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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아무튼 딸, 또 자라서 무엇이든 되겠지 1.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용감했어?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용감했어? 혼자가 되는 방 징그럽고 무례한 당신, 좀 닥쳐줄래요! 각자가 산 집에서 따로 살고 있다 내 안에 당신의 DNA가 있더라도 없더라도 2. 딸은 엄마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네 사주엔 자식이 없다더라 당신은 내 딸의 할머니가 아닌가요? 딸이 〈며느라기〉를 보라고 했다 엄마가 가엾은 사람인 게 싫어 사랑이시다, 배워서 되돌려줘야 해 엄마 제사는 내가 모시니까 좋더라 3. 차라리 ‘마귀할멈’이 될 걸 그랬어 진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나만큼 너를 사랑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해 차라리 ‘마귀할멈’이 될 걸 그랬어 딸은 부지런히 엄마를 잊으리 4. 분노의 도로 한복판에서 내 딸들이 질주한다 90년대생들을 당신들에게 보낸다 연애 No, 결혼 No, 아기 No, 나 YES 인생엔 틈이 있기 마련이고 분노의 도로 한복판에서 전사 퓨리오사처럼 누군가에게 죽도록 미운 사람인 적이 있었나 5. 우리는 모두 자기 여행의 철학자들 이제는 집을 나가지 않을 예정 우리는 모두 자기 여행의 철학자들 백만 년 만에 집에 혼자 있게 되었다 남자에게 부엌을 통째로 넘깁니다 딸을 어떻게 부엌에 들여보내? 세상의 일을 다 배우고 익혔는데 요리쯤이야 내 부고를 알릴 지상의 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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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엄마 사이는 끊을 수 없는 깊은 애정 관계가 틀림없다는 애달픈 착각에서 깨어나려는 가당한 노력은, 실로 지지부진했다. 더 끊어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애써왔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이 하나둘 지상에서 사라지면서 딸을 친구 삼으려고 아부하고 집착하고 참견하고 외로운 사람인 척,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는 모자란 사람인 척하고 붙들고 살았던 건 아니었을까.
--- p.6 내 꿈은 바로 저거다. 내 아이가 아주 담담하고 때론 자랑스럽게 ‘우리 엄마 아빠는 각자가 산 집에서 따로 잘살고 있어요’라고 누구에게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이제 내가 할 일은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준비차, 여자가 혼자 사는 집들만을, 그런 후배와 선배들만을 찾아가 그들이 사는 모양을 보면서 짯짯이 살펴보고 부러워하는 것이다. 여행 삼아, 일 삼아, 눈요기 삼아, 그리고 영영 그렇게 살기 위한 미래를 앞당겨보려고. --- p.64 아이들에게도 그런 행동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부둥켜안거나 심장을 가까이 두는 포옹은 종종 해도 등 뒤에서 바람이 불어 올려주는 것처럼 등을 밀어준 적도 손을 내밀어 끌어준 적이 없다. 그러면? 물리적으로 그랬다 하더라도 심정적으로 나는 딸들에게 가혹하게 들이닥쳐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맞바람이었을까, 가만히 등 땀을 식혀줄 정도로만, 밀어 올려줄 정도로만 작용하는 등 바람이었을까. --- p.74 한숨과 탄식을 뱉어 말했지만 사실 달라진 건 많았다. 특히 달라진 건 저 모든 일들의 정중앙에 20대 여성으로서 내 딸들이 있다는 거였다. 여성 문제들은 더 그악스럽게 더 교묘해지고 한층 끔찍해져서 모든 문제에 목숨이 달려 있는, 생 전체를 걸어야 하는, 싸워야 하는 난제가 되어 있었고 내 아이들이 바로 당.사.자.였다. --- p.94 나는, 우리는 2021년 1월 현재, 시대에 역행하는 사람인가. 제사가 싫다고 주장하던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수구적이고 보수적인 전통 중시주의자로 변한 무지몽매한 사람이 된 것인가. 다들 없애거나 간소하게 줄이는 이때 가지가지 차려놓고 둘러앉아 허례허식을 중시하는 사람이 된 것인가. 제사 자체가 싫었던 게 아니었구나. 남의 딸인 며느리들에게만 효와 정성과 일 더미를 강요하는 암묵 혹은 노골적인 남자들의 태도가, 뻣뻣하고 뻔뻔한 부계질서가, 딸 차별 여자차별이 소름 끼치게 싫었던 거였다. 그걸 다 떠나보내면 그저 하나밖에 없었던 엄마가 돌아가신 날을, 단 하루 기억하는 몸짓이면 되는 거였다. --- p.135 원망기가 많이 들어있지 않은 회한조의 말이라서 심히 억울하진 않았다. 반론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나, 너는 너’, ‘내 삶은 내 삶, 너의 삶은 너의 삶’이라는 방목의 양육방식을 허세처럼 적용한 내 딸들의 어리고 푸른 시간들에 진심으로 미안했다. 게다가 그 규칙을 너무 빨리, 어린 네 살부터 시작한 것이. --- p.170 ‘한국 남자는 멀쩡해 보여도 일단 욕하고 나면 욕할 일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서글픈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여성 대상 잔혹 범죄를 저지른 평범해 보이는 남자들에게, 여자 동기들을 성희롱하고 강간하고 스토킹한 똑똑해 보이는 남자 대학생들을 고발하는 글에, 해맑은 이미지의 남자 연예인이 저지른 가공할 만한 성범죄가 드러난 수많은 기사 끝에 저 말이 쓰여 있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 인간됨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다는 것, 젊고 어린 남녀, 모두가 너나없이 관계에서 불행하다. --- p.195 “인생에는 틈이 있기 마련이야, 일일이 다 메꾸고 반응하려는 것은 미친 일이야. 노래도 있잖아. ‘어떤 이는 남의 꿈을 뺏고 살아.’ 안타깝지만 그렇게 사는 이도 있다니까. 하나하나 어떻게 다 반응해? 노래는 이렇게 불러. 들어 봐. 너희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 정해.” --- p.207 개미처럼 꿀벌처럼 너무 열심히 살지만 마라. 아무리 피의 흐름이 소용돌이치듯 빨리 돌아가게 태어났다 해도 너무 열심히만 사는 사람은 남을 얕보게 된다고 생각해. 그냥저냥 잘 살아가는 남의 삶을 게으름으로 보게 된다는 거지.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내로라할 것 아무것도 없이 하루하루 그냥 산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닌 것 같아. 어떻게 매번 숭고한 이념과 저 높은 목적을 위해서만 살 수 있겠어. 세상 무해하게, 멋지지 않게 사는 것도 도리어 멋진 삶일 수 있다고 생각해. --- p.230 독립은 중년의, 결혼했던, 아이 있는, 나이 많은 여자에게 어울리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독립이란 단어의 첫 뜻이 무언가. 자식에게 하는 말이라면 일단 혼자 잘 수 있게 하기, 자기 방을 만들어주기, 혼자 밥 차려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정도를 최초의 가정 내 독립으로 간주한다. 직장 갖기, 자기만의 돈으로 벌어먹고 살게 하기, 집을 떠나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기, 부모 혹은 보호자로부터의 분리까지가 진짜 독립의 실현이라 생각한다. --- p.2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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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결단 앞에 선, 인생에 또 다른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페미니스트 엄마와 이 시대 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 딸이 아닌 한 사람으로, ‘따로 또 같이’ 사는 프로가출러 엄마와 비혼주의자 딸의 성장 에세이 “딸을 키웠으니 나도 커야겠다고 10년의 세월 동안 면구쩍게 ‘가출생활자’로 살았다. 90년대생 딸들은 훌륭한 단독자로 자라났으나 가혹 한 이 사회에서 ‘독립불(가)능자’가 되었다. 나는 돌아와 더 이상 가출할 필요가 없게 되었는데 왜 딸들은 독립할 수 없게 되었을까.” 국내 최초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전 편집장이자 《트래블 테라피》,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를 펴낸 권혁란 작가의 신작 《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 라이프》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 엄마와 비혼주의자 두 딸이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여기에는 무언가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한, 무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나답게 사는 법’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겨 있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부동산 폭등, 데이트 폭력, 저출산, 여성혐오 등 우리 사회의 문제도 함께 짚고 있다. 저자는 딸들에게 “하루하루 그냥 잘 사는 것이 나에게 가장 충실한 태도라는 것, 그게 나한테 가장 잘 대해주는 거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편견과 관습이라는 이름의 수많은 강펀치를 견뎌낸 한 페미니스트 엄마와 비혼주의자 딸의 자력갱생 에세이를 만나보자. 너와 나의 아름다운 독립을 위하여 서로 돌보고 키우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영원한 화두다. 딸을 위해 무한희생하는 어머니나 딸에게 자신의 묵혀둔 감정을 쏟아내 상처받은 딸의 이야기도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 라이프》는 여타 모녀의 관계에서 한 발 더 나가 ‘따로 또 같이’ 행복을 찾는 모녀의 연대기가 담겨 있다. 내추럴 본 페미니스트로 거듭난 엄마와 90년대생 딸들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나다운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엄마와 딸의 현실적인 답이 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거실에 방을 하나 더 만든다든지, 경제적 독립을 위한 장기계획과 자신만의 여행법을 찾아가는 색다른 지혜를 보여주기도 한다. 1장에서는 저자가 가부장적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며 왜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왜 늘 독립을 꿈꾸는지를 풀어놓는다. 2장은 시댁과 결혼이라는 굴레, 구순 엄마를 보낸 딸, 지금을 살아가는 세상 모든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담겨 있다. 3장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엄마로서의 미안함, 4장에서는 분노와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딸들에게 일러주는 이야기를 적었다. 5장에서는 결국 인생의 해답은 내 안에 있으므로 나만의 방식대로 찾아가라는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여성혐오, 저출산 문제, 데이트폭력, 부동산 문제, 취업전쟁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짚는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리두기로 각자의 삶을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의 삶은 나의 것’, ‘너의 삶은 너의 것’을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는 어머니와 친구의 죽음, 세상과의 편견에 맞서며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일구어간다. 막내딸인 저자가 엄마 제사를 지내고, 가족을 위해 아빠가 요리하고, 비혼을 주장하는 딸과 함께 살아가며 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일구어간다. 엄마는 아낌없는 사랑으로 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 딸들은 세상을 떠도는 여행자로, 한국어 교사로, 작가로 다양한 삶의 결을 쌓아온 저자의 끊어진 경력, 끊긴 돈, 끊어진 인간관계를 이어준다. 딸들 덕분에 이어지고 기워지고 때워져서, 이 세상의 한 사람의 몫을 해내게 만들어주었다. 여자에서 엄마, 엄마에서 다시 여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지지해준 덕분이다. 한집에서 서로를 키우고 돌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연대가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이유다. 저자는 직장에서 힘들어하는 딸들에게 ‘인생에는 틈이 있기 마련이야, 일일이 다 메꾸고 반응하려는 것은 미친 일이야. 너희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너희가 정하라’고 이야기한다. 각자 나답게 사는 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독립,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이라는 의미다. 더 나아가 90년대생에게 전하는 직장에서의 마음가짐,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조언도 전한다. 《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 라이프》는 세상이 좇는 행복의 가치보다 ‘나답게 사는 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것이다. ‘나의 삶은 나의 것, 너의 삶은 너의 것’임을 잊지 말자. (거리를 두고 서로가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고 이끌어주는 것이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자력갱생의 지름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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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엄마와 두 딸 그리고 한 남자가 한집에서 따로 또 같이하는 동거생활이 이리도 평화롭고 아름답다니!! 천만의 말씀이다. 냉혹한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 내 새끼를 충분히 품어 키우고 방목하고 맹렬히 응원하고 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준 덕이다.
무언가가 되기는 했고, 아직도 무언가가 되려는 중인 서로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관계. 여자-엄마-할머니-빈껍데기가 아닌, 여자-엄마-다시 여자로 태어나도록 서로를 키우고 돌보는 관계에서 나는 부러움과 또 다른 인생을 배운다. 누구의 삶도 틀리다 할 수 없다. 각자의 길을 찾아 걸어갈 뿐. 우리, 세상의 모든 딸을 이렇게 옹호합시다!! - 양희경 (아들만 둘인 배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