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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 아빠를 쉽게 사랑할 수 없었던 수많은 자식들에게
프롤로그 | 딸은 아빠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을까? 1장. 아버지는 늘 불편한 존재였다 애매하고 어색한 사이 | 아빠, 외롭게 해서 미안해요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이야기 | 12살, 아빠와의 인생 암흑기가 시작되다 | 단성사, 그리고 나의 첫 영화 〈장군의 아들〉 | 가출의 추억 | 요가 같은 사람 | 허영의 쓸모 | 아버지가 싫어서 2장. 그는 알고 보니 참 멋있는 사람이었네 주 3일 근무, 워라밸의 선구자 | 식도락과 한량 유전자의 은밀한 역사 | 88서울올림픽, 그리고 칼 루이스의 사인 | 씨름에 진심인 어느 가족 | 나에게는 건달의 피가 흐른다 | 나에게는 싸움꾼의 피가 흐른다 | 발가락이 닮았다고? 식성도 닮는다 3장.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한 남자의 마지막 시간들 19시간의 수술이 끝나고 난 뒤 | 옛날 노래를 듣다 | 카프카의 변신 - 암 병동에서 알게 된 것들 | 마지막 커피 | 마지막 호흡 | 아버지는 변명하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 죽음의 모습 | 새벽 3시의 김치볶음밥 | 암스테르담에서 융프라우까지 4장. 아버지를 인터뷰하다 -딸이 아버지에게 드리는 100가지 질문과 답 에필로그 | 발목이 시큰해도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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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남매 중 막내인 나는 여러모로 가장 많이 아빠를 닮았다. 외모는 그렇다 치고 식성과 성격까지 똑 닮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와 좋은 관계로 지내지 못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꽤 오랫동안 아빠를 미워했다. 이유를 들자면 엄마를 너무도 고생시켰기 때문이다. 여자로서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는 엄마를 보면서 나는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아빠라고 생각했다. 사춘기 시절에는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고 아빠가 하는 말은 건성으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별로 도움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른 집 아버지들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 그가 나는 못마땅했다. 인물값 좀 하는 잘생긴 외모에 한량 기질까지, 아빠는 언제나 치열한 삶에서는 한 발 빗겨 나 있었다. 그런 연유로 나는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아빠의 인생에 등을 돌린 채 마흔을 훌쩍 넘겼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빠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의 인생이 즐거웠는지, 고통스러웠는지, 혹은 살 만한 것이었는지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나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남편이거나 한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의 인생 말이다.
2018년 봄에서 여름 사이에 10번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송작가로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아빠와의 인터뷰처럼 긴장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번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그를 미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빠와 마주 앉아 눈을 맞추고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마지막 인터뷰 날,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져 있었고 서로 꽤 대화가 잘 통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두 시간씩 10번이면 될 일을 왜 30년이라는 시간을 돌아왔을까……. 후회가 되었다. 10번의 인터뷰가 끝나고 정확히 한 달 후에 아빠는 암 선고를 받았다. 이런 것을 두고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나는 그가 아플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수술 후 1년이 가까워질 무렵, 거짓말처럼 아빠는 우리 곁을 떠났다. 언제나 거대하고 넘을 수 없는 단단한 벽 같았던 그가 약해질 수도 있으며 몹시 작아지다가 종국에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딸은 아빠의 인생을 알 수 없었고 조금이나마 철이 들어서 이해하려고 할 때는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2019년 여름,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똑똑히 목격했다. 죽음은 그저 사라지는 거였다. 어제는 분명히 있었는데 오늘은 존재하지 않는 것, 그것이 죽음이었다. 시공간은 그저 한 줌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왜 미처 몰랐을까? --- 「프롤로그」 중에서 아빠의 존재는 내게 늘 연구대상이었다. 그는 늘 사람을 헷갈리게 했다. 어떨 때 보면 남자다운 모습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가 순식간에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럴 때면 늘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아빠라면 가족을 위해 전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빠를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가졌다. 어떤 게 아빠의 본모습일까 헤아려 보기 위함이다. 고민의 힘이란 그런 걸까? 나는 웬만하면 사람에게 잘 속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속거나 이용당하는 아빠를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한두 번이야 속을 수 있다지만 아빠는 뒤돌아서면 또 속았다. 그러면서 재산도 많이 잃었다. 웬만하면 다시는 안 볼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아빠는 마음에 담아두는 것 없이 또 보는 사람이다. 어린 마음에는 그런 모습을 보며 아빠가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는 술에 잔뜩 취해 집에 들어온 아빠가 거실에 앉아 울부짖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내 인생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이야!” 하고 포효하는 한 마리 사자처럼 보였다. 아빠는 그런 사람이다. 자신의 잘난 모습이든 못난 모습이든 고스란히 노출하는 사람이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듣고는 나는 단박에 아빠를 떠올렸다. ‘하늘나라 사람의 옷은 재봉선이 없다’는 말이다. 그것은 ‘너무 아름다워서 흠잡을 데가 없다’는 뜻도 되지만 ‘옷감에 재봉선이 없다 보니 치부가 다 드러날 수도 있다’는 뜻도 된다. 아빠도 그랬다.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마음을 숨기고 안 그런 척 하는 것은 아빠의 성향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 탓에 아빠 같은 사람들은 결국 무인도처럼 외로운 삶을 산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자신을 속이고 살지는 않았다. 단점과 치부가 다 드러나는 아빠로 인해 힘들 때도 많았지만 다르게 보면 나는 아빠 덕에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었다. 가히 미래에 올 고통을 미리 겪게 하는 그는 요가 같은 사람이다.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나는 아빠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모두 희생적이고 훌륭할 수는 없을 것이다. 꿈을 이루지 못한 아버지도 있고, 자랑할 거 하나 없는 인생을 산 아버지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아버지라는 자리를 지키고 살아왔다. 그저 최악의 아버지만 아니면 되는 게 아닐까? 자식들은 훌륭한 아버지든 조금 못난 아버지든 모든 것에서 나름대로 배우며 자란다. 꿀처럼 달콤한 아버지이든 요가처럼 미리 고통을 겪게 하는 아버지이든 그들 모두 누군가의 아버지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지도 모른다. --- 「요가 같은 사람」 중에서 80세가 넘은 아빠의 숨이 이토록 소중한 거였다는 걸 마흔 살이 훌쩍 넘은 딸은 이제야 알 것 같다. 숨이 멈춘 아빠의 코끝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팔베개를 해주던 아빠의 마음, 뭔가 더 해주고 싶지만 해줄 게 없어서 나오던 그 한숨들이 이제야 다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의 숨이 멈춰진 후 우리는 병실에서 한 시간 정도를 그대로 있었다. 잠든 모습 그대로 누워 있는 아빠의 가슴에 얼굴을 대보았다. 손끝은 조금 식었지만 아직 가슴은 따뜻했다. 투병으로 많이 야위었지만 그럼에도 아빠의 가슴은 여전히 넓었다. 다신 이토록 넓은 가슴에 안길 일이 없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돌이켜보니 받은 사랑만큼 아빠에게 돌려준 것이 하나도 없이 나는 아빠를 잃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지만 몹시 후회가 된다. 아빠의 마지막 호흡을 목격한 그날, 나는 인생의 중요한 비밀 하나를 알아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 말이다. 몹시 이기적인 나는 그제야 아빠에게 등 돌린 세월이 후회되었다. 그렇게 나는 아빠의 죽음 앞에서야 겨우 겸손해졌다. --- 「마지막 호흡」 중에서 85. 아버지, 우리가 어떤 아버지로 기억하길 바라세요? ─ 글쎄, 어떤 아버지로 기억되는가 하는 건 너희들 몫이지, 내가 말할 건 아니지 않니? 그건 오로지 너희들 몫이야. 그저 지금 내 꿈이라면 너희들 모두 건강히 잘 살면 되는 거지. 내가 어떤 사람일까? 엊그제 내가 그림 배우는 곳에 다니는 전직 조종사 분들이 나를 며칠째 지켜보면서 이렇게 묻는 거야. 대체 예전에 뭐하던 분이시냐고. 보통 웬만한 사람들은 과거에 뭐하고 살았는지 대충 짐작이 가는데 나는 도통 뭐하던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거야. 그렇지, 나는 그런 사람이지. 한번은 그림 수업하는 날 다들 빙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어. 나는 몇 살이고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이다, 이렇게 말이다. 나는 일어나서 그랬지.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인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나는 마흔여덟 살이다, 라고 말이야. --- 「아버지를 인터뷰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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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해오던 소설가이자 다큐멘터리 작가, 여든을 넘긴 아버지를 인터뷰하다
저자 김경희 작가는 KBS 다큐 공감, EBS 하나뿐인 지구, EBS 다큐프라임 등의 방송작가이자 소설가다. 그녀는 수많은 이들을 만나 그들을 알기 위해 인터뷰해오면서 언젠가는 소중한 가족에 대한 인터뷰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특히 언제나 서먹하고 불편했던 아버지, 평생 어머니를 고생시킨 이기적인 아버지, 그렇기에 속 깊은 이야기 한 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아버지가 마음에 걸렸다. 실은 그의 인생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어느 날 용기 내어 아버지에게 인터뷰를 신청했다. 백발의 팔순 노인이 되어 있는 아버지와의 10번에 걸친 인터뷰에서, 그녀는 비로소 아버지가 아메리카노 커피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젊은 시절 전라도 이리(익산)의 소문난 ‘주먹’이었음도 알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위해 자신의 화려한(?) 과거를 청산하며 서울로 상경한 것이다. 이후 그는 취객과 진상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택시 운전수로 살아야만 했다. 가슴 속의 열정과 갈증, 욕망을 늘 억누르고 살아야 했던 그는 술에 취한 날이면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이야!” 하며 포효하기 일쑤였다. 저자가 마흔이 넘도록 알고 있던 아버지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가장이었다. 모두가 ‘미친 듯이 바쁜 하루를 보내며 한 푼이라도 더 벌어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당연히 여기던 시대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하루 일하면 하루는 꼭 쉬어야 했던 남자였다. 느즈막이 집을 나서 일을 하곤 점심때면 어김없이 들어와 대자로 누워 코를 골며 한숨 자고 나야만 다시 일을 나섰다. 아내가 늘상 눈물을 훔칠 때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찾고, 언제나 즐길 거리를 찾으며 사는 철없는 남편이었다. ‘물을 마시고도 이를 쑤셔야 폼이 난다’던 아버지는 그렇게 언제나 희생적인 아버지와는 거리가 멀던 사람이었다. 마흔이 넘어 인생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 마흔 넘긴 딸은 아버지를 인터뷰하며 비로소 남편과 아버지의 모습을 넘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아버지의 삶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은 아버지를 미워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인터뷰가 끝나고 정확히 한 달 뒤에 희귀 암 판정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모든 딸의 첫사랑, 아버지 딸에게 아버지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초콜릿 같은 존재가 아닐까 어린 딸은 아빠 품에 안겨 “나는 커서 아빠랑 결혼할 거야!”라고 앙증맞게 외치곤 한다. 그러나 철이 들며 점점 “나는 절대 아빠 같은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기 일쑤다. 본문에 등장하는 독서모임의 여성들의 대화에서도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난다. “언제부턴가 아빠가 불편했어. 엄마 때문인 것 같아. 우리 엄마는 아빠랑 결혼하면서부터 허리 한 번 못 펴고 살았거든.” “난 지금도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아. 회복하긴 힘들겠지?” “어쩌면 난 아빠에게서 벗어나려고 결혼을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기도 그래? 웬일, 나도 그런데.” “그래서 아빠에게서 완전히 벗어나니 이제 행복해졌어?” “아니! 차라리 아빠가 나았지 모야!” (93p, ‘아버지가 싫어서’ 중에서) 김경희 작가는 본문에서 “거의 모든 딸들은 한때 아빠를 보면 좋아서 박수를 치고, 빙글빙글 돌며 사랑을 표현했지만 어느 순간 그들과 소원해지고 말았다. 요즘 세대의 아빠와 딸들은 좀 다르더라. 우리 세대의 아빠와 딸들 이야기다. 요즘 친구들처럼 아빠랑 카페투어나 빵지순례도 하면서 추억을 많이 남겼으면 좋으련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그랬다면 훨씬 근사한 아빠 모습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라고 아쉬워한다. 마흔을 넘긴 딸들의 아버지는 대개 가부장적인 모습을 벗어내지 못했고,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고, 어머니를 호강시키지 못했다. 아니, 호강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가장 딸들에게 밀착된 소중한 어머니를 괴롭히기 일쑤였다.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과 아버지에 대한 서러움을 일기장에 고백하듯 딸들에게 상세히 들려주곤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평생 말이 없다. 어떠한 적극적인 변명도 없이 그저 늙고 사라질 뿐이다. 김경희 작가는 아버지가 사라지기 전, 간신히 그의 인생에 대해 묻고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난 뒤 그는 사실 참 멋있는 인간이었으며 나름대로 가족을 무척이나 사랑해온 아버지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언제나 이기적으로만 보이던 그가 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충실하고 싶었음을, 한껏 폼 나는 인생을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살았음을, 그리고 죽음이 다가온 병실 앞에서도 항상 그의 눈빛은 자식들을 좇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도 한 인간이었음을 자식은 잊고 산다 마흔을 넘겨서야 부모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어째서일까. 아마도 부모님 나이가 되어 보니 세상은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것, 자신이 감당해야 할 역할이 너무도 많고 무거워서 죽도록 힘들었을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일 것이다. 그래서 그 나이쯤 되어야 겨우 당연히 여겼던 부모에 대한 견고했던 잣대를 스르륵 내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그들을 바라보게 되는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어서일 것이다. 그들도 나와 똑같이 힘들고, 헤매고, 좌절하고, 그러다 자식들을 바라보며 다시 힘을 내는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비로소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 뒤에 가려진 그들의 인생에 손을 내밀고 싶어지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 나이가 되어 보니, 이미 그들은 노년의 삶을 살고 있다. 어머니의 인생과 등장인물들에 대해서는 늘 귀에 딱지가 앉도록 수십 번, 수백 번 들어 아예 외울 지경이 되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아버지는 말이 없다. 사랑한다는 말도, 원망도, 어떠한 변명도 없다. 이 책은 그들을 위한 것이다. 한때 가슴속에 수많은 열정과 꿈을 품고 가족들을 위해 밖에 나가 청춘을 불살랐던(성공과 상관없이) 그들, 나이가 들어 집으로 돌아와 보니 서먹해진 가족들에게 어떠한 변명도 없이 늙어 사라져버리는 그들이 궁금해진 어느 딸의 기록이다. 아버지가 말문을 열자, 아버지의 인생이 보였다. 그리고 가족과 자식에 대한 사랑이 전해졌다. 1장에선 작가 자신의 이야기, 2장에선 아버지와 가족의 이야기, 3장에선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지켜보는 속내를 풀어낸다. 4장은 딸이 아버지에게 드리는 100가지 질문과 아버지의 답을 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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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것은 재산이 아니라 풍성한 추억”이라는 저자의 말은 삶의 종착역에 가까워져 있는 암 환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 조합에 의한 우연이 아니라 서로의 영적인 성장을 돕도록 맺어진 인연이다. 저자가 아버지에게 100가지의 질문을 던지며 평생 아버지에 대해 가졌던 불편함을 말끔히 털어버리고, 또 아버지가 지난 80여 년의 삶을 회상하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준다.
- 정현채 (작가,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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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을 사들고 귀가하는 아버지, 휴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짧은 여행을 떠나는 아버지, “우리 딸 최고!”라고 치켜세워 주는 아버지. 저자의 아버지는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 첫 장을 펼칠 때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아버지란 원래 그러니까. 엄마와의 관계가 애증(愛憎) 중에서 ‘애(愛)’로 더 기울어져 있다면, 아버지는 ‘증(憎)’으로 더 기울어진 존재가 아닌가(나만 그러한가)? - 김민정 (작가, 『엄마의 도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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