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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뒤를 본다는 말
등 뒤를 본다는 말 봄 봄 철밥통 막걸리 마음의 무게 뒷간의 명상 처서 즈음 적당한 거래 운칠기삼 농사 가을은 돌아가는 달 집으로 가는 길 제2부 등의 내력 단풍(丹楓) 그것 등의 내력 쉬, 소리를 돌려드리다 사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온다 밥 꽃 밥 꽃 2 누나 생각 밥 꽃 필 무렵 밥에도 뿌리가 이명의 기원 가을 길의 소통법 한 여자가 취한 사연 빳빳하신 분 제3부 자음의 힘 아날로그 종소리 자음의 힘 등짝에 대하여 말하자면, 가을 동화 같은 이제 아이들은 더 이상 아름다운 발견 배추밭에 앉아 자퇴서를 쓰다 역설 배알도 읎지 아리랑의 고향 쌀값의 노래 엘리제를 위하여 씨앗의 꿈 제4부 거룩한 인사법 봄날은 간다 거룩한 인사법 유모차가 있는 풍경 아름다운 길 거미의 자세 길에게, 길을 묻다 달궁 마을에 가다 도촬 돼지감자 꽃 배드민턴 가방의 용도 한 소식 나무의 입 호모 크리넥스 해설 | 김상천 ( 문예비평가 )·여기, 미시적 일상에서 빛나는 위대한 타자를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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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의 힘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쉽고 아름답다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배우는 시간, 모음은, 마치 홀몸으로도 잘 사는 엄마처럼 혼자서도 소리가 잘 나서, ‘홀소리’라 하고, 자음은, 엄마 없으면 못사는 어린애 같아 혼자선 소리를 못 내고 어미 소리에 닿아야만 소리를 낼 수 있기에, ‘닿소리’라 한단다 목청 한껏 돋우며, 신나게 설명을 해대는데 어느 결엔가 슬쩍 고개 돌리는 아이가 보였다 얼마 전, 급작스레 엄마를 여읜 아이였다 미닫이문을 닫으며 교실을 나서는, 참 생각 없는 국어 선생의 등줄기가 서늘했다 며칠 동안 아이 얼굴과 자음이 겹쳐 밟혔다 꽃, 별, 산들바람, 엄마, 사랑, 소나기, 메밀꽃 이런 말들이 왜 아름다운지 물, 불, 풀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어느 순간, 머릿속에 반짝 별이 떴다 그래, 저 말들이 빛나는 건 모음 때문이 아니라 그 앞에 가만히 소리 없이 웅크리고 있던, 자음들 때문이었구나, 이와 입천장에 부딪혀 여기저기 상처난 소리들 때문이었구나 ㄲ, ㅊ/ ㅂ, ㄹ/ ㄱ, ㅁ/ ㅎ, ㄴ 이런 소리들이 서로를 밀고 끌어가는 동안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강물이 흘렀구나 내 다음 시간엔 교실 문 다시 열고 들어가 자음의 아름다운 힘에 대해 말해 주리라 혼자서는 제 소리 내지 못하고 주눅 든, 조금 모자란 듯한 것들이 모여 살아가며 서로를 부추키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작고 못나고 여린 것들의 힘에 대하여 --- p. 70-71 밥 꽃 2 그다지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는데 마당가 하얗게 솟아오른 목련꽃봉오리가 꼭 하얀 밥사발처럼 보이던 날이 있다 와룡고개 살던 가난한 재빼기 이 서방 일하러 오시면 마루에서 뚝딱 해치우시던 목련꽃마냥 불쑥 솟아올랐던 그 고봉밥 엄마란 말은 곧 밥의 다른 말이며 아버지라는 말도 가만 가만 파 보면 그 뿌리가 밥에 닿아 있다는 걸 안 후 아빠, 아빠, 하고 숨 넘어 가듯 달려와 등 뒤에서 즈이 애비를 찾는 소리가 꼭 아, 밥, 바압, 하고 부르는 것처럼 들리던 그런 어처구니없는 날이 있다 등 한 복판에서, 커다란 밥 꽃 한 송이가 불꽃처럼 화악 피어나던 --- p. 5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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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엄마 아빠라는 말이 곧 밥이라는 뜻이며, 세상 인연이 다 밥줄로 이어졌다는 것을 많은 밥그릇을 비우고야 겨우 깨닫습니다. 이제껏 다행히 눈물에 밥 말아 먹어 본 적 없으나 그것이 또한 시를 끄적거리며 사는 사람에겐 참 턱없이 배고프고 슬픈 일인 줄을 압니다. 열다섯 해의 봄을 흘려보내고 차려내는 밥상인데 밥은 설고 찬은 간이 안 맞아, 낯이 뜨거워지고 종이 밥으로 스러질 나무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