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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신예희
비에이블 2022.01.20.
베스트
여행 에세이 top20 7주
가격
14,000
10 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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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_ ‘여행’이라는 2글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1 낯선 곳에서는 사소하지 않은 용기가 생긴다
하늘 위에서 먹는 밥의 맛
비행기 시간과 나이의 상관관계
ESTJ가 여행하는 방법
“배낭여행은 가지 않습니다”
노브라를 디폴트로
여기까지 와서 스벅이라니
화려한 컬러와 얼얼한 냄새가 가득한 곳
‘우리 동네’라는 과몰입의 순간
첫 레게머리와 브라질리언 왁싱
마시지는 않지만, 박카스 마인드
언젠가 변할 취향을 위하여
여행과 출장의 경계에 서서
지금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까

2 그곳이 어디든, 난 내 삶을 잘 살고 싶다
여행지에서 머리채를 잡는 일
생활감은 포기할 수 없어
비상약품 파우치에 꼭 넣어가는 ‘그것’
디지털 노마드, 하루 딱 4시간만
언어 장벽이 뭐 대수라고
야간 열차의 로망
여행지에 두고 오는 책의 낭만
삼성, 엘지, 현대, 서울, 북한…
고독이라는 사치
여행지의 사람들과 친해지는 일
어느 여행자의 흘러가는 세월에 대하여
무사히 돌아온다는 기적

에필로그_ 나는 내내 여행을 생각했다

저자 소개1

갱년기에 들어선 1인 가구 여성 프리랜서. 대학에서 산업디자인학을 공부하고 25년 넘게 만화 그리고 글 쓰는 삶을 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온라인에서 ‘물좋권’(물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지 않아요) 목록을 이어 가며 현명한 소비 생활을 돕는 자발적 영업왕을 자처한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등의 책을 썼고, EBS 팟캐스트 『신예희의 뭐하고 사세요?』를 진행했으며, 여행과 음식에 관한 여러 권의 에세이를 펴냈다. 완경 이후 몸의 다양한 변화를 관찰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하여 여러 가지 운동을 경험했고,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
갱년기에 들어선 1인 가구 여성 프리랜서. 대학에서 산업디자인학을 공부하고 25년 넘게 만화 그리고 글 쓰는 삶을 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온라인에서 ‘물좋권’(물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지 않아요) 목록을 이어 가며 현명한 소비 생활을 돕는 자발적 영업왕을 자처한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등의 책을 썼고, EBS 팟캐스트 『신예희의 뭐하고 사세요?』를 진행했으며, 여행과 음식에 관한 여러 권의 에세이를 펴냈다. 완경 이후 몸의 다양한 변화를 관찰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하여 여러 가지 운동을 경험했고,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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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72g | 128*188*12mm
ISBN13
9791165344481

책 속으로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리스본에 도착해 곧장 여길 온 건데, 뭐라고요, 철도 파업? 파어어업? 당장 앉고 싶고 눕고 싶고 씻고 싶고 울고도 싶지만 일단은 빨리 머리를 굴려야 한다. 2달간의 여행인데 첫날부터 이런 일이 생기다니, 하며 머릿속의 노트북을 켜고 비극을 집필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비탄에 젖거나 분노할 시간에 어서어서 기차표를 환불받고 어서어서 대안을 찾는 게 낫다. 그리고 같은 일이라도 내가 요걸 재미있는 경험으로 만들어버리면 된다. 하하하 웬일이야, 이거 두고두고 얘깃거리 되겠다며 웃어버리는 순간 정말로 웃긴 일이 된다.
--- pp.32~33, 「ESTJ가 여행하는 방법」 중에서

그러던 어느 날, 아마도 2006년 봄이었을 것이다. 스페인 북부 산세바스티안에 도착한 지 일주일째. 날이 푸근해서인지 다들 가벼운 차림새인데, 어깨끈이나 후크 등 브라의 일부가 보이는 걸 신경 쓰지 않는 여성들이 많았더랬다. 곱게 자란 유교걸답게 일단 당황했는데, 잠깐, 어머 웬일이야, 저 사람은 아예 노브라인데? 미쳤나 봐!
--- p.43, 「노브라를 디폴트로」 중에서

관광업 인프라가 빵빵한 나라답게, 어지간한 태국의 식당엔 영어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다. 보통은 인기 있는 추천메뉴를 맨 첫 페이지에 몰아놓는데, 똠얌꿍과 팟타이 그리고 솜땀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요 3종 세트라면 탕 하나, 국수 하나, 샐러드 하나인 셈이니까 둘이서 먹기에 적당하다. 물론 나는 혼자서 싹 다 주문한다. 애초에 맛있는 걸 먹으려고 여행하는 거라 아깝다 생각 않고 팍팍 시킨다. 밥을 추가해도 좋다. 폴폴 날리는 길쭉한 인디카 쌀로 지은 밥(카오 쑤어이)이라면 접시에 한가득 담아줄 거고, 향긋하고 쫀득한 찹쌀밥(카오 니아오)이라면 비닐봉지 안에 주먹만 하게 뭉쳐 담아 대나무로 짠 용기에 넣어줄 거다. 나는 단연 찹쌀밥이다. 요 따끈한 걸 손으로 조금씩 떼어서 솜땀이랑 같이 오물오물 먹으면, 그게 뭐라고 참 맛있다.
--- pp.62~63, 「화려한 컬러와 얼얼한 냄새가 가득한 곳」 중에서

그래서 나는 돌아다니기를 멈추고 한 지역에 오래 머물러보기로 했다. 얼마나? 2주일 때도 있고 2달일 때도 있다. 그 이상일 때도 있다. 포인트는 이거다. 지겨워질 때까지 있어 보기. 그렇다고 해서 ‘살아봤다’는 생각은 안 한다. 저 거기에서 살다 왔어요, 라는 말도 안 한다. 아니 못 한다. 여행은 돈을 쓰는 거지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아껴 쓰든 펑펑 쓰든,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훨씬 재미있다. 나는 여행하며 재밌게 놀았지, 치열하게 살지 않았다. 살아봤다는 말은 그래서 함부로 할 수 없다.
--- p.69, 「‘우리 동네’라는 과몰입의 순간」 중에서

여러분은 브라질리언 왁싱을 해보셨나요? 나의 인생은 털을 뽑기 전과 후로 나뉜다, 라는 건 과장이지만 하고 나면 확실히 좋다. 편하고, 깔끔하고, 쾌적하고, 가볍다. 맨 처음 왁싱을 한 건 치앙마이에서였는데, 여행을 마치고 슬슬 떠날 때가 되니 치앙마이를 추억할 만한 뭔가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럴 때 근사한 타투 같은 걸 하던데 나는 왜 왁싱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정말…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걸까요, 저는…. 하여간 인생 첫 왁싱, 이왕 뽑는 거 싹 다 뽑아달라고 했는데 이야, 그게 어찌나 개운하던지 홀딱 반해버렸다. 포르투에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한 번 더 쫘악 했던 것이고. 나 원 참, 다시 한번 말하지만 7,000원이라니 말도 안 되게 쌌다고요.
--- pp.80~81, 「첫 레게머리와 브라질리언 왁싱」 중에서

오전 10시. 노트북을 챙기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서 출근한다. 11시만 되어도 벌써 꽤 더워지니 그전에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코워킹스페이스에 쏘옥 들어가 앉는다. 냉큼 노트북을 펴고 일을 시작하는데, 인터넷 서핑을 하든 일기를 쓰든 내키는 대로다. 유튜브에 올릴 영상 편집을 할 때도 있고, 노트북은 접어두고 들고 온 책을 읽기도 한다. 오후 2시쯤 되면 퇴근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점심을 먹고, 들어와서 샤워하면 세네 시쯤인데, 보통은 이 시간쯤 되어야 햇살이 슬슬 누그러지기 시작해 바깥을 돌아다니기 좋다. 하루 중 제일 더운 시간을 요렇게 실내에서 피하는 것이다. 출퇴근 루틴이 딱히 필요 없는 여행을 할 때도 이 시간엔 마사지를 받거나 쇼핑몰에 가는 식으로 어디가 되었든 실내에 들어가 있는 게 좋다.
--- pp.137~138, 「디지털 노마드, 하루 딱 4시간만」 중에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건 마치 어떤 짧은 인생의 시작과 끝을 경험하는 것 같다. 삶의 축소판 같다. 나는 매번 기승전을 거쳐 결을 마주한다. 매번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혼자선 생각밖에 할 게 없다. 지긋지긋하게, 질릴 때까지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런 게 싫고 두려워서 혼자선 떠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에겐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여행을 마무리할 때면 조용조용 자문한다. 여기서 끝난다면 어떨 것 같아? 여행이, 삶이 말이야. 한때는 고독을 바라고 원하면서도 무서워했던 것 같다. 고독에 끌리면서도 고독을 버거워했던 것 같다. 낯선 곳에서 낯선 시간을 숱하게 보낸 지금은, 고독의 기쁨을 안다.

--- p.177, 「고독이라는 사치」 중에서

출판사 리뷰

“여행 썰을 풀다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이 모든 게 끝나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을
구글 지도에 표시해본다.”

여행이 너무 가고 싶어서, 여행 이야기라도 해야 살 것 같아서 쓴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좋았던 일만 떠오르니, 신기해 정말”
잠시 멈춘 동안, 다시 한번 그때를 곱씹어보자!


처음에만 해도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무어라 불러야 할지조차 모르던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부터 일상이 무너진 이후, 어느덧 2년 하고도 조금의 시간이 더 흘렀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었고, 가장 큰 변화는 우리가 더 이상 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여행과 ‘거리두기’ 중인 이 시국, 신예희 작가는 신간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를 펴내며 그야말로 ‘여행 가고 싶어 미치겠는’ 심정을 유쾌하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글에 꾹꾹 눌러 담아냈다.

러시아 항공을 처음 이용한 건 불가리아 여행을 갈 때였다. (…) 그런데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기내 서비스를 받으며 한참을 비행한 끝에 모스크바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는 순간, 갑자기 주변 승객들이 하나같이 박수를 치며 우와아아 환호하지 뭐겠습니까. 뭐야? 무슨 일인데? 알고 보니, 무사히 착륙한 걸 축하하는 일종의 전통 의식 같은 거란다. 이 거대한 기계 덩어리가 하늘에 부웅 떠올라, 먼 거리를 쭈욱 날아, 무사히 착륙했다니 축하할 만하지 않냐는 이야기.
_pp. 192~193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멀쩡히 돌아올 수 있다는 기적이 더욱 간절해진 요즘,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는 지난 여행의 기억들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이 책이 여행기는 아니다. 여행지의 교통 편이나 맛집 위치, 숙박비용 같은 정보는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술에 취해 스트릿 미용사들에게 레게머리 시술(?)을 받았던 일, 치앙마이의 디지털 노마드를 경험했던 일, 노브라로 거리를 활보했던 일 등 여행 그 자체를 담았다. 그녀의 썰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낄낄거리며 ‘그때’를 곱씹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된다.


발음하는 것만으로 입에 침이 고이는 여행지의 음식,
다글다글 굴러가는 캐리어 바퀴 소리…
한 문장, 한 문장 선명히 소환되는 ‘여행의 기억들’


인천대교를 달리며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100번 넘게 비행기를 탔어도 매번 그럴 것이다. 기내식도 그렇다. 맛이 없네, 어쨌네 하면서도 기내식으로 나온 비빔밥은 싹싹 비벼 바닥까지 긁어먹어야 제맛이다.(12p) 노브라로 거리를 걷는 자유(42p),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는 음식(57p), 하루 4시간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일상(133p)도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체득한 나름의 요령으로 여행 가방은 최대한 가볍게 싸서 무겁게 돌아온다. 이젠 딱히 살 게 없네, 한국에 다 있네, 라면서도 그냥 귀국하기는 아쉬우니까.(34p) 여행 중 고독이 밀려들어 우울해질 때면 다국적 거대 브랜드 자라와 스벅의 힘을 빌리지만(49p), 어느 순간엔 ‘우와, 나 이 동네 사람 된 것 같아!’라며 여행지에 과몰입하기도 한다.(67p) ‘여행’에 관한 별다를 것 없는 우리의 기억이다.

신예희 작가의 이야기는 공항으로 향하는 길부터 여행지가 ‘우리 동네’처럼 익숙해지는 순간, 그리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때까지를 다채롭게 그려낸다. 25년 차 프로 여행자이자 음식과 여행, 관심 있는 기타 등등에 관한 다수의 책을 쓴 신예희 작가는 텍스트만으로 여행의 기억을 소환하는 힘이 있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홀린 듯 사랑하게 된 여행지가 떠오르고 선호하는 여행지의 날씨나 꼭 가져가야 하는 필수품 같은 나의 여행 성향도 되짚어보게 된다. ‘여행 썰을 풀다 보니 눈물이 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시국에 곱씹는 여행의 기억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나저나 터키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꼬레(kore)?”라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인이냐고 묻는 것이고, 아주 높은 확률로 질문자는 남성이다.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것 같진 않지만 무시하고 쌩 지나가려니 뼛속까지 유교걸은 마음이 불편해진다. (…) 그래서 마법의 앱 구글 번역기에서 ‘규네 꼬레(Guney Kore)’를 찾아냈다. 사우스 코리아의 터키어 표현이다. 요걸 외워두었다가, 다음번에 누군가 “꼬레?”라고 말을 걸 때 세상 시크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흥, 규네 꼬레거든? 상대방이 헉, 하고 놀란다. 터, 터키어 할 줄 아세요? 물론 못 하지만, 어깨 한 번 으쓱해주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아… 방금 나 너무 멋있었어….
_pp. 148~149

물론, 길거리 희롱과 인종차별, 맞지 않는 음식이나 아픈 몸처럼 여행에는 불쾌한 기억들도 있다. 어쩌면 굳이 다시 끄집어내서 곱씹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도, 여행도 투덜거리며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잘 살아가고 싶고, 잘 여행하고 싶다. 투덜거리면서도 눈 딱 감고 덤빌 만큼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분명 진한 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될 때까지 여러 번 꺼내어 읽을 수 있는 자그마한 위로의 글이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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