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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몸
민음사 202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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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나를 활짝 여는 글쓰기 5

1부 용징의 몸

망가진 노쇠함, 탐스러운 여지 15
길을 재촉하다 26
자유의 춤을 추는 케빈 37
수영복 43
외국인이 되고 싶었다 56
책과 영화로 만든 방패 60
버스 68
기차역 74
체육 수업 80
#미투 83
주사군(酒肆軍)의 여행 88
녹 죽 97
생일 101
WiFi 104
몸을 훔치다 107
영화제의 꿈 114
티브이에 나오다 126
삭발 130
미남 135
꽃무늬 셔츠 140
인정이 두렵다 145
치질 157

2부 소수자의 몸

경계를 넘다 169
그뤼네 보헤 179
무지개 알로카시아 187
백학을 보러 가다 192
남자 간호사 200
소인 205
남들이 하는 말 214
신맛과 단맛 216
인문 예술의 소환, 해체 후의 진실 219
삭제도 필요 없고 모자이크 처리도 필요 없는 베를린 극장의 나체 풍경 225
독일에는 노약자석이 없나? 232
깨지기 쉬운 유럽의 순간 238
희망 243
선거가 끝나고 248
반역의 함부르크 257
뚱뚱함과 야윔 263
표준 265
크리스마스를 버리다 268

3부 여행하는 몸

둘째 누나와 함께하는 여행 275
총알 구멍과 테러, 조각상: 부다페스트의 쓴맛과 단맛 291
문학청년의 더블린 303
코네마라 조랑말 308
예이츠 313
아이 318
시칠리아의 어지럼증 324
줄서기 329
요우지판(油鷄飯) 331
쥘트(Sylt)섬 337
뤼겐(Rugen)섬 342
다시 만난 맥주 축제 349
누추한 집 353
치마를 입다 358
런던의 세상 물정 363
공백 368
프랑스에 대한 환상 373
콘크리트 크리스마스 379
냄새 나는 나날들 384
미국의 심령 잡담 389
안개 바다 위의 나그네 394

저자 소개 2

陳思宏

타이완 소설가이자 영화배우, 번역가.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1976년 타이완 융징향(永靖鄕)에서 한 농가의 아홉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푸런(輔仁) 대학 영문과와 국립 타이완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독자와 평론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현재 타이완 문단의 중심에 떠오른 작가로, 임영상(林榮三) 단편소설상과 구가(九歌) 출판사 연도소설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귀신들의 땅』으로 타이완 최고의 양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금정상(金鼎?) 문학부문상과 금전상(金典賞)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다. 산문집 『반역의 베를린』 『베를린은 계속 반역중이다』 『아홉 번째 몸』과 소
타이완 소설가이자 영화배우, 번역가.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1976년 타이완 융징향(永靖鄕)에서 한 농가의 아홉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푸런(輔仁) 대학 영문과와 국립 타이완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독자와 평론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현재 타이완 문단의 중심에 떠오른 작가로, 임영상(林榮三) 단편소설상과 구가(九歌) 출판사 연도소설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귀신들의 땅』으로 타이완 최고의 양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금정상(金鼎?) 문학부문상과 금전상(金典賞)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다. 산문집 『반역의 베를린』 『베를린은 계속 반역중이다』 『아홉 번째 몸』과 소설 『손톱에 꽃이 피는 세대』 『영화귀도(營火鬼道)』 『태도』 『변신의 플로리다』 『알러지를 제거하는 세 가지 방법』 등을 출간했다. 전작 『귀신들의 땅』은 12개 언어로 출간되었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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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출생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타이완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 운영하면서 중국 문학 및 인문저작 번역과 문학 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문화번역 관련 사이트인 CCTSS 고문, 《인민문학》한국어판 총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고전의 배후』,『방관시대의 사람들』,『마르케스의 서재에서』등 140여 권의 중국 도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2016년 중국 신문광전총국에서 수여하는 ‘중화도서특수공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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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632g | 130*225*25mm
ISBN13
9788937449529

책 속으로

아버지는 농가의 장남이었고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는데, 엄마는 연달아 딸만 일곱을 낳았다. 그러니 가부장제 가족에서 지위가 바닥일 수밖에 없었다. 간절한 기다림의 결과, 우리 형이 여덟째 아이로 세상에 나왔다. 엄마는 마침내 분만과 더불어 찾아오던 실망에서 헤어날 수 있게 되었다. 축포 터지는 소리가 요란했고 축하 인사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우리 일곱 누나들은 아버지의 증산보국(增產報國)이 이제 끝에 도달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미 고령으로 접어든 엄마는 또다시 아이를 가졌고, 나는 빽빽한 머리숱을 한 채 우렁차게 울면서 인간 세상에 나왔다. 아버지는 형이 ‘남자 혼자 일곱 누나들을 상대하는 게 쉽지 않으리라’ 걱정해서 다시 한번 도박을 했다고 한다. 아들이 하나 더 생기면 형이 외롭지 않을 거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p.15

나는 나 자신을 아주 잘 안다. 다행히, 아주 다행스럽게도, 나는 게이다. 게이가 아니었다면 천씨 집안의 두 번째 완제품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불량품이지만 그 편이 오히려 너무나 다행스럽다.
---p.21

고3 여름방학에는 가오슝(高雄)으로 가서 문학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타이완 전역에서 온 고등학생 글짓기 고수들이 전부 한자리에 모여 재능을 겨루는 자리였다. 우승자에게는 연합고사를 건너뛰고 대학 중문과에 입학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 캠프에서 나는 전국의 각 고등학교에 나와 비슷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들 문자에 접촉하는 순간 전기가 통해 필라멘트로 맑고 밝은 빛을 발했는데, 다들 하나같이 어른들이 말하기론 졸업해도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는 학과를 지망했다. 알고 보니 나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었다. 문학을 공부하려 하는 같은 세대를 만나 매일 대화의 강물이 넘쳐났고, 어두웠던 내 청춘도 여명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수도에서 온 학생들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와 무라카미 하루키, 헤세와 데이비드 린치에 관해 토론했고, 이미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본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마른 웃음을 지으며 열렬히 그들과 어울려 토론을 벌였지만 그들이 하는 얘기는 전부 처음 듣는 것들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나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p.29

신병 훈련을 받으면서 중대에 단편 소설을 써서 국군 문예 금상장(金像獎)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글쓰기에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다. 중대에서는 내게 책상을 하나 제공해 주었다. 내 업무는 창작, 그리고 중대 내 모든 신병들의 개인 신상 자료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오른쪽에 서 있는 신병에겐 살인 전과가 있고, 앞에 있는 신병은 성범죄로 감옥에 갔던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학에서 이런 친구들을 전혀 접할 수 없었던 나는 그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뜻밖에도 그들은 너그럽게 다 얘기해 주었다.
---p.32

타이완에서는 영어를 배우면 거의 모든 사람이 영어 이름을 하나씩 지어야 했다. 옮겨 간 우수반 담임 선생은 영어 교사였고 모든 학생이 영어 이름을 하나씩 지어야 한다고 했다. 선생은 내게 세 가지 이름을 제시하시면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고 나는 주저 없이 케빈을 선택했다. 개학하기 전 여름방학 때 뮤지컬 드라마 영화 「자유의 댄스(Footloose)」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케빈 베이컨이 춤추는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나도 그처럼 되고 싶었다.
---p.38

이럴 때 나는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한 장이 떠오른다.
사진 위에는 “어떻게 하면 해변에 어울리는 몸매를 가질 수 있을까요?”라고 쓰여 있다. ‘How to have a beach body?’
첫 번째 단계는 몸을 갖는 것이다. Have a body.
두 번째 단계는 해변에 가는 것이다. Go to the beach.
그렇다. 몸의 유형은 수백만 가지인데 왜 굳이 식스팩 복근과 날씬하고 화끈한 몸매만이 ‘비치 몸매’가 될 수 있다는 건가. 처진 몸과 얼룩이 있는 몸, 오렌지 껍질 같은 피부, 뚱뚱한 몸, 털이 많은 몸 등 다양한 진짜 몸의 상태를 주류 사회의 신체에 관한 정의 안에서는 아름답지 않고 가려야 하며 개조가 필요한 몸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해변에서 가장 자유로운 건 대부분 가장 평범하고 꾸밈이 없는 진실한 몸이다.
---p.52

“어이, 젊은 친구, 기분 좀 내는 게 어때?”
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 앞을 지나쳐 갔다. 그러자 오토바이 아저씨는 가속 페달을 밟으며 내 뒤를 따라왔다.
“학생이나 군인, 경찰에게는 할인 혜택이 있다니까.”
당황한 나는 거친 말을 내뱉었다.
“나는 남자가 더 좋다고!”
아저씨가 갑자기 오토바이 시동을 껐다. 7월 보름에 귀신이라도 마주친 얼굴로. 나는 마침내 벗어났다고 생각하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거리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가 계속 따라오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내가 소개해 줄게.”
나는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가 귀신을 만났다.
---p.76

2014년부터 타이베이의 친구들 몇몇이 내가 베를린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로 일제히 말했다.
“누군가 네 사진을 도용하고 있어.”
친구들이 보내 온 휴대폰 스크린숏을 보니, 데이팅 앱 채팅창에 있는 프로필 사진도 나였고, 채팅하면서 보내는 여러 장의 사진도 전부 나였다. 스크린숏으로 판단하면, 사진을 도용한 사람은 서로 다른 여러 앱에 등록해 있지만 사용한 사진은 전부 나였고, 말투와 어휘도 모두 유사하다. 합리적으로 동일 인물임을 추측할 수 있다.
---p.107

독일어에 ‘람펜사우(Rampensau)’라는 단어가 있다.
직역하면 ‘스포트라이트를 좋아하는 돼지’라는 뜻이다. 단어 자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없다. 그저 ‘무대를 사랑하는 사람’을 의미할 뿐이다. 나는 선천적으로 ‘람펜사우’였다. 어렸을 때 장화 용징에서 아이얼(愛亞) 유치원에 다닐 때 선생님은 내가 무대와 대중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덕분에 중등반일 때는 무대에 올라가 연설을 했고, 고등반 졸업식에서는 재학생 연설을 맡았다.
---p.118

‘스포트라이트’를 좋아하는 돼지는 계속 거절당하다가 결국 자기 자신에게 포기하자고 타일렀다. 그만두자.
그러나 갑자기 또 다른 카메라테스트를 알리는 전화가 왔다.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늘 그랬듯이 정확히 제시간에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나는 스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배우가 되고 싶은 것이다.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고, 번역을 하는 것만으로는 내 마음속 돼지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없다. 여전히 연기를 하고 싶다. 이 열정은 대단히 절실하다. 그래서 촬영 장면의 길이, 대사의 많고 적음, 배역의 경중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갈망하는 건 진정한 배역이다.
---p.122

친한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맙소사, 매일 누나를 모시고 그렇게 뛰어다니면 누나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 마. 누나는 문제없어. 누나는 잠자리 적응이 까다로워 매일 밤잠을 제대로 못 자지만, 다음 날에는 걷고 달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고, 박물관을 구경할 때도 하품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먼 길이라도 가고 싶어했다. 손에 들고 있는 여덟 개의 쇼핑백도 남동생이 들어 줄 필요가 없었다. 하룻밤 잠을 못 자도 얼굴빛이 나보다 밝았고, 베를린 지하철에서 성기를 드러낸 노출증 환자를 만나도 나보다 더 침착했다.
누나는 그 긴 비행기 대기 시간도 다 견뎠어. 친구, 자네가 걱정해야 할 사람은 누나가 아니라 그 동생이야.
황리쥔은 「엄마를 데리고 도쿄에 놀러 가면, 가끔 싸우게 된다」라는 글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마를 모시고 여행하는 과정에 겪게 되는 미묘한 심리를 설명하면서 백마와 삼장법사, 당나귀와 슈렉의 이야기를 언급했다. 나는 그 글을 읽고 책상을 치면서 웃었다.

---p.277

출판사 리뷰

· “안녕, 잘생기지 않은, 미남 씨!”

영문과에 입학한 그는 비로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비롯한 많은 면에서 자유를 접하게 된다. 여학생이 많은 문과대의 특성 덕분에 그의 학교생활은 억압적이고 남성적인 분위기를 다소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더 본격적으로 토론과 독서, 글쓰기 등에 매진하게 된다. 또한 그는 시골에 머물러 있는 동안엔 듣지 못했던 여러 타이완 사회의 민주주의 운동과 역사에 대해 알게 되고, 여러 사회운동과 젠더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부하게 된다. 한때는 군에 입대하여 외진 산악지역에서 근무하면서 군 특유의 폐쇄적이고 폭력적이며 부조리하기까지 한 일들을 겪지만, 이 역시 그에겐 창작의 밑바탕이 된다.

대도시에서 학업을 계속 이어가는 동안, 그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동시에 그곳에서 더 멀어지기 위해 애쓴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고향에 대해 말하고, 옛 상처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는 작가가 되어 간다. 그가 작가로 등단하던 시절, 타이완 지방정부는 신진 세대를 위한 문학상을 더 늘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대 다른 젊은 작가들은 이런 문학상들을 통해 성장해 간다. 문단의 신진 세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어느 시점에 그는 타이완을 떠나 베를린으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살기 시작한다.

고향에서 멀어질수록 고향에 대해 더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되면서, 그의 글쓰기는 치유의 글쓰기가 된다. 가족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곧장 고향인 용징으로 소환될 때도 있지만, 그는 이제 대도시 베를린에서 커밍아웃 한 성소수자로서, 소수 인종으로서, 작가로서, 배우로서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누리며 살아간다.

베를린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나치의 폭력적인 과거를 청산하려는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은 성소수자나 난민, 이민자, 소수 인종에 대한 인정과 포용으로 이어지며, 이 정신을 독일 내에서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도시가 바로 베를린이다. 베를린을 이루는 각양각색의 문화적 복합성과 다양성 속에서 천쓰홍은 방랑자이자 코즈모폴리턴이자 세계 시민으로서, 자신이 자처한 디아스포라의 자유로우면서도 때로는 씁쓸한 삶을 이어간다.

· 성소수자로서 겪은 신체의 기억과 디아스포라

그의 발자취는 베를린뿐 아니라 온 유럽으로도 이어진다. 그는 유럽 각국을 여행하고, 각종 축제를 즐기고, 옛 역사와 현재를 통과해 간다. 방랑자에게, 유럽의 시절은 점차 복잡하고 나빠져 간다. 각국에서 극우 정당들이 득세하고, 난민의 물결이 도착하고, 브렉시트가 통과되고, 솅겐 조약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에 장벽이 들어서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유럽의 인심은 예전보다 더 각박해진다. 하지만 그에 맞서는 선량한 독일 대다수 시민들의 열렬한 사회운동, 전위적인 연극으로 대표되는 베를린의 문화 운동, 이민 사회에 대한 지원은 끊이지 않는다. 타이완에서 온 성소수자 작가는 이 흐름 속에서 더욱 자유롭게 발언하고, 난민 캠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주장한 프런티어들의 묘를 방문하고, 이 모든 것을 글로 기록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때 이안 감독의 베를린 영화제 수상작 「결혼 피로연」을 시골 극장에서 보면서 자기 존재를 긍정하는 법을 처음 배웠던 소년은 매해 베를린 영화제 행사인 ‘타이완의 밤’ 단골 진행자이자 타이완 영화인들의 통역가가 되었다.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나섰던 ‘스포트라이트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영화와 광고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타이완 주요 문학상을 휩쓸고 15개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유럽과 아시아, 미 대륙의 초청을 받아 각종 도서전과 문학 축제를 빛내는, 타이완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 에세이 『아홉 번째 몸』은 천쓰홍이라는 한 성소수자 소년의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동 세대 세계인들이 함께 고민하는 역사와 사회의 지점들로 확대되며 이어진다. 그의 이 산문집은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말을 구현한 듯한 작품인 동시에,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통해 가깝되, 너무 가깝지는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소설로 그를 만났던 독자들에겐 작가의 개인적 면모를 만나고, 그의 직접적인 생각과 고민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뛰어나고 값진 글들을 접할 기회다.

· 작가의 말

나는 나 자신을 활짝 열고, 그것을 감당하고, 말하고, 글로 쓰고자 한다.

나는 타이완 장화(彰化)현 용징(永靖)향에서 한 가정의 아홉째 아이로 태어나 절대적인 남존여비의 환경에서 성장했다.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가부장적인 사고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보수적인 의식도 내 몸에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는 동지(同志)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성애를 통해 가정을 꾸릴 수도 없고, 가문을 이뤄 대대로 조상들의 영전에 향을 올릴 수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나의 몸은 가부장제의 온갖 제약들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천(陳)씨 집안의 아홉째 아이인 내 몸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가 무수히 쌓이기 시작했다.

이 책 『아홉 번째 몸』은 나 자신의 몸을 해부하는 글쓰기 프로젝트로, 가족의 기억과 성장의 슬픔을 진솔하게 직시하면서 시골에서 겪은 신체적 제약과 고등학교 시절의 폭력 및 체벌, 동지로서 겪게 된 실의와 방황, 타인들의 차별, 성년이 된 후의 신체적 시련, 독일에서 타향 살이를 하게 된 후의 몸에 대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쓰려고 한다. 글쓰기를 통해 천씨 집안의 아홉 번째 몸이 용징에서 타이베이를 거쳐 베를린까지 오는 과정에서 경험한 갖가지 폐쇄와 개방을 사유하고 평가하려 한다. 또한 나 개인의 작은 몸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타이완이라는 섬나라가 지니고 있는 긴장감과도 연결되고자 한다._천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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