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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우리는 먼 길을 돌아 선전에서 만났다
1장 대형 쇼핑몰 선전 사람들은 다 돈 버느라 정신없어 그때 집 한 채 사두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가 쓸모없어서 자식한테 짐이 되는구나 2장 정부 청사 저는 복도 아니면 화장실 옆에 있으니까 여자는 채소씨 같은 팔자지 우리 집에선 내가 셈이 제일 밝아 3장 고급 오피스 빌딩 나라고 여기 있고 싶은 줄 알아? 항상 말뿐이지. 눈곱만치도 존중 안 해줘 팀장은 일을 너무 매정하게 해 나한테 무슨 날개가 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너는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 나중에 늙으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불같이 사는 사람, 생기가 넘치는 사람 번외편 샤오쥐를 찾아서 ‘쓰레기’ 장사 에필로그 일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삶 엄마의 말 엄마 같은 사람이 무슨 책이 되겠어 남편의 말 죽순을 캐듯 이야기를 캐내는 일 딸의 말 글을 못 읽는 엄마가 이 책을 읽는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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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를 이해할 수 없을 때, 내게 어려움이 닥쳤을 때, 글과 글쓰기는 때때로 나를 구원했다. 그렇다면 엄마의 인생과 노동의 이력도 글로써 기록하고, 엄마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 여러 해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때의 나는 무엇을 겪고 있었는지도 차근차근 정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니,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 엄마의 과거를 이해하고, 엄마가 겪고 있는 현재를 기록하며, 과거의 나 자신을 찾아가야 한다. 억지로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나는 이것을 우리 모녀가 함께 걷는 길이라 여기기로 했다.
---「프롤로그」 중에서 그해 엄마 나이가 쉰둘, 아빠는 예순이었다. 그렇게 두 분은 난생처음 집을 떠나 1,500킬로미터나 떨어진 남쪽 도시까지 오게 되었다. 처음에 엄마는 선전으로 오기를 주저했다. 내게 짐이 될까 봐, 또다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엄마가 선전에 온다면 가장 중요한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었다. 괜한 노파심은 아니었다. 2017년에 엄마는 왼쪽 무릎에 활막염 진단을 받았다. 1년 넘게 치료하며 차츰 회복했지만, 걸을 때는 여전히 무릎이 조금 뻣뻣했다. ---「1장 대형 쇼핑몰」 중에서 엄마는 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활막염을 앓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팀장에게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마음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다. 그러다 팀장 눈에 띄면 열심히 일하지 않고 딴짓 한다며 책잡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말하기를 좋아하는 엄마는 이곳에서 천성을 억눌러야만 했다. 엄마는 언제나 자기 구역을 지켜야 했고, 매장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1장 대형 쇼핑몰」 중에서 미화원은 쇼핑몰의 투명 인간이자 변두리 사람이다. 쇼핑몰이 비현실적이리만치 청결을 유지하는 것은 미화원 개개인의 시간을 무자비하게 빼앗은 결과다. 라오둥의 시간은 극한까지 쥐어짜였다. “쇼핑몰에서는 앉아 있지 못하게 해. 계속 일해야 해.” 라오둥은 매일 16시간을 일하고 하루에 3만 보씩 걸었다. 발꿈치가 아리고 물집이 잡혀 절룩거리면서도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자정을 넘겨서야 도시의 낙후된 주거지에 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먹을 밥을 미리 만들고 빨래까지 마치고 나면 하루에 고작 다섯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1장 대형 쇼핑몰」 중에서 선전에 있을 때 엄마는 현관 앞에 쌓인 내 택배 상자, 다 입지도 못하는 옷들, 아무렇게나 어질러진 부엌, 아이도 낳지 않고 애지중지 기르는 살찐 고양이 두 마리를 볼 때마다 불쑥 이렇게 말했다. “넌 어쩜 이렇게 셈이 밝지 못하니?” 엄마가 말하는 ‘셈’이란 계획성 있고 영리하며, 짜임새 있게 일상을 잘 꾸려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하루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가족 전체의 자원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엄마는 대형 쇼핑몰과 정부 청사에서 청소 일을 할 때도 이런 식으로 일의 순서와 동선을 계획했다. ---「2장 정부 청사」 중에서 선전은 ‘효율이 높고’, ‘돈이 많기로’ 유명한 도시다. 하지만 내가 스물네 살에 처음 이 땅을 밟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 었던 것은 공원의 공중화장실이 아주 깨끗하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으며, 단 한 번도 휴지가 떨어진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박물관과 도서관은 언제나 번쩍번쩍 광나도록 닦여 있었고, 오피스 빌딩에도 먼지 한 톨 찾아볼 수 없었다. 엄마가 미화원이 되기 전까지, 나는 공공장소의 말끔함과 근무 공간의 질서 정연함을 그저 당연하게 누렸다. 내가 시시각각 누리는 이 ‘청결함’과 ‘편리함’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은 채 말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다른 미화원들이 겪은 일도 우리 엄마가 겪은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3장 고급 오피스 빌딩」 중에서 무엇보다 엄마를 서글프게 하는 것은 자식들이 적잖이 공부했고 이른바 좋은 직업까지 얻었지만, 결국은 노동에 매인 처지일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올라설 수 있는 ‘기슭’ 같은 것은 없었고, 언제든 주류의 삶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었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칠 때마다, 엄마는 단호히 나를 말렸다. “일을 해야 사고 싶은 걸 살 수 있어. 니가 그만두면, 다시는 지금처럼 좋은 일을 찾지 못해.” ---「3장 고급 오피스 빌딩」 중에서 엄마의 팔오금에 머리를 기대고 엄마의 두 손을 만지작거렸다. 엄마의 손가락 마디는 툭 불거져 있었고, 살갗은 작고 붉은 구멍들이 생긴 데다 몹시 거칠어져 있었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표백제에 피부가 상한 흔적이라고 했다. 엄마는 칼슘제를 계속 먹고 있었지만, 날씨가 궂은 날이면 엄마의 다리는 일기예보라도 하듯 어김없이 아파왔다. 엄마가 이 오피스 빌딩에서 미화원으로 일한 지 거의 반년이 되어가는데도, 나는 한 번도 엄마에게 요즘 일은 어떠냐고 제대로 물어본 적이 없었다. ---「3장 고급 오피스 빌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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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 이 한 문장이 얼마나 풍요롭게 확장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아마 우리의 이야기도 같을 것이다. “나의 엄마는…” 이렇게 쓰는 순간, 우리는 많이 상상하고 묻고 귀 기울여야 한다. 이 책이 한 일이 그 일이다. - 정혜윤 (CBS PD, 『삶의 발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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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역사를 ‘일하는’ 엄마의 역사로 다시 들여다본다. 땀방울이 맺힌 엄마와 딸의 합작 프로젝트.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도 ‘우리 엄마의 역사’를 듣고 싶어질 것이다. - 이다혜 (《씨네21》 기자, 『오래된 세계의 농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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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성 미화원 춘샹은 매일 얼룩 없는 도시를 손수 빚어내며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없으면 당신이라고 뭐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읽고 쓸 줄 모르는 춘샹을 대신해 딸이 기록한 미화원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의 금과 같은 노동과 똥과 같은 처우에 분개하고야 말았다. - 이랑 (음악가,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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