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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송곳니
우리 집에 놀러 와 미로 찾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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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던 것들이, 지금은 자꾸 나를 뒤로 밀어 내는 것만 같다. 내가 사람이 아니라니, 나는 다시 한번 두 눈을 꼭 감았다. 흡혈귀라는 사실이 모두 꿈이었으면 좋겠다. 19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우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알까? 이곳에 흡혈귀 가족이 살고 있다는 걸. 만약 안다면 가만있지 않을 거다. 엄마와 아빠는 그동안 이 사실을 어떻게 숨기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하긴 나도 감쪽같이 몰랐으니까. 휴.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 「빨간 송곳니」 중에서 이 초대장은 내가 학교에서 만든 거다. 특별한 사람을 초대 하는 초대장을 만들라고 해서 외계인을 초대하는 글을 썼다. 외계인 때문에 우주에 가고 싶을 만큼, 외계인을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만든 초대장을 보고 진짜 외계인이 우리 집에 왔다. 그게 바로 월이었다. 그날은 월의 소소 행성이 사라진 날이기도 했다. --- 「우리 집에 놀러 와」 중에서 내가 돌을 만드는 아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된 건, 초등학교 입학식 때였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강당에 있는데, 긴 장해서 그런지 몸이 돌처럼 단단하게 굳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마침 주머니에 사탕이 들어 있어서 그걸 손에 꼭 쥐었다. 기회를 엿보다가 사탕이라도 먹을 생각이었다. 나는 늘 그렇듯 지루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숫자를 세어 가며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하나, 둘, 셋…… 구십팔, 구십구, 백.’ 백을 세자마자 사탕을 몰래 먹으려고 봤더니, 사탕이 돌이 되어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돌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손을 쳐다 봤다. 손은 멀쩡했다. 혹시나 해서 시계를 쥐고 다시 숫자를 세니 시계도 마찬가지로 돌이 되었다.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 「미로 찾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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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 속에 한 겹, 평범하지 않은 비늘을 지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
「우리 집에 놀러 와」는 2020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작이다. “「우리 집에 놀러 와」는 새롭고 신선했다. 외계인을 초대하는 초대장을 만들어 벽에 붙여 놓은 어느 날, 살던 행성을 잃어버린 외계인 월이 주인공의 집을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만의 행성을 만들어 간다. 돌아갈 곳이 없는 월은 체격이 크다. 하지만 그는 힘을 오로지 생명을 살리는 일에만 쓴다. 주인공 루리는 월의 그런 모습을 보며 월이야말로 지구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믿고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마음이 선해 놀림 당하고, 갈 곳 없는 소수자의 아픔까지 건너다볼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다. 인물 묘사와 문장력이 돋보였다.” - 심사평 중에서 (원유순 · 권영상 아동문학가) 「빨간 송곳니」에서 인간이 아닌 흡혈귀가 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우리 집에 놀러 와」의 외계인을 대하는 관점은 통하는 구석이 있다. 우리와는 다른 행성에 살고, 울퉁불퉁 말랑말랑 다른 외양을 가졌지만, 흡혈귀 이전에 ‘나연아’이듯, ‘월’은 외계인이면서 그냥 ‘월’인 것이다. 그들과의 공존에서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이 있을까? “…… 내게 가장 큰 선물은 별이 아니라 월이었다. 월은 나와 생긴 것도 다르고,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 왔지만, 우리는 언제나 마음은 물론 생각까지 잘 통했다. …… 나는 울퉁불퉁하면서도 말랑말랑한 월의 부드러운 손을 꼭 잡았다가 내려놓았다. 월은 내가 책이나 영화에서 본 외계인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몸이 아빠보다 두 배는 컸지만, 얼굴은 코알라를 닮았고, 하는 행동은 꼭 아기 같았다. 월은 외계인을 떠나 그냥 월이었다……. “ - 「우리 집에 놀러 와」 본문 중에서 “벽은 부수면 돼. 그러니까 괜찮아질 거야.” 수많은 벽들 사이에서 고통받는 우리를 향한 위로 조성희 작가의 동화 속 인물들은 뭔가 다르다. 인간인 줄 알고 살았지만 실은 흡혈귀이고, 외계인이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면모를 지녔다. 「미로 찾기」 속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지훈은 돌을 만드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백까지만 세면 뭐든 돌로 만들 수 있는 이 아이의 마음속은 온통 보이지 않는 돌벽이 사방을 둘러치고 있다. 동화가 자기 안으로의 여행이라고 고백하는 조성희 작가는 밤마다 수백 번 마음 여행을 떠난다. 자기 안의 편견, 고정관념들은 그 외로운 여행의 과정에서 맞닥뜨린 또 다른 분신들이었고, 그 만남의 기억들은 고스란히 이야기의 소재로 다시 태어났다. 다소 힘겨워 보이는 이 과정들이 그녀의 작품 속에서 경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즐거운 문학’을 지향하는 작가의 생각이 투영된 것이리라. 오랫동안 내공을 쌓고 힘있게 일어선 젊은 작가의 첫 작품, 『빨간 송곳니』가 작가의 여행에 잊히지 않을 에너지원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