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서장 유토피아로 다시 돌아가다 : 남국(南國) . 훠샤오좡(火燒莊) 13
1장 비탈. 도망과 잠행 : 새로운 사물들 27 2장 보살 고기 한 솥 43 3장 잃어버린 자전거 여덟 대 91 4장 앉은뱅이 의자와 세면대 141 5장 기억의 유지 : 마음에 새기기 155 6장 저우메이후이의 말 205 7장 민슝 귀신의 집 227 8장 밤의 신이 내려온다 259 후기 늙은 메이후이의 백일몽 283 작가의 말 291 추천의 글 297 옮긴이의 말 321 |
張嘉祥
김태성의 다른 상품
어렸을 때 우리 집 화장실에서는 사람 크기의 밀랍인형 같은 옥녀가 나왔다. 옥녀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말은 하지 못하는 듯했다. 엄마의 손을 잡아끌고 다시 가 보면 이미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 p.11 낮의 마을은 정신(正神)이 관리하지만, 밤은 야신과 고혼들이 돌아다니는 시간이었다. 무섭긴 했지만 나는 이 야신과 고혼들이 마을을 이루는 자연 경물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12 『요재지이(聊齋志異)』라는 옛 이야기 책엔 「들개」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옛 전장에서 죽은 척하며 전투를 피한 한 병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투가 끝난 후에도 병사는 시체 더미 속에 그대로 숨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시신들이 일제히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들개들이 왔다. 큰일 났다!” --- p.18 녹색 터널을 지나면 그 밖으로 수많은 도로들이 서로 이어지면서 끝없이 펼쳐졌다. 앞을 향해 달릴수록 나는 훠샤오좡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갈수록 멀어져 마침내 나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 p.25 방문을 열어 보니 저우후이메이가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아이는 의식이 없었다. 죽은 쥐가 썩는 듯한 냄새가 건물 두 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때는 가장 무더운 8월이었다. 엄마 말로는 저우메이후이 아빠의 얼굴은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검게 변해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얼굴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 p.51 저우메이후이는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항상 대답 대신 간단한 손동작으로 반응하는, 이른바 ‘소리에 옷소매로 대답하는’ 말이 없는 여자아이였다. 만약 내가 똑같이 굴었다면, 맺고 끊는 게 분명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우리 엄마는 일찌감치 거친 말로 몰아쳐서 ‘소리로 대답하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저우메이후이는 그냥 내버려두었다. 나는 엄마가 그러는 게 그 애가 우리 집 애가 아니기 때문인 줄 알았다. 타인에게 비교적 예의를 차리는 걸로만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한번은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그 애는 야관불조(夜官佛祖)께서 육신의 몸으로 현신하신 거야. 너같이 한심한 녀석이랑 불조 신명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니.” --- p.53 한 마을에는 그 마을을 보호해 주는 정신(正神)뿐 아니라 사방에 야신(野神)과 음신(陰神) 들이 흩어져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신들은 문명 시스템의 개조를 거친 신령이 아니라 정령이나 귀혼과 신령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 영혼 이외의’ 귀신들이라서, 남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과 도둑질이나 구걸 행위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모시는 신이다. --- p.68 다이쇼 11년(1922년) 8월 30일에 《타이완 일일신보(臺灣日日新報)》에는 머릿기사로 한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베이터우(北投)에서 타이완 신사(지금의 위안산 인근)까지 승객들을 태우고 가던 버스가 도중에 사람 하나가 도로 한가운데 서 있는 걸 발견하고는 차를 세우고 그를 길에서 쫓아내려던 차, 사람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검은 개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고 한다. 기사는 차를 멈추고 후진하려 했으나 다시 나타난 검은 개가 거칠게 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개는 갑자기 몸집이 사람만큼 커지고 힘도 대단했다. 버스를 넘어뜨릴 정도였다. 기사는 승객들을 염려하며 인근 파출소로 가서 신고했다. 당시 유행했던 기이한 소문이자 잡다한 이야기 중 하나였다. --- pp.94-95 아버지는 한동안 담배를 끊으려고 시도했으나 금세 실패하고 말았다. 얼마 못 가서 계속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셔댔다. 술에 취할 때마다 아버지는 자기가 간 지수가 높다고 한탄을 했지만, 지금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4,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매주 그 작은 산에 가서 아보카도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체력 상태도 매일 실내에서만 일하는 나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 나는 아버지의 간 지수가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영역과 측정할 수 없는 영역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믿게 되었다. --- p.107 그날도 마찬가지로 어둠 속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나는 마침내 ‘그 무언가’를 보고 말았다. 그녀가 그곳, 아주 낮은 선반 위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세면대 옆에 여덟아홉 살쯤 된 어린 소녀가 앉아 있었다. 옛날식 붉은 옷으로 치장하고 머리는 두 갈래로 땋은 모습이었다. 창백한 얼굴의 양 볼엔 진하고 요염하게 연지가 찍혀 있고 입술에도 발려 있었다. 눈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 pp.143-144 문득 저 앞 아스팔트 길 위에 사람 넷이 가마를 메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불빛이 없는 저녁이라서인지 네 여자의 피부색은 약간 회색빛이 감도는 밀랍 같은 느낌이었다. 여자들은 현대인의 복장으로 가마를 메고 있고, 가마 위에는 흰 상의에 검정 치마를 입은 허수아비가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흰 먹물로 간단히 오관의 명칭을 쓴 비단 천이 매달려 있었다.- -- pp.152-153 |
역사의 뒤안길에 버려진 사람들이 온다
들판의 신, 밤의 신이 되어서 온다 공자는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을 실천했다고 한다. 공자 본인도, 그리고 그를 본받는 제자들과 군자들도 괴력난신, 즉 기괴하고, 초현실적이며, 흉흉한 사건과 귀신 혹은 온갖 신에 대한 이야기를 믿거나 입에 올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군자가 아닌 대부분의 민중들은 이야기를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귀신과 신이 등장하는 괴력난신의 이야기에 열광했다. 이는 ‘8백만 신의 나라’라고 불리며 유교의 영향이 일상에서 미치는 영향이 덜했던 일본을 포함하여 동아시아 전체가 공유하는 정서로, 귀신 이야기를 금기시하면서도 무엇보다 이에 빠져 드는 마음가짐이다. 동아시아에서 귀(鬼)와 신(神)은 같은 것의 양면과 같다. 죽은 자가 ‘귀’가 되고, 그가 잘 대접을 받으면 ‘신’이 된다. 특히나 타이완은 귀와 신의 경계가 한국처럼 분명히 나뉘지 않고, 각종 절기에 온갖 신령을 모시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다. 타이완 시골 자이현 민슝 지역. 이곳에서 태어난 소년은 늘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갑갑한 집을 떠나고, 망고 나무 그늘이 드리운 고향을 멀리 떠나고만 싶어서. 그의 친구인 소녀 저우메이후이는 귀신과 신을 보는 영안(靈眼)을 지닌 ‘야관불조’의 화신이다. 소녀는 제 아버지가 목매달아 죽은 천장의 선풍기 소리를 듣고, 소년은 마을 곳곳에서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로 이 세상 존재가 아닌 것들과 마주친다. 낮에는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정신(正神)이 다스리지만, 밤이 되면 들판의 신, 밤의 신인 야신(夜神)이 억울한 사연을 안고 죽은 초라한 귀신들을 데리고 행차하는 이곳. 이제 피와 눈물로 얼룩진 역사의 이면이 괴력난신(怪力亂神)의 힘으로 되살아난다. 타이완 시골 들판에서 펼쳐지는 초현실과 마술적 리얼리즘의 향연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타이완 남부 지역의 작은 산촌에서 나고 자란 작가인 ‘나’가 고향과 가정의 갑갑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다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땅으로 가게 된 ‘떠남’의 기억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정신적인 귀환을 실현하는 ‘돌아옴’의 기억, 그리고 과정을 자전적 형태로 서술한 소설이다.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유년의 기억과 그때의 심리가 타이완 고유의 불가와 도가, 토착 민간 신앙이 결합된 신화 혹은 귀신 이야기에 투영되어 전개되며, 허구적 요소가 비교적 적은데도 마치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처럼 특수한 형태의 판타지를 구성한다. 기본적으로는 스스로 타자화한 작가 개인의 삶의 기록이라는 사실선, 그리고 작가의 삶을 둘러싼 무수한 귀신들의 이야기와 이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탐구와 서술이라는 판타지선이 날줄과 씨줄로 텍스트 전체를 구성하면서 독특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장자샹은 유년의 기억을 지역 야사와 민간 신앙, 역사적 사실과 정치적 사건 등과 결합시켜 신선하고 담백한 수사로 재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판타지와 리얼리티라는 양극의 속성을 동시에 극대화시킨 타이완 시골 들판 기담이라고 할 수 있다. 피 맺힌 역사의 주인공들이 신이 되어 돌아오다 장자샹이 앨범 「야관순장」과 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를 발표하자 타이완의 음악계와 문단은 동시에 들썩였다. 이 젊은 예술가는 장제스, 장징궈 부자가 통치하던 시기에는 사용이 아예 금지되었던 타이완 고유어인 타이완어로 유년 시절의 경험과 고향을 떠나 이방인이 된 자의 행로를 그려 냈다. 타이완어는 중국 남부 지방의 방언인 민남어와 네덜란드어, 타이완 원주민어 등이 혼합된 복합적인 언어로, 현재 타이완에서는 공용어로는 표준 중국어(관화 혹은 만다린)를 사용하고 있지만, 타이완어의 사용도 이제 점차 다시 활성화되어 가는 추세다. 그는 창작을 시작하기 전에는 많은 타이완 젊은이들이 그러하듯 타이완어를 잘 구사하지 못했고, 음악 작곡과 연주 역시 거의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수단으로 타이완어로 쓰고 노래하는 음악과 문학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 같은 움직임에 현재 타이완 문단과 음악계에서 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동참하고자 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평론가들과 동료 문인들의 격찬을 자아 낸 것은 장자샹이 타이완의 피 어린 역사를 소환해 온갖 괴력난신의 이야기 속에 풀어놓았다는 점이다. 『밤의 신이 내려온다』의 숨겨진 역사적 배경에는 1947년에 벌어진 2·28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의 제주 4·3 사건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거장 영화감독 허우샤오셴이 걸작 영화 「비정성시」를 통해 담아낸 이야기가 바로 이 사건이다. 국공내전에서 패하여 타이완으로 도주해 온 장제스의 국민당 세력은 표준 중국어인 관화의 사용을 강요하고, 억압적이며 잔혹한 반공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1947년 2월 27일, 정부의 전매품인 담배를 사적으로 팔던 한 여성 행상이 단속반에게 심하게 폭행을 당해 결국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같은 단속과 억압에 진저리를 치던 타이페이 시민들은 항의에 나섰고, 곧 타이완 전역으로 이 물결이 퍼져나갔다. ‘본성인’인 타이완 시민들과 ‘외성인’인 국민당 정부군은 사실상 서로 언어조차 통하지 않았고, 내전에 가까운 충돌은 결국 2만 8천 명가량으로 추측되는 타이완인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막이 내렸다. 이 비극적인 사건 이후, 타이완에는 1959년부터 1987년까지 무려 28년 동안 계엄이 실시되었고, 수시로 백색 테러가 일어나 많은 이들이 투옥되거나 사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타이완 예술가들이 오랫동안 금지되었던 타이완어로 창작을 하고, 2·28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한국이 4·3 사건과 광주를 이야기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장자샹은 소설과 음악을 통해 2·28의 희생자 중 한 사람인 루빙친의 이야기와, 그 사건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후가 어땠는지를 사실과 허구로 엮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공적인 역사와 문서의 언어는 정서와 상처를 담지 않는다. 귀신과 신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중은 세계 어디에서나 환상과 공포, 슬픔이 어린 이야기들을 통해 옛 상처를 회복하고 오늘을 살아간다. 문학이 갖는 힘이 바로 이런 것임을 젊은 작가 장자샹은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
좋은 독서를 하고 나면 꼭 몸이 덥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창문을 열어 얼굴을 식혔다. 먼 여행에서 막 돌아온 사람처럼 내 동네의 밤냄새를 꼼꼼히 맡으며 방금까지 머물렀던 대만 자이시의 작은 마을 훠샤오좡을 생각한다. 훠샤오좡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회고적이면서도 전위적인 이야기는 환상과 리얼리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 형식적 낯섦 속에서 - 더군다나 대만의 지명이나 역사에 무지한 외국인인 나는 - 마음껏 기쁘게 어지러울 수 있었다. 훠샤오좡에서 태어나고 자란 화자 ‘나’의 삶에는 가족으로부터, 고향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는 지속적인 도망의 욕구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끝에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한 개인적 비감은 훠샤오좡의 곳곳을 떠도는 ‘야신’, ‘고혼’, ‘야관’ 같은 귀신이나 ‘선녀’, ‘나한’처럼 어딘가 정상의 경계 밖에 선 인물들을 통해 타인에 대한 비감으로 확장되고, 2·28 사건 같은 대만의 비극적 역사와 겹쳐지며 더 거대한 슬픔의 서사로 이어진다. 심지어 들개나 벌레들, 자전거와 절벽, 용안나무와 허수아비 같은 사소하기 그지 없는 것들에게까지 슬픔은 샅샅이 닿아 있다. 나는 산 자와 죽은 자, 생물과 무생물을 아우르는 이 슬픈 공평함에서 동시에 묘한 활기를 느꼈다. 어쩌면 이 역동적인 에너지는 독서 내내 함께했던, 음악가이기도 한 장자샹의 동명의 앨범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그저 타이완의 전통 악기와 록 사운드가 어우러지며 전달되는 느낌과 장자샹의 목소리에 깃든 정서에 의지해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아마도 나는 이 책과 음악을 분명 내멋대로 오해하고 있을 터이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들의 환상성에 아주 충실하게 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귀신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무섭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겐 귀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더 무섭다. 어디서든 조심스레 귀신 이야기가 시작되면, 나는 오싹하면서도 이상한 안도를 느낀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내 동생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귀신이 되어 이 세상을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서 귀신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함께 망고 나무 터널을 통과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런 생각을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의 원제는 ‘야관순장’이다. 밤의 신이자, 낮은 자들을 위한 신인 야관이 어둠 속을 순찰하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창문에 기댄 채로 봄밤의 미풍에 몸을 식히며 어둠이 내려앉은 나의 동네를 순찰하듯 둘러본다. 고양이 한 마리가 느긋하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고, 멀리서 누군가 재채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보이지 않는 것들이 저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을 것이다. - 요조 (가수, 뮤지션, 작가) |
장자샹이 그려내는 인물들은 자질구레하고 주변적이다. 간단히 말해 ‘하층 사회’에 속한다. 타이완 도시 변두리나 외진 농촌 구석에 존재하는 이 인물들은 외지에 나가 성공할 능력이 없다. 공간적, 사회적 탈출이 불가능하다.
이런 인간들과 함께 사는 떠돌이 귀신들과 버려진 혼귀들도 이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시골 들판을 배회한다. 이들은 신(神)은 신인데 신령이 아니고, 귀(鬼)는 귀인데 흉악하지 않다. 결핍을 떠안은 신세에 슬픔과 원망을 품고, 그들보다 더 무서운 거대 구조에 의해 통제당하고 있는 것이다. 귀와 신과 인간의 운명은 다르지 않다. 예로부터 타이완 대도시와 작은 시골에 존재해 온 귀신들은 이곳 민슝 지역뿐 아니라 타이완 전역에 두루 분포해 왔다. 장자샹은 담담하고 애수 어린 문체와 다큐멘터리 같은 기법으로 안개 자욱한 망고 나무 터널을 통과하여 독자와 청중들을 훠샤오좡이라는 마술적이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안내한다. 이는 일종의 신비한 소환이다. 장자샹이라는 이름의 집 나간 떠돌이를 고향으로 불러 들여, 그로 하여금 기억 속에 번뜩이는 기이한 존재들과 요괴들을 소환하게 함으로써, 현대 과학과 분류의 스펙트럼이 귀납하지 못하는 진실을 응시하게 하는 작업이다. - 정순총(鄭順聰)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