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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 거지와 딸
노승방 선생님 쥐꼬리 자르기 우리들은 커서 무엇이 될까 비밀의 동지 할머니 함께 살아요 사과 도둑 교실에 나타난 민구 아버지 느이 아버지가 누구냐? 똥개 앞에서 옥이 이모 닭니 준철이의 장기 한 판 풀빵 장사 노라실 아줌마 장마철 돼지 새끼들 달리기 라면 아이스케키 벌들의 전쟁 졸업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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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적돌만 가는 길목 마당에 밀짚방석 깔아놓은 여름밤이다. 저물녘마다 누나들이 우리 집 마당을 가로질러 바다로 나갔다. 도회지 사람들처럼 별들의 그물망으로 넘실거리는 밤바다 풍경 만나는 줄만 알았다. “워디 간댜?” “후후후…… 바다 귀경.” 밤이슬 맞으며 소금 긁으러 가는 줄 안 건 훗날의 얘기이다. 저수지처럼 가두어 염분을 증발시킨 농도 진한 바닷물을 염전에 담아놓고 여름 땡볕으로 하염없이 말리는 고단한 도정이다. 마침내 바닥으로 소금기 깔리면 고무래로 버석버석 긁어 창고에 나르는 것이다. 짚누리 뒤에서 오줌을 누다가 마주친 누나들은 소금꽃 종아리 털어내며 박꽃처럼 푸짐한 웃음을 지어주곤 했다. 모든 마을마다 바다가 옆구리처럼 달려 있는 줄 알았던 유년의 사연이다. (중략) “갯장어 잡으러 갈리?” 정달이 성님이 팔소매 당기던 소리가 북아현동 자취방 유리창으로 쟁쟁 들리는 것이다. 그렇게 대밭집 머슴 증섹이성, 윤언이성까지 밤바다로 진출했던가. 출렁이는 썰물 아래로 도미새끼 지느러미 치는 게 훤히 보였다. “아름답징?” 감탄사 던지다가도 갯장어만 나타나면 작살을 날렸다. 박하지와 고등도 열댓 개 건졌고. “장개는 은제 갈라유?” 서낭당 아래 부모님을 만나는 순간 아차,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초저녁부터 다섯 시간 내내 남포등 들고 서성이며 돌아오지 않는 아들만 하염없이 기다린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야단맞는 두려움이 사라지고 밤바다 풍경만 가슴에서 출렁이는 것이다. (중략) 17년 만에 『닭니』를 복간한다. 2003년 그해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되었으나 이차구차 사연으로 절판된 그 책이다. 닭의 이빨’이 아니라 ‘가려운 이(蝨)’인데, 도깨비밥풀처럼 달라붙던 유년의 사연이 실감나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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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닭니』는 토속적이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나는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 한머리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바닷가로 농게와 능쟁이를 잡으로 가기도 하고, 울면서 할머니를 부르며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눈물겨운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것은 죽어서 초록바다가 된 이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풀빵을 팔고 아이스케키를 팔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연화의 모진 인생살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정겨운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 넘치고, 배를 곯아도 흙 묻은 손으로 잡는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옵니다. 이 책은 드러내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이렇게 흙 향기 묻어 있는 알토란 같은 이야기를 써 놓고도 자랑하거나 떠벌이지 않고 장승처럼 서서 벙긋이 웃는 작가 강병철의 질박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서정적인 문체에 감겨 더욱 애잔하고 풍요로운 이 이야기를 단숨에 읽고 난 뒤 아직까진 나는 ‘슬픔에 더 단단해지는 조약돌이 되고 싶어’ 하던 강철이의 첫사랑 연화가 그 뒤에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 도종환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