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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의 시속의 시 읽기 3
김완하
맵씨터 20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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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염소와 나와의 촌수 복효근
칠백만원 박형준
젓갈골목은 나를 발효시킨다 이가희
창 노향림
고요의 결 조창환
계백의 달 윤순정
9월 헤르만 헤세
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 김기택
투명에 대하여 허영자
영동에서 김사인
뺄셈의 춤 이성미
풀의 증상 최문자
공 안명옥
야간 학교 권기만
생각의 사이 ?김광규
로스트볼 최정란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회전목마 황성주
금강 안홍렬
갑천에서 김명수
한빛에게 주는 시 도한호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24시 편의점 이은심
나이테 송계헌
봄비 이수복
신발의 꿈 강연호
바지를 입는 법 강기화
식당 프랑시스 잠
저녁의 정거장 천양희
모래 이형기
봄 밀레이
봄밤 김대성
그 속은 아무도 모른다 김도연
콩 박재현
모든 삶이 나에게 정공량
늙은 황소의 눈물 김형태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김선우
집들의 감정 마경덕
어머니 손기섭
당신 곁에 타고르
집시 세 사람 레나우
꽃의 일생 유재철
배추꽃 최대규
생각하는 관계 이만섭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이외수
국경 간이역에서 배정웅
수리수리 코끼리 백애송
별 권선옥
시간을 잃기 위하여 김경년
캘리포니아 킹 사이즈 전희진
내 안의 노루귀 김광순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박 준
조국 정완영
아르바이트 소녀 박후기
합장 고?은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송찬호
어린 것 나희덕
엄숙한 시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절간이야기 조오현
접는 의자 이은봉
(연재순)

? 시를 전하는 따뜻한 문을 열고

저자 소개 1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0년에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되었다. 1987년 『문학사상』으로 시인 등단하였으며 2002년에 계간 『시와정신』을 창간하였다. 2010년, 2016년 UC 버클리 객원교수로 미국 버클리에 머물며, 해외문학에 관심을 기울여 버클리문학협회를 창립하고 『버클리문학』을 창간하였다. 2023년 8월 말에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를 정년퇴임하고 시와정신아카데미를 열어 시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집_ 『길은 마을에 닿는다』,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0년에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되었다. 1987년 『문학사상』으로 시인 등단하였으며 2002년에 계간 『시와정신』을 창간하였다. 2010년, 2016년 UC 버클리 객원교수로 미국 버클리에 머물며, 해외문학에 관심을 기울여 버클리문학협회를 창립하고 『버클리문학』을 창간하였다. 2023년 8월 말에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를 정년퇴임하고 시와정신아카데미를 열어 시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집_ 『길은 마을에 닿는다』,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 『네가 밟고 가는 바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절정』, 『집 우물』, 『마정리 집』.
시선집_ 『어둠만이 빛을 지킨다』, 『꽃과 상징』.

저서_ 『한국 현대시의 지평과 심층』, 『중부의 문학』, 『신동엽 시 연구』, 『한국 현대 시정신』, 『신동엽의 시와 삶』, 『우리 시대의 시정신』,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1~9권, 『김완하의 버클리 통신』 등.

공저_ 『한국문학의 이해』, 『대표 시 대표 평론』, 『시창작의 이해와 실제』, 『시창작에 이르는 길』, 『현대시의 이해』, 『생으로 뜨는 시』 1~2권, 『시와 문화콘텐츠 창작』, 『시창작과 문화콘텐츠』 등.

수상_ 소월시문학상 우수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대전광역시문화상, 충남시협 본상, 한남문인상, 제1회 자랑스러운 대전예술인상 대상, 제60회 잡지의 날 문체부장관 표창.

경력_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UC 버클리 객원교수, 버클리문학 자문위원, 한남문인회 회장, 발행인문인회 회장, 문사문학회 회장, 한국문예창작학회 부회장, 한국잡지협회 이사, 계간 『시와정신』 발행인 겸 주간, 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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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30*200*20mm
ISBN13
9791185923185

책 속으로

염소와 나와의 촌수
복효근(1962~ )

햇살 짱짱한 봄날
팔순 어머니와 나와 내 딸 선혜, 인혜와
산모퉁이 돌아가며 냉이를 캔다
저 쪽 언덕엔
겨우내 새끼를 낳았나 보다
비쩍 마른 어미 염소가 새끼를 데불고 나왔다
염소와 사람 촌수가 이렇게 가깝구나
풀과 나물이 한 끗 차이듯
초식의 유습을 공유한
한 끗 차이도 안 되는 짐승으로
우리는 새순을 뜯으며
함께 햇살을 나누고 있구나
오늘은 전생과 내생도 한 뼘 차이로 가까워서
어머니는 전생의 기억을 더듬으며
손녀들에게 자꾸자꾸 풀이름을 가르치는데
아무래도 나는
저 염소에게 가서
댁의 성씨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봐야 되겠다

요즈음 같은 봄날의 한 풍경일 것이다. 구질구질한 사회의 일들일랑은 잠시 잊어버리고 우리 동화의 나라로 들어가 볼까. 시인에게는 복도 많은지 딸이 둘이다. 햇살 짱짱한 봄날 산모퉁이에는 팔순 어머니와 시인의 두 딸이 냉이를 캐고 있다. 냉이 뿌리에서 퍼진 향기가 골짜기에 가득했을 것. 또 저쪽에는 겨우내 새끼를 낳았는지. 비쩍 마른 어미 염소가 새끼를 데리고 마실을 나와 있다. 염소 새끼의 숫자는 밝히지 않았으되 대략 세 마리가 적당할 듯싶다. 염소는 두 딸에 아들이 하나일 것. 그러므로 이 시에서 인간이나 염소 모두 여성의 세계가 지배적인 듯. 봄날은 대지의 모성이 강한 것으로 풍요와 다산의 기대감으로 한껏 부푼다.
봄날은 우리에게 염소와 촌수를 따져보게 한다. 시인의 어머니가 두 딸을 데리고 냉이를 캐고 염소도 새끼들 거느리고 풀을 뜯느니. 오늘은 전생과 내생도 한 뼘 차이로 가까워. 시인은 이런 평온한 세상의 한나절 맞이해 저 염소에게 가 댁의 성씨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봐야 되겠다 한다. 이렇듯 사람과 동물과 풀과 나물이 하나로 통하는 시간. 그렇게 생명의 선상은 모두 평등한 것. 그러므로 봄은 염소와 사람 촌수 가깝고 풀과 나물도 한 끗 차이일 뿐이다.


칠백만원
박형준(1966~ )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식구들 몰래 내게만
이불 속에 칠백만원을 넣어두셨다 하셨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이불 속에 꿰매두었다는 칠백만원이 생각났지
어머니는 돈을 늘 어딘가에 꿰매놓았지
대학 등록금도 속곳에 꿰매고
시골에서 올라왔지
수명이 다한 형광등 불빛이 깜빡거리는 자취방에서
어머니는 꿰맨 속곳의 실을 풀면서
제대로 된 자식이 없다고 우셨지
어머니 기일에
이젠 내가 이불에 꿰매놓은 칠백만원 얘기를
식구들에게 하며 운다네
어디로 갔을까 어머니가 이불 속에 꿰매놓은 칠백만원
내 사십 줄의 마지막에
장가 밑천으로 어머니가 숨겨놓은 내 칠백만원
시골집 장롱을 다 뒤져도 나오지 않는
이불 속에서 슬프게 칙칙해져갈 만원짜리 칠백 장

시인은 아직도 장가를 못 간 노총각. 어머니 기일에 어머니께서 생전에 이불 속에 꿰매놓으셨다는 칠백만원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하며 운다. 어머니는 내게만 칠백만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다. 그렇게 어머니는 자식들 하나하나에게 한가지씩의 비밀을 심어놓으셨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디로 갔을까 어머니가 이불 속에 꿰매놓은 그 칠백만원이. 어찌 어머니의 사랑을 칠백만원으로 비유할 수 있겠는가. 사실 내가 찾는 것은 돈 칠백만원이 아니라 어머니의 흔적 아니, 어머니 자체일 것이다. 이제 어머니는 이 지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자식이 길을 떠날 때나 먼 곳에서 찾아온 친척이 돌아갈 때면 어머니 속곳에서는 여지없이 꼬깃꼬깃 접힌 종이돈이 나왔다. 이거 가지고 가다가 배고프면 뭐라도 사먹으라고, 어른을 찾아뵐 때는 절대로 빈손으로는 가지 말라고. 손 안에 꼭 꼭 쥐어주시던 사랑. 그 돈 몇 장을 쥐고서 길을 가면 그렇게 든든하던 때가 있었다,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거기 정자나무 아래 어머니는 손사래 치며 어서 가라고 어서 가라고 서 계시곤 하셨지. 이제 시인이 각시 얻어 장가를 간다고 해도 반겨주실 어머니 안 계시는데, 이불 속에서 슬프게 칙칙해져갈 만원짜리 칠백 장.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머리말]

UC 버클리에 와서 시를 읽다

연구년으로 UC 버클리에 와서도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를 계속하고 있다. 1주일마다 시 한 편씩을 읽고 원고를 작성하여 한국의 일간지에 메일로 보낸 뒤 이곳보다 16시간 정도 빠르게 발표되는 것을 인터넷으로 확인하였다. 이번의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3권은 그 결과로 나오는 것이다. 미국에서 1년을 지내면서 우리 시를 돌아보는 것은 색다른 의미가 있기도 하다. 그것은 한국과의 시간과 공간적 거리를 넘어 시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효과를 주었다.

지난 10월 8일은 미국의 LA 부근에서 열리는 ‘제13회 민족시인 문학의 밤’에 초청되어 이육사, 윤동주, 이상화 그리고 한용운 시인의 민족의식을 이야기하고 왔다. 우리는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테러와 사고, 사건, 지진, 홍수, 화재 그리고 수많은 자살과 살인으로 얼룩지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이러한 오늘에도 그들의 민족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그 가치가 민족이나 한 국가적 차원에 갇히거나 고립되었던 것이 아니라, 글로벌하고 선구적이며 개척적인 면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분들의 민족이나 민족의식은 절대로 폐쇄적으로 닫혀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들이야말로 앞서 세계화했던 분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그분들의 민족의식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새로운 가치를 일깨워주며 더 깊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 행사 다음날은 한국의 국경일 한글날이었다. 한글이야말로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이자 한국 사람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가 아닌가. 지금 미국은 11월 8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힐러리와 공화당의 트럼프가 격돌하고, 양당이 향후 미국사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를 세우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다. 연일 신문 지상에 쏟아지는 기사들은 참으로 한국 시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미국 사회에 인종 간 갈등은 각 지역마다 산재해 있고, 특히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난받고 있는 흑인에 대한 총격은 정당방위다 아니다 하며 대단히 소란스럽다. 그런데도 이런 사건은 눈만 뜨면 새로운 지역에서 줄지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미성년자들의 총격으로 벌어지는 사건은 정말 황당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세기 속에서도 시를 쓰고 또 시를 읽는 것이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시를 쓰고 또 읽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절박함을 향한 몸부림일지 모른다. 어쩌면 이러한 경험을 넘어서야만 진정한 시의 길이 모색될 수 있을 것 같다. 시란 이러한 상황에도 더 적극적으로 가 닿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를 읽고 책을 내는 필자와 이것을 읽게 될 독자들과의 따뜻한 만남의 기대와 희망을 가져본다.

2016년 11월
김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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