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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숲시선(사십편시선)

책소개

목차

제1부
잔상
저녁 강을 서성이다
바람의 울음
당신의 이름으로 저무는 저녁
늦가을 밤의 전언을 들었다
노을 주막
허공
운해에 머물다
적소를 찾아서
가을 음각
흐르네

제2부
풍죽도
그 소리를 품다
달항아리 백자
그 여자의 우물
산 중턱 흰 돛배

푸른 밤
출가

나무들의 사월
사랑

제3부
낮달
모정
설화산
노을에게
꽃잠

마음의 핸들링
불나비
투우

제4부
평화 3
평화 4
평화 5
평화 6
평화 7
평화 8
평화 9
평화 10
평화 11
평화 12
평화 13
평화 14

해설 | 허공으로의 순례·우대식

저자 소개 1

1990년 인하문학상, 1992년 황토문학상, 비령문학상 등의 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국어 교사 퇴직 후에 독서와 산책을 즐기며 시를 쓰고 있다. 시집 『저녁 강을 서성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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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64g | 133*195*20mm
ISBN13
9791160350517

책 속으로

「저녁 강을 서성이다」

한 세계에 가둘 수 없는 노정

일몰이 마지막 떨리는 입술을 마는 해거름에

저녁이 나를 이끌고 강으로 간다

가을을 벗은 나무는 제 그늘 거둬 어스름 속으로 가는데

계절의 문을 열고 노을 쪽으로 몸을 굽히는 갈대의

떠나가는 것에 대한 예의

저녁 강물이란

얇게 펼친 두루마리 위에 흘림체로 써내려간 낙일의 후일담 같아서

낮과 밤의 경계에 피는 노을꽃이 시간의 먼지를 씻고 흐른다

가라앉는 무거움은 흐르지 못하고

계절을 벗고 나무의 생을 기록한 가랑잎이 흐른다

새들이 바람을 접어 밤을 청하는

강변에서

세월을 잠근 자물통을 열고 오래된 연서를 꺼내 태우던 어느 날의 저녁이

시간의 재로 날리고 있다

시간이 이렇게 가벼울 수도 있다니

시간이 뭉친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이주가 시작되는 물방울

내가 저녁 강물을 서성이고 저녁 바람이 나를 서성이는 동안

서로가 서로를 순례하는 동안

「나무들의 사월」

혼자 흔들리며

계절의 바람을 오래 견딘 나무들은

무성한 수사를 털어내고 줄기만 남긴다

고적한 눈빛으로 가닿은 시선 끝에는

허공의 푸른 심장이 하염없고

동토의 깊은 곳으로 뿌리는 망명을 떠난다

비장미의 극점까지

제 몸의 소리를 가둔 채

울음을 삼키고 산화하는 꽃들

사라지는 것의 무표정한 통증

짧은 생일수록

사라짐은 사라짐으로써 영원하다

깃발처럼 새순들이 일어서는 함성

나무들의 사월이 그렇게 오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추천평

신탁균 시인의 시를 읽으며 떠오른 것은 ‘상상할 수 있는 세계지도는 꿈속에서밖에는 그릴 수 없다’는 바슐라르의 말이었다. 바슐라르가 말하는 상상력이란 현실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능력이 아니고, 현실을 넘어서 현실을 노래하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능력이다. 즉 그것은 초인간성의 능력이다. 신탁균 시인의 시들은 바로 현실을 넘어서 현실을 노래하려는 욕망들로 득실거린다. 그의 시는 현실에 그 뿌리를 잇대고 있지만 사이와 경계 그리고 잔상의 세계를 더듬고 있다. 그가 주력을 두고 탐색하는 세계는 여기 너머의 세계이다. 그가 첫 시집에서 현실의 풍경을 담백하게 그려냄으로써 리얼리즘 계열의 서정을 구현했다면, 이번 시집은 그것을 한 축으로 하면서 현실로 표면화되어 있지 않은 마음의 행방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 우대식 (‘해설’ 중에서)
신탁균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시를 둘러싼 주(시인)와 객(사물)이 하나로 뒤섞이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세계’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풍죽도」,「달항아리 백자」 같은 시를 보라. 하나의 세계이자, 정념이자, 그 자체로 차원인, 가을 들녘을 헤적이는 푸르스름한 연기 같은.
- 조재도 (시인)
그는 “바람의 전언을 물고 목덜미 젖은 새가 비상하”는 소리를 기록하는 “순례”의 길에 나섰다. “세상에 없는 계절”, “세상에 없는 거처”를 찾아가는 고독한 궤적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시의 외형은 뒤틀리고 내부는 어지러운 소리들로 채워져 있었다. 과장과 엄살, 자의식의 과잉과 범람이 시인과 독자 모두를 아프게 했다고 말해야 한다. 조용히 눈을 감고 고요의 뼈를 만져보아야 할 시간, 한 번도 시의 길을 잃어 본 적이 없는 청교(淸敎)의 신도, 신탁균 시인이 “가을 안쪽”의 풍경을 뜨겁게(!) 두드리고 있다. “바람”과 “새”, “노을”과 “어둠”이 빚어내는 “저녁”의 서사에서 잘 익은 고요의 냄새가 난다. - 유정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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