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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생명의 소리를 듣다
능소화 꽃님 겨울 숲 노루귀 보춘화 피던 시절 겨울비 산자고 용문산 은행나무 태백산의 고사 주목 닭의장풀 백련 그림을 감상하며 사위질빵 개구리 알 갈대밭 길을 걸으며 제2부 제비콩을 심으며 학년을 맡으며 새 학년 우리 선생님은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피자 사던 날 화전 만들기 물총 싸움 우리 반 지영이 감자 꼭두각시 춤을 추며 자식이 뭐길래 대동의 한판 춤을 갯벌 가는 날 아침 제비콩을 심으며 제3부 광장에서 간식 마디 프리즘 같은 마음 사랑 봄바람은 언제나 망초 광장에서 찔레꽃 피던 날 인간은 사람이 살고 있었네 제4부 휘파람새는 울고 있었지 나의 할아버지 어머니, 당신을 성묘하며 고근산 우도 감국 유채꽃 휘파람새는 울고 있었지 구럼비가 무너져 내린다 제5부 핵 없는 세상을 향한 꿈 프리피야트 이야기 양치기 소년들의 나라에서는 봄은 오고 있건만 탈핵 공청회의 삼척 사람들 초록 눈이 내리는 세상을 꿈꾼다 어떤 나라에서는 해설 | 김민곤 (시인 , 전직 교사)·떠나라, 다시 돌아올 그곳을 향한 힘찬 발걸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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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 질빵
우리 식물 이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해학도 그런 해학은 없다 개불알풀, 도둑놈의갈고리, 며느리밑씻개…… 여기에 사위질빵과 할미밀빵까지 나무라는 것이 나무 같지 않게 야리야리하게 태어나 그 줄기를 약간만 힘주어 꺾으면 뚝뚝 끊기는 품 하며 강건한 이웃들에게 빌붙어 덩굴손 뻗으며 애원하고 사정사정하는 꼴이 안쓰러워 잡아끌어 준 팔이 한여름에는 훠이훠이 내저으며 사방으로 뻗어 언제 그랬냐는 듯 온 세상을 하얗게 지배한다 (하략) --- p. 32-33 제비콩을 심으며 5층 위 옥상까지 점령했을 법도 한데 4층이 한계였나 아쉬움인가 미련인가 올해 또 제비콩을 심는다 울타리 밑에 가야 한다 나는 가야 한다 은은한 자줏빛 연정 놓아두고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천여 눈길 한 곳에 모았던 그 열망 받쳐주고 지탱해 줄 머슴도 이제는 늙어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를 지탱했던 동아줄 붙들 힘이야 없겠냐만 그를 붙들 수 없다 거두어내야 하는 인연의 줄을 애써 태연한 척 외면해야 한다 하여 굳이 울타리 밑에 심는다 그중 몇 알이라도 살아남아 있다면 또 달리 머슴을 자처하는 사람 나타나겠지 그 꿈을 안고 울타리 밑에 오늘도 제비콩 몇 알을 심어 놓는다 --- p. 69-70 양치기 소년들의 나라에서는 후쿠시마가 녹아내린다 아직도 여전히 세상 씨 말릴 저 불덩이를 어찌 한단 말인가 태평양 바다를 수년 내에 다 오염시킨단다 도오쿄오가 울고 있다 방사능 공기 들이마시고 방사능 물 마셔야 한다 쌀도, 채소도, 버섯도, 쇠고기도 일본 땅 칠할이 방사능으로 덮였단다 갑상선암, 유방암, 위암, 간암, 혈액암…… 암이 창궐한다 불임, 유산 태어나도 소아암, 기형아 아이들 울음소리 잦아든다 후쿠시마 학생들 갑상선암이 58배 늘었단다 일본 역사가 절단 나고 있다 일본이 망하고 있다 무서워서 핵발전소 모두 멈추었다 그래도 전기는 들어오고 공장도 돌아간다 그러나 그건 일본일 뿐 밀양도 울고 있다 수도권으로 가는 핵발전 송전탑 막다가 할아버지가 분신하고 할머니도 촛불을 들었다. 고리 핵발전소 냉각수 발전기가 멈춘 것도 숨기고 울진 핵발전소는 또 고장이 나고 경주 방폐장에는 지하수가 스며든다 이 지역에도 암이 유행한다고 한다 방귀가 너무 잦다 그러나 그건 그 지역 이야기일 뿐 한 방이면 다 잿더미가 된다 해도 냉난방기 빵빵 돌아가고 태평성대 좋을시구 오늘도 한반도는 안녕하다 대한민국에선 핵도 양치기 소년 이야기일 뿐 --- p. 115-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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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중심에 둔 한결같이 곡진한 시인의 모습처럼
사람과 사물에 대한 사랑이 녹아들 시편들! 초등학교 교사로, 초록교사운동의 선구자로, 탈핵운동가로 40여 년 한 길을 걷다가 어느새 정년을 맞은 김광철 교사(서울 신은초등학교)가 첫 시집 『애기똥풀』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제비콩을 심으며』를 냈다. 제주 출신인 김광철 시인은 1975년 서울교대를 졸업한 후 서울 문창초등학교에서 현재 혁신학교인 신은초등학교까지 10개 학교에서 근무했다. 이 시집에는 “인간을 중심에 둔 한결같고 곡진한 시인의 모습”이 5개의 부 - 생명의 소리를 듣다, 제비콩을 심으려, 광장에서, 휘파람새는 울고 있었지, 핵 없는 세상을 향한 꿈-에 시로 새겨져 있다. 시와 삶이 유리될 수 없으니 시가 삶보다 더 감동적일 때가 있고, 시가 시인의 삶을 담아내기에 역부족일 때가 있다. 그의 삶을 잘 아는 사람들은 김광철의 시가 후자에 가깝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작은 체구지만 다부진 몸매 그리고 강렬한 눈빛 그러나 그 안에 숨어 있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깊은 애정’은 그가 살아온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는 1991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후 전교조 서울초등지회장, 서울부지부장, 합법화 1기 전교조 전국 초등위원장 등 여러 직책을 맡아 선봉에 서왔다. 뿐만 아니라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창립과 ‘초록교육연대’ 창립을 주도하는 등 생태 및 환경보전 운동에 앞장서고 있으며, 후쿠시마 핵 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에는 탈핵 교육과 탈핵 운동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수호(전 민주노총위원장 / 전 전교조 위원장) 시인은 “그에게 시란 느낌이요, 주장이요, 외침이요, 노래”라면서 이번 시집에서는 “그것이 더 곧게 거침없이 직선으로 아침 햇살처럼 뻗어가고 있다”고 했다. 또 이은봉(광주대 교수) 시인은 “자연과 아이들과 그의 일상적 삶에 대한 곧은 시선이 가득가득 출렁거리고 있다”고 했다. 또 권순진 시인은 그에게 시는 “건강한 삶, 핵 없는 초록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텃밭이며 그 농부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퇴임 이후의 그 꿈의 물레질의 가열함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렇듯 김광철 시인을 아는 이들은 그의 곡진한 삶이 시에 그대로 녹아 있음을, 교사운동을 뛰어넘어 환경운동가로 활동해 온 그의 이력에 대한 존경과 기대를 말하고 있다. “이제 초등학교 교사로서 40여 년의 순례 길을 접어야 할 시간이 되었나 보다.”라며 담담히 정년을 맞는 김광철 시인이 정년 이후 펼칠 삶과 또 그 삶을 오롯이, 더욱 서정적으로, 깊이 있게 담게 될 그의 시를 기대해 본다. 세상이 좋아진 만큼 시는 더 감동일 것이고, 시만큼 세상도 좋아져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작가의 말 이제 초등학교 교사로서 40여 년의 순례 길을 접어야 할 시간이 되었나 보다.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자연의 뭇 생명들 이야기가 귓가에 잔잔히 밀려온다. 이제 시간은 나더러 새로운 길 위에 서라 한다. 어느 길 위에 서 있더라도 낮은 데를 찾아 채우고 또 채워, 모두 우리가 되고자 하는 물의 모습을 닮으라 한다. 수능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마음으로 처녀 시집 『애기똥풀』을 내고 난 지 다섯 돌을 앞두고 다시 『제비콩을 심으며』로 세상을 맞는다. 그동안 밀어주고, 이끌어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참기름 향 솔솔 묻어나는 절편을 먹는 즐거운 상상으로 시를 대하며 더욱 정진하고자 한다. 2016년 여름, 김광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