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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남
작은숲 20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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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숲시선(사십편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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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뒤를 본다는 말

뒤를 본다는 말
봄 봄
철밥통
막걸리
마음의 무게
뒷간의 명상
처서 즈음
적당한 거래
운칠기삼 농사
가을은 돌아가는 달
집으로 가는 길

제2부 등의 내력
단풍(丹楓)
그것
등의 내력
쉬, 소리를 돌려드리다
사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온다
밥 꽃
밥 꽃 2
누나 생각
밥 꽃 필 무렵
밥에도 뿌리가
이명의 기원
가을 길의 소통법
한 여자가 취한 사연
빳빳하신 분

제3부 자음의 힘
아날로그 종소리
자음의 힘
등짝에 대하여
말하자면, 가을 동화 같은
이제 아이들은 더 이상
아름다운 발견
배추밭에 앉아 자퇴서를 쓰다
역설
배알도 읎지
아리랑의 고향
쌀값의 노래
엘리제를 위하여
씨앗의 꿈

제4부 거룩한 인사법
봄날은 간다
거룩한 인사법
유모차가 있는 풍경
아름다운 길
거미의 자세
길에게, 길을 묻다
달궁 마을에 가다
도촬
돼지감자 꽃
배드민턴 가방의 용도
한 소식
나무의 입
호모 크리넥스

해설 | 김상천 ( 문예비평가 )·여기, 미시적 일상에서 빛나는 위대한 타자를 보라


저자 소개

저자 : 류지남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나왔다. 사곡중, 공주여중, 청양고, 정산고를 거쳐, 공주 마이스터고에서 여전히 푸르른 아이들과 함께 책 읽고 글 쓰며 살고 있다. 1990년 『삶의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충남작가회의, 충남교사문학회 벗들과 더불어 술벗 글벗으로 지내고 있다. 2001년 『내 몸의 봄』(내일을 여는 책)’이라는 시집을 낸 바 있다.
공주 신풍 갓골이라는 시골 고향집에서 풀과 나무를 삼아 살아가고 있다. 소를 키우는 형과 한집에 어우렁더우렁 살면서, 가끔씩 소똥을 치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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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206g | 133*195*6mm
ISBN13
9788997581962

책 속으로

자음의 힘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쉽고 아름답다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배우는 시간,
모음은, 마치 홀몸으로도 잘 사는 엄마처럼
혼자서도 소리가 잘 나서, ‘홀소리’라 하고,
자음은, 엄마 없으면 못사는 어린애 같아
혼자선 소리를 못 내고 어미 소리에 닿아야만
소리를 낼 수 있기에, ‘닿소리’라 한단다
목청 한껏 돋우며, 신나게 설명을 해대는데
어느 결엔가 슬쩍 고개 돌리는 아이가 보였다
얼마 전, 급작스레 엄마를 여읜 아이였다
미닫이문을 닫으며 교실을 나서는, 참
생각 없는 국어 선생의 등줄기가 서늘했다
며칠 동안 아이 얼굴과 자음이 겹쳐 밟혔다
꽃, 별, 산들바람, 엄마, 사랑, 소나기, 메밀꽃
이런 말들이 왜 아름다운지
물, 불, 풀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어느 순간, 머릿속에 반짝 별이 떴다
그래, 저 말들이 빛나는 건 모음 때문이 아니라
그 앞에 가만히 소리 없이 웅크리고 있던,
자음들 때문이었구나, 이와 입천장에 부딪혀
여기저기 상처난 소리들 때문이었구나
ㄲ, ㅊ/ ㅂ, ㄹ/ ㄱ, ㅁ/ ㅎ, ㄴ
이런 소리들이 서로를 밀고 끌어가는 동안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강물이 흘렀구나
내 다음 시간엔 교실 문 다시 열고 들어가
자음의 아름다운 힘에 대해 말해 주리라
혼자서는 제 소리 내지 못하고 주눅 든,
조금 모자란 듯한 것들이 모여 살아가며
서로를 부추키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작고 못나고 여린 것들의 힘에 대하여
--- p. 70-71

밥 꽃 2

그다지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는데
마당가 하얗게 솟아오른 목련꽃봉오리가
꼭 하얀 밥사발처럼 보이던 날이 있다
와룡고개 살던 가난한 재빼기 이 서방
일하러 오시면 마루에서 뚝딱 해치우시던
목련꽃마냥 불쑥 솟아올랐던 그 고봉밥
엄마란 말은 곧 밥의 다른 말이며
아버지라는 말도 가만 가만 파 보면
그 뿌리가 밥에 닿아 있다는 걸 안 후
아빠, 아빠, 하고 숨 넘어 가듯 달려와
등 뒤에서 즈이 애비를 찾는 소리가 꼭
아, 밥, 바압, 하고 부르는 것처럼 들리던
그런 어처구니없는 날이 있다
등 한 복판에서, 커다란 밥 꽃 한 송이가
불꽃처럼 화악 피어나던

--- p. 50-51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엄마 아빠라는 말이 곧 밥이라는 뜻이며,
세상 인연이 다 밥줄로 이어졌다는 것을
많은 밥그릇을 비우고야 겨우 깨닫습니다.
이제껏 다행히 눈물에 밥 말아 먹어 본 적 없으나
그것이 또한 시를 끄적거리며 사는 사람에겐
참 턱없이 배고프고 슬픈 일인 줄을 압니다.
열다섯 해의 봄을 흘려보내고 차려내는 밥상인데
밥은 설고 찬은 간이 안 맞아, 낯이 뜨거워지고
종이 밥으로 스러질 나무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추천평

“무엇보다 류 시인의 언어가 울림을 주고 있는 이유는 규범과 공식 세계를 탈은폐시키는 데서 맛보는 해방의 즐거움 때문이다. 규범과 공식의 세계는 황홀한 욕을 가리고, 언어 속에 감춰진 진실을 숨기고, 숯덩이 같은 사연들을 덮는다. 그러나 ‘황홀한 욕’과 일상어, 그리고 숯덩이 같은 사연들은 삶의 진실을 까발린다. 이렇게 류 시인은 리얼한 현실의 실상을 창조적으로 재현시킴으로써 대중적 삶을 건강하게 복원시켜 놓았다. 그의 시에서는 근대 세계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인간과 사물들이 복권되고, 새롭게 호명되는 욕망의 잔치가 펼쳐져 있다.
- 김상천 (문예비평가)

버드나무나 뽕나무는 비바람과 눈보라를 견딘 골몰의 생으로 가시를 세우거나 독을 내뿜지 않는다. 다만 제 깊은 어딘가에 가시를 품어 무늬를 만들고 쓰디쓴 지독을 향으로 바꾸는 필생의 조각칼이 있어서, 그냥 버드나무와 뽕나무와 물푸레나무로 살 뿐이다. 그런 버드나무나 뽕나무 같은 류지남의 시는 현학적 포즈와 무지갯빛 스펙으로 치장한 화려한 시들을 사뭇 부끄럽게 한다.
- 이정록 (시인)

언제 보아도 그의 시는 존재와 세계를 쓰다듬고, 보듬고, 오래 기억해 준다. 주변에 펼쳐진 어느 것 하나 함부로 버리거나 미워하거나 소외시키는 법이 없다. 그는 시를 통하여 비근한 일상에 뿌리를 둔 우리들의 행복한 하루하루를 구현한다. 그가 이룩한 시적 성취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계의 발견이기도 하겠지만 시인이 걸어야 할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여정일 것이다.
- 하재일 (시인)

온종일 옅은 불에 수수엿을 고아서 이웃을 불러 모아 나누어 주고는, 소리 없이 웃고 있을 시인의 민낯이 그려진다. 우리는 이 찰진 수수엿을 꿀꺽 삼키지 말고 진미가 우러날 때까지 입안에서 우물우물해야만 할 것이다. 민활함보다 신실함이 가득 쟁여 있는 시인이기에 이렇듯 적연(的然)한 언어의 구슬들을 요로콤 정연하게 꿰어 놓았을 것이다. 이제 먼 길을 떠날 때면 ‘밥 꽃’을 챙겨들고 시인의 훈훈한 미소를 떠올려 볼 참이다 .
평산 (치유명상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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