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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미답봉 _ 008
1장 환각의 거리 _ 025 2장 돌아오지 않은 남자 _ 055 3장 굶주린 늑대 _ 091 4장 얼음 송곳니 _ 117 5장 고고한 인간 _ 141 6장 능선의 바람 _ 165 7장 그랑드 조라스 _ 187 8장 사가르마타 _ 235 9장 암벽의 왕 _ 261 10장 독사의 거리 _ 301 11장 다사인 축제 _ 339 12장 산악귀 _ 379 13장 구르카 _ 405 14장 셰르파 마을 _ 451 15장 어머니의 목걸이 _ 489 16장 산의 늑대 _ 531 17장 빙하로 _ 577 18장 아이스폴 _ 611 19장 회색 투름 _ 627 20장 진상 _ 687 21장 정상으로 _ 713 22장 신들의 자리 _ 739 23장 산랑전 _ 745 종장 미등봉 _ 779 작가 후기 _ 805 문고판 후기 _ 814 해설 _ 816 |
Baku Yumemakura,ゆめまくら ばく,夢枕 ば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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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6월 8일 12시 50분 표고 7,900미터 그것은 아름다운 가로줄무늬가 새겨진 거대한 흑석(黑石)이었다. 삼엽충 화석이다. 손에 쥐자 묵직한 무게가 느껴진다. 오른손 장갑을 벗어 손끝으로 만져본다. 손가락은 얼어버린 것처럼 감각을 잃어 홈을 만졌다는 감촉이 전해지지 않는다. 8,848미터 정상 대신에 이 삼엽충 화석이 내 전리품이다. 이것은 아마도, 아니 분명히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장소에서 발견된 화석이 될 것이다. 어떠한 힘이 바다 밑바닥을 이처럼 하늘 높이까지 밀어올린 걸까. 이런 생물이 어쩌다 이런 높이의 바위 속에 파묻히게 된 걸까. 삼엽충뿐만이 아니다. 히말라야 각지에서 암모나이트와 같은 화석이 발견된다. 대체 어떠한 의지와 힘이 하나의 생명을 이와 같은 높이까지 이동시킨 것일까. 나는 손가락이 얼어붙기 전에 장갑을 다시 끼고 지퍼를 내려 삼엽충 화석을 안에 담았다. 지퍼를 닫자 삼엽충 화석 무게만큼 무거워 진 게 느껴진다. 그래도 저 쓸모없는 산소통보다는 낫다.
--- p.11~12 낡은 카메라 한 대가 보였다. 주름상자와 렌즈 부분을 몸체 안에 수납할 수 있게 된 폴딩 카메라다. 카메라맨이라는 직업상 겉모양만 보면 그게 어떤 기종인지 짐작이 간다. 주름이 몸체 안에서 나와 피사체 쪽으로 렌즈가 향하게 되어 있다. 유심히 살펴보니 렌즈에 비스듬히 금이 가 있다. 중앙이 아니라 아래쪽에 난 금이라 다른 기능에 이상이 없다면 어떻게든 사진을 찍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렌즈에 저런 상처가 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면 렌즈 이외의 부품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런데도 묘하게 이 카메라의 형태가 맘에 걸린다. 어떤 사정으로 이런 물건이 여기까지 흘러들어 왔을까. 'KODAK’ 코닥사의 카메라였다. 그걸 읽게 된 순간 불가사의한 전율이 후카마치의 등을 스쳐지나갔다. 설마…. 그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괜히 심장 고동마저 빨라진 듯한 기분이 든다. --- p.32~33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일본에서 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후카마치?” 미야가와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사해봤어?” 그렇게 물었다. “조사해봤어. 틀림없어. ‘베스트 포켓 오토그래픽 코닥 스페셜.’ 맬러리가 1924년 에베레스트 등반 때 들고 간 기종이야.” 후카마치는 등산용품점에서 손에 넣은 카메라를 들었다. 이게 혹시 정말로 맬러리의 카메라라고 한다면…. 엄청난 일이다. 여차하면 히말라야 등반사가 뿌리째 뒤바뀌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내일이다. 내일 다시 한번 그 가게에 가봐야 한다. 심중에서부터 치솟아 오르는 흥분 때문에 후카마치는 호텔의 좁은 방안을 짐승처럼 몇 번이나 서성거렸다. --- p.53~54 “당신이 나라달 라젠드라에게 판 카메라와 관련해서 묻고 싶은 게 있다.” 코탐은 심약해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다시 후카마치를 바라봤다. “일본인한테 받았다던데?” “아, 아아.” 코탐이 고개를 끄덕이며 후카마치의 얼굴에서 뭔가를 살피는 듯한 눈길로 훑어봤다. “당신, 그 일본인과 친구?” “아니다.” 후카마치가 부정하자 코탐의 얼굴이 그제야 누그러진다. “비카르산이라고 한다.” “비카르산?” 네팔어로 독사라는 의미다. --- p.73 ‘비카르산’, 독사라는 이름의 남자가 그곳에 서 있다. 독사는 후카마치의 테이블로 천천히 다가왔다. 왼쪽 다리를 살짝 끌었다. 독사에 이어 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 예순은 넘겼음 직한 노인이었다. 카트만두 분지에 사는 체트리족이나 네왈족의 얼굴이 아니다. 좀 더 일본인에 가까운, 히말라야 고지에 사는 티베트인의 얼굴이다. 셰르파족이다. “실례합니다만, 이 사람에게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남자, 독사가 말했다. 한 단어, 한 단어씩 끊어 말하는 듯한 낮은 목소리였지만 틀림없는 일본어였다. --- p.77 그때 처음으로 후카마치는 남자의 왼손가락 중 두 개가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새끼와 약손가락. 후카마치는 문득 뭔가 엉킨 기억의 실타래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 이 남자를 알지도 모른다.’ 그런 감각. 남자를 봤다. 독사의 어깨와 굵은 목 주변에서 짐승의 냄새와도 비슷한, 숨 막힐 듯한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직접 만난 적은 없을지라도 멀리서 봤거나 사진으로라도 봤을 것이다. --- p.82 그래. 일어났으면 가야지. 가야지. 아무도 모르지만. 해냈다. 걱정하지 마. 했다. 해냈으니 내 거다. 나, 나 혼자만의. 자, 일어나. 체력이 한 방울이라도 남아 있는데 자다니 용서 못 해 난…. 잘 들어. 쉬지 마. 쉬면 내가 용서 안 해. 용서 못해. 쉬면 죽는 거야. 살아 있는 한 쉬지 마. 쉬지 못해. 내가,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것 하나. 쉬지 않는다. 다리가 안 움직이면 손으로 걸어. 손이 안 움직이면 손가락으로 걸어. 손가락이 안 움직이면 이빨로 눈을 씹으며 걸어. 이빨도 안 되면 눈[目]으로 걸어. 눈으로 걸어. 눈으로 가는 거야. 눈으로 노려보며 걸어. 눈도 안 되고 이것도 저것도 다 안 되면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정말로 안 된다면 정말로 안 된다면 정말로, 이제, 있는 힘을 다 했는데 이제 안 된다면 정말로 안 된다면 안 된다면 정말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다면…. 상상해. 온 마음을 다해서 상상해. 상상해…. 에베레스트에서 발견된 하부 조지의 수기 中 --- pp.742~7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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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소설의 새로운 고전이 탄생했다!”
제11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 제16회 일본모험소설협회 대상 수상!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조지 맬러리가 남긴 이 말은 우리가 산을 오르는 이유에 가장 명확한 대답으로 알려져 있다. 조지 맬러리는 1924년 영국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일원으로 에베레스트 북릉을 오르던 중 등반 파트너 앤드류 어빈과 함께 사라졌는데, 이들이 실종된 시점이 정상에 오른 뒤였는지, 오르기 전이였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고, 이는 히말라야 등반사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 최대의 미스터리를 모티브로 구상에서 집필까지 20년에 걸친 시간을 들여 세상에 나온 소설이 바로『신들의 봉우리』(리리刊)다. 전세계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유메마쿠라 바쿠의 대표작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완성한 극한의 리얼리즘 소설가 지망생이던 20대부터 ‘언젠가 산에 관해 쓰고 싶다’ 말했던 유메마쿠라 바쿠. 어느 때보다 완벽을 도모하기 위해 책을 집필하기 전 그는 히말라야에 직접 올랐고 삼장법사가 걸어간 길을 따라가기도 했으며, 알래스카 고원 기행 등의 거친 모험에 도전하기도 했다. 집필을 마친 후 유메마쿠라 바쿠는 ‘이 책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며 더 남은 말은 없다’는 소감을 남겼다. 저자가 실제로 몸을 갈아 넣으면서 얻어낸 극한의 리얼리즘으로 표현한 『신들의 봉우리』는 출간 이후 산악 소설의 새로운 고전이 탄생했다는 평을 얻었고 제11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제16회 일본모험소설협회 대상을 수상했다. 이제 다 쓰고 몸 안에 남아 있는 건, 없다. 전부 썼다. 전부 토해냈다. 역부족이었다 싶은 데도 없다. 구석구석 온 힘을 다 기울였다. 몸 안에 쌓아둔 걸 전부 다 꺼내고 말았다. 이 이야기에 변화구는 없다. 직구, 온 힘을 다 쏟아 부은 스트레이트. 이제 산에 대한 이야기는 두 번 다시 쓸 수 없으리라. 이게 최초이자 최후이다. 그런 이야기를 쓰고 말았다. 이만한 산악 소설은 아마 더 이상 나오기 힘들겠지. 그리고 아무나 쓸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제 항복할 텐가. 참나. _808p “최초로 정상을 정복한 자, 누구인가?” 에베레스트 등반사 최대의 미스터리를 둘러싼 모험! 주인공 후카마치 마코토는 카메라맨으로 일본 에베레스트 원정대에서 촬영을 담당했다. 등반에 실패한 후 우연히 들른 카트만두의 한 등산용품점에서 맬러리가 1924년 등반에서 촬영했던 것으로 추측되는 코닥 카메라를 얻게 되면서 조지 맬러리의 행적을 좇기 시작한다. 과연 1924년 조지 맬러리와 앤드류 어빈은 세계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던 것일까? 전 세계 산악계를 뒤흔들 최대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바로 그 카메라에 담겨 있다. 하지만 누군가 카메라를 훔쳐가고 후카마치는 그 행방을 좇는 중 한때 일본 산악계의 전설로 불리던 하부 조지를 만나게 된다. 일본으로 돌아가 하부에 관해 조사하면서 점점 산에 대한 하부의 집념에 빠져든 후카마치는 다시 네팔로 그를 찾아간다. 하부 조지, 전설의 등반가이자 자신이 죽게 한 파트너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남자. 그가 목표로 삼은 것은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에베레스트 남서벽 동계 무산소 단독 등정이었다. 영원한 물음 ‘왜 사람은 산에 오르는가?’ 어떤 생물의 생존도 불허하는 8,000미터 고공에서 지금 그 답을 토해낸다. 산이 거기에 있어서가 아냐. 내가 여기에 있으니까. 내가 여기에 있으니까 산에 오르는 거야. _573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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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엄청나다. 읽으면 온몸이 고동친다. 아아, 대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한가운데로 마구 찔러오는 호쾌한 직구다. 모략도 없거니와 특별한 세계도 없다. 남자가 오로지 내내 산에 오르는 이야기다. 고작 그뿐인데도 읽는 동안 심장이 두근거리며 고동친다. 그 압도적인 박력에 그저 신음만 토할 뿐이다.
산소가 희박한 정상에서 인간이 어떤 상태가 되는지, 그 극명한 디테일이 압도적인 박력으로 그려져 있다. 그곳은 신의 영역이라 한다. 신에게 사랑받은 자만이 등정을 허락받는다고 한다. 과연 하부 조지는 신에게 사랑받은 자인가. 그렇게 우리는 설벽을 오르는 그의 모습을 후카마치와 함께 숨을 삼키며 지켜보게 된다. 대단하다. 이런 소설을 나는 지난 20년간 기다려왔다. 그 기다림이 드디어 실현되어 정말로 기쁘다. - 기타가미 지로 (北上次郞 문학·미스터리 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