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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요양병원
강병철
삶창 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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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 5

실족 / 11
오키나와 당숙 / 52
요양보호사 / 92
지아비 / 112
뇌졸중 / 138
친정어머니 / 165
여섯 침대 / 179
개척단 / 198
전쟁 / 216
관재수 두 사연 / 227
그 간병인 / 257
계엄 / 277
꿈 / 293

저자 소개 1

1983년 『삶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서, 시집 『유년 일기』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찾는다』 『꽃이 눈물이다』 『호모중딩사피엔스』 『사랑해요 바보몽땅』 『다시 한판 붙자』 『격렬하고 비열하게』 등과 청소년시집 『세수 안 한 날』, 장편 소설 『해루질』 『닭니』 『토메이토와 포테이토』 『엄마의 장롱』 『꽃 피는 부지깽이』 등, 소설집 『열네 살 종로』 『초뻬이는 죽었다』 『비늘눈』 『나팔꽃』 등, 산문집으로 『어머니의 밥상』 『선생님이 먼저 때렸는데요』 『작가의 객석』 『쓰뭉선생의 좌충우돌기』 『우리들의 일그러진 성적표』 『선생님 울지 마세요』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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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135*205*20mm
ISBN13
9788966551941

책 속으로

그해 4월, 유채꽃 노란 대궁이 사뿐사뿐 흔들리던 봄날이 확실하다. 여우내 물안개가 뿌옇게 오르는 둔치로 필용 씨가 다시 덜컥 나타났으니 영락없는 뽕짝 영화 스크린이다. 그전에도 수복이한테 살짝 수작을 붙였다가 퇴짜를 맞은 적이 있었으니 ‘다시’라는 말이 맞는 것이다. 영화에서 청춘남녀가 프로포즈 하는 걸 흉내 내며 청금산에서 꺾은 개나리 한 묶음 들이밀자, 처음에는.
“쉽게 보이나유? 지가?”
노려보다가 금세 고개 돌리며.
“남의집살이허는디 이런 거 함부루 받으면 눈총 먹어유.” 손사래 치는 바람에 ‘쭈우’하고 첫 헛물을 켰으나 아주 싫은 느낌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보름 후 다시 5일장에 서 사온 호떡 봉지를 디밀자.
“주인집하고 한치* 먹을 튜. 아저씨가 줬다고 정직허게 실토 헌 다음 먹는 게 심사 편해유. 그렇쥬?”
--- pp.31-32

질풍노도 소년의 달뜬 희망이랄까, 소학교 시절 월반으로 5년 만에 졸업했던 수재 소년의 광폭 유학 행보가 전쟁통에 꼬였으니, 그 또한 운명이다. 저 푸른 창공으로 훨훨 날갯짓하고 픈 욕망이 펄펄 넘치면서 공군 장교로 덜컥 자원해버린 것이다. 당연히 오판이었다. 일본은 절망적 전황 상태를 털끝만큼도 흘려주지 않으면서 오로지 ‘도스께끼(突擊)’ 목청만 높였다. 목숨을 바쳐 천황폐하를 보위하는 게 멸사봉공 사명이라며 광분에 싸인 채 ‘돌격’ 명령만 질렀고 또 그대로 먹혀들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황국신민의 그 흐름에 동참했으니 그게 ‘우민으로의 동화’이다.
그렇게 조종사를 꿈꾸던 황성구 청년까지 오키나와 전쟁터 자살 특공대로 직통 연계되었으니 사람 팔자가 그렇듯 예측불허이다. 황성구가 느끼기엔 명분 없는 개죽음이었지만 공군학교의 다른 청년 조종사들은 달랐다. 일본 본토 청년들은 어금니 깨물며 자국의 승리를 빌며 ‘부모님 전 상서’의 눈물 서린 편 지를 쓰기도 했다. 아니, 몇몇 조선인 유학생도 그랬다. ‘몸 바쳐 적의 항공모함에 부딪치면 나의 영광이요, 나라의 명예이다’라며 황군으로 전사하게 됨을 영광으로 받드는 쪽으로 세뇌되었으니.
‘어머니, 저는 사선으로 떠납니다.’
목숨을 바치는 걸 영광으로도 여기는 서신이 줄을 이었다.
--- p.62

27일 후,
분당종합병원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또 옮겨졌으니 그 이유가 황당한 건 아니다. 무릇 병원은 수술과 치료를 위해 세워진 시설이지 고칠 수 없는 환자들을 재우는 숙박업소가 아니다. 따라서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는 당연히 요양원으로 보내야 한다. 그래도 보호자 입장에서는 요양원으로 모시는 게 왠지 ‘포기한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게 문제이다. 자식들은 그게 싫어서 병든 노모를 또 몇 차례 다른 병원이나 재활병원으로 옮기고 또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내 병이 더이상 회복이 어려우므로 혹시 ‘마지막이라며 집에 보내주는 걸까?’ 그러면 텔레비전이나 실컷 틀어놓고 졸다가 보다가를 반복하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숨을 끊어야겠다는 기대도 가져보았다. 병원을 나와 다시 앰뷸런스의 삐용삐용 소리를 들으며.
‘드디어 가나 보다.’
--- pp.146-147

“사람이 죽었다.”
두 달쯤 지났을까, 마을 사람들이 대구저수지 제방으로 우르르 나오더니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다. 아, 춘자다. 열여덟 처녀의 몸을 저수지에서 꺼냈으니 동네 전체가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주머니건 허리춤이건 닥치는 대로 돌멩이를 매달고 새끼줄로 칭칭 묶은 채 저수지로 풍덩 뛰어들었다던 그날의 기억이 퍼뜩 떠오르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웃 아낙들이.
“종규 놈 때문이여. 이 총각이 이종지간에 사단을 쳐놓곤 객지로 발라버린 거여.”
“도망간 게 아니구 취직허러 간 거지.”
“연락도 안 갔지만 이젠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니, 아이쿠.”
입에 거품을 문 채 ‘놈’ 자를 붙일 때 비로소 전모를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스무 살 종규 총각이 이종사촌 춘자네 사랑방으로 밤마실 다녀도 어른들 모두 ‘그런가 보다’ 하며 두루뭉술 넘긴 것이다. 춘자 엄마 강경댁이 사랑방 문을 열어 과즐이나 대추 같은 주전부리를 밀어넣기도 했단다.
찐고구마를 들이밀다가 슬쩍 둘러보면 사내아이 계집아이 몇몇이 둘러앉아 킬킬대는 사이로 춘자의 보조개 웃음도 환하게 피어오르더란다. 아랫목 덮은 이불에 다리를 집어넣은 채 ‘손목 맞기’ 민화투도 치고 손가락으로 장기알도 튕기다가 자지러지는 웃음도 쨍그랑쨍그랑 터뜨리는 것이다. 이따금 종규와 춘자 둘이 달랑 있는 것도 보긴 했지만, 그냥 ‘참 좋은 젊음이다’ 하며 끄떡거렸을 뿐이다.
그러다가 풋보리 아가씨 춘자의 달거리가 끊긴 것이다.
--- pp.189-190

‘혁명 공약’ 항목 3번까지는 그럭저럭 무난하게 외웠다. 그 다음 4번부터 헷갈릴 때마다 남편은 새우등 자세의 몸을 발딱 세우며 용을 쓰는 중인데.
“잠이 안 와유?”
남편이 짜증스럽게 돌아누우며.
“시방은 어지간히 외워지는데 막상 누런 지시봉이 몸을 툭 건드리면 머리가 하얘지더라구…… 지프 하나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부릉부릉 교문으로 들어오는 거야. 새파란 소위 하나가 교무실에 등장하자마자 선생들 모두 수업도 중단하고 교무실로 모이는 거지. 그리고 자동으로 한 줄로 정렬을 하면 그 밥풀 때기 하나짜리 애송이 소위가 빙빙 돌다가 갑자기 지휘봉으로 아무나 툭툭 건드리며, ‘당신!’ 하며 한 사람씩 지명할 때마다 오싹 오그라들더라닝까.”
교장님까지 바싹 얼어붙던 시대이니 평교사들은 당연히 좌불안석인데.
“혁명 공약 외워 보시횻! 그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재빨리 암송을 좔좔좔 보여줘야 해. 못 외우면 지적당한 다음 곧바로 상부에 보고서가 올라가니 무슨 수모를 당할지 알 수가 없지. 앞으로는 반공(反共)에서 승공(勝共)으로 승공에서 멸공(滅共)으로 변신할 거라네. 공산당을 반대하는 반공에서 싸워서 이기는 승공을 넘어 완전히 박멸시키자는 멸공이니, 휴우, 지금은 납작 엎드려야 하는 시국이야. 박정희가 남로당 출신이었다는 얘기를 꺼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가는 세상이고.”
--- pp.203-204

“세상이 또 뒤집혔어. 낙동강까지 밀고 오던 북한군이 퇴각을 한 거여. 맥아더가 느닷없이 한반도 허리를 파고들자 쫓기던 좌익들이 우익들을 모아놓고 총을 겨누는 거야. 그 반대로 인민군의 강요로 감투 하나 덥석 받았던 사람들은 서울 수복 이후 빨갱이로 몰려 거꾸로 엄청난 욕을 치렀어. 굴비처럼 묶여 끌려가 무르팍 꿇렸다가 계곡에 일렬로 쪼옥 늘어서서 자기가 묻힐 구덩이를 팠으니…… 세상이 뒤집히고 또 뒤집히먼서 멀쩡히 지내던 이웃끼리 두 패로 갈라져 쫓고 쫓기는 운명이 된 거여.”
난세는 인간의 심장마다 악마를 심어놓았다. 제주도가 가장 무시무시했지만 여수나 순천, 대구까지 전국 요소 요소에서 죽고 죽이는 공포의 도가니가 터진 것이다. 충청도 공주의 왕촌 이나 대춧골,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도 골짜기에 구덩이 판 다음 짐짝처럼 쑤셔 넣고 총도 쏘았다고 생생하게 들었다.
--- p.223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도 숙인다. 그 순간 내 눈시울이 글썽해진 것은 40년 전 내 아들딸들의 현장 때문이다.
둘째 아들은 전투경찰이었고 셋째 아들은 대학생이었다. 형제끼리 대학 정문 앞 아스팔트에서 서로 최루탄과 화염병을 쏘고 던지며 쫓고 쫓겼다. 최루탄을 맞은 대학생들이 교문 안으로 도망치기도 했고 반대로 아스팔트에 깨진 화염병 불꽃이 군복에 붙어 허겁지겁 뛰는 전경 청년도 있었다. 내가 낳은 핏덩이끼리 왜 편을 나누어 싸우는 것일까? 배달의 젊은이끼리 원수처럼 싸우는 게 괴로웠었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군인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지도 않고 총구를 내린 채 느릿느릿 걷는다. 마트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시간을 끄는 장면도 보였으니 어리둥절한 일이다. 쓰러진 시민을 일으켜 세우고 ‘괜찮다, 괜찮다’ 하며 등허리도 두들겨 준다. 그러니까 45년 전 광주의 피비린내 흐르던 아스팔트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인데.
그렇게 혼신으로 인간 바리게이트를 치면서 ‘3시간 천하’ 사태로 마감되었으니 ‘실패한 계엄’이 된 것이다. 시민들도 용감했고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군인들도 장하고 대견스럽다. 퇴각하던 군인 하나가 몸을 돌려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했으니 눈부시고 눈물겨운 장면이다.

--- pp.283-284

출판사 리뷰

깊은 연민과 품을 가진 다정한 소설!

소설의 후반부는 자식들의 삶을 중심으로 현대사가 펼쳐진다. 그전에 남편이 겪었던 5?16쿠데타 직후의 모욕적인 상황과 필용 씨와 얽힌 개척단 노동자들을 통해 군사정권의 야만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어머니로서 자식들이 겪은 고초에 더 무게를 싣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교직에 있던 아들들의 해직 사태는, 주인공 박공희 여사에게 특히 힘든 시절이었다. 인상적인 것은 ‘작가의 말’에도 언급되었지만, 이에 대한 주인공의 태도다.

도교육청 장학사 두 명이 새벽 다섯 시 초인종으로 쳐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아드님이 북괴의 회유에 놀아난 거’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피우며.
“아들 같은 사람이 북침설을 주장한다고요.”
그 말을 들은 나도 약이 바싹 올라.
“북침이 뭐대요? 북한이 침략한 게 북침인가요? 남한이 침략한 게 북침인가요?”
그는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북침이니까…… 북한이 침략한 게 맞겠지요. 아마.”
대답을 하면서도 뭔가 불안한 표정을 짓기에 내가 대뜸.
“그럼 장학사님 주장이랑 뭐가 다른 건가요? 북한이 쳐들어온 게 북침이라메요. 북침설이 뭐가 문제대유?”(233쪽)

얼핏 주인공의 재치로 읽힐 수도 있으나 1980년대 상황은, 주인공이 전하는 전쟁과 이어져 전쟁과 분단의 상처가 여전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주장이 아니라 주인공 박공희 여사의 경험과 성격을 통해서 소설적으로 형상화 해냈다는 점일 것이다. 소설의 근본이 이야기라면 이 소설은 이러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국면들을 훌륭하게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이후 의료 현장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빼놓지 않는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활동에 제약이 큰 연로한 여성이다 보니 의료 현장에 대한 총체적이고 객관적인 보고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주인공의 경험 내에서 포착되는 인간들의 다양한 성격과 처지는 이채롭다 할 것이다. ‘현재’에 대한 주인공의 관찰은 요양병원 내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면서 소설을 풍요롭게 하는 데 일조한다. 단지 돌봄 노동자들의 성격들을 드러내서가 아니라 돌봄 행위가 제도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당사자는 대상으로 전락하는 장면은 어쩌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본뜻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가서 생을 마감하고 싶지만 자식들의 상투화된 효도와 제도화된 돌봄의 그물망은 주인공을 무기력하게 하고 만다. 하지만 존엄사에 대한 주인공의 갈망이 자신이 겪은 역사의 파노라마를 가능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굿모닝, 요양병원』은 진부한 ‘실버 소설’도 아니고 또 남성 중심의 무거운 ‘역사 소설’도 아니다. 이 소설은 한 여성의 수다에 가까운 자유로운 이야기들로 잘 짜여진 구조를 가진 ‘진짜 소설’이다. 한탄 조의 비감이나 신파가 아니라, 존엄사에 대한 갈망에 비례하는 깊은 연민과 품을 가졌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다정한 소설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역사와 정치를 놓치지 않는!


1928년 생인 어머니는 식민지 시대 소학교를 졸업하고 군청 서기로 일할 때가 화양연화였다. 소재지 최초로 파마머리를 하셨고 발바닥에서 15센티 올라가는 치마를 입으시면서 신작로 사내들의 눈길만 받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소개팅 들어온 국민학교 훈장 사내와 혼인식을 올리자마자 농부로 변신했으니, 운명이다.
93세까지 서산 한라비발디에서 혼자 사시다가 요양보호사의 보호를 2년 정도 받았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시국 때 병상에 누운 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셨다. 요양병원에서 마지막 5년을 더 연장하신 게 가장 큰 고통이셨으니, 몸이 수수깡처럼 마르고 주삿바늘조차 꽂을 자리가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랬다.
어머니는 망자가 되면서 비로소 존엄을 되찾으셨다.
둘째 아들이 너무 잘 울어서 걱정이 많으셨다. 운동회 달리 기에서 4등을 해서 공책을 못 타는 바람에 울었고, 이웃집 성국이가 던진 돌멩이에 곁방살이 경호의 이마가 깨진 날에도 피 흘 리는 동무보다 더 크게 울었다. 5학년 첫 시험 때는 반에서 6등을 하고 꺼이꺼이 터뜨리는 둘째 아들을 달래느라 진땀도 흘리셨다.
성품은 의연하셨다. 1985년, 내가 해직교사가 되었을 때 우리 집안에서 표정 관리를 가장 잘하셨다. 아들이 쫓겨난 일터인 논산까지 혼자 오셔서 묵묵히 하숙 짐을 묶으시고 트럭에 실어 대전까지 날라다 주면서.
“괜찮다. 안 되면 나랑 농사짓자.”
퉁퉁 불은 내 가슴을 다독다독 문질러주셨다. 그때까지 자신이 병실에 누우실 줄 까맣게 모를 즈음이다.
그 100년의 서사를 푸는 작업은 당면한 의무이면서 고통이 었다. 덕분에 오키나와 전투와 해방, 6·25전쟁과 유신 시국을 소환할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한 일이다. 2024년 12월 3일 비상 계엄 때는 침대 옆에서 독백처럼 노닥거리다가 치미는 울컥으 로 눈앞이 캄캄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에는 밀려드는 일 처리에 정신이 없어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슬픔의 농도가 진해지다가 나중에는 버스나 거리에서 악, 하고 스스라치곤 했다. 다행인 것은 예전의 기억 조각에 허구를 덧붙이다가 한동안 폭풍 집필에도 빠졌다는 사실이다. 『굿모닝, 요양병 원』에 마침표를 찍고 나서 온몸에 힘이 모두 잦아지면서 깊은 잠의 수렁에 빠졌고.
그동안 25권을 발간했고 장편소설로는 『엄마의 장롱』 『닭니』 『꽃 피는 부지깽이』 『토메이토와 포테이토』 『해루질』 이후 여섯 번째 출산이지만 기실 ‘어머니의 사연’이 빠진 적은 없다. 그리고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뜨거웠음도 밝힌다. 수십 년 이력의 몸으로 독자들의 반응을 두근두근 기대하는 중이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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