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플로리다 * 8
유예 * 56 파리 * 84 옮긴이의 말 * 190 |
Francoise Sagan,본명 : 프랑수아즈 쿠아레(Francoise Quoirez)
프랑수아즈 사강의 다른 상품
최정수의 다른 상품
|
첫 문장- 키라르고의 선명한 파란색 하늘에 맹그로브가 역광으로 검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조제는 그 아래 누워서 나무줄기에 발을 뻗고 수백 개의 작은 나뭇잎이 함께 나부끼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었다. 나무 꼭대기에 달린 나뭇잎들은 바람에 흔들려 가냘프게 날아갈 것처럼 보였다. --- p.9 그녀는 매우 감미롭고 즐거운 한 시간을 보낸 참이었다. 풍경이 아름다웠고, 앨런도 유쾌한 기분으로 긴장을 풀고 있었다. 바카디 몇 잔이 거기에 일조했기로서니 무슨 대수란 말인가? --- p.17 “혼자 낚시하는 거 좋아하세요?” “가끔씩 혼자 있는 거 좋아해요.” “저는 항상 혼자랍니다. 그게 낫죠.” --- p.33 9월이 끝나가고 있었고, 그들은 뉴욕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둘 다 그러자는 암시를 하지 않았다. 앨런은 ‘다른 사람들’이 싫었고, 조제로 말하자면 그를 향하지 않는 그녀의 사소한 말과 눈길들이 유발할지 모를 질투를 견디느니 차라리 그와 단둘이 있고 싶었다. --- p.46 그녀는 집착의 대상이 되지 않고 한 남자와 삶을 나누고 싶었다. 초반에는 그런 집착에서 어리석은 자부심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런 자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 p.48 비교적 정직한 삶, 충실한 친구들, 즐거움, 이 모든 것 가운데 서른 살 먹은 남자의 강박관념에 맞설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 p.49 다시 일을 시작하거나 인생을 즐길 수도 있었다. 바람 속으로 나가 산책을 즐기고, 전축에 음반을 올리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유로웠다. 불쾌하지 않았고, 흥분되지도 않았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성격 중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요소인 낙관주의였다. --- p.80 “훌륭한 생각이네. 조용한 곳으로 다시 떠날 때 당신은 당신 말대로 내 지인들의 이름을 떠올리겠지. 그때 당신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할 거야. ‘당신 10월 9일 금요일에 왜 세브랭에게 포테이토칩을 줬어? 그 남자랑 잤어?’” --- p.110 “나는 모든 사람이 자발적인 큰 몸짓들로, 눈부시고 결정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그려간다고 생각해. 나는 단조로움에 민감하지 않다. 난 곳곳에서 서정적인 감정들을 봐. 사람들은 그것을 권태, 사랑, 우울 혹은 나태라고 부르지. 간단히 말해서…….” --- p.117 “부인, 나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만 사랑할 수 있는 행복한 나이에 다다랐습니다. 나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사람들 말하는 게 아닙니다. 내 본래의 모습을 존중해주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예요. 언젠가 당신에게도 그런 날이 올 겁니다. 실례합니다. 내 코냑 잔이 비었네요.” --- pp.138-139 |
|
사랑은 음산한 농담일까, 다정한 악몽일까
조제는 부유한 가정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이십 대 여성이다. 파리에서 화려하고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중 앨런이라는 미국인 남성과 결혼해 뉴욕으로 이주했지만,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미묘하게 어긋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끊임없이 어려움에 빠진다. 표면적으로는 조제를 향한 앨런의 집착 어린 사랑이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플로리다의 키웨스트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급기야 조제가 충동적으로 외도를 시도한 뒤 그 사실을 보란 듯이 앨런에게 알리고, 휴가를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가 지내던 중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프랑스로 달아나버린다. 앨런은 새 책의 홍보차 뉴욕에 와 있던 조제의 옛 남자 친구 베르나르와 함께 프랑스로 쫓아와 조제를 찾는다. 프랑스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관계를 다시 이어가지만, 서로의 감정을 도발하면서 상황은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파리에서 조제와 재회한 앨런은 자신들의 파국을 예견하고 있는 듯한 말을 그녀에게 전한다. “어리석은 일이야, 조제, 당신도 알겠지만. 누가 살고 싶다고 했어? 어떤 사람이 함정과 미끄러운 마루판이 잔뜩 있는 시골집에서 주말을 보내라고 우릴 초대한 느낌이야. (……) 당신은 어떻게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서로 사랑하고, 서로를 알 시간을 가지길 바라? 이 음산한 농담은 대체 뭐야? 당신은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어. 언젠가 아무것도 남지 않는 날이 올 거야. 어둠, 부재, 죽음만 남는 날이.” _102쪽 작품 속에서 조제가 하는 행동들은 쉽게 이해되지 않고, 가끔은 무척이나 충동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는 인생에 대한 달콤한 환상이 조금도 없으며 매우 담담하고 이성적인 태도로 삶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 사랑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손안에 든 먹이를 조금씩 갉아먹었을 뿐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라고 화자가 말했듯이, 어쩌면 그녀의 유일한 문제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었을까?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사강을 일컬어 ‘매혹적인 악마’라고 했는데, 어쩌면 이 작품의 여주인공 조제는 사강의 그런 면모를 가장 잘 구현하는 인물인지도 모르겠다. 작품의 제목 ‘신기한 구름’은 조제가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떠나올 때 비행기 창문을 통해 내다본 하늘의 모습에서 따온 것이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바라보는 여명과 다양한 색의 구름들이 삶의 기로에 선 조제의 심경과 앞날을 처연하게 시각화해서 보여준다. 이 순간 그녀는 해변에 혼자 누워 시간을 흘려보내듯이,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듯이,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주저하며 다가오는 여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삶에서 도망쳐, 사람들이 삶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도망쳐, 온갖 감정들로부터 도망쳐, 내 장점과 단점들로부터 도망쳐, 수없이 많은 은하수 중 하나의 100만분의 1 면적에서 잠시의 호흡이 되고 싶었다. _15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