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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해당화 남매 거문여 가지 마요 마룡 저수지 보름달 소쩍새 첫사랑 외조모 박공희傳 장학사 오던 날 고두리 가는 길 삼봉이발소 하나 삼봉이발소 둘 초승달 맏딸 쌀두개꽃 2부 담배의 이력 산호랑나비 애벌레 어부동 가는 길 열네 살, 종로 첫눈 하나 첫눈 둘 마룻장 소리 꾀꼬리 당재골 이장님 혼자 반딧불이의 묘 원추리꽃 예순일곱 동창회 예순여덟 동창회 예순아홉 가을 3부 새들은 왜 꽃 피는 부지깽이 사쿠라 보고 싶다 능소화 요양원 대전발 새벽 열차 더운밥 올리고 싶어서 격렬하고 비열하게 복수 군청 서기 김현송 개나리 피었담? 그래요 만질 수 있으니 도서관 이력 하나 도서관 이력 둘 아직 거기 있는가 리스트 남루에 대하여 묵은 총각 장가간다 4부 낭만에 대하여 고라니 유채꽃 라면 아들의 탄생 딸내미 웨딩드레스 기우 주먹을 쥐면서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없어서 비늘눈 2024년 그는 그래도 유튜브는 원추리꽃 초성리 1978 둘 - 소리 초성리 1978 셋 - 한탄강 초성리 1978 넷 - 어느 초병의 이야기 시인의 말| 고희의 날을 벼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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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늙은 갈대
최선의 공격은 침묵이다 상큼한 생의 마지막 벼렸으나 의학의 이기심 버틸 수 없어서 순종하는 여자의 일생 몸 팔아 낮은 자리 투명 인간 스스로 자처하던 그 결정적 오발탄 신문 보는 사내 마루턱에서 과도로 발바닥 더께 긁어 주었다 나날이 몸피 작아지면서 미안하다, 그 언어 달고 살면서 쌀 한 줌 아껴 목돈 퍼주며 학벌 좋은 딸들이나 피붙이들 따라온 며느리까지 여자의 적(敵)이 여자라며 대숲 향해 소리칠 뻔도 했다 격렬하고 비열하게 마른 가지로 하염없이 누워서 --- p.74 「격렬하고 비열하게- 요양병원 667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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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빙하의 숨소리를 듣기 위해 흙바닥에 엎드린 채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밤 기차 소리와 함께 전신주가 스쳐 지나갔고 미루나무에 오르던 봄물들이 어느새 늦가을 낙엽으로 뚝뚝 떨어졌다. 지금은 고희의 문턱을 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이니 빛의 속도로 흐르는 세월에 발목을 걸고 싶은 것이다. 벗들이 떠날 때마다 스마트폰 번호를 지우는 몸짓도 지금은 익숙하다. 등이 굽고 잇몸이 흔들리더니 인생의 시계추 밤 아홉 시 언저리이다. 한반도에도 열한 명의 대통령이 바뀌면서 이제는 ‘아, 내가 그들보다 늙었다’는 상념으로 몸을 새롭게 성찰한다. 서두를 일이 없다면서도 밤마다 고희의 날을 벼리는 것은 타고난 체질 탓이다. 배추 뿌리 뽑아낸 자리마다 억새꽃 하얗게 날리는 계절이 오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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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항상 노심초사다. 스스로도 소심하고, 예민하고, 생각이 많다고 말한다. 그냥 스치고 넘어갈 일도 반추하고 되돌아보며 속을 끓이는 체질이다. 그런 성격과 기질이 그를 문학의 길로 이끌었으리라. 삶의 굽이굽이에서 마주친 대상과 상황들을 삶의 갈피에 여며두었다가 예민하고 섬세한 촉수로 불러내 되살려 내는 그의 작업은 마주한 대상과 상황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시집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입담과 사설이 서정성과 어우러져 낯익은 듯 낯선 풍경으로 독자들을 끌어낸다. 이제 해무 자욱한 생의 갯가에서 방금 막 건져 올린 그의 시를 맛 볼 일만 남았다.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 황재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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