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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잡기
노년의 정원사가 자연에서 배운 것들 양장
카라칼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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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겨울 새벽
정원사의 일
두더지들 1
길 위의 신사
흙과 집
땅으로 녹아든 밤
걷는 사람
두더지들 2
들판 위에서
무채색 냄새
닳아버린 것
패배 없이 피하기
망가진 것들
사냥꾼의 육감
은신법
살생의 의미
두더지 언덕
마지막 사냥
또 다른 삶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

마크 헤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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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Hamer

시인, 정원사, 전직 두더지 사냥꾼. 북잉글랜드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0대 초반부터 50여 년을 채식주의자로 살아왔다. 어머니의 죽음 후 아버지의 반강제적 권유로 열여섯에 집을 나왔다.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대부분 홀로 걸으며 야외의 생울타리 밑에서, 숲속에서, 강둑에서 홈리스로 지냈다. 나무 아래, 별 아래에서 흙과 새와 벌레들과 함께 잠을 자며 매 계절을 보내던 그는,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위험한 어른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이 시절에 경험한 자연에서의 삶은 그의 여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부랑자 생활을 끝내기로 결심한 뒤 철도역 신호소에서 7년을 근속했고,
시인, 정원사, 전직 두더지 사냥꾼. 북잉글랜드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0대 초반부터 50여 년을 채식주의자로 살아왔다. 어머니의 죽음 후 아버지의 반강제적 권유로 열여섯에 집을 나왔다.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대부분 홀로 걸으며 야외의 생울타리 밑에서, 숲속에서, 강둑에서 홈리스로 지냈다. 나무 아래, 별 아래에서 흙과 새와 벌레들과 함께 잠을 자며 매 계절을 보내던 그는,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위험한 어른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이 시절에 경험한 자연에서의 삶은 그의 여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부랑자 생활을 끝내기로 결심한 뒤 철도역 신호소에서 7년을 근속했고, 이후 맨체스터에서 예술대학을 다니며 미술과 문학을 공부했다. 서른 즈음 웨일스로 이주해 갤러리와 식당 등에서 일했으며 그 외에 돌담을 쌓는 돌장이, 그래픽 디자이너, 잡지 에디터, 교도소 교사 등 여러 직업을 거친 끝에 정원사가 되었다. 20여 년간 정원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위해 두더지잡이를 병행했다. 두더지 잡는 일을 그만두기까지의 다층적 이야기를 담은 데뷔작 『두더지 잡기』는 2019 웨인라이트상 후보에 올랐으며 14개국에 번역·출간되었다. 다수의 문예지에 시를 발표했고, 다른 저서로 『씨앗에서 먼지로Seed to Dust』가 있다. 정원사로 살았지만 한 번도 자신의 정원을 가져본 적은 없다. 웨일스의 수도 카디프에 거주하며 소설가인 부인 케이트와 함께 노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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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초자연적 3D 프린팅』, 『하얀 사슴 연못』, 『일요일의 예술가』 등을 썼다. 같은 만년필 세 자루를 갖고 교정지로 쳐들어가는, 번역가라는 ‘프리랜서’. 지속적인 고양감 속에 머물 수 있는 ‘고원’의 상태를 시 쓰기라 말하며 이를 꿈꾸는 시인. 소속란을 쓸 일이 있으면 거침없이 ‘무소속’이라고 쓰지만 그 쓸쓸함 앞에서는 뭐라도 붙잡고 아침까지 버티기를 바란다. 그래서 가끔 ‘초’를 켜는 낭만적인 짓을 하는 것일지도. 참 ‘senescence’를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초자연적 3D 프린팅』, 『하얀 사슴 연못』, 『일요일의 예술가』 등을 썼다.

같은 만년필 세 자루를 갖고 교정지로 쳐들어가는, 번역가라는 ‘프리랜서’. 지속적인 고양감 속에 머물 수 있는 ‘고원’의 상태를 시 쓰기라 말하며 이를 꿈꾸는 시인. 소속란을 쓸 일이 있으면 거침없이 ‘무소속’이라고 쓰지만 그 쓸쓸함 앞에서는 뭐라도 붙잡고 아침까지 버티기를 바란다. 그래서 가끔 ‘초’를 켜는 낭만적인 짓을 하는 것일지도. 참 ‘senescence’를 보면서 단어의 숙명을 생각했다면 조금 이상한가? 뭐 어쩌겠느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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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23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28g | 130*203*22mm
ISBN13
9791191775013

책 속으로

젊은 시절, 사람들은 내가 채식주의자인 것을 조롱하며 나를 허약하고 나약하며 비위가 약한 놈으로 부르곤 했다. 내 남동생들은 저녁 식사 접시에 담긴 고기를 흔들어대며 “맛있느은, 고기다!” 하고 말하곤 했다. 나는 동생들을 사체 탐식가라고 불렀고, 나는 좀비가 아니며 시체의 고기 조각 따위는 먹지 않는 편을 택하겠노라 말했다. 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고기를 치우려다 뺨을 맞기도 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는, 그 뒤에 그것을 합리화한다.
--- 「정원사의 일」 중에서

이처럼 고요한 순간에는 완전함의 감각이 느껴진다. 그 순간을 온전하고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들판을 내려다보며 내 일을 시작한다. 나는 조용히 내면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침묵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며 완벽함에 난 어떤 금이나 흠을 채워주는 듯하다. 그저 존재한다는 이 느낌을 한번 경험하고 나면, 당신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더는 물을 필요가 없어진다.
--- 「길 위의 신사」 중에서

오래전의 또 다른 겨울, 내가 열여섯이 되던 해의 겨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이어지는 봄이 시작될 무렵, 아버지는 내가 ‘필요한 물품의 여분’이라며 나더러 집을 떠나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필요하다거나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었기에, 아버지의 말에 동의했다. 나는 배낭을 챙겨 이튿날 아침 일찍 집을 떠났다. 나는 그 일을 알리지 않았다. 메모를 남기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몇 권의 책은 선반에 그대로 남겨졌다. 가족사진, 옷, 그리고 어린 시절의 물건들은 여전히 서랍 안에 있었다. 누구도 깨우지 않으려고, 누구와도 말할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나는 열쇠를 테이블 위에 두고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나는 겁쟁이다. 나는 내가 쌓아왔던 모든 것을 남겨두고 떠났다. 공허의 부름에 응했다.
--- 「길 위의 신사」 중에서

밤이 되어 휴식을 취할 때면, 나는 마치 내가 땅과 밤으로 이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들 속으로 녹아들었다. 나는 자연 속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것과 ‘교감’하지 않았다. 나는 자연이었다. 매일매일, 하루 종일, 날마다 내 안의 진정한 자연에 최대한 가까워졌다. 그리고 매일 아침 새벽마다 나의 침대를 떠나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그곳을, 다시는 소유하지 못하고 똑같이 경험해보지 못할 그것, 그 침대, 그 풍경을, 어쩌면 아주 짧게나마 뒤돌아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이곳들은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의 집이다.
--- 「땅으로 녹아든 밤」 중에서

우리는 여러 해를 거듭하며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페기는 우리가 사랑을 거꾸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처음에 열정적으로 사랑했어야 했고, 그 사랑은 무뚝뚝한 중년에 접어들면서 지금쯤은 사그라들었어야 했다고. 그것이 우리가 헤어질 준비를 하도록 하는 자연의 방식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런 뒤 페기는 슬퍼졌고, 나이와 죽음에 대한 생각과 우리 중 하나는 결국 다른 하나를 잃을 거라는 생각에 눈물이 가득 고이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찡그린 채, 슬픔은 우리가 사랑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라고 말했다.
--- 「들판 위에서」 중에서

오래 걷다 보면, 예전의 나라고 생각했던 사람이길 스스로 멈추게 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유를 묻게 되지는 않는데, 왜냐하면 질문도 따라서 멈추기 때문이다. 나는 한동안 그저 발걸음과 숨이 되었다. 걷기와 휴식. 모든 것들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예전에는 정말로 커 보이던 인생의 모든 자그마한 넌센스들이. 나의 정체성은 파괴되었다. 내가 모든 것들과 하나가 됨에 따라 나의 개체성은 죽임을 당했다. 오랫동안 걷는 일은 내가 나 자신과 타인들에 대해 가진 모든 부정적이고 긍정적인 감정들을 녹여버렸다. 나는 완전히 텅 비어버렸다.
--- 「걷는 사람」 중에서

두더지는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무언가와 마주치면, 그걸 파내어 지표면 위로 밀어 올리거나 혹은 굴을 막고서 땅을 파며 문젯거리를 피해 간다. 패배하지 않은 채, 녀석은 더 많은 두더지 언덕을 만든다. 두더지는 생존 기술의 귀재이며, 그 기술의 첫 번째 규칙은 ‘위험한 것은 우회하라’이다.
--- 「패배 없이 피하기」 중에서

두더지를 잡으려면 하프 배럴 덫을 세 개 구입하라. 적어도 세 개는 필요할 것이다. 가능한 한 가장 좋고 비싼 것을 구입하라. 살아 있는 것을 죽이는 일은 값싸서도 안 되고 느려서도 안 된다.
--- 「망가진 것들」 중에서

이 책은 오로지 자연 속에서 홀로 긴 시간을 보낸 사람만이 얻어낼 수 있는 속 깊은 문장들로 가득하다. 나는 그런 문장들을, 마치 두더지가 어두운 지하에서 홀로 자신만의 굴을 파듯이, 때로는 조심스레, 때로는 돌진하듯 힘차게 줄을 그으며 읽었다. 독자 여러분 또한 이 드물고도 귀한 책에서 그런 자신만의 굴을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토록 어렵고 답답한 시절을 지나고 있는 지금에도, “그저 평범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무언가 깊은 장엄함”을 느껴보게 되길.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평생을 땅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미지의 포유동물 두더지,
그 작은 존재를 둘러싼 자연과 삶, 고독과 평범함에 관한 이야기

〈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책, 2019 웨인라이트상 후보
미국서점협회(ABA) 추천 도서, 14개국 번역 출간


특별하고 비범하다. 자연사와 회고록 그리고 시라는
문학 장르가 혼재돼 있는데, 그 모든 모습이 찬란하다.
─ 사이 몽고메리, 《문어의 영혼》 저자

우리가 이 대지와 맺고 있는 관계, 다른 동물들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저마다 가진 고민스런 인간성과의 관계에 관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 맥스 포터, 《슬픔은 날개 달린 것》《래니》 저자

친근하지만 미지의 영역에 있는 동물, 두더지


두더지는 대개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동시에 유쾌하고 귀여운 동물로 받아들여진다. 저명한 아동 문학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에 등장하는 두더지는 순수하고 온화한 성격에 책을 즐겨 읽는다.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제이지’는 힙합을 좋아하는 발랄한 성격의 두더지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다. 뿅망치로 머리를 때려잡는 ‘두더지 잡기 게임’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적 있는 흥미진진한 놀이이다. 하지만 두더지의 진짜 모습은 우리가 흔히 접해온 그런 모습들과는 조금도 같지 않다. 우리는 두더지를 모른다.

두더지는 세계 곳곳의 전원 지역에 서식하며, 한국에도 많은 수의 두더지가 산다. 농경지나 정원에서 두더지는 큰 골칫거리 중 하나다. 땅 위로 잘 올라오지 않는 습성상 직접 마주하기란 쉽지 않지만, 토양을 헤집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두더지로 인해 적잖은 농가가 골머리를 앓는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두더지와의 싸움을 벌여왔다. 고대 로마 시대에는 땅에 물항아리를 묻어 두더지를 잡았고, 16세기 중반 식량난에 처한 영국에선 국가가 두더지잡이를 장려함으로써 공인된 전업 두더지 사냥꾼들이 생겨났다. 그 후 영국에서는 두더지잡이가 일종의 전통적 사냥술로 인정받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영국 내 두더지의 개체 수는 현재 약 4천만 마리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두더지 사냥꾼까진 아닐지언정 다양한 두더지 퇴치술과 사냥법, 퇴치 기기가 농부나 정원사 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끈다(유튜브에는 두더지 퇴치 관련 영상만 수백 건이 올라와 있다). 두더지는 아이들과 도시인들에겐 귀엽고 친근한 존재일지 모르지만, 농촌이나 교외 지역에선 땅속의 무법자로 불리며 농업 종사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유해 동물로 분류되곤 한다. 마크 헤이머는 이 책에서 그러한 두더지의 생태와 그들의 습성에 깃든 다양한 진실을 전한다. 동시에 농사와 원예를 망치는 야생동물로서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의 삶을 일구어가는 한 생명체로서의 두더지의 모습 또한 들여다본다.


자연의 방랑자로 살아온 전직 두더지 사냥꾼의 이야기

두더지는 평생을 홀로 지낸다. 어둠 속에서, 친구나 가족 없이, 집단 정체성 없이, 혼자 굴을 파고 혼자 먹이를 잡고 혼자 보금자리를 만들며 살아간다. 이 책의 저자 마크 헤이머도 10대 시절 중요한 성장기를 그렇게 보냈다. 어릴 적 집안에서 혼자 채식주의자로 지내며 가족들과 충돌하거나 놀림받던 그는, 열여섯 살에 어머니를 여읜 후 아버지의 반강제적 권유로 집을 나와 2년 가까이를 부랑자로 살았다. 위험한 어른들을 피해 숲속에서, 부둣가에서, 생울타리 아래에서 몸을 숨긴 채 잠을 잤다. 쟁여둔 캔이나 훔친 빵을 먹거나, 먹을 게 없으면 굶었다. 봄, 여름, 가을에는 쉬지 않고 걸었고, 겨울에는 상점에서 일하며 버려진 아파트에서 히피들과 함께 살았다.

10대의 헤이머에게 홈리스로 지낸 그 시간이 외롭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숲속과 강가에서 함께 잠을 자던 야생 생물들과 자기 자신이 똑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갔다. 낮에는 걷는 동안 온갖 식물이 열매를 맺고 잎사귀를 떨구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밤이면 보초를 서는 검은지빠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실로 그는 자연 ‘속에’ 있지 않았다. 그가 곧 자연이었다. 자기 안의 자연과 가까워짐에 따라 헤이머는 동물로서의 감각을 활짝 열고서 하루하루를 자연 그 자체로 살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말한 “나는 정신적인 삶을 추구하는 본능과 원시적인 삶을 갈망하는 본능이 나 자신 안에 공존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선한 것 못지않게 야생적인 것을 사랑한다.”라는 구절을 몸소 체현했다.

그렇게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 뒤 친척 집을 찾아가 일자리를 얻으면서 부랑자의 삶은 끝이 났지만, 이때의 경험은 그의 여년에 중요한 토양이 되었다. 수많은 직업을 거친 끝에 정원사가 된 헤이머는 일이 없는 겨울철에 두더지잡이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자연 속에서 쉬지 않고 걸었던 10대 때처럼 들판을 걸으며 자연과의 합일이 주는 무구한 기쁨을 느꼈다. 유년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함께해온 삶이 그에게 남긴 흔적과, 자연을 향해 그가 느끼는 경외, 그리고 그런 감정조차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대지와 태양의 압도적인 능력을 실감했다. 자연을 길들이는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 자연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다양한 면면을 돌아보았다.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굴을 파듯 자기 앞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일에 관하여

책의 첫 문단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인제 나는 늙었고, 사냥을 하고 덫을 놓고 죽이는 일에 지쳤으며, 그것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은 모두 배웠다.” 두더지 잡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그에게, 그것은 분명 대단할 건 없지만 소소하고 감사한 삶을, 그가 기꺼이 사랑했던 삶을 가져다주었다. 그 덕에 고지서 요금을 비롯한 생활비도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동물을 죽이는 일은 줄곧 그를 지치게 했고, 좌절감을 키웠다. 20여 년을 정원사로 일하며 두더지잡이를 병행해왔지만, 더 이상 두더지 사냥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그는 이제 겨울이면 덫을 놓는 대신에 글을 쓴다.

그는 이제 더는 숨겨진 것들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진정 중요한 것들은 실은 모두 저곳에, 그냥 가질 수 있게, 땅 위에 놓여 있다. 내가 들고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조각들처럼. 숨겨진 것들은 숨겨진 그 자리에 그냥 그대로 남아 있어도 된다. 왜냐하면 그것들의 진실 또한 숨겨져 있으며, 일상의 어떠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기에는 그 진실이 너무도 모호하고 불가해하기 때문이다.”(266p) 헤이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은 대개 그의 시선이 가닿는 자연에, 이성의 영역을 넘어서는 자연의 영역에, 혼돈 속에 자리한다. “인생은 좀처럼 우리의 기대만큼 단정하고 깔끔하지 않다. 나는 그런 편이 더 마음에 든다. 이성은 세상을 경험하는 여러 중요한 방식 중 하나에 불과하다.”(50p)

이처럼 마크 헤이머는 시인의 감각과 철학자의 마음으로 자연과 동물을 바라본다. 두더지라는 비밀스런 동물과 두더지 사냥꾼이라는 유별한 직업에 얽힌 그의 이야기는, 결국 자연과 우리의 삶이 새로운 감각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까지 이어진다. 두더지라는 작은 동물을 둘러싼 우리의 편견, 오해, 신화를 한 꺼풀씩 벗겨내며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어느 노년의 정원사가 자연과의 흔들리지 않는 유대감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명상적인 초상화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의 인간다움에 대해 자연이 귀띔해줄 수 있는 소박한 답변들을, 그리고 오직 자연에서만 찾을 수 있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가치들을 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책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추천평

특별하고 비범하다. 자연사와 회고록 그리고 시라는 문학 장르가 혼재돼 있는데, 그 모든 모습이 찬란하다. 이런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이 전해주는 아름다움과 슬픔은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마크 헤이머가 두더지잡이를 그만두고 이 책을 써주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 사이 몽고메리 (『문어의 영혼』『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 저자)
『두더지 잡기』는 우리가 이 대지와 맺고 있는 관계, 다른 동물들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저마다 가진 고민스런 인간성과의 관계에 관한 책이다. 이 경이로운 이야기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이 책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 맥스 포터 (『슬픔은 날개 달린 것』『래니』 저자)
자연을 향한 이토록 진심 어린 경의와 이해심을 마주하기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 로저먼드 영 (『소의 비밀스러운 삶』 저자)
도입부만으로도 얼마나 탁월한 회고와 성찰로 쓰인 작품인지 알 수 있다. 그 어떤 작가도 연상되지 않는 독보적인 문장들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생명체에 대한 매혹적인 통찰도 빛난다. 가슴을 울리고, 애수로 가득하다. 끝없이 아름다운 책이다. - [매클린스]
땅속의 저 성가신 포유동물을 향한, 어느 시인이자 정원사의 송시라고 하겠다. 두더지에 관한 이야기는 저자 자신의 인생에 대한 사색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한 회고와 만나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 [워싱턴 포스트]
놀라운 책이다. 2019년에 읽은 가장 매혹적인 이야기이다. - 마가렛 렝클 ([뉴욕 타임스])
여러 장르가 절묘하게 혼합된 책이다. 자서전이면서 안내서이고, 여행서인 동시에 철학책이다.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은, 이 책이 그 각각의 범주 모두에서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 [데일리 메일]
‘검은 벨벳을 입은 작은 신사’에 관한 흥미로운 사색뿐 아니라, 주변부를 떠돌며 살아온 한 인생의 외로움과 아름다움에 대한 서정적 묘사가 빛난다. 부랑자로서의 자전적 이야기가 너무도 매혹적이다. -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이 작지만 놀라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어릴 적 교외의 부랑자로 살았던 저자 자신의 유년 시절에 관한 묘사이다. 그는 오솔길과 예선로, 생울타리를 따라 걸으며 야외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그가 보고 듣고 냄새 맡은 모든 것들에 상당한 감각적 즐거움을 느끼곤 했다. 『두더지 잡기』는 읽고 또 읽어도 계속해서 즐길 수 있고 음미할 수 있는 책이다. - [밴쿠버 선]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 『메이블 이야기』를 만난 것만 같다. 새로운 계절을 맞을 때마다 읽고 싶은 책, 야외에서 일하는 자에게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실존적 자각들로 가득한 책, 그리고 가장 거친 야생의 존재들과 온전하게 어우러진 책이다. - 미카엘라 라이딩 (킹스 잉글리시 북숍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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