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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티
1장 . . . 13 2장 . . . 19 3장 . . . 51 4장 . . . 76 5장 . . . 111 6장 . . . 129 바이엇 7장 . . . 157 8장 . . . 166 헤티 9장 . . . 175 10장 . . . 197 바이엇 11장 . . . 205 12장 . . . 234 헤티 13장 . . . 243 14장 . . . 270 바이엇 15장 . . . 293 16장 . . . 303 헤티 17장 . . . 317 18장 . . . 337 19장 . . . 351 20장 . . . 362 21장 . . . 374 22장 . . . 382 23장 . . . 391 24장 . . . 407 25장 . . . 417 26장 . . . 428 |
Rory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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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우리 모두 이런 식이었다. 기이한 병이 생겼지만 이유는 우리도 모른다. 우리의 몸속에서 뭔가 불쑥 터져 나오거나, 몸의 이런저런 부위가 사라지거나, 떨어져 나갔다. 그런 후에 그 부분은 딱딱해졌다가 다시 부드러워지면서 원래 몸에 동화됐다.
--- p.14 기다리면서 살아 있기. 우린 그게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다 같이 학교 안에서, 야생의 숲에서 떨어져 안전하게, 숲속에서 점점 더 굶주리면서 기이하게 변해 가는 동물들로부터 안전하게 있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숫자는 계속 줄어들었다. 소녀들은 병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졌고, 상처들은 도무지 낫지 않았고, 때로는 열병 같은 폭력의 열기에 사로잡혀 서로 공격하는 소녀들도 나왔다. 그런 일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그때와 지금의 유일한 차이점은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자신과 자기 사람들을 돌보는 것뿐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 p.21 우리는 섬의 돌출된 땅 가까이 있는 헛간에서 미닫이문을 양쪽으로 끝까지 밀어 열어놓고 오발탄들이 바다로 날아가게 한 상태에서 사격을 연습했다. 전에는 그곳에 말 네 마리가 있었지만, 우리는 톡스가 발생한 첫 계절에 톡스가 사람의 몸에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말들의 몸속에도 들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목격했다. 톡스 때문에 말들의 뼈는 살을 뚫고 나왔고, 말들이 끔찍한 비명을 지를 때까지 몸이 늘어났다. 그래서 우리 는 말들을 물가로 데려가 총으로 쏴 죽였다. 헛간은 이제 비어 있었고, 우리는 거기에 줄줄이 들어가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우리는 표적을 향해 쏴야 했고, 명중시키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었다. --- p.32 그걸로 충분했다. 리스는 그때부터 우리 옆에서 저녁을 먹었고, 모두 모였을 때도 우리 옆에 있었다. 학교에서 만난 첫날 나를 보던 그녀의 눈빛을 내가 기억하고 있다 해도, 언제든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배 속이 조여드는 듯한 느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이것이 내가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였다. 내 위의 침대에 있는 그녀.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있는 동안 어둠 속에서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 --- p.49 바이엇이 작게 툴툴거렸다. “내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지?” “넌 정말 내 맘이 어떤지 몰라.” 어떤 때는 괜찮았다. 하지 만 또 어떨 때는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다. 끝도 없이 뻗은 텅 빈 수평선, 내 몸에서 일어나는 끝없는 허기, 우리가 서로를 견뎌낼 수 없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나는 막막했다. “우린 끝까지 살아남을 거야. 그럴 거라고 말해 줘.” “치료제가 오고 있어. 우린 살아남을 거야. 내가 약속할게.” 바이엇이 말했다. --- p.75 그건 바이엇이 할 법한 말이었다. 리스는 노력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해낼 순 없었다. 그녀는 바이엇이 아니고, 심지어 그 때의 바이엇은 더더욱 아니니까. 바이엇에겐 그런 면이 있었다.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나도, 리스도, 어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그런 면이. 그게 바로 그녀만의 독특함이었고, 사실 그게 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런 게 있는데 바이엇이 떠날 때 그것까지 가지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 p.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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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고 지키기 위해 싸우는 소녀들
강력한 여성 서사에 목말라 있던 독자들의 갈증을 채워 주다! 《와일더 걸스》의 소녀들은 ‘소녀성’이라는 환상을 산산이 부숴놓는다. 이들은 부족한 물자에서 조금이나마 더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고 싸우며, 학교로 침입해 오려는 야생동물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사격을 배운다. 거칠고, 야성적인 소녀들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소녀들에게 요구했던 소녀다움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와일더 걸스》는 ‘소녀’라는 단어를 성인이 되기 이전의 어린 여성, 여자아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부정하고, 자기 자신과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는 존재로서 그 뜻을 다시 정의 내린다. 이들은 완벽하지도, 아름답지도 않고 희생적이거나 성녀로서 그려지지도 않는다. 그저 소중한 사람과 함께 생존하고자 하는 불완전한 인간 그 자체다. 그 어떤 문학 작품과 미디어에서 그린 적 없는 강인하면서도 거친 소녀들의 모습은 강력한 여성 서사에 목말라 있던 독자들의 갈증을 채워 주기에 충분하다. 작품의 주인공인 헤티와 바이엇 그리고 리스 삼총사는 《와일더 걸스》가 정의한 소녀성을 충실히 재현한다. 그동안 여성 캐릭터에게 암암리에 요구되었던 ‘도덕적 완벽함’ 대신 저마다의 결함을 보여 주며, 실수를 하고, 때로는 이기적인 선택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그동안 재난 서사, 생존과 SF가 접목된 이야기에서 제한적으로 쓰인 여성 캐릭터의 폭을 넓힌 한 걸음이기도 하다. 동시에 《와일더 걸스》를 단순히 생존 SF 소설이라고만 칭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극한의 상황에 몰려 있는 가운데에서도 소녀들은 우정과 사랑을 키워 나간다. 치료제가 오고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 믿음과 생존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10대 소녀들 사이의 아슬아슬한 우정과 애틋한 사랑은 그 어떤 퀴어 문학과 성장 소설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깊이가 담겨 있다. 첫 번째 데뷔작으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와일더 걸스》는 신인 작가 로리 파워의 첫 번째 데뷔작이자 첫 번째 장편 소설이다. 해외 유명 작가들의 수상 작품이나 유명작이 번역되는 추세인 한국 출판계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데뷔작이 번역된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증 받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와일더 걸스》는 데뷔작임에도 독자와 평단의 인정을 두루 받으며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올라 많은 동료 작가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해외 도서 리뷰 사이트인 ‘굿리드스(goodreads)’에는 4만 8000개의 리뷰가 달렸으며, 아마존의 페이지에도 2000개 이상의 별점이 매겨져 있다. 로리 파워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자신의 초상을 맡겨 둘 수 있는 여성 작가인 동시에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낼지 기대하게끔 만드는 신인 작가다. 《와일더 걸스》는 다음 세대를 책임지게 될지도 모를 훌륭한 작가의 첫 단추가 될 작품이며, 책을 덮음과 동시에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여운을 지니고 있다. 눈 밝은 독자라면 위대한 작가의 첫 걸음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