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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시인의 꿈과 상상력
천 탑 만 탑 종이 탑 쌓으며 정일근 작은 돌은 얼마나 행복할까 에밀리 디킨슨 어떤 시인의 초상 유재철 망종 이길섭 a-3 이인철 + AI 창세론 엄태지 잠이 안 와요 유인선 물방울 장 욱 무인도 안현심 원숭이는 날마다 나무에서 떨어진다 이진숙 막힌 길 이관묵 한밤중에 이상국 공갈빵이 먹고 싶다 이영식 대전천에서 이영옥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홍영철 엄마를 지배하는 것은 뭘까 정이랑 돼지머리 최종천 밥이라는 앞 박해람 단풍나무 아래서 이해인 깻잎전 이태관 단풍 드는 날 도종환 옛 우체국 앞 자전거 곽효환 뿔 이복현 우는 돌 이종만 견인 휘 민 살판 이정오 그림자밟기 김지윤 환생幻生 오민석 물을 기르다 안채영 바위를 낚다 이병연 나이를 먹는다는 것 박보현 뒷바퀴의 반란 문성해 1층에서 상영되는 모든 영화 양안다 나무의 기도 김호길 동백꽃 연가 김동준 동물성 바다 고완수 아파트에 내리는 눈 양애경 허공이 키우는 나무 김완하 봄날 이준관 스티로폼 공화국 김만수 염노교 적벽회고 소 식 나무늘보 함명춘 나무의 언어 이우걸 휘파람 최백규 어느 날의 과자 김승강 단추 이인주 시는 사실이다 김석환 우리는 가볍게 웃었다 문태준 용돈 엔젤라 정 바람에 기대어 신호철 청포도 이육사 넝쿨손 양안나 바둑 정호승 주름 하나를 지우고 최태랑 꽃과 함께 식사 주용일 돌 전 형 우리에게 이성률 화석化石 박헌오 오독誤讀 구석본 정거장에서의 충고 기형도 시를 읽는 기쁨 - 현실과 이상을 통합하는 지혜 김완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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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마흔 해 살고 나니 나무에 제일 미안하다
내가 쓴 천 수백여 편의 시를 받아준 순백의 종이가 모두 나무서 왔다고 생각하니 내 죄가 무겁다 가지를 키우던 몸을, 잎 달고 꽃 피우던 그 가지까지 쳐내 삶고 끓여 만든 귀한 종이에 시를 고이 받아낸 일보다 쓰다 버리고 그래서 박박 찢어버린 종이가 더 많았으니 이를 어쩌랴, 열매 달아주듯 그 열매에 씨앗 품어주듯 달콤하고 향기롭고 빛나는 시를 달아주지 못했구나 거기다 욕심 많게 열네 권의 시집을 낸 죄는 더 크다 팔리지 않아 한 번 펼쳐지지 않고 폐지 분쇄기에서 갈기갈기 찢겨 버려진 종이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내 죄 내가 알기에 알아서 벌을 받으라고 하면 나는 폐지 줍는 등 굽은 노인이 되어 살아야겠다 온종일 거리 곳곳에 버려진 폐지를 줍다 손가락이 곱고 손이 몽당연필처럼 닳아지도록 혹독한 벌 받고 싶다 손수레 한 대 끌고 나가 폐지 보면 절하며 주워 담으며 그 수레에 폐지로 삼층탑 오층탑을 쌓아야겠다 폐지로 천 탑 만 탑 쌓아 나무들의 극락왕생을 빌고 싶다 폐지에 절하다가 허리가 꺾어져 이마가 땅에 닿을 때까지 시인으로 살다가는 죗값 받아야 할 것 같다 쉬는 날은 나무 앞에서 종아리 걷고 나무 회초리를 맞아가며 잘못을 빌며 이승에서 지은 죄 이승서 다 갚고 세상 떠나 다시 산다면 바람 세찬 언덕의 나무로 서 있고 싶다. 시인으로 사십 년을 살아온 시인의 자기 고백성사다. 시인 마흔 해 살고 나니 무엇보다 나무에 제일 미안하다고. 프랑스 시인 말라르메는 시인으로 삶의 핵심을 백지의 공포라 했다. 시인으로 사는 삶의 어려움을 백지 볼 때마다 공포로 느낀다 했으니. 우린 너무 종이를 함부로 대한 게 아닌가. 절제 없이 쓰다 버린 것이 아닌지. 이때의 백지란 일차적으로 원고지를 말하지만. 다음은 우리 삶의 시간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니 이 두 겹 백지에 대한 공포를 동시에 짐 지고 사는 게 시인의 삶 아닌가. 시인은 이제 남은 생을 폐지 줍는 등 굽은 노인 되어 살겠다 한다. 손수레 끌고 폐지에 절하여 모셔 삼층탑 오층탑을 쌓아야겠다 했다. 절하다 허리가 꺾어져 이마 땅에 닿을 때까지 죗값을 받겠다 했으니. 아, 이 세상을 떠나 다시 산다면 바람 세찬 언덕 나무로 서 있고 싶다 하였으니. 그리하여 그 나무의 온몸으로 이 세상 풍파를 조금이나 막고자 함이겠다. 그 나무 울창한 줄기 드리워 그늘로 온 마을 사람들 품어 지켜주기 위함이겠다. 그러니 진정한 고백성사는 시가 되었다. 그렇다. 이 세상의 시는 다 고백성사다. ---「정일근- 천 탑 만 탑 종이 탑 쌓으며」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