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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발단 _오인 유괴 7
2장 전도 _건네지 못한 몸값 49 3장 목격 _부상한 남자 89 4장 증인 _호출된 탐정 135 5장 침입 _앉아 있는 시체 179 6장 밀실 _비논리적이기에 믿다 213 7장 폭로 _무너져내린 엄마 263 8장 진상 _심판은 누가? 309 작가 후기 365 |
Rintaro Norizuki,のりづき りんたろう,法月 綸太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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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내 부주의 때문이다. 발밑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 p.94 정상적인 사고가 완전히 멈춰버렸다. 우스꽝스럽게도 온몸을 관통하는 고통의 감각만이 마지막 남은 의식의 거푸집이었다. --- p.94 내가 나인 한, 내 과거를 물에 흘려보낼 수가 없다. --- p.107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다른 존재가 내 육체를 빌려서 그 부패한 정신을 저당잡고 내게 들이민 것 같은 심정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두려운 건 내가 모르는 다른 존재라 해도, 그 역시 내 일부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 p.133 시게루가 내 피를 이어받은 자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거짓말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미치코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시게루가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p.144 내 비열한 행위를 잊으려면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인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 p.147 끔찍하게 비열하고 추악한 이기주의자가 여기 있다. 착한 인간이란 가면을 쓴 기생충. 위선이란 갑옷을 입은 비겁한 사기꾼. 그게 나다. --- p.284 무릎 꿇은 자세로 내 과거와 현재를 저울질해봤다. 아이와 아내를 저울에 올렸다. 나 자신의 선과 악을 저울에 올렸다. --- p.295 “자기 아들을 죽이는 아빠가 세상에 어디 있어!” --- p.305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는데, 하지 못했다. 지금 하지 못한 말은, 아마 평생 못할 것이다. --- p.324 이야기는 그 자체로 너무도 교묘했다. 유일한 결점은,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 p.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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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 유괴로 불거진 가족의 어두운 서사
“오늘, 내 아들이 죽었다. 나는 그애가 세상에서 사라져주길 바랐다.” 아들 다카시가 유괴됐다는 아내의 전화에 야마쿠라 시로는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가지만, 정작 다카시는 제 방에 얌전히 누워 있었다. 아들을 유괴하려던 남자가 그 아들의 친구 시게루를 오인 유괴한 뒤 야마쿠라의 집으로 아이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사건의 전말을 파악한 야마쿠라는 절망한다. 사실 다카시는 양아들이고, 시게루야말로 한 여인(미치코)과의 불륜관계에서 태어난 야마쿠라의 친아들이기 때문이다. 이 비밀이 누설될까봐 두려운 야마쿠라는 자기 아이 대신 유괴된 아이를 구한다는 허울을 쓴 채 직접 범인에게 몸값을 전하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약속 장소를 계속해서 바꾸는 범인에게 휘둘리며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심한 트랜스상태에 빠지고, 마지막 장소에 도착하기 직전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정신을 잃는다. 결국 시게루는 살해되어 유기된다. 시게루의 주검을 안고 울부짖는 미치코 앞에서 야마쿠라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자책감에 휩싸인다. 그는 친부로서 분노하고 범인을 찾아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이 감정들과 함께 마음속에 피어난 석연치 않은 감정 때문에 이물감을 느낀다. 좌절감이나 죄의식과는 완전히 다른 무엇, 마음 깊은 곳에서 친아들의 죽음에 대해 안도하고 기뻐하는 자신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도미사와 시게루의 생명을 빼앗은 범인을 용서하지 못한다. 동시에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시게루의 죽음을 환영하는 자신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18쪽) 아들의 죽음을 애통해하면서도 존재 그 자체를 부정하려는 비정한 부정(父情),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고백과 은폐의 득실을 반추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독자는 인간 안에 떠다니는 무수한 사념과 양가감정을 체험하게 된다. 특히 시게루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태도에서 어렴풋한 꺼림칙함을 느꼈던 야마쿠라가, 자신이 유괴 용의자에게 가한 폭력의 성질에 대해 생각하고 경악하는 부분은 의식의 허를 찌르는 통렬한 장면들 중에서도 단연 압권이다. 나는 시게루를 죽인 남자에게 정의의 철권을 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어쩌면 나는 스스로를 질책한 게 아닐까? 내 안에 존재하는 아버지로서의 내가 저지른 죄를 미우라라는 속죄양에게 뒤집어씌운 데 불과하지 않을까? (…) 사실 나는 나 자신인 야마쿠라 시로라는 남자를 질타하고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두들겨 팼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133쪽) 이야기는 교묘했다, 그러나 완전한 착각이었다 “믿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노리즈키는 가차없이 내 희망을 부숴버렸다.” 아들을 죽게 만든 아버지로서의 죄책감과 치욕감을 무마하고, 자신을 향한 미치코의 분노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꼭 제 손으로 범인을 잡아야 했던 야마쿠라는 강력한 용의자를 붙잡아 경찰에 넘기지만 그는 무혐의로 풀려난다. 그에게는 사건 당일 경찰의 신뢰를 받는 린타로 탐정과 함께 있었다는 철벽의 알리바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 사건과 깊은 관련을 가진 남자가 밀실에서 살해되고 그가 남긴 다잉메시지가 유일의 단서로 떠오르지만, 상황은 아무런 진척 없이 주변인물 모두가 용의자인 출발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범인은 누구인가? 숨은 피해자이자 제1의 용의자인 친부 야마쿠라인가. 아무것도 모르는 그의 아내인가. 아이를 잃은 엄마 미치코인가. 미치코의 과묵한 남편인가. 양아들의 친부인가. 아니면 야마쿠라가 저지른 과오를 이미 알고 압박해오던 장인인가. 이 시나리오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그는 진정 누구를, 무엇을 노렸던 것인가. 모두가 범인이 될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럴듯한 동기와 시나리오가 있었다. 야마쿠라 시로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 각자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너무도 교묘했고, 유일한 결점은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1의 비극』은 탐정이 등장하는 본격미스터리지만 수수께끼 해결 이후의 여운이 더 짙은 작품으로,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할 가족에게 모순적이고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갖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섬뜩함을 각인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