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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검은 호랑이 연기 영산강 따라 수채화 분배 화학 변화 기적 교육 ■ 산문 박용주 당나귀처럼 붉은어깨도요 길양이 악동(惡童) 고라니는 누울 곳을 가리지 않는다 멧돼지 다녀갔네 하여튼 뮤즈 1 뮤즈 2 ■ 산문 박우현 봄 봄 여든 길고양이처럼 여차 어떤 사과 양산이 지구를 살린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60에 대하여 ■ 산문 송창섭 유자나무 유자 몇 알 밤재 돌은 비옷을 입지 않는다 애꿎은 날이 빚은 여러 표징들 소설小雪 미련이 문제겠지만 새롭지 않다는 느낌은 들어 염소 다섯 마리 작장리방파제 ■ 산문 임혜주 어둠은 어떻게 새벽이 되는가 그늘을 캐다 돌과 눈 흐린 가을날 아침이었습니다 밑간 동지 처서 고요 속에 있는 것 ■ 산문 전 인 걸레 개심사 고독사 강물 욕으로 지은 집 산밭 호강한 날 그 집 ■ 산문 전종호 임진강 1 - 거꾸로 흐르는 물 임진강 2 - 도강(渡江)의 의미 임진강 3 - 삼기하(三?河), 교하 임진강 4 - 망향(望鄕)의 노래 임진강 5 - 타향살이 임진강 6 - 우수(雨水) 임진강 7 - 흐르지 않은 물을 위하여 임진강 8 - 경의선을 따라 ■ 산문 조재도 쓸모 손 참는다 소금 몇 알 들꽃 흔한 말 붕어빵 격려받고 강해진다 ■ 산문 최성수 유월 먼 그대 백로에 물레나물꽃 꽃피는 그대 봄 11월 농라 하나 ■ 산문 ■ 참여시인 약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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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전현직 교사 아홉 명이 코로나 시대 시로 안부를 묻는 합동시집을 발간했다. 시인 김정원(전남 담양), 임혜주(전남 무안), 송창섭(경남 삼천포), 박우현(대구), 전종호(경기도 파주), 박용주(충남 공주), 조재도(충남 천안), 전 인(충남 계룡), 최성수(강원 횡성)가 참여했는데, 거주지로 본다면 가히 전국적이다.
이들은 동인도 아니고 어떤 모임을 같이 하는 것도 아니다. 사는 곳도 시골 변방이며,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학교에 근무했던(혹은 지금도 하고 있는) 교사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작은숲 출판사에서 간행하는 시선 ‘사십편시선’에서 시집을 낸 바 있는 시인들이라는 점이다. 이 시집은 각자 떨어져 살기를 요구하는 코로나 시대에 시를 매개로 의기투합하여 ‘시와 산문’으로 서로의 마음을 위안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안부를 전하며, 험난한 재난의 시대를 함께 잘 헤쳐 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묶은 합동시집이다. 참여 시인들은 이 책이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이후 일 년에 한 번씩 모사(謀事) 내지 거사(擧事)를 거쳐 펴낼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1980년대 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문예지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치고 빠지는 게릴라적 성격이 강하다는 말이다. 앞으로 참여하는 시인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참여 시인이 계속 바뀔 수도 있다. 합동시집의 구성 인원은 고정된 게 아니며, 모든 것은 가변적이고 유동적이다. 다만 앞으로도 그때 그때마다의 시대적 의제를 공유하여 합동시집을 발간해 나간다는 것만이 확실하다. 〈여는 말〉 우리는 사실 문학에 뜻이 맞아 동인 활동을 같이하거나, 평소 어떤 모임을 같이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그야말로 나이도 초로에 접어들어 머리칼이 희어지고,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시를 쓰면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김정원(전남 담양), 임혜주(전남 무안), 송창섭(경남 삼천포), 박우현(대구), 전종호(경기도 파주), 박용주(충남 공주), 조재도(충남 천안), 전 인(충남 계룡), 최성수(강원 횡성). 거주지로 본다면 가히 전국적이다. 그렇긴 하나 이번 합동시집에 참여한 시인들의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작은숲출판사에서 펴내는 시집 시리즈인 ‘사십편시선’에서 시집을 발간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참여 시인들이 모두 교사 출신이거나 지금도 현직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사십편시선’이 무엇인지 말해 둘 게 있다. ‘사십편시선’은 시인 이육사가 평생 남긴 시가 37편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이름 지은 것이다. 다시 말해 이육사의 시가 사십 편이 채 안 되니, 시가 넘쳐나는 시대, 우리도 자신이 쓴 알짬 시 40여 편만을 골라 시집에 싣자는 취지에서 시리즈 이름을 그렇게 했었다. 그러나 시집 발간이 늘어나면서 그 정신은 살려 나가되 너무 편수에 제한을 두지 말자는 의견이 많이 제시되어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다. 시의 숲에 들어선 지 4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새삼스레 ‘시란 무엇일까?’ 묻는다. 시란 무엇일까? 다른 것 다 접어 두고 적은 말로 긴말을 하는 게 시가 아닐까? 평범한 단어 몇 개 배치하여 그 안에 낙차 큰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다시 말해 간결한 언어에 풍부한 뜻을 담아내는 게 시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우리는 시와 닮아 있다. 시라는 작은 그릇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으려 애쓰며, 평범하고, 소박하고, 단출하지만, 단단한 삶을 살아가려 하기에 말이다. 합동시집 발간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가 몇 가지 떠오른다. ‘각자’의 삶을 강요받고 있는 코로나 질병 시대에 이렇게 시를 매개로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그야말로 시를 가지고, 근황을 나누고, 무슨 생각들을 하고 사는지를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런 작업을 계기로 자신의 시 쓰기에 더욱 분발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골 변방에서 젊음을 격정의 세월에 다 흘려보내고, 발표는커녕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고독한 시 쓰기 작업을, 조금이나마 서로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위안하자는 것이다. 밥 먹고 잠자고 그새 중간 열심히 일하고, 그러는 가운데 찾아온 시를 마음속에 경단 굴리듯 굴리며, 그러다 때가 되면 공책에 적고 적은 것을 꺼내 다시 고치고. 그러는 사이 삶은 더욱 깊어지고 시의 묘법을 하나하나 맛보아 음미하니, 쫓길 일도 부러워할 일도 없이 스스로 여유롭다. 그렇게 자기 취향에 맞는 시를 각자 편하게 쓰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일 년에 한 번 이런 합동시집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서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시를 매개로 이렇게 합동시집 공간에 함께할 수 있음이 무엇보다 고맙고 기쁘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라는 요즘에 시를 매개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마음을 위안하고, 나아가 우리 시를 읽는 분들의 정서와 감정을 어루만져 험난한 재난의 시대를 함께 잘 헤쳐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이 나올 즈음 코로나 사태가 좋아지면 시집 발간 기념의 자리를 마련하여 반가운 얼굴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워 보는 밤을 가져 보려고도 했으나, 지금으로서는 그마저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랴. 시를 쓰는 이상 우리는 시의 길을 함께 걷는 도반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좋은 날, 솥단지 걸어 놓고 누런 토종닭 몇 마리 푹푹 삶아 시원한 막걸리 한 잔 같이할 날이 오지 않겠나. 2022년 2월 모두를 대신하여 조재도가 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