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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감자 심는 날 결 외로움 장관 동피랑 밑 발 낙엽 산굼부리 감 따는 날 귓속의 새 맨도롱 또똣한 아프니까 요로법(尿路法) 제2부 발리 밤바다 밤의 의미 만일 세상의 책들이 아이가 수도관 터진 날 민낯으로 입 냄새 처서 베트남 댁 하늘나라는 제3부 공주 놈 구두의 꿈 데자뷰 딸 사랑채 붙타던 날 밤송이 아이는 양압기 텃밭 위고 물레방아 팔월 보름 하느님의 불놀이 호모 에렉투스 제4부 너무나 가벼운 금강, 칠월 장마 노송 누이여 다낭에는 다 있다 대지 빗물의 절규 마을로 1 마을로 2 미세먼지 봄날은 간다 아니기를 해설 | 더 낮은 자리로, 더 진하게 ·강병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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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포대를 열고
씨감자를 자르려다가 칼을 내려놓았다 못 볼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두운 곳에서 그들은 서로를 그득 껴안고 있었다 그랬구나 시베리아보다 더 모질도록 춥던 지난 겨우내 험한 시간을 몸을 부비며 견뎌냈구나 이제 어떡하지 벌써 다들 수태했는데 내가, 무얼 한다는 거지 양지 바른 밭이랑까지 데려다 주기만 하면 어련히 싹 틔우고 꽃 피울 것을 지금, 내가 칼을 들고 대체 무얼 한다는 거지 --- p. 10 용머리에 물살 치받을 때 날마다 마지막이었제 그때 나이 열아홉 살이었으니 벌써 50년이나 물질했구먼 모다 쪼르륵 쏟아 놓은 새끼들 때문이제 마지막 마지막 하면서도 모진 것이 맹줄이라 휘이, 휘이 귓전에 숨비소리* 들리면 그제서야 살았구나, 살았구나 한 거지 이 짓 그만하고 해 중천에 뜰 때까지 맨도롱 또똣한 아랫목에 누웠다가 큰 메누리가 차린 김 모락모락 나는 밥상 한번 받아보는 꿈 이제는 가물거린다만 개안타 억울할 것 없어 자식 모다 대학까지 가르치고 살림 차려 주었응게 이만하면 잘 살았제 휘이, 휘이 --- p.26 시와 자전거와 작은 도서관은 내게 가장 큰 자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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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인의 길에 인생을 걸었지만 과욕을 극절제하는 묵묵한 스타일이다. ‘몽환적 낭만주의’를 흉내 내던 젊은 날을 거두고 결국 리얼리스트로 남고 싶어 한다. 하여, 달콤한 언어유희를 거부하고 앙가주망으로 지향점을 정한다. 본디 범생이 체질인 그에게 현실참여의 보폭이 만만치 않지만 망설이지 않고 스크럼에 어깨 두르는 차선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나즈막한 삶’의 벗들과 팔짱을 낀 더욱 낮은 자리가 익숙한 것이다.
- 강병철 (시인,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