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자서__5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13 작은 상자 바스코 포파 17 쥐 정다운 20 장독대 김명국 23 승부 홍사성 26 벼 이성부 29 공명 조경선 32 나사 권성훈 35 하이웨이 속으로 연용흠 37 생선을 구우며 전영관 40 그대는 나의 가장 소중한 별 김소엽 43 유년 풍경 손혁건 46 그네 임영조 49 둥글다 임미리 52 벙어리장갑 오탁번 55 맛의 질량 이지호 58 바쁘다 봄비 정대구 61 시골 큰집 신경림 64 활래정活來亭에서 장승진 67 지금 이향지 70 고슴도치 이덕규 73 등? 서안나 76 부메랑 박태현 79 스마일마스크증후군 김지숙 82 복도 변선우? 85 플랜 B 이현승 88 네가 떠난 자리에 네가 있다 정우석 91 가야바의 뜰 ? ? ? 박일우 94 이팝꽃나무 ? 한빛 송준영 97 키스 이용임 100 사라졌던 길들이 붕장어 떼 되어 몰려온다 이중도 103 나무꾼의 선녀를 내려놓으리 성배순 107 적당한 거리 김미정 110 상선약수 윤 효 113 편강 김나원 116 바다란 이름으로 안학수 119 목련을 기다리며 고정국 122 달을 먹은 소 이성선 125 싱고 신미나 127 해 박두진 130 지하도시 허 연 133 얼치기 농사꾼 윤석산 136 산 벚꽃 김선태 139 물류창고 이수명 142 금동아미타불 문혜진 145 코끼리 이린아 148 눈물의 중력 신철규 151 구름을 위한 기분 하 린 154 바깥의 시작 김학중 157 금강 신동엽 160 달팽이가 간다 강 순 162 금강에게 조재훈 164 미용실, 양파이야기 조명희? 167 금강 안홍렬 170 외출에서 돌아온 나비 김종관 172 비단강 나태주 175 오이꽃 생각 이경희 177 비단강 흘러 이리로 오네 권선옥 180 구름의 심사평 송연숙 182 이별의 능력 김행숙 185 (연재순) ? 청청한 시 읽기, 두 발의 자유화__188 |
김완하의 다른 상품
|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시를 쓰면서 시인은 세 가지 싸움을 감행하는 것. 그 가운데 하나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는 세계와의 싸움과 언어와의 싸움. 그러니 시인은 세계와의 싸움 이전에 반드시 자신과 먼저 싸움으로써 삶의 객관성을 획득해야 한다. 철저히 자기 삶에 대한 비판으로 거듭날 때 그는 세계와의 싸움에서도 신뢰와 타당성으로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지난 시대의 시를 시인들과의 삶과 연결시키는 게 모두 다 옳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그 근거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셈이다. 하여 자기 검열과 반성, 철저한 부정에서 시를 출발했던 김수영. 오늘 그의 시를 읽으면 누구나 자신을 읽는다. 그만큼 그는 앞서서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낱낱이 해부해 놓은 것. 시인은 낮에 시켰던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했다고. 속이 좁게 분노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도 욕을 퍼부었다고. 그리고 그는 또 묻는다.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고. 정말 얼마나 적은 것이냐고. 우리는 이 시대를 향해서 이 세계를 향해서 정정당당히 외쳐야 할 것들엔 모두 눈을 감고. 겨우 1원, 10원, 20원, 50원짜리 분노만 퍼붓고 있다니. 아, 이 시에 비친 우리의 생생한 민낯이여.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중에서 작은 상자는 젖니를 갖고 있다 그리고 짧은 길이와 좁은 넓이와 작은 공허 그 밖에 모든 것을 갖고 있다 작은 상자는 계속 자란다 한때 상자가 들어 있던 벽장이 이제 상자 안에 들어와 있다 작은 상자는 커지고 커지고 더 커진다 이제 방이 상자 안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집과 도시와 대지도 그리고 이전에 상자가 들어가 있던 세계도 작은 상자는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는 애타게 고대한 끝에 다시 작은 상자가 된다 이제 그 작은 상자 안에 축소된 전 세계가 있다 당신은 그것을 쉽게 주머니 안에 넣을 수 있고 쉽게 훔칠 수도 쉽게 잃어버릴 수도 있다 작은 상자를 조심하라 현대 유고슬라비아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시인이다. 하여 그의 시는 독자들로 하여금 놀라움과 재미 그리고 다소의 불편함으로 가닿게 한다. 그것은 그의 상상력의 진폭이 매우 크고 무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어 거북함과 함께 낯설음을 동반하기 때문. 그의 시가 제시하는 독특하고 색다른 세계는 사물의 의미나 가치가 고정된 게 아니다. 그의 상상력은 일상과 전혀 색다른 영역으로 가 닿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상징 중 몇 개는 ‘상자, 별, 늑대’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상징으로 그의 시적 사유를 객관화하고 있다. 이 시의 의미는 바로 이 시의 핵심이미지라 할 수 있는 ‘작은 상자’가 상징하는 의미를 여는데서 출발할 수 있다. 우선 작은 상자는 젖니, 짧은 길이, 좁은 넓이, 작은 공허 그 밖에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계속 자란다. 그리고 종국에 그것이 들어가 있던 벽장이나 그 밖의 것들을 다 품기도 한다. 이렇게 스스로의 한계를 허물고 나아가 끝내 자신이 출현한 배경 전체를 자신의 영역 안으로 감싸고 안아버리는데. 나중에는 그것이 작은 상자로 변하여 그 안에 축소된 전 세계를 가두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쉽게 주머니 안에 넣을 수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작은 상자를 조심하라. 그러지 않기 위해 당신은 매순간 조심, 조심해야만 한다.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 「작은 상자」 중에서 그 집 마당에는 대추나무가 있다 엄마는 주인집 몰래 푸른 대추를 따주었다 엄마는 팔이 길어 골라 딸 줄 알았다 하루에 세 개 이상은 따주지 않았다 감쪽같았다 세수를 하다 말고 손톱으로 비누를 긁어 놓으면 밤에 엄마는 쥐가 갉아먹었다고 소리를 쳤다 내일은 쥐약을 뿌려야지, 불이 꺼졌다 쥐약은 파란색이다 반짝거린다 나는 어둠 속에서 쥐처럼 손톱을 물어뜯었다 노오란 비누맛 감쪽같았다 모든 것은 재빠르고 흔적도 없었다 이깟 쥐 사는 방, 주인 여자와 싸우고 이사하던 날 엄마는 남은 쥐약을 대추나무 아래에 파묻고는 발로 나무를 콱 쥐어박았다 푸른 대추 후두둑 떨어졌다 마당에 붙어 줍고 있는 내 손을 몹시 후려치자 몇 알 도로 굴러가 버렸다 손을 다치면 손가락을 쪽쪽 빠는 거지만 나는 차마 입에 가져가지 못해 손등을 바지에 문지르고 서 있었다 엄마 무릎 사이에 끼어 용달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나는 주먹 안에 남은 한 알 얼른 입에 넣었다 감쪽같았다 나는 아무리 약을 쳐도 죽지 않는, 쥐처럼 골목을 옮아갔다 시인의 성장체험이 깃든 시다. 새마을운동이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 가난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살던 때. 시인의 가족사는 무엇보다 가난이 지배하고. 집이 없어 세를 내며 이곳저곳 옮겨 살아가는 서러움만 무성하다. 시인의 가족사에는 아버지와 남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1970년대 우리 문학에 나타난 아비상실, 아비부재의 모티프가 짙게 깔려 있다. 아비는 부권의 상징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국가의 주권이며 권력인 셈. 주인집 마당에는 대추나무가 서 있다. 가난 위로 우뚝 솟은 대추나무. 그것을 두고 주인과 가족 사이엔 긴장이 팽팽하다. 그건 손만 뻗으면 닿는 대추와 그걸 지키려는 주인이 한 울타리 안에 살기 때문. 그때는 CC TV도 없었다. 엄마는 나에게 세 개씩 따주는 요령으로, 나는 비누를 갉아놓는 요령으로 그물망을 빠져나가는데. 그 사이 애꿎은 쥐만 욕을 먹는다. 모든 갈등은 쥐를 핑계로 풀려다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이사 가는 날. 엄마는 남은 쥐약을 대추나무 아래 묻고 나무에 발길질을 한다. 이내 푸른 대추알 후두둑 떨어져 뒹군다. 잠시 후 나는 주먹 속에 꽉 움켜쥐고 있던 대추 한 알을 감쪽같이 입에 쏙 넣었다. 그것은 내가 엄마 무릎 사이에 끼어 용달차를 타고 하염없이 그곳을 떠나오던 중의 일이었다. --- 「쥐 」 중에서 |
|
머리말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5권을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의 책 발간을 마무리한다. 필자는 2011년 9월부터 [대전일보]에 매주 화요일마다 ‘김완하의 시 한 편’이라는 칼럼을 연재하였다. 독자들과 시를 통한 소통의 관점에서 시도된 이 글쓰기는 독자들의 관심과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어느 독자는 발표될 때마다 전화나 문자로 격려해주고 관심을 표출하며 열정을 보여주었다. 6년에 걸쳐 이루어진 연재에 320여 편의 시가 소개되었다. 이러한 글쓰기는 시적 관심을 확대시키고 시의 대중화에 어느 정도 부응했다고 믿는다. 이 연재는 2017년 연말까지 지속되었다. 시와 스토리텔링 차원에서 시 읽기의 패턴을 새롭게 모색하고 시적 사유를 확대하는 일은 곧 우리 삶의 영역을 확산시켜 가는 일이기도 하였다. 그 내용을 모아서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제1권을 출간한 것은 2014년 6월이었다. 이를 계기로 대전문학관에서 시민들과 함께했던 문학콘서트는 매우 즐거웠다. 시가 소개된 여러 명의 시인을 초대하여 자신의 시를 낭독하게 하고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함께 마음을 모았다. 이러한 시간은 문학적 소통이라는 측면으로 나아가는 통로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시리즈로 출간하여 2015, 2016, 2017년까지 이어 4권을 냈다. 그러나 5권은 해를 넘겨 2020년에야 출간하는 것이다. 이 글쓰기에 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애초의 계획이 5권까지 출간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 사이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도 있었다. 이를 통해 시를 읽는 일도 사회나 시대적 흐름과 다층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문학과 역사 사회와의 관련성 외에도, 시를 읽는 필자의 시각이 다양하게 변화되기 때문이다. 통상 시의 선택은 계절과 사회 분위기, 관심사 등을 반영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시 해석에는 끊임없이 그 시대와 흐름이 개입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필자는 2016년 2월부터 1년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로 두 번째 연구년을 가서도 신문 연재를 지속하였다. 그렇게 미국에서 1년을 보내며 우리 시를 돌아본 것은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다. 그것은 한국과의 시간과 공간적 거리를 넘어 시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효과를 주었기 때문이다. 국내의 공간과 시간의 벽을 벗어나 우리 시를 살피는 계기를 가질 수 있게 하였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자에겐 세계 속의 한국문학이라는 화두가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오는 기회가 되었다. 최근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는 아시아를 넘어 미주와 유럽 등 세계 곳곳으로 전염되어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직 그 국면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를 미루어보면 ‘세계는 하나’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런 의미로 이제 세계는 이념의 대립이나 인종 간 갈등이 아닌, 소통과 협력과 상생이라는 화두 속에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코로나 19의 도전과 함께 그것을 위무하고 감싸고자 하는 문화 예술을 통한 노력. 우리는 앞으로도 이러한 두 세계의 공조를 이루면서 삶을 유지해 갈 수밖에는 없을 듯하다. 그것이 문화와 예술의 태생적 기능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다시 시란 무엇인가를 물어본다. 그동안 함께해 준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2020년 5월 김완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