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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오는 바다를 좋아했다. 바다는 그를 가둬 두지 않는다. 바다는 경계선을 긋지 않는다. 땅은 경계를 긋고 그 안에 그를 가둔다. 순전히 환상일 뿐이지만. 땅이 끝나면 바다가 시작되고 빼앗긴 것을 돌려받는다. 바다는 그를 가두지 않으니까. --- p.43
다리오는 앤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앙상하고 구부러진 작은 체구가 전혀 바보 같지 않았다.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미의 개념이라는 것이 참 이상했다. 각자 나름의 기준이 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다리오의 눈에 앤디는 아름다운 것이었다. 연약해서일지 모른다. 크리스털로 된 물건이나 한 송이의 꽃처럼. 자세히 보면 앤디는 락이 냉장고에 넣어 둔 꽃 같기도 하다. 그 꽃과 정말 닮았다. 둘 다 연약하고 앙상했고, 빛과 공기로 만들어진 작고 비밀스러운 세계에 갇혀 있다. 그게 그들의 운명이었다. --- p.77 “내게 파란색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 다리오가 말했다. “닿을 수 없는 색이야. 하늘을 봐. 파란색이잖아. 하늘에 갈 수 있니? 바다도 파란색이야. 실제로 파란 바다엔 갈 수 없어. 가까이 가더라도 막상 가 보면 파란색이 아니란 걸 알게 될 거야. 파란색은 저 멀리, 네가 있는 곳보다 더 멀리 있어.” 그러면서 손으로 저 너머를 가리켰다. “이제 파란색이 어떤 건지 알겠지? 저 멀리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들의 색이야.” --- p.124 “어서, 앤디. 빌어먹을 휠체어는 치우고 잠깐이라도 삐쩍 마른 엉덩이로 진짜 세상을 느껴 봐. 땅과 흙냄새를 맡아 보고 손가락을 펼쳐서 풀을 만져 봐. 태양 빛처럼 따뜻하고 꽉 찬 노란색의 촉감을 느껴 봐.” --- p.128 그가 말했다. “휠체어를 탄다고 원하는 건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앤디는 대답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고 부루퉁하게 다리오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있잖아. 사실은 너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야. 실은 나도 휠체어를 못 벗어나고 있어. 9년째. 아무도 눈치 못 챘겠지만.” 다리오는 몸을 숙여서 앤디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누워서 며칠을 일어나지 못했다면 믿을래? 움직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단걸? 어서 하루가 지나가길 바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나마 내일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뿐이었어.” 다리오는 상체를 일으켜 위에서 앤디를 내려다보았다. 눈물과 분노로 가득 찬 거대한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친구야, 너와 나의 차이점은, 넌 널 도와줄 사람이 있지만 난 없다는 거야.” --- p.152 ‘이곳을 떠나야 한다. 여기서 멀리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그건 벌써 시도해 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빌라도 없고 황금 종이 달린 대문도 없는 곳. 그곳엔 심지어 아빠도 없었다. 집을 가장한 승합차 한 대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사방에 숨 막히는 빛을 내뿜는 잔인한 태양이 있었다. --- p.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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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에 떠난 아빠를 그리워하는 만큼 자책감과 불만에 싸여 살아온 다리오! 아빠는 왜 가족을 떠났을까? 아들인 다리오가 아빠를 실망시켰나? 아니면 엄마가 아빠한테 잘하지 못했나? 사춘기 반항기에 접어든 다리오는 아빠와 함께했던 옛 추억에 잠긴다. 기억 속의 아빠는 늘 강인하고 다리오를 격려해 준 반면, 다리오와 함께 살아온 엄마는 귀찮기만 한 존재이다.
다리오는 학교에서도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 행동을 했다며 다리오에게 내려진 벌은 ‘중증 장애인 돌보기’였다. 그렇게 다리오는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앤디를 만났다. 앤디는 혼자서는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고, 말을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의사 표현을 할 수도 없으며, 다만 눈알만 굴릴 줄 알았다. 앤디에게는 이미 ‘엘리사’라는 돌보미가 있었는데, 다리오가 보기에 그녀는 한 마디로 자격 미달이었다. 앤디를 그저 인형처럼 다루며 앤디와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 다리오는 늘 침을 흘리고 셀러리처럼 축 늘어진 앤디를 돌보는 일보다 엘리사가 앤디를 대하는 방식이 더 참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실내에서 창문을 통해 햇볕을 쬐던 앤디가 별안간 ‘트양’ 비슷한 소리를 낸다. 다리오는 앤디가 태양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을 깨달았다. 유리창을 통과한 햇볕이 아닌 진짜 햇볕을 쬐게 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엘리사가 불같이 화를 냈지만 다리오는 앤디를 데리고 공원으로 향했다. 상쾌한 바람을 쐬게 하고, 분수대에서 튄 물방울이 얼굴에 흩뿌려지는 느낌도 맛보게 해 주었다. 사실 이 작은 일탈은 마리화나 덕분이라고 할까. 다리오는 마음이 힘들 때마다 몰래 마리화나를 피웠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대담한 행동을 하거나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깨어날 때면 지독한 어지럼증과 마주해야 했다. 마리화나 기운에 엉겁결에 기차에 올라탄 둘은 한 바닷가 역에서 내린다. 그곳은 다리오와 아빠가 함께했던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 다리오는 앤디가 바닷바람을 쐴 수 있게 티셔츠를 벗기고, 모래를 느낄 수 있게 등 뒤에 모래 둔덕을 쌓아 해변에 앉혀 준다. 다리오는 다시 마리화나를 피우다 깜빡 잠이 든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깨어난 다리오는 앤디가 옆으로 쓰러진 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떨고 있음을 깨닫는다. 바지도 소변으로 흠뻑 젖었다. 다리오는 자신의 바지를 벗어 앤디에게 입힌 뒤, 바닷가에서 알게 된 친구, 락의 집에 하룻밤 머물게 된다. 다리오는 락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앤디를 납치한 셈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도. 다리오는 자신에게 남겨진 열린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그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모든 방황의 시작인 아빠에게로 향한 길이었다. 그렇게 다리오는 앤디를 데리고 토레 사라체나에 있는 아빠를 찾아 떠난다. 다리오와 앤디는 아빠를 찾아가며 다양한 일을 겪는다. 중증 장애인을 처음 본 온갖 군상들의 다양한 반응들은 물론, 눈에 보이는 장애뿐 아니라 마음의 병도 장애임을 뼈저리게 겪어 낸다. 또한 장애가 더 이상 결핍이 아니라 수많은 아름다움 중 하나일 뿐이라는 깨달음, 이상이 아닌 진실을 찾아 마주하는 과정의 고통, 그리고 이미 자신 안에 있었던 잠재력을 하나하나 발견해 나간다. 자기 안의 태양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다리오와 안드레아의 성장 이야기가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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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중증 장애인 앤디를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게 된 문제아 다리오!
그는 늘 실내에서 창문을 통해 태양을 볼 수밖에 없는 앤디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진짜 태양을 보여 주고 온몸으로 햇살을 맞게 해 준다. 내친김에 다리오는 어릴 적 아빠의 추억이 가득한 바닷가로 앤디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각자가 처한 현실과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태양을 찾아가는 두 소년의 우정과 깨달음을 다룬 성장 이야기! 2017년 이탈리아 최고의 청소년 문학상 안데르센 상(Premio Andersen) 수상작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장애아동을 위한 좋은 책 목록 50’ 2019 독일 출판사와 서점 Readers’ Award 최종후보 독일에서 십만 부 판매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저작권 수출 혼자서는 자신의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중증 장애인 앤디를 돌보게 된 다리오. 다리오는 앤디를 통해 태양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늘 실내에서 보호받으며 유리창을 통해서만 태양을 볼 수 있었던 앤디를 처음으로 학교 안뜰로, 분수대 물이 튀는 공원으로 데려간 것은 다리오였다. 진짜 태양을 바라보며 기뻐하는 앤디에게서 다리오는 고요히 타오르는 그의 꿈과 열정을 느꼈다. 고지식하고 편견에 싸여 있는 장애인 돌보미 엘리사에 비해 다리오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났다. 자신이 늘 자유를 열망했고, 그것을 반항으로 표현했듯이 다리오는 셀러리같이 축 늘어진 앤디,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의 앤디에게서 자신과 똑같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만의 태양을 찾고자 하는 열망을. 착하기만 한 엄마, 정연한 사회, 고정 관념에 사로잡힌 학교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 어떻게든 버티려 했던 다리오는 몰래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었다. 그는 9년 전 가족을 떠난 아빠에 대한 환상을 품으며 엄마와 자신을 원망하는 반면, 아빠를 그리워한다. 어느 날 다리오는 마리화나에 취한 채 학교를 몰래 빠져나와 엉겁결에 앤디와 함께 기차를 타고 바닷가로 떠난다. 그곳에서 앤디가 위험에 빠지고, 둘은 락이라는 친구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서서히 다리오의 마음의 병이 드러나게 되는데…. 사방이 막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다리오의 유일한 열린 길은, 늘 그리워하던 아빠였다. 아빠를 찾는 여행은 곧 다리오의 태양을 찾아가는 여행이 될 터였다. 그가 지금의 다리오를 있게 했으니까. 기억 속 아빠는 늘 다리오를 북돋아 주는 믿음직하고 멋진 아빠였다. 한편 앤디는 다리오와 여행 중에 실컷 무빙워크를 타 보고, 좋아하는 티셔츠를 골라 입어 보면서 급속도로 의사 표현 능력이 커지게 된다. 다리오와 함께한 앤디는 신이 날 때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웃어 댈 수 있다. 턱으로 이것저것 관심 있는 것을 가리킬 수 있다. 목을 비트는 등 안간힘을 써서라도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바로 자신을 이해해 주는 다리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앤디는 정확한 발음은 아니지만 단어의 일부를 흉내 내 말할 수도 있게 되었다. 다리오는 앤디가 노력할 수 있게 내버려 둔다. 이전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던 앤디는 이제 수프를 뒤집어엎고, 컵을 흔들거리면서라도 옮길 수 있게 된다. 사실 앤디는 원래부터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전할 기회가 없었을 뿐, 누구도 앤디가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을 뿐. 그런 앤디를 보며 다리오는 앤디를 모자란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다운 존재임을 깨닫는다. 앤디는 꽃처럼 연약했고, 작고 비밀스러운 자기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연약해 보이는 꽃은 사실 흙과 물, 따스한 태양만 있으면 어디서든 자라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하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둘은 4일간의 여행을 통해 서로 눈빛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둘은 비장애인들의 장애에 대한 편견을 하나씩 뛰어넘으며 간다. 그 과정에서 둘은 어린아이와 같이 마음이 순수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소통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다리오는 휠체어를 못 벗어나는 앤디를 거울삼아 자기 자신을 이전과는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사실은 자신도 보이지 않는 휠체어를 탄 채 힘들어하고 있었음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에는 도움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웠음을. 드디어 아빠를 만난 다리오! 다리오는 아빠와 함께 서로의 태양이 되어 줄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다. 숨 막히게 내리쬐는 잔인한 태양은 대신에 다리오에게 진실을 환히 밝혀 주었다. 태양은 어디 다른 데 있어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집에, 내 손안에, 내 안에 있었다고 말이다. 그 여행을 통해 다리오는 늘 자신 곁에 있어 주었던 엄마를 다시 보게 되고 마리화나도 멀리하게 된다. 앤디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가졌는지 깨달으며 자신 안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을 찾아냈다. 소설 속 주인공 앤디의 본명은 안드레아로, 실제로 이 세상에 있었던 인물이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보이는 모습에 모두가 포기했던 안드레아! 다리오의 말처럼 안드레아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지체 장애인일 뿐 꿈과 열정, 자신감,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누구보다 높았다. 그것이 장애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었고 그의 노력은 주변 사람들의 삶도 환히 밝혀 주고 넓혀 주었다. 읽는 이에게 우리 안의 태양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하는 아름다운 성장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