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제1부 깨진 창 사이로
삶 꿈 깨진 창 사이로 작아지기 눈이 감긴다 나비 물맛 시 창작 입문 제2부 내일은 내일 끝난다 우도야 게 섰거라 밤 아쉬울 때 그만, 하면 너 이제 다시는 그렇게 살지 말아라 내일은 내일 끝난다 나는 너무 밝은 빛 구름 미안하오 백지 어떻게 그래 안경 제3부 그 길에 그 길에 우주 심청전 딸기 비웃다 기록되지 못한 삶 오버워치 화살 죽음 김치볶음밥 두부된장국 제4부 우도 염치 글쓰기와 시 쓰기는 다른가 이 밤에 새벽 에이, 뭘 그래 나는 죄인이다 쓸 것도 없어 무엇을 우도 숲 산문 | 나는 누구인가 연보 | 우리 오빠, 정해강 발문 | 미완으로 완성된 시집·남호섭 |
|
찬 복도 바닥에 앉아 다리가 저리다
어느 틈에 다리는 감각을 잃었다 창 밖에서는 신선한 바람이 자유로이 뛰논다 아버지, 어머니. 비상구 표시등 아래에 죽음이 살림을 차렸다 한밤중에 길 잃은 나그네가 수백 개의 눈으로 감지한 불빛 그는 발작 중에 힘을 잃어갔다 인간에게는 비상구인 것이 다른 짐승에게는 어떠한가 깨진 창 사이로 미풍이 불어오고 여기 멈췄다 모든 흔들리는 것들은 사실 정지해 있다 바람은 어디서나 생동한다 느낌은 주관적이나 나는 이것들이 조금 가여워졌다 ---「깨진 창 사이로」중에서 내일은 내일이 돼야 시작되고 내일은 내일이 시작돼야 끝날 수 있다 삶은 사람을 빚는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을 마저 살아야 내일도 온다 어제 밥 먹고 일하고 똥 누었듯 오늘 그리하면 그러나 내일은 그냥 오지 않아서 오늘은 오늘도 죽음을 맞는다 숨진 오늘을 낙엽처럼 밟으며 강물처럼 유유히 걸어가 보려 한다 ---「내일은 내일 끝난다」중에서 나를 벗겨낸 안경이 나를 보고 있다 안녕 안경, 나를 쳐다본다 텅 빈 눈으로 나를 벗고서 ---「안경」중에서 |
|
작가의 말
변화를 잉태하는 글쓰기 나는 시를 써야 한다 시는 마음을 고독하게 한다 고독은 영혼을 살찌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도 계속 써야 한다 걸음을 멈추지 말고 쉬어도 끝을 내고 쉬어야지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읽어야지 어디를 향해 가든지 그 자리마다 들꽃은 피어 있으리니 그 꽃들 하나하나에 이름을 지어주자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멈추지 말고 계속 살아라 무엇이 잘못되어 이런 나날을 보내는가 이제 한 달 뒤면 나는 군대로 간다 그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 시를 쓸 것이다 나는 누구를 또 만나야 하나 옛 친구들이냐 오래 전에 갔던 공간이냐 어릴 때 읽었던 책이냐 내 머리는 공허하다 내 마음도 공허하다 일단 우도에 가보려 한다 가서 일주일 정도라도 걸어 다니며 시를 쓰고 싶다 내 삶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종종하지만 어찌 될지는 모른다 이토록 허무하고 이토록 보잘 것 없는 내 글은, 내 시는, 내 인생은 어디에 자리매김 할 것인가 팔이 아프다 - 2019년 11월, 일기에서 |
|
시는 마음을 고독하게 한다고, 고독은 영혼을 살찌운다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도 계속 시를 써야 한다고 말하던 젊은 벗 해강이가 쓴 시를 읽었다. 저녁 강물처럼 흐르는 시를 읽으며, 내 가슴 속에 흐르는 저녁 강물 소리를 들었다. 누구나 이 시집을 읽으면 저마다 가슴 속에 흐르는 저녁 강물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해강이는 “먼 미래까지 잇닿아 있는” 이 소리를 언제쯤 들었을까? 가슴에 시를 끌어안고 살면서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것을 그 나이에 눈치라도 챘단 말인가? 그래서 “세상 그 어디에 삶이 없겠는가” 라고 노래 불렀단 말인가? 아아, 슬퍼서 더없이 아름다운 벗이여 시인이여! 고이 가시라. 머지않아 우리 다시 만나 “친구의 배고픈 눈동자와/심심한 마음”을 들여다보며 노래하리니. - 서정홍 (농부 시인)
|
|
청소년 시절부터 이십 대를 갓 맞이한 정해강에게 자기 존재를 표현하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방식은 “변화를 잉태하는 글쓰기”였다. 그에게 자기연민이나 죄책감, 허무는 타고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생명력을 가진 인간이기에 획득되는 것인 동시에, ?‘삶’이 다 하는 순간에 끝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가 떠나고 없는 이 세상에서 더욱 절절하게만 느껴진다. 우주에서 인간이 무가치하고 자신 역시 그러하다는 의식, 불완전하고 나약한 존재로서 인생의 공허와 허무를 위무하는 방식으로서의 글쓰기는 곧 해강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자 자기완성에 이르는 길이었을 것이다. - 정미숙 (산청 간디고등학교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