악파일 윤성택 북 나호열 아득한 성자 조오현 꽃 멀미 노금선 편지 김남조 산속에서는 안용산 가을 김종미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정주 과꽃 이정희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박제영 속도의 비대칭 신영연 사랑의 묘약 오세영 사랑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박세아 밤, 썰물에 마주서다 강은미 해변의 원피스 이승희 어떤 난중일기 김원옥 엄마가 들어 있다 이수익 세상의 뿌리들에게 이 섬 석상石像의 노래 라이너 마리아 릴케 무 반칠환 새에게 밥을 빌다 이제인 제야除夜 김영랑 역 한성기 집 이정록 비눗방울이 앉았던 자리 이 향 그런 것이다 천양희 장미에게 묻다 문현미 그리움 강신용 매화나무 곁을 지나다 양문규 꽃이 길 얻다 김선영 그때를 아시나요 이영식 불타는 얼음 허형만 어떤 기부 고증식 마음의 오지 이문재 잠잠히 구재기 겹겹의 창 길상호 그늘은 나무의 생각이다 이기철 꽃그늘 이재무 밧줄 김두안 정치 문인수 수족관의 거북 최승호 대나무 김지윤 6월 김수복 (연재순) ■ 맛있는 시, 멋있는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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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이가림(1943~ )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 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둥켜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놓아야 하리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보다 더 아프게 내가 깨뜨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주소서 시와 사랑을 찾아 떠난 한 사내가 있었다. 목숨처럼 시와 사랑에 붙들린 사내. 봄날 담장 곁에 나무 한 그루 심어두고 지성으로 제 사랑의 소원 빌던 사내 있었다. 그 산맥 같은 가슴 안에서는 언제나 시를 삼던 사내. 사내는 아침저녁 나무에 물을 주며 지성으로 빌고 빌어, 그때마다 먼 산의 뻐꾸기소리 달려와 안기곤 했다. 사내의 사랑이 전해져 나무에 꽃이 피면 그때 사내 가슴엔 붉은 시가 솟으리라 했다. 그 나무가 사내 키 훌쩍 넘어 담장 위로 목을 뺄 즈음, 사내는 담장 밖 오가는 긴 머리 처녀에게 마음 빼앗겼다. 어느 눈매 깊은 한 처녀를 가슴에 새겨두고 끓이며 애태웠다. 치렁치렁 그 긴 머리칼에 확, 확 가슴 뜨거웠다. 나무는 사내 마음 먼저 알고 더 몸이 달아 무진장, 무진장으로 꽃피워 열매 붉어서도, 처녀는 사내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마침내 그 열매의 선홍빛 가슴은 터져 붉은 핏물로 번져 갔거니. 오, 그대 석류여. 제 가슴 한 쪽을 허공으로 갈라내 핏물 뚝, 뚝 듣는 속살 펼쳐내는구나. 어느새 사내의 시는 쌓여 산을 이루고 그 위로 가을은 무너져 내린다. 고통 없는 사랑 어디 있으며, 고뇌 없는 사랑이 또 어디 있으리. 가을 따라 그대 사랑도 깊어 가는가. 이 세상 여기저기 담장 위로 목을 빼고 오가는 사랑 찾는 그대들이여. 한 사내가 저 농익은 석류 속에 아로새겨놓은 격정의 시와 사랑이여!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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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마음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은 날로 높아가고 있는 반면에 세계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1위라는 사실은 우리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헝가리와 자살률에서 세계 1, 2위를 서로 다투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 아침 뉴스마다 전해지는 자살과 살인 사건은 우리 한국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정신을 생각해본다. 우리의 불행은 시정신만이 그 대안이라는 판단이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 자살률 1위라는 절망 앞에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시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시는 원천적으로 생명과 사랑의 가치를 간직하고 그 의미를 새겨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시를 사랑하는 마음은 곧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직결된다. 우리가 시를 사랑하고 시를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에서는 자연의 아주 작은 부분도 생명의 한 핵심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므로 시의 출발은 곧 생명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시정신은 21세기의 도구적 이성이나 도구적 세계관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정신이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가 나락으로 추락하는 현실에서 다시 생명의 가치를 회복하고 존중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대안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시정신을 잘 간직하는 한 자살률 1위라는 비극적 현실에서 언제라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큰 의미의 시정신은 세계관이다. 그러므로 시정신은 시를 논하기 이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세계관으로서의 시정신은 모든 사물을 생명과 사랑의 가치로 바라보고 교감하는 정신이다. 시정신은 인간의 영혼이 메마르지 않게 하며 언제라도 생명과 사랑의 소중함을 간직하게 하는 것이다. 작은 의미의 시정신은 시 안에 담겨 있는 시인의 정신이다. 그러므로 개별 작품에는 다양한 시정신이 담기는 것이다. 그리고 시인의 작품에 담긴 정신이 통합되어 그의 시정신을 형성하는 것이다. 시정신이란 생명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생물에 대해서도 생명 이상의 가치와 정감을 지니고 대하는 자세,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을 생명과 사랑으로 관계 맺으려는 마음을 말한다. 이러한 시정신을 가지고 살아갈 때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 생명과 사랑의 기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수록한 시와 시 읽기는 지난 2년에 걸쳐서 매주 마다 ??대전일보??에 연재한 것을 모은 것이다. 앞서 발표한 것들을 중심으로 77편의 글을 묶었다. 신문 연재의 제목은 ‘김완하의 시 한편’이었으나 책의 제목은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로 삼았다. 앞으로도 이러한 글쓰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수록 순서는 연재 순으로 하였다. 연재 순서와 계절의 감각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2014년 6월 김완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