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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부 식민지의 탈영병 어머니의 보따리 끌려가는 아들 오빠가 효자라네 2부 신여성은 아니지만 모던했던 투표장 이야기 할머니, 6·25 때는요? 어머니가 쓰러지셨다 코로나 시대의 보호자는 어머니의 밥상 3부 어머니는 ‘기-승-전-깔끔’이셨다 제가 딸입니다 태극기 집횔 다녀왔다구횻? 농부이세요? 만지지 말라구요 4부 해루질 두려운 요양 병원 늙음은 죄가 아니다 장년의 제자를 만나고 죽음은 순서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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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북아현동 골목길을 꼬불꼬불 내려오던 서울 유학생의 열세 살 하굣길이다. 골목길을 도는데 웬 아낙네 하나가 머리에 보따리를 인 채 전신주에 힘겹게 기대어 있다. 어머니다. “내려놓으면 보따리를 다시 올릴 재간이 없어서 이렇게 기댄 채 힘을 버는 거여. 저기가 바로 느이 자취방인데.” 소년은 어머니의 보따리를 헤쳐 떡가래 하나를 꺼내었다. 서산 갯마을 후미진 구석에서 새벽길을 떠난 흰떡 줄기이다. 담벼락에 기댄 채 공복을 채우는데 문득 햇살이 쏟아지는 것이다. 그 저무는 햇살을 보면서 문득 내 삶도 음울한 회색빛 도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또 세월이 빛의 속도로 흐르더니 반백년 시간도 훌쩍 넘었다. 이제 초로의 연륜이다. 갯마을의 유년, 서울 유학길의 성장통 그리고 수십 성상 분필밥을 먹던 사연들도 아득한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긴 세월 벗들의 도정과 내 기억들을 되새김질하며 소설 문장을 만들고 시를 써왔다. 그 편린들을 문장으로 만들다보니 도막 몇 개는 내 기억의 흔적인지 상상의 말풍선인지 헷갈리는 부분도 있긴 하다. 지금 어머니는 요양병원에서 19개월째이며 그 어느 것도 예측할 수가 없다. 맨 처음 앰뷸런스에 모시고 가면서 일제 강점기와 6·25를 소환했으니 참으로 지난한 배경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아들, 딸들의 세대와의 간극을 떠올리며 변신의 만감을 떠올리는 것이다. 더 깊은 사연까지 이어가려다 망설임 끝에 도려낸 사연들도 인과응보이다. 그리고 또 있다. 지난 스크린을 연동으로 이어가다가 벼랑 끝에서 멈추게 된 사연들이다. 이 모든 희로애락의 총체가 나의 인생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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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지나온 길이 있다.
어느 날 만난 길 어디쯤에서 몇 걸음을 걸었고 그 다음 얼마만큼 뛰었고, 그때 무슨 옷을 입고 어떤 표정이었는지 그 길에서 만난 누구의 표정까지 일일이 기억하는 사람, 그가 작가 강병철이다. 그래서 그 한 장면이 완벽하게 글로 그려지고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기억력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매사의 감동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작은 일에도 남보다 더 슬퍼하고 눈물을 흘린다. 그것이 꼭 심약한 소시민적 감수성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의 책들도 그렇고 여기 『어머니의 밥상』에서도 보여주듯이 문장 하나하나에 느껴지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애정, 바로 그것 때문이다. 초로의 작가, 그의 여린 애정으로 빚은 글은 읽는 이의 가슴에 뭉클하게 전해온다. 몽글몽글한 솜털 모양의 감정이 내게 살포시 내려앉는다. 이제 그의 책을 읽는 시간이다. - 박선영 (동화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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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머니가 차려 낸 밥상에는 어머니 손에서 자라고 다듬어진 것들만 살뜰하게 올라온다. 남편과 자식들의 입맛에 따를 뿐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은 절대 밥상에 올리지 않는다. 어쩌다 외식이라도 하는 날에 어머니가 좋아할 법한 음식이 올라와 권하면 “난 원래 그런 거 싫어혀.”라며 손사래를 치신다. 그 어머니의 밥상이 병실 환자용 식기로 바뀌고 나서야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어머니의 밥상의 진실! 그 앞에서는 눈물을 쏟아 내지 않고는 도저히 배길 재간이 없다.
그의 글을 읽노라면 나도 몰래 따쓰해진다. 돌아갈 수 없는 아련한 시절로 데려다 놓고는 한참동안 바다색으로 나를 물들여 놓는데, 이내 코끝이 찡해 오고 미간이 이그러지고야 만다. - 강봉구 (출판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