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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ssandro Barr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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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음악을 연주했고, 그는 어딘가 달랐다. 그가 연주한 것은…… 그가 연주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말하면 이해가 될까? 어디에도 없는 그런 것. 대니 부드먼 T.D. 레몬 노베첸토. 그가 피아노에서 일어나면 그 음악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영원히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는 폭탄 위에 앉아 있었다. 진짜로. 어마어마한 다이너마이트 더미 위에 앉아 있었다. --- p.23
그를 발견한 사람은 대니 부드먼이라는 이름의 선원이었다. 보스턴 항구에 도착한 어느 날 아침, 승객들이 모두 내린 뒤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그를 발견한 것이다. 태어난 지 열흘 남짓 된 것 같았다. 상자 안에서 울지도 않고 눈을 말똥말똥 뜨고 얌전히 누워 있었다. 아기는 일등실의 연회장에 남겨져 있었다. 피아노 위에. 하지만 일등실 승객의 아기 같진 않았다. 보통 이민자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배 안 어딘가에 숨어서 출산을 하고 아기들을 두고 가는 짓 말이다.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가난이 죄지. 그 지독한 가난 때문이다. --- p.25 바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바다가 탈선했다/ 하늘을 향해 물을 내뿜는/ 폭발한다/ 씻어낸다/ 바람에게서 구름과 별을 걷어낸다/ 언제까지/ 미쳐/ 날뛸지/ 아무도 모른다/ 하루가 지나면/끝나겠지/ 맙소사/ 이런 말은 없었잖아요, 이런/ 자장가처럼/ 바다가 당신을 흔들며 어른다/ 쥐뿔 어르기는/ 맹렬히/ 주위에는 온통/ 거품과 고통/ 미친 바다/ 보이는 거라곤/ 오로지 어둠과/ 어두운 장벽/ 소용돌이/ 모두가 침묵한 채/ 멈추기를/ 기다린다/ 맙소사 침몰은 싫어요/ 바다가 잔잔해지길/ 고요하게/ 당신을 비추기를/ 이런/ 미치광이 같은/ 물/ 장벽과/ 이 소리가/ 사라지기를 원해요/ 우리가 알던 바다를 원해요 고요하고 빛나며 수면 위로 날치가 날아다니는 바다를 돌려주세요 --- p.35 청중은 숨 죽이고 연주를 감상했다. 모두 숨이 멎은 듯했다. 시선은 피아노에 고정한 채 영락없는 바보처럼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백 개의 손으로 연주한 듯하고 당장이라도 피아노가 터져버릴 것 같았던 그 폭발적인 코드 진행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말을 잇지 못했고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 p.57 그가 그런 적이, 불행했던 적이 있기는 했는지 의문이다. 그는 행복한지 어떤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노베첸토이고 그 이상은 아니다. 그가 행복이나 고통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 이 모든 것을 초월한 것 같았고 무엇과도 상관없는사람 같았다. 그와 그의 음악 말고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불행할 거라는 생각은 마.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야.” 그의 이 말이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 p.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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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음악적인 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가 펼쳐 보이는
재즈, 그 자체인 이야기 ‘팀 투니’의 목소리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물 위의 도시라 불릴 정도로 거대하고 화려한 대형 여객선 빅토리아 호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팀은 이야기의 중심 인물인 노베첸토의 친구이자 관찰자이다. 20세기가 열리는 해에 태어나 ‘노베첸토(20세기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라는 이름을 얻은 아이. 누구도 그에게 음악을 가르친 적 없지만 노베첸토는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듯 피아노를 연주했고, 전설의 피아니스트로 성장해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실존 인물인 ‘젤리 롤 모턴’과 피아노 경합을 벌인다. 육지로 나아가 부와 명성을 얻을 기회도 있었지만 그는 무한한 세상과 맞닥뜨리는 대신 배라는 유한한 세상을 선택했다. 유한한 세상에서만 무한한 음악을 연주할 수 있고, 음악은 그에게 곧 삶이기 때문이다. 팀은 또 다른 인생을 꿈꾸며 배에서 내리고,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전쟁으로 망가진 빅토리아 호가 바다 한가운데에서 폭파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노베첸토가 끝내 내리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도. 『노베첸토』는 1인극을 위한 모놀로그이다. 무대에 선 배우는 선상의 쇼를 이끄는 진행자가 되어 화려한 입담을 펼치고, 이야기의 화자이자 트럼펫 연주자 ‘팀’이 되어 노베첸토의 삶을 서술하고, 노베첸토 자신으로 분하기도 한다. ‘모놀로그’답게 호흡은 짧고 전개는 빠르며 대화는 절제되었지만 독백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진정성 있게 드러낸다.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음악이다. 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음악원에서 수학한 음악학자로, [라 레푸블리카]에서 음악평론가로 활동했다. 음악에 정통한 그이지만 이 모놀로그에는 정확한 곡명이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실존 인물인 젤리 롤 모턴과의 대결이나 청중의 반응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뮤지션이자 음악감독인 ‘푸디토리움’ 김정범은 권두에 쓴 작품 소개에서 노베첸토가 셀로니어스 멍크(Thelonious Monk)나 레니 트리스타노(Lennie Tristano)처럼 그야말로 존재한 적 없는 음악을 연주했을 거라고, 그러나 구체적인 곡명의 유무와는 무관하게 이 책 전체에 음악이 넘쳐 흐른다고 이야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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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음악이라면), 그게 바로 재즈지!” 알레산드로 바리코가 구체적인 곡명을 쓰지 않은 이유도 어쩌면 그래서가 아닐까요. 그럼에도 음악은 이야기 전체에 더없이 풍성하게 넘쳐 흐릅니다.
노베첸토가 피아노를 연주하던 20세기 초, 많은 천재 뮤지션들이 활약한 덕택에 대중음악은 새로운 국면을 거듭 맞이했습니다. 그들로 인해 음악은 변화했지요. 지금 그 시절의 음악이 물론 새롭게 들리지는 않겠지만, 시대가 달라졌을 뿐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음악과 그 변화의 기류 속에 살고 있습니다. 새롭고 위대한 음악을 연주하게 되기까지 타인이 이해하기 힘든 음악적 고통과 노력의 시간이 노베첸토에게도 존재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그를 배에서 살게 한 진짜 이유는 아닐까 혼자 상상해봅니다. 아마 노베첸토의 연주와 음악은 그 자체로 시대를 이끄는 가장 격렬한 음악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 위대한 재즈의 탄생처럼 말이지요. - 김정범 (뮤지션, ‘푸디토리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