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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우리는 먼 길을 돌아 선전에서 만났다 1장 대형 쇼핑몰 선전 사람들은 다 돈 버느라 정신없어 그때 집 한 채 사두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가 쓸모없어서 자식한테 짐이 되는구나 2장 정부 청사 저는 복도 아니면 화장실 옆에 있으니까 여자는 채소씨 같은 팔자지 우리 집에선 내가 셈이 제일 밝아 3장 고급 오피스 빌딩 나라고 여기 있고 싶은 줄 알아? 항상 말뿐이지. 눈곱만치도 존중 안 해줘 팀장은 일을 너무 매정하게 해 나한테 무슨 날개가 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너는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 나중에 늙으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불같이 사는 사람, 생기가 넘치는 사람 번외편 샤오쥐를 찾아서 ‘쓰레기’ 장사 에필로그 일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삶 엄마의 말 엄마 같은 사람이 무슨 책이 되겠어 남편의 말 죽순을 캐듯 이야기를 캐내는 일 딸의 말 글을 못 읽는 엄마가 이 책을 읽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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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일터를 따라간 900일의 기록, 중국 전역을 울리다”중국이 주목하는 저널리스트 장샤오만이 완성한 ‘엄마의 노동사(史)’2023 다오펑도서상 ‘올해의 논픽션 작가’로 선정된 신예 작가 장샤오만의 첫 논픽션 『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가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다오펑도서상은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빛나는 작가에게 주는 중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노동과 그 도시를 떠받치면서도 제 몫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예리하게 포착한 이 책은 출간 직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2024 중국 좋은 책’, ‘2024 CCTV 봄 추천도서’, 더우반 ‘2024 올해의 책’ 등에 잇달아 이름을 올렸다.이 책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를 이해해보려는 딸의 시도에서 시작됐다. 2020년 일자리를 찾아 선전으로 올라온 엄마 춘샹과 10년 만에 다시 한집에 살게 된 저자는, 거칠고 비효율적이며 가족을 위해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하는 엄마와 끊임없이 부딪힌다. 결국 엄마를 바꾸는 대신 엄마의 세계를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한다. 저자는 낮에는 대형 IT 기업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미화원으로 일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휴대전화에 받아 적었다. 그렇게 써내려간 엄마의 노동사(史)는 2022년 더우반 등에 공개되며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글”로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저자는 직접 엄마의 일터로 따라 들어가 동료 미화원들의 삶까지 기록하기 시작한다. 엄마라는 한 사람을 이해하려 시작된 이야기는 한 여성의 생애와 한 가족의 역사를 지나, 마침내 오늘날 도시를 떠받치는 수많은 노동자의 삶으로 확장된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 누가 이 빛나는 도시를 떠받들고 있는가”하루 3만 보, 5시간 수면, 무릎 활막염… 도시가 헐값에 매겨버린 이들의 시간『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의 또 다른 주인공은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이다. 속도와 효율, 성장과 미래를 상징하는 이 도시는 역설적으로 삶과 노동의 격차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철이 바뀌면 산에서 약초와 버섯을 따고 절기가 돌아오면 온 식구가 먹을 두부를 손수 빚으면서 부엌과 광산을 오가며 가족을 건사해온 춘샹은 쉰두 살에 선전에 도착해 고급 쇼핑몰의 미화원이 된다. 딸을 대학에 보내고 대도시의 IT 기업까지 밀어 올린 엄마의 노동은 정작 그 도시에서 당시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월 2,500위안으로 계산된다. 무슨 일이든 억척스럽게 해내며 고향에서 제 쓸모를 인정받던 엄마지만, 선전에서 그 노동은 좀처럼 그렇게 셈해지지 않는다. 미화원 일은 “개인의 시간을 극한까지 짜내 그 대가로 보수를 얻는 일”인데도 “눈곱만치도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다.고향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도시로 밀려나온 50~60대 이주노동자에게 선전은 그래도 아직 몸을 움직여 돈을 벌 수 있는 곳. 이주노동자들은 일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하루치 노동으로 연명하지만, 그렇게 선전에서 평생 일한다 해도 그 도시의 연금과 복지는 이들의 몫이 아니다. ‘임시적 삶’을 사는 이들은 자신의 노후뿐 아니라 취업난을 겪는 자식과 손주 세대까지 걱정해야 한다. 결국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일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 불안정한 삶을 선전의 가장 화려한 풍경과 한 화면에 겹쳐놓는다. 고급 쇼핑몰에 생상스의 〈백조〉가 흐르고 사람들이 코코넛 치킨을 먹으며 느긋하게 걷는 동안, 하이탕 아주머니는 하루 16시간 동안 얼룩을 닦고, 류 씨는 비싼 집세를 피해 남자 화장실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눈부신 도시의 성장과 그것을 떠받치는 사람들의 ‘임시적인 삶’의 대비는 중국을 넘어 오늘 우리의 도시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산업화를 몸으로 떠받치고도 얇은 연금과 생계형 일자리로 노년을 버티는 한국의 베이비부머를 떠올리면, 춘샹의 하루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는다.· “너는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엄마의 삶을 딛고 도시로 나온 딸, 불안과 죄책감을 넘어 자기 기원을 마주하다엄마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돈에 맹렬하게 집착하고, 거칠고 억세며, 가족을 위해 자신을 소진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 “엄마가 쓸모없어서 늙어서도 자식한테 짐이 되는구나”라고 자책하곤 하는 그 과열된 사랑과 헌신은 딸에게 때로 숨 막히는 부담이었지만, 여전히 엄마는 가장 필요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추운 밤에 어린 ‘나’에게 해주었듯, 선전에서도 엄마는 딸의 차가운 발을 자기 다리 위에 올려 녹여주는 존재다.엄마와 아빠가 몸이 부서져라 일한 덕분에 딸은 더 나은 세계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엄마의 노동을 똑바로 바라보기 어려웠다. “그때는 딴 방법이 없었어. 너희를 공부시키려면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 엄마의 말을 들을 때마다 저자는 자신만 ‘요행히 살아남은 생존자’가 된 듯한 죄책감을 느꼈다. 그 죄책감은 “가까스로 닿았다고 여겨온 세계가 너무나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으로 이어진다. 오피스 빌딩에서 성과에 쫓기는 자신과 쇼핑몰 바닥을 닦는 엄마가 실은 같은 자리에서 출발했다는 것, 한번 미끄러지면 다시 일어설 밑천이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가 몸으로 밀어 올린 사다리를 타고 도시에 닿은 세대에게, 그 사다리가 언제 흔들릴지 모른다는 딸의 불안은 남의 것으로만 읽히지 않는다.10년 만에 다시 함께 살며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저자는 엄마를 바꾸는 대신 이해해보기로 한다. 그렇게 시작한 900일의 기록은 엄마의 청소 일에서 과거의 광산과 공사장, 가족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엄마를 향하던 질문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 자신이 어떤 노동과 희생 위에서 여기까지 왔는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고향과 가난이 지금의 자신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비로소 바라보게 된 것이다. “너는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라는 말 앞에서 눈을 돌리던 딸은 이제 엄마와 미화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들과 내가 결국 같은 곳에서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엄마의 노동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이 책은 자기 기원에 대한 진정한 이해로 완성된다.· “돈은 차가워도, 자식이 있어 마음은 따뜻했다”저마다의 맷돌을 짊어진 이들의 목소리로 자아낸 도시의 또 다른 풍경저자가 이 책을 쓰는 과정은 마치 죽순을 캐듯 선전을 ‘파고든’ 과정이자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를 ‘캐내는’ 과정이었다. 책의 말미에는 엄마와 남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 후기를 담겨 있다. 평생 시골에서 살아온 엄마가 처음 선전이라는 대도시에 도착했을 때의 낯섦부터 돈을 버느라 정작 자식들을 세심하게 돌보지 못했던 미안함까지 자신의 말로 들려주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참기 어렵다. 엄마가 고된 노동과 가난 속에서도 삶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돈은 차가워도, 자식이 있어 마음은 따뜻했”기 때문이었다. 딸은 그런 엄마의 말을 빠뜨리지 않고 기록했다. 글을 많이 배우지 못한 엄마가 이 책만은 끝까지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며 엄마가 들려준 말과 기억을 거듭 확인하며 3년의 기록을 완성했다.저자는 남편의 후기를 빌려, 지금 이 사회를 하나의 열대우림에 빗댄다. 저자처럼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은 약간의 지식과 운으로 잠시 나무 위에 올라선 이들일 뿐, 나무 아래에는 생계를 위해 분주히 뛰는 부모 세대와 또래가 가득하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부모 세대나 자신들이나 먹고살기 위해 종종걸음을 치며 아등바등하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의 자리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책에는 미화원뿐 아니라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화장실을 피난처 삼아 들락거리는 도시의 직장인, 임신을 미루는 여직원, 컴퓨터에 빨려들 듯 일하며 성과와 평가에 쫓기는 저자와 남편의 노동도 나란히 등장한다.청소 노동자부터 사무직 노동자까지, 저자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하루의 생계에 몸과 마음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넓은 지형도를 그려낸다. 이 책을 통해 저마다의 맷돌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땀내 어린 목소리를 듣다보면서 독자는 매일 스쳐 지나던 얼굴들을 비로소 오래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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