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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현
작은숲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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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숲시선(사십편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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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 오늘의 단종으로 내일이 출시됩니다

정기구독
공백
알고리즘
부재
유전자 조작
인증샷
쇼핑 목록
구독 좋아요
출시
신장개업
실시간 당신

2부 | 그도 셀카를 찍는다

계절
축지법
분신술
셀카를 찍으며
산딸나무 아래에서
설정
인증
풍경
스마트폰 비빔밥
중독

3부 | 그에게 내 사랑을 인증했다

별의 체취
블랙박스
유령
로봇 바리스타
박물관에서
불안 마케팅
대박슈퍼 건너편
검정 비닐봉지
바람의 가격
뷔페식당
비대면

4부 | 당신의 관람 예절로 세상이 상영됩니다

24시간 영화관
대화
회전교차로
온라인 바둑
봄의 경제
열쇠
텃밭 일기
스파티필름을 보며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알레르기

해설 | ‘디지털 유토피아’에서 살아가기 혹은 탈출하기 권순긍(세명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87년 소설문학 신인상(시)에 당선된 뒤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 동시, 동화 등 여러 분야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동시집 『힘도 무선 전송된다』 『공부 못하는 이유』, 동화집 『운동장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나의 비밀 친구』 『여울각시』 『마지막 은어 낚시』 『파란 리본』 『아빠 짝꿍』 『삼진 아웃』 등을 썼습니다. 경기도에서 교사 생활을 했고, 양평 조현초등학교, 남양주 조안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일하면서 혁신학교를 운영했다. 2006년, 참여정부 말기에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2007년 양평 조현초에 공모 교장으로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87년 소설문학 신인상(시)에 당선된 뒤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 동시, 동화 등 여러 분야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동시집 『힘도 무선 전송된다』 『공부 못하는 이유』, 동화집 『운동장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나의 비밀 친구』 『여울각시』 『마지막 은어 낚시』 『파란 리본』 『아빠 짝꿍』 『삼진 아웃』 등을 썼습니다.

경기도에서 교사 생활을 했고, 양평 조현초등학교, 남양주 조안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일하면서 혁신학교를 운영했다. 2006년, 참여정부 말기에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2007년 양평 조현초에 공모 교장으로 부임해 ‘교원의 자발성으로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동료 교사, 학부모와 함께 학교를 4년간 운영했다. 많은 사례를 통해 경기도 혁신학교 확산에 기여를 했으며 경기도교육청에서 혁신기획 담당 장학관, 교육부에서 학교혁신지원실장으로 일하다가 퇴임했다. 시인, 아동문학 작가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운동장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여울 각시』, 『나의 비밀 친구』, 『마지막 은어 낚시』, 『삼진 아웃』 외 다수의 창작동화집, 『공부 못하는 이유』, 『힘도 무선전송된다』 등의 동시집, 『물끄러미 바라본 세상』, 『아침 교실에서』, 『사람을 보면 눈물이 난다』 등의 시집을 펴냈다. 교육서로 『삶을 가꾸는 시 교육』, 『열린교육을 위한 학습 방법 41가지』, 『혁신학교 조현초 4년의 기록』, 『혁신학교는 지속 가능한가』와 『유령에게 말 걸기』(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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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33*195*20mm
ISBN13
9791160351545

책 속으로

언제나 얼굴은 감추고
나에게 사랑을 보여주는 이가 있다

그는 나를 밑줄 그으며 읽고
주석까지 달아 사랑을 진열한다

이맘때 나주 홍어를 주문했는데
검색 도중 홍어 광고가 물씬거렸다

그제는 동해 산오징어 특가 판매
아침에 잡은 홍게 당일 배송도 펄떡였다

작년에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삭제해 버린
속옷도 모델이 대신 입고 웃고 있었다

주소지를 적지 않고 주문한 것
나를 남으로 바꿔 주문한 것까지

선착순 할인 판매에
감동이 일시불로 지출된다

거래는 사랑의 징표
그의 품에 나를 접속하는 것

그는 접속 서툰 내 마음 조율하며
일정표대로 나를 강제로 사랑한다
--- p.16 「알고리즘」중에서

그대 품을 벗어나려고 이름 없는 휴양림에 몸을 숨긴 날, 위성항법장치는 내 행방을 쉬지 않고 뒤졌고, 스마트폰도 미행하며 실시간 위치와 내밀한 마음마저 전송했다.

가슴 깊이 꼭꼭 접어 숨겨둔, 거리에서 훔친 몇 개의 사랑도 들켜 외롭다는 허위자백이 안절부절못해 하얗게 물들어간다.

그날 세상 처음으로 하얀 나뭇잎을 만났다. 다가서니 온통 하얀 꽃이었지만, 다시 보니 곤충을 유인하는 꽃받침이었지만, 지상에 하나뿐인 하얀 나뭇잎으로 다짐했다.

하얀 잎의 나무는 허상이라고 세상이 비웃거나 비난할지라도 무작정 우기겠다, 내가 허상이 될지라도. 늘 나는 나를 분실하고 싶었으니까.

나는 허상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안전 안내 문자가 휴양림 소재 시청에서 날아왔다. 나를 너무 편애하여 잠시도 허술하지 않는 그대. 또 들키지 않을 허위자백으로 버텨야 한다.

그렇듯이 하얀 잎의 나무도 그 자리에서 버텨주길 바란다. 사랑은 그대를 위해 나를 견고하게 버티는 것, 버티면서 스며드는 것.

내 몫마저 버거운 내 마음 변함없이 감당해주길, 오래 하얗게 유인하길, 세상을 버티는 그대 사랑에게 바란다.

--- p.44 「산딸나무 아래에서」중에서

출판사 리뷰

디지털 세상 속으로 헤집고 들어가
디지털 유토피아 세계의 허상을 해부하고 풍자한
이중현 시인의 ‘디지털 풍자시’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는 게 가능할까?

스마트폰을 깜박 놓고 그냥 나가기라도 한 날이면 필요한 연락을 주고받지도 못하고 카톡방에서 실시간 이뤄지는 대화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인터넷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지도 못하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멀쩡하게 존재하는 나를 ‘인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라도 한다면 병원이나 사람이 모이는 식당에는 들어가지 못할 게 뻔하고.
멀쩡하게 존재하는 나 자신이 이 디지털 세상에서는 내가 아니게 된 것이다. 이 첨단 디지털 세상에서는 접속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게 되는 것이다.

“첨단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어색하고도 혼란스러운 일상을 잘 보여준다.”, “디지털 세상 속으로 헤집고 들어가 디지털 유토피아 세계의 허상을 해부하고 풍자한다.”라고 말하는 권순긍 문학평론가(세명대 명예교수)는 이중현의 시를 ‘디지털 풍자시’라고 정의한다. “테크놀로지 시대를 맞아 이미 기능이 약화된 ‘언어’를 갈고 벼려서 그 세상과 맞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순긍 문학평론가는 이중현의 시가 “기존의 문법으로 이해되지 않는 낯설고 교묘한 형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를 시인이 지녔던 인간성 회복, 노동의 신성함, 인간애 등 고귀한 가치를 첨단 테크놀로지 세상에서 그대로 보존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중현의 시가 낯설지만 빛을 발한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지구상의 대전환 시대에 맞서 시대를 풍자하기 때문에 시가 낯설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중현 시가 의미 있다는 것이다.

풍자가 풍자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떤 지향을 가져야 한다는 권순긍 문학평론가는 이중현의 시가 “내가 몽상하는 세상의 출구”를 향해 “가야 할 주소 불명의 목적지는 기다리는데 그가 나를 운전하도록 맡길 것인지 내가 운전할 것인지”(이상 [회전교차로])라는 시에서처럼 아직은 회전교차로에서 망설이고 있지만 “내 서툰 행마로 사석은 쌓여갈지라도 내일을 행마는 불안한 계가일지라도 아직은 묘수를 찾아 무리수를 던지는 나를 오늘도 복기한다.”(이상 [온라인 바둑])는 것을 보면 무수한 시작(詩作)의 끝에서 분명 빛처럼 해답을 찾으리라 확신한다.

그런 점에서 이중현의 시는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를 가로질러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바로미터이자 이정표”의 몫을 하고 있다.

추천평

극도의 편리함을 추구하며 모든 상거래가 손쉽게 이뤄지는 이 디지털 유토피아에서 사고팔지 못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심지어는 시간조차도 소비되어 “오늘의 단종으로 내일이 출시”(「실시간 당신」)된다고 한다. 엄청난 속도로 많은 물량이 순식간에 거래되는 디지털 시대의 소비는 과거와 미래의 시간개념마저 삭제해 버렸다. 과거는 말할 것도 없고 미래를 향한 “꿈을 재고 없이 소비해야” 할 정도다. 오직 현재만 존재하는 “실시간 소비를 위해”서다. 그러니 우리 자신도 “한 번 입고 버리는”, “우리 애용품인 실시간 당신”에 불과한 것이라 한다. - 권순긍 (세명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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