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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들께: 다정한 책
1부 2부 작가의 말: 고양이가 한 사람을 사랑할 때 추천의 글: 박연준(시인) 장일호(기자) |
陳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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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나직하게 그 이름을 불렀다. 그때만 해도 나는 이름이 지닌 힘을 알지 못했다. 이름을 지어준다는 건, 그 애가 이미 내 삶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p.27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하면 상대를 부르는 수많은 이름을 지어낸다. 마치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언어만으로는 도저히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없다는 듯이. ---p.37 이렇게 사는 법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내 사랑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지는 않다. 나는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사랑받고 있으니까. 이 사랑은 나를 충만하게 채운다. 나를 비워내는 사랑이 아니고,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는 사랑도 아니다. 레인과 함께 지내며 깨달았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끼리라고 해서 반드시 서로를 이해하는 건 아님을. 때로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마음을 다해 소통한다는 것을. 이건 착각이 아니다. 우리는 분명, 감정을 주고받고 있다. ---p.94~95 그 무게는 레인이 내 곁에 있음을 증명하는 흔적이었다. 레인이 몸을 동그랗게 말고 내 가슴 위에 웅크린 모습을 보면, 나를 온전히 믿고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고요한 밤, 세상에 우리 둘뿐인 것 같았다. 그럴 때면 아주 행복하다고 느꼈다. ---p.153 고개를 들어 샤톈을 바라보았다. 그가 다정한 눈길로 나를 마주 보며 끊임없이 내 이름을 불렀다. “이름은 약속이야. 너는 나의 레인이고, 나는 너의 샤톈이야. 우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야. 살아 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누구도 슬퍼하는 건 바라지 않아.” ---p.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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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고양이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적 있는 모두에게 천쉐가 소설로 건네는 위로 『묘생묘세』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은 주인공 ‘샤톈’(夏天, ‘여름’이라는 의미)이 여름비가 내리는 날 우연히 찾아온 하얀 고양이와의 만남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이야기다. 연인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샤톈은 갑작스럽게 자신을 떠난 연인의 빈자리에 삶의 의미를 잃는다. 예기치 못한 이별로 깊은 상실감에 빠진 그에게 어느 비 오는 여름날, 흰 고양이가 찾아온다. 소설은 샤톈이 고양이를 돌보며, 고양이에게 ‘레인’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관계를 쌓아가며 삶의 희망을 되찾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린다. 처음엔 단지 자신이 보살피는 존재라고만 여겼던 고양이와의 교감을 통해 위로를 얻고 서로에게 소중한 관계로 거듭나는 상호돌봄과 치유의 서사가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엇을 사랑하게 되는 건 어렵지 않아. 어려운 건 어떻게 오래도록 사랑하느냐지.” 천쉐는 등장부터 대만 사회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첫 소설집 『악녀서』는 파격적인 성애 묘사로 논란 속에 절판되었으나 독자와 연구자들의 끊임없는 지지 속에 복간되기에 이른다.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하기에 앞서 그는 이미 연인이자 문학적 동반자인 ‘짜오찬런’과 결혼을 발표했고, 법제화 첫날인 2019년 5월 24일에 혼인 신고를 한다. 레즈비언 부부로 함께한 10년의 기록을 에세이 『같이 산 지 십 년』(원제 ‘동성결혼 10년 同婚十年’)으로도 펴낸 바 있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해 진행한 한 인터뷰에서 “문학이란 진실을 밝힐 수 있고, 따라서 오명을 없애기 위한 가장 좋은 장치죠. 소외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이해하게 된다면 그를 향한 차별이나 혐오도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황재하, 「대만 대표 작가 천쉐 “동성 결혼 합법화는 ‘목소리’의 힘”」, 『연합뉴스』, 2025. 6. 16.)라고 문학적 소신을 밝힌 작가의 눈길은 이제 인간 소수자를 넘어 비인간 약자에게로까지 넓어졌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 독자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제가 그토록 좋아하는 한국에 제 작품을 아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한국 독자들의 뜨거운 열정과 밝고 생기 넘치는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오랜 세월 글을 써왔지만, 그때의 만남은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 『묘생묘세』는 고양이 레인처럼 다정한 이야기입니다. 제 곁을 지켜준 고양이들에게, 그리고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천쉐, 「한국의 독자들께」 『묘생묘세』는 원숙한 경지에 오른 대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뿐 아니라, 한국 독자를 향한 각별한 감사가 담긴 소설이기에 더욱 뜻깊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등을 인상 깊게 읽었다며 한국 문학과 영화 등에 대한 애정을 보여온 그는 한동안 작가로서 슬럼프를 겪던 시기에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힘을 얻고, 『묘생묘세』 집필을 시작할 수 있었음을 밝힌다. 그러한 소회를 전한 한국어판 서문 덕분에 그의 작품을 아껴온 한국 독자들에게 한결 뭉클한 책이 되었다. 『묘생묘세』는 우연한 만남으로 서로를 돌보며 소중한 존재가 된 작품 속 인간 샤톈과 고양이 레인처럼, ‘작가’와 ‘독자’ 또한 ‘책’을 통해 교감하며 서로의 삶에 의미가 될 수 있음을 실감케 한다. 작가만이 독자에게 ‘문학’의 기쁨과 슬픔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 역시 작가에게 ‘문학’을 이어갈 용기와 힘을 건네는 존재임을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애묘인으로 익히 알려진 박연준 시인과 장일호 기자의 진심 어린 추천사도 여운을 더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독자는 물론, 누군가를 떠나보낸 적 있는 모두에게 다정한 용기와 진실한 위로를 전하는 책이다. * 도서 판매 수익의 일부는 고양이 구조·보호·입양 활동을 이어가는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 후원금으로 기부됩니다. · 작가의 말 “한국의 독자들께” 작년 6월, 저는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습니다. 첫 방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문학 작품을 읽어온 덕분인지, 한국 문화는 어느새 제 마음 깊이 자리 잡아 글쓰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 당시 저는 작가로서 슬럼프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두 편의 장편소설을 연달아 완성했지만, 어느 작품도 마음에 들지 않아 출간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이나 좌절을 겪고 나자, 다시 만족할 만한 작품을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불안과 혼란 속에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보낸 일주일 동안 여러 매체와 인터뷰하고, 두 차례 강연에 참여하고, 도서전에서 수백 명의 독자를 만난 그 모든 시간이 저도 모르는 사이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 상처 입은 두 영혼이 만나 서로를 통해 다시 세상에 마음을 여는 모습을 쓰면서 한국 독자들과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가슴 깊이 스며든 그 느낌은 좀처럼 잊히지 않았습니다.『묘생묘세』는 고양이와 반려인이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입니다. 독자들은 서로 다른 두 시선을 따라 하나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 고양이와 함께 살아본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왜 그토록 고양이를 사랑하는지 절실히 이해할 것입니다. 우리의 고양이 역시 우리를 이토록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실감하게 될 것이고요. (…) 이 소설은 제가 고양이에 대해 쓴 첫 번째 책입니다. 앞으로도 고양이 이야기를 더 쓰게 될 것 같습니다. 『묘생묘세』는 고양이 레인처럼 다정한 이야기입니다. 제 곁을 지켜준 고양이들에게, 그리고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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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책을 만났다. 『묘생묘세』는 상처 입은 사람과 상처 입은 고양이가 만나 서로를 구원하지 않으면서 곁이 되어주는 이야기다. 어느 깊은 밤 내 고양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싶다. 얼굴 위로 ‘여름비’가 내리는 기분이 들 것이다.” -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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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하는 일에는 속수무책이 포함되어 있다. 나도 샤톈처럼 이 사랑 때문에 많이 울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히 안다. 샤톈이 그러했듯, 나도 이 사랑을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절과 순간을 믿는다.” - 장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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