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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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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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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이만큼 가까이
새로 쓴 작가의 말 / 수상소감

저자 소개 1

鄭世朗

2010년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이만큼 가까이』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시선으로부터,』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불꽃을 쫓다』, 짧은 소설집 『아라의 소설』, 산문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등이 있다. 창비장편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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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292g | 128*188*14mm
ISBN13
9788936434533

책 속으로

그거 그렇게 익숙해지면 안 되는 일이야, 너 거기서 최대한 빨리 도망쳐야 해,라고 말할 만큼 나는 단단하지 못했다. 안온하고 좁은 세계에서 성장은 유예되고 만다.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랑할 필요는 없어. 하나도 안 사랑해도 돼.”
수미한테 그렇게 말한 건 민웅이였다. 마치 “그 가수 앨범의 모든 트랙을 들을 필요는 없어, 좋아하는 노래만 들어” 정도의 말을 하듯 가볍게 말했다. 민웅이가 아니면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 거다. 그런 말을, 사람을 구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민웅이였다.
--- p.30~31

어느날은 운동화 끈으로 땋아 만든 팔찌를 내밀었다.
“이거 뭐야?”
“여분 끈 안 쓸 거 같아서 만들었어.”
내가 학교에 가고 없는 시간, 하주가 혼자 운동화 끈을 꼬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굳이 묻지는 않았지만 여분 끈은 두개니까 하나 더 만들었을 텐데 그럼 커플 팔찌네, 나는 귀가 뜨거워졌다.
귀가 뜨거워진 날은 후드를 쓰고 잤다.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머릿속의 따뜻한 공기가 그대로 머물도록.
--- p.97

좋은 어른은 좀처럼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나쁜 어른은 내세울 권위가 없다. 그러니 원활히 작동하는 권위란 건 좀처럼 목격하기 어렵고 그런 의심으로 나는 어른을, 감독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
--- p.104

“추악한 것에서 눈을 피하지 않는 그런 느낌이 있어. 자기가 해놓은 걸 보면 말이야. 누구한테 배웠어?”
당신으로부터.
세계로부터.
--- p.105

“내 생각에, 인간은 잘못 설계된 것 같아.”
주연이가 말했을 때 아무도 ‘왜 또?’ 하고 반문하지 않았다.
“소중한 걸 끊임없이 잃을 수밖에 없는데, 사랑했던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갈 수밖에 없는데, 그걸 이겨내도록 설계되지 않았어.”
--- p.225

“내 생각에, 별로 좋은 나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 어릴 때는 언제 어디에 있고 싶어도 결정권이 없고, 나이가 들면 지금이 언제인지 어디에 있는지 파악을 못하니까.”
--- p.284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은 시간에 나만 깨어서 영상들을 돌려 보면, 영상 속의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 언젠가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거야’ 하고 일찍 예감한 것 같은 표정들을 지었다. 현재를 살면서 채 오지 않은 그리움을 먼저 아는 종자들이 특이하게 느껴졌지만, 내 주변엔 그런 이들이 많았다.
있는 듯 없는 듯 살다 간 사람, 있다가 없어진 사람, 있어도 없어도 좋을 사람, 없어도 있는 것 같은 사람, 있다가 없다가 하는 사람, 있어줬으면 하는 사람, 없어져버렸으면 하는 사람, 없느니만도 못한 사람, 있을 땐 있는 사람, 없는 줄 알았는데 있었던 사람, 모든 곳에 있었던 사람, 아무 데도 없었던 사람, 있는 동시에 없는 사람, 오로지 있는 사람, 도무지 없는 사람,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사람,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지 않는 사람, 있어야 할 데 없는 사람, 없어야 할 데 있는 사람…… 우리는 언제고 그중 하나, 혹은 둘에 해당되었다.

--- p.301~02

출판사 리뷰

청춘의 트라우마를 다독여주는 명랑한 기운

『이만큼 가까이』는 신도시 외곽 작은 도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들이 겪는 성장의 진통을 담담하면서도 경쾌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나’와 주연, 송이, 수미, 민웅, 찬겸 등 여섯명의 친구들과 첫사랑 주완이 그 주인공이다. 소설은 개성 넘치는 친구들의 현재 일상과 과거의 사건들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인물들이 성장해나가는 모습과 학창 시절의 에피소드를 발랄하게 이어간다. 겨울이 유난히 길고 안개가 자욱하던 파주에서 휑뎅그렁한 신도시 초기의 일산으로 학교를 다니던 ‘나’와 친구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2번 버스’뿐이다. 그 낡은 버스 안에서 MD플레이어나 MP3로 음악을 듣고, 전날 봤던 TV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고, 짝사랑하는 친구 때문에 아파하면서도 여섯명의 친구들은 각자 버스 안의 앉은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서로 의지하고 위안을 받으며 십대의 덜컹거리고 꼬불꼬불한 길을,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고 함께 지나온다.
영화미술 일을 하는 ‘나’는 DSLR 카메라에 동영상으로 현재의 친구들 모습을 담는다. ‘나’와 친구들, ‘나’의 가족들, 흔하디흔하지만 각별한 순간들을 담고 있는 마흔여섯 컷의 MPEG 동영상 파일들은 각각의 씬들이 생생하면서도 재치가 넘쳐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자꾸 따라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주인공 ‘나’가 지금의 영화 일을 하게 된 데에는 ‘하주’로 통칭되는 주연의 오빠 하주완의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 영화를 좋아했던 주완과 ‘히치콕 주간’ ‘우디 앨런 주간’ ‘지브리 주간’ ‘주성치 주간’ 등을 정해 영화를 보는 동안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특별한 사이가 되고,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설레고 두근거리는 경험들을 함께 만들어가는 풋풋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이 된다.
이제 삼십대에 들어선 여섯명의 친구들은 어렸을 때의 성격과 소질을 살려 저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다가 이따금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아무렇지 않아질 작별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슬픔과 상실의 시간을 이겨내는 동안 쓰라렸던 상처는 서서히 아물어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 희미한 흉터로만 남게 된다.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굳이 쿨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로, 서로의 지금 그대로를 지켜주는 ‘우리’가 아름답다는 것을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명랑한 목소리로 전한다. 내 마음을 채우던 그 누군가가 어디에 있든 지금 여기, ‘이만큼 가까이’에서 더욱 반짝이며 손을 내밀고 있는 걸 느낀다. 나중에 그리워질 걸 알아서 더욱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지금의 우리를, 그 간절한 두 손을 힘껏 잡아줄 때이다.


새로 쓴 작가의 말

이 이야기를 고치면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오래도록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번도 존재한 적 없는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라니, 어긋날 대로 어긋난 셈이지만 익숙한 팔 안에 안긴 듯했습니다. 지금껏 쓴 다른 소설 속 인물들보다 『이만큼 가까이』의 인물들과 한층 자주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어떤 해에 가까이 여겼던 이가 다음 해에는 멀어지기도 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인물이 어느날에는 훌쩍 다가오기도 합니다. 저의 이 부족한 친구들이 읽어주시는 분들 곁에도 잠시 앉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 한 독자분이 학생 때 이 책을 읽었지만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도 저를 원망하고 있다고 리뷰를 쓰신 것을 보았습니다. 아픈 이야기를 써서 죄송합니다. 변명하자면 많은 작가들이 가상의 유년을 공들여 조형한 다음 완전히 파괴하면서 작가가 되지 않나 합니다. 다시 한번 태어나는 과정이기에 딱 한번만 쓸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덜 아픈 이야기들로 보상해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이 불가해하게 난폭하다고 여기기에 상실 이후에 대해, 이어지는 삶에 대해 끝까지 쓰고자 합니다. 더딜지라도 확실한 회복 속에 함께 있고 싶습니다.

2021년 여름
정세랑 드림

리뷰/한줄평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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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리뷰 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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