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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서
양장
천쉐김태성
글항아리 2025.06.13.
원제
惡女書
베스트
세계각국소설 top20 4주
가격
18,500
10 16,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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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신판 자서_소설의 운명

1. 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
2. 이상한 집
3. 밤의 미궁
4. 고양이가 죽은 뒤

후기_칭慶에게
어떤 악이 있다는 것인가?_양자오楊照
옮긴이의 말_어떤 유형의 정체성도 존중되어야 한다

저자 소개 2

陳雪

1970년 대만 타이중에서 태어나 대만 국립 중앙대학 중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소설집 《악녀서惡女書》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데뷔했다. 30년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천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묵직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대만의 중견 소설가이자 대만 퀴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장편소설 《다리 위 아이橋上的孩子》로 차이나타임스 10대 우수도서상을 수상했고, 2009년 장편소설 《악마附魔者》가 대만문학상 금전장 후보에 올랐다. 2013년 장편소설 《미궁 속의 연인迷宮中的戀人》이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올해의 책 후보에
1970년 대만 타이중에서 태어나 대만 국립 중앙대학 중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소설집 《악녀서惡女書》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데뷔했다. 30년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천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묵직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대만의 중견 소설가이자 대만 퀴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장편소설 《다리 위 아이橋上的孩子》로 차이나타임스 10대 우수도서상을 수상했고, 2009년 장편소설 《악마附魔者》가 대만문학상 금전장 후보에 올랐다. 2013년 장편소설 《미궁 속의 연인迷宮中的戀人》이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올해의 책 후보에 올랐고, 총 다섯 작품이 타이베이국제도서전 대상 후보에 오른 뒤 2020년 《친애하는 공범親愛的共犯》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다시 죽어선 안 되는 당신》 《아버지가 없는 도시》 《악마의 딸》 《나비》 등의 소설을 썼고, 대만 동성 결혼 법제화 후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쓴 《같이 산 지 십 년》을 비롯해 《오직 쓰기 위하여》 《소녀의 기도》 등 에세이로도 사랑을 받고 있다.

《마천대루》는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천쉐의 소설로, 도시의 축소판인 고층 아파트 마천대루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내면과 사회 문제를 담아낸 대표작이다. 2020년 동명의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어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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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출생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타이완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 운영하면서 중국 문학 및 인문저작 번역과 문학 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문화번역 관련 사이트인 CCTSS 고문, 《인민문학》한국어판 총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고전의 배후』,『방관시대의 사람들』,『마르케스의 서재에서』등 140여 권의 중국 도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2016년 중국 신문광전총국에서 수여하는 ‘중화도서특수공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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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13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24g | 140*210*15mm
ISBN13
9791169093972

책 속으로

네 두 다리 사이에 신비한 계곡이 하나 있어. 극도로 민감해 전율하기 쉬운 계곡이지. 샘물이 졸졸 잘 솟아나고. 그곳에 내가 죽도록 탐색하고 싶은 신비가 있어.
--- p.25

그래서 글을 쓰는 거야. 글쓰기를 통해 잠재되어 보이지 않는 자아를 파내려고 시도하는 거야. (…) 글을 다 쓰고 나면 사정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찢어버리지. 파멸 속에서 성교할 때는 불가능했던 절정을 얻으려는 거야.
--- p.27

그녀는 이처럼 내 기억 속에서 접촉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었다.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 속에서 나는 자궁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축축하고 따뜻했다. 그리고 혈맥이 확장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p.31

과거의 모든 것에 대해 편년체로 기술하는 것이 내게는 항상 불가능했다. 내 기억은 산산이 부서진 파편들이고 사실은 환상과 꿈속에서 비틀리고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수치심과 원한 속에는 희미한 공백이 있어 내가 아무리 따라가 잡으려 해도 여전히 완전한 스토리의 잔해를 긁어모을 수 없었다.
--- p.33

나는 아쑤의 젖가슴을 빨면서 한때 자신에게 주어졌던 영아 시절을 생각했다. 한 번도 늙은 적이 없는 엄마의 몸에 있었던 아쑤 것만큼 아름다운 유방을 생각했다. 이 땅에 나오자마자 요절해버린 사랑을 생각했다.
--- p.34

이름 없는 여자아이는 두 젖가슴 사이에 입이 하나 나 있어 쉭 하는 소리와 함께 단숨에 나를 산 채로 집어삼켰다.
--- p.74

내 생명의 초기부터 철저하게 닫혀 있던 영혼이 지금은 완전히 터져버려 구멍이 무수히 많았고, 그녀가 그 틈으로 들어왔다.
--- p.78

“내가 처음으로 섹스를 한 건 열다섯 살 때였어요. 옆 반 여자아이가 두 손가락을 내 음도에 넣었지요. 머리가 어지러웠고 거기서 피가 나왔어요.
그 애는 피 묻은 손가락을 빨면서 내 양말을 벗겼지요. 그 애는 볼이 발그레했고 입술도 무척 붉었어요. 초콜릿 아이스크림처럼 도취된 표정을 지었지요. 그러고 나서 그 애의 손가락이 내 입안으로 들어왔어요. 와, 정말 신선하고 달콤한 맛이었지요.”
그녀가 말했다.
“그건 사랑의 맛이었어요.”
--- p.119

그녀는 완전히 내가 필요로 하는 모습이었다. 피부의 온도에서 음모의 색깔과 광택, 성기의 모양에서 신음의 방식과 몸을 뒤집는 동작, 애무의 기교, 오르가슴의 반응......까지 전부 내 기억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녀는 내가 어렸을 때 잃어버린 나의 일부였다. 그녀의 몸을 관통하여 나는 아주 오래 잊었던 기억을 되찾았다.
--- pp.152-153

그녀는 정말로 자신을 남자로 여겼고 나도 자신에게 그녀가 남자라고 애써 말했다. 하지만 내가 완전한 알몸으로 그녀의 애무 속에서 신음을 토하며 몸을 뒤척일 때는 그녀의 옷을 벗길 용기가 없었다. 그녀 자신도 감히 그러지 못했다. 외모가 얼마나 남자 같든 간에 옷을 벗고 나면 그녀는 나와 같을 뿐이라는 것을, 같은 여자라는 것을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셔츠를 벗기자 아마오의 아름다운 몸이 내 눈앞에서 반짝였다. 두 개의 작은 젖가슴이 부끄러움에 떨고 있었다. 분홍빛 유두는 고양이 코처럼 단단하면서도 민감했다. 나는 입을 살짝 벌려 아마오의 유두를 가볍게 입안에 머금고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아마오의 비밀을 빨아들였다.

--- pp.215-216

출판사 리뷰

인내와 기다림은 이미 차고 넘쳤다
슬픔이 차오르면 나는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한다

하지만 문자의 사다리를 타기 전 주인공들이 들어서는 곳은 언제나 미궁이다. 삶에서 길을 잃거나 혹은 기억 속에서 검은 구멍으로 빠져 현실과 유리되기 때문이다. 이때 돌아올 수 있는 ‘아리아드네의 실’은 예외 없이 사랑이다. 환각 같은 성관계. 네가 나를 사랑했다는 것을 기억하면 언제든 충분한 빛이 쏟아지는 곳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나는 아쑤의 젖가슴을 빨면서 한때 자신에게 주어졌던 영아 시절을 생각했다. 한 번도 늙은 적이 없는 엄마의 몸에 있었던 아쑤 것만큼 아름다운 유방을 생각했다. 이 땅에 나오자마자 요절해버린 사랑을 생각했다.”(「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 사랑을 주는 사람은 어느덧 엄마처럼 ‘나’를 잉태하고 양육하는 자궁이 된다. 그리고 그 자궁은 죽음 이후에 나를 묻을 무덤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작품 곳곳에는 죽음과 부고訃告가 도사리고 있다. 치명적인 동성애가 죽음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의식, 혹은 죄책감이다. 이들의 사랑에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공포감이 늘 스며 있다. ‘이 세상의 본질은 우리와 맞지 않는다.’ 레즈비언으로서 천쉐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작가’였다고 말한다. 그녀가 소설을 써온 것은 “스스로 미치광이임을 증명하는 표식”이나 다름없었다. 동성 간의 욕정을 과감히 드러내는 묘사는 그러나 오늘날 그녀를 1990년대 젠더 연구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소설의 여주인공들은 삶에서 남성과 성관계를 먼저 가진다. 그런 후 우연히 어떤 여성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발견한다. 남자와의 관계는 단지 보복의 쾌감 같은 것이었다. 이 남자들은 여주인공과 성관계를 맺고 나면 거의 불능이 되어버린다. 상대 여성의 성기는 그들에게 ‘가위’나 마찬가지여서 관계 후 남자들은 그 여성을 ‘악마’라고 부르게 된다. 반면 동성과의 관계는 오감을 동원한 가장 깊은 애무로 표현된다. 남녀는 체액의 냄새도 다르다. 내가 아쑤에게서 처음 맡은 것은 “가장 색정적인 냄새”였다. 과거 정액 냄새를 맡았을 때 평생 남자의 몸에서 쾌감을 얻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과 정반대다.

과거는 재해석되며 연대순으로 쓸 수 없다
사랑은 근원이자 무덤이다


천쉐는 자신의 정체성을 소설가와 레즈비언으로 나누어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에세이 『같이 산 지 십 년』을 보면 나이 들어 안전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사랑에 만족감을 느끼는데, 사실 이런 관계는 『악녀서』를 쓰고 나서 한참 후의 일이다. 지금 중년이 되어서는 상대의 삶 속에 녹아드는 평온한 사랑을 추구하지만, 젊은이의 사랑은 무덤덤하기 힘들다.

기억은 연대순이 아니다. 모든 것이 뒤엉키고 감정은 시간에 따라 모양을 바꾸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말한다. “내 기억은 산산이 부서진 파편들이며 사실은 환상과 꿈속에서 비틀리고 왜곡되었다.” 수치심과 원한, 이것은 그들에게 ‘과거’와 동의어다. 이런 감정은 구멍들을 만들어내 아무리 노력해도 메울 수 없으며, 완전한 스토리의 잔해를 긁어모은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천쉐의 작품은 여성 동성애, 여성 성욕, 정신질환에서부터 최근의 계급과 가족관계까지 다양한 영역을 다루는데, 그럼에도 소설을 관통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그것은 언제나 육체와 글쓰기 그리고 감정과 세계의 뒤얽힘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에서 나는 아쑤라는 여성의 음탕한 웃음소리에 심취해 무의식중에 엄마에 대한 자신의 오해를 깨닫는다. 엄마가 자살하면서 나는 미친 듯이 글을 썼지만, 이제는 엄마를 닮은 아쑤를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 아쑤는 발기하고 사정하는 음경이 없지만 내 몸 가장 깊숙이 들어왔다. 아쑤는 내게 말한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이 네게 이 일을 드러내주기 위한 거였어. 영원히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거지.” 여기서 천쉐의 그림자를 얼핏 보게 된다. 오로지 사랑과 글쓰기밖에 없는 삶을.

「이상한 집」에서 색정소설가인 나는 타오타오라는 여성과 사랑을 나눈다. 마흔 살의 나는 사실 욕정으로 가득한 방에서 온종일 침을 흘리며 혼잣말하는 침대나 다름없다. 이런 쓰레기인 나를 타오타오는 좋아한다. 나는 그녀를 위해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지어내는데, 그 안에서 또 다른 동성애가 펼쳐진다.

「밤의 미궁」의 주인공은 남편 아페이와 나, 그리고 그녀다. 우리 셋은 한 몸으로 찰싹 달라붙어 관계를 이어간다. 사건은 ‘미궁’이라는 술집에서 일어나지만, 이 모든 것은 환영일 수도 있다. “모든 인생은 미궁 속으로 들어간 흰쥐 같아. 미궁 속에서 계속 실험 대상이 될 뿐이야.” 처음 나오는 이 문장이 작품 전체를 휘감는다. 환청, 망상, 광기, 최면이 지배하는 실험적인 소설이다.

「고양이가 죽고 나서」는 고양이의 죽음에서 첫 문장이 시작된다. 그리고 기억은 세 살 때로 거슬러간다. 그때 엄마가 죽고 나는 외할머니 댁에 맡겨졌다.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표현했다. 그 후 외삼촌이 사고로 죽고, 이어서 할머니까지 죽자 나는 텅 빈 집을 지키게 되었다. 어느 날 기억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가며 야마오가 등장한다. 야마오가 내게 입을 맞췄다. 그 입맞춤이 내 머리칼과 눈썹, 눈, 코, 입 위로 떨어져 내렸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내 몸은 물에 젖은 새끼 고양이처럼 그녀의 입맞춤과 애무 아래 멈추지 않고 떨렸다.

네 편의 소설에서 ‘나’의 치열한 욕정에 불을 붙인 사람은 뜻밖에도 여자였다. 키 크고 풍만한 육체가 나를 안는다. 접촉해서는 안 되는 부분에 닿는 것은 자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렇게 나는 집어삼켜진다. 남자들의 욕망과 탐욕스러운 눈빛은 여성들의 아름다움과 오만함에 영양을 공급해준다. 그런 영양을 여성은 다른 여성에게 쏟아붓는다. 사랑은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사랑은 글쓰기와 이야기 들려주기 안에서 이뤄진다. 「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에는 주인공이 읽는 두 권의 책이 나온다. 카뮈의 『이방인』과 카프카. 『이방인』의 첫 구절 오늘 “엄마가 죽었다”는 이 소설의 내용과 일치한다. 주인공은 또 카프카를 읽으면서 자위한다. 소설 속 끝없는 미로는 카프카의 소설 『소송』을 떠올리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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