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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들의 포도밭
바이올린으로 경작하는 포도밭 | 가장 나다운 데로 데려다주는 음악 종달새의 순간, 종달새의 비상 누가 종달새 목에 종을 달았나 | 차이콥스키의 종달새 | 초원의 종지기 | 절대음악의 천부적인 증인 촉각적 상상력─에로티시즘 봄은 가장 추악한 계절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치명적인 에로티시즘 | 아리랑의 에로티시즘 소월의 시, 소월의 노래 노래는 향수(香水)이며 향수(鄕愁) | 소박하지만 진지한 힘 | 가장 단순하고 정념적인 노래 | 〈첫 치마〉, 저물어간 시간 속의 사랑 | 노래는 춤추는 언어 쇼팽의 음악, 쇼팽의 폴란드 영화 〈피아니스트〉와 쇼팽 | 쇼팽의 음악과 인상파 회화 | 댄디즘과 센티멘털리즘 | 가장 보수적이며 가혹하고 급진적인 | 쇼팽과 들라크루아 | 바르카롤, 태고의 노래 | 쇼팽의 미학 천재의 영감, 천재의 광기 천재의 소박함 | 절대정신과 미적 자율성 | 천재를 질투하는 범재? | 고귀한 도덕성과 정신성 | 가장 지적이고 정신적인 예술 | 천재의 출현이 요청되는 시대 최초의 악기, 최후의 악기─피리 피리의 역사 | 피리의 신화 | 가브리엘의 피리 | 피리를 불어라 | 햄릿의 피리 | 인간의 신체를 요약한 악기 | 존재의 은밀한 방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북 권력의 악기 | 공적인 악기 | 영혼을 두드리는 소리 | 북과 춤 인생의 겨울을 방황하는 자─《겨울 나그네》 겨울 여행 | 시와 음악의 가장 성공적인 만남 | 방랑 | 〈보리수〉, 독일 민중의 자산 | 눈물의 수사학 | 거리의 악사 | 마지막 노래, 완성된 노래 | 유쾌한 방랑자 유년에서 성년으로, 성장의 마법─〈마왕〉 서정시인, 가곡의 왕 | 세이렌의 재현 | 에로티시즘과 파멸 | 유년의 종식을 알리는 비극 | 가곡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전형 | 〈마왕〉과 〈풍설야귀인〉 시각에서 청각, 오감의 시대로─인공지능 시대의 음악 시각에서 청각으로 |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 | 청각이 열어가는 상호작용의 세계 맺으며 이 순간의 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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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는 스프링처럼 하늘로 솟구치다가 초원으로 곤두박질한다. 비상이 생명의 본질이라면 곤두박질은 죽음의 본질이다. 비상하기 위해서는 곤두박질이 필요하다. 여기에 종달새의 운동성이 있다. 이처럼 순간의 동심원 속으로 뛰어들고 솟구치는 것이 음악이다. 종달새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초월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본 윌리엄스는 영국의 국민주의 작곡가이다. 그의 작품 〈종달새의 비상〉은 피겨스케이터 김연아가 사용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종달새의 비상〉은 영국의 민속음계와 리듬을 바탕으로 만든 바이올린곡이다. 영국 시인 조지 메러디스의 「종달새의 비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 p.25, 「종달새의 순간, 종달새의 비상」 중에서 라벨의 〈볼레로〉는 굴촉성의 선율을 들려준다. 이 선율은 파충류처럼 육체를 칭칭 감으며 파고든다. 〈볼레로〉는 작은 북의 리듬 위에서 플루트로 주제 선율을 제시한다. 선율과 리듬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파격적이다. 플루트에서 시작한 선율은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 트럼펫, 색소폰, 호른, 트롬본, 튜바 등의 금관악기와 베이스드럼, 심벌즈, 탐탐 등의 타악기가 가세하여 점차 크고 두터운 음향을 만들어낸다. 음악은 집요한 반복으로 구성된다. 자극적인 선율 위에 다양한 음색의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색채감과 감각적인 리듬은 무희들의 격렬하고 선정적인 몸짓을 연상시키며 황홀한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 p.42, 「촉각적 상상력─에로티시즘」 중에서 노래는 육체에 스며들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고 숨어 있던 씨앗을 발아시킨다. 대부분의 예술이 결핍과 고독, 허무 속으로 파고들어 존재의 본질을 파헤치지만 노래는 이 위기의 공간들을 채워준다. 대부분의 예술이 세계를 비틀고 재단하지만 노래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세계를 포용한다. 노래는 기본적으로 감성의 언어이며 느낌의 언어이다. 그래서 언어를 능가하는 호소력과 전달력을 지니며 존재를 껴안는다. --- p.64, 「소월의 시, 소월의 노래」 중에서 쇼팽의 음악은 대부분 화려함 속에 비극성을 내포하고 있다. 비극성은 그의 음악을 장식적 기교로 이루어진 센티멘털리즘에 머물게 하지 않고 격조를 지닌 위치로 올려놓는다. 폴란드는 지정학적 위치로 오랜 세월 외침이 잦았다. 약소국의 민중이 겪는 슬픔은 한으로 스며들어 비극성으로 승화된다. 이러한 점에서 폴란드 음악에서 비애의 미는 빠질 수 없는 것이며 폴란드의 역사만큼이나 음악도 풍요로울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힘든 시절에 들었던 쇼팽이 감동적이었다. 낯선 곳에서 아이와 내 인생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막막할 때 들었던 쇼팽이 가장 사무쳤다. 음 하나하나가 바람에 휩쓸리는 낙엽처럼 가슴으로 밀려들어왔다. --- p.82, 「쇼팽의 음악, 쇼팽의 폴란드」 중에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교향곡 5번〉은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는 1악장의 동기가 확장?변형되면서 전 악장에 일관되게 흐른다. 〈교향곡 5번〉이 압도적인 감명을 주는 것은 이 곡이 자신의 체험과 신념의 고백이며 내면적인 투쟁을 솔직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후고 라이히텐트리트의 표현처럼 그의 작품에 담긴 “진지한 표현”과 “완성을 지향하는 타협 없는 결벽성”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숭고한 감동을 전해준다. 그것은 헤겔식으로 말하면 ‘절대정신’에 도달하는 것이다. 절대정신이란 감각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조화를 통해서 음악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다. 아도르노에 의하면 주체로서의 주제적 재료의 창조이다. 음악이 베토벤에서부터 완전한 미적 자율성을 갖추게 되었다는 아도르노의 견해가 바로 여기에 기초한다. --- p.107, 「천재의 영감, 천재의 광기」 중에서 피리는 취구로 숨을 불어넣는 악기이며 육체에 호소한다. 불어넣은 숨과 구멍의 크기, 간격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 숨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살리는 일이다. 하나의 사물을 악기로 바꾸는 것은 사물을 영생하게 하는 일이다. 입으로 숨을 불어넣는 악기라는 점에서 피리는 목소리의 연장이며 관은 성대의 연장이다. 피리라는 도구를 통해 인간은 더 길고 더 높고 더 자유롭고 더 풍부한 음량의 소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 p.132, 「최초의 악기, 최후의 악기─피리」 중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마다 변혁의 현장에는 북이 있었다. 북은 지배하고 구속하며 억압하는 악기이지만, 동시에 해방시키는 악기였다. 북 외에도 징과 꽹과리 등의 타악기는 광장의 역사와 가두 투쟁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악기이다.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은 축제였다. 한국 대표 팀이 처음으로 4강에 올라가는 신화를 이루자 흥분한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광장과 거리로 나왔다. 응원의 열기를 달구는 한가운데에 북이 있었다. […] 차이콥스키는 〈1812년 서곡〉 마지막 장면에서 교회 종소리와 북, 팀파니, 심벌즈, 그리고 총소리와 대포 소리를 이용하여 승리의 기쁨과 환호를 표현했다. 무소르그스키는 〈전람회의 그림〉 중 마지막 곡 ‘키예프의 대문’에서 북과 팀파니, 심벌즈로 삐걱거리며 열리는 거대한 성문과 그곳으로 환호하며 몰려드는 인파를 장엄하게 묘사했다. --- pp.155-156,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북」 중에서 괴테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태생적인 결함 때문에 방황하며 이러한 결함을 채우려는 끊임없는 노력 때문에 성장한다. 뮐러와 슈베르트의 겨울 여행 또한 안정된 거주지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스스로를 추방시켜 자유를 찾고자 미지의 불확실한 세계를 추구하는 낭만적인 출발이었다. […] 뮐러와 슈베르트는 동시대를 살아가며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실연당하고 절망한 채 겨울 속을 떠도는 방랑자의 모습, 돈을 구걸하는 거리의 악사는 이들 자신의 초상이었다. 또한 그것은 삶의 혹한 속을 떠도는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뮐러는 1824년 『겨울 여행』을 발표하고 이 시를 슈베르트가 연가곡으로 작곡한 1827년에 세상을 떠난다. 슈베르트는 《겨울 나그네》를 작곡한 다음 해인 1828년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 pp.170-171, 「인생의 겨울을 방황하는 자─《겨울 나그네》」 중에서 〈마왕〉은 청각적이고 영적인 존재이다. 마왕의 소리는 아버지의 귀에 들리지 않고 아들의 귀에만 들린다. 청각적인 요소는 시각적인 요소보다 더 강력한 유혹이며 더 큰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이 청각적인 존재는 부드러운 음성적 가면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다. 마왕은 독수리처럼 아이의 주위를 맴돌며 포근한 음성으로 아이를 영원한 잠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의 음성은 인간으로 분화하기 전의 어슴푸레한 세계나 아련한 기억 속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출렁거리며 들려오는 노래이다. 이 세계는 오로지 청각만이 존재하는 음향의 세계이며, 어머니와 끈끈한 유대가 이어지는 평화로운 이미지의 세계이다. 아이는 두려움으로 경계하지만 저항할 수 없는 노래의 힘에 이끌린다. --- p.199, 「유년에서 성년으로, 성장의 마법─〈마왕〉」 중에서 영상과 스토리를 공간화시키고 입체화시키는 것은 청각작용이다. 청각이 시각의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의 역할을 주도하고 극대화시킨다. 소리는 울림을 통해 공간을 확장하고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저 너머의 세계로 이끄는 것은 시각보다 청각이다. 영상작품에서 음악이 성공하면 작품이 한 차원 도약한다. 음악이 작품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음악이 영상작품 전체의 이미지나 내용을 요약하면서 OST만 따로 떼어내어 음미하기도 한다. 즉물적이고 일회성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도 청각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이유가 여기서 나타난다. --- p.215, 「시각에서 청각, 오감의 시대로─인공지능 시대의 음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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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을 울리는 거장들의 음악과 그 속에 담긴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
- 음악이 다른 예술과 영감을 주고받는 순간들에 대한 눈부신 서술 - 클래식을 듣는 기쁨을 다각도로 느끼게 해줄 11가지 음악 이야기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종달새〉에서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까지 오감으로 느끼는 음악의 기쁨 『가만히 듣는다』의 열한 가지 이야기는 클래식 음악이 문학, 철학, 종교, 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삶 속으로 파고들어 세상을 바라보는 통합적인 시각과 창조적으로 도약할 영감을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텅 빈 하늘로 날아오르며 봄을 알리는 종달새를 소재로 만들어진 다양한 시와 음악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삶을 이야기하고, 에로티시즘을 표현하는 음악들이 촉각적 상상력을 이용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단막 오페라 〈살로메〉의 서사를 읊다가 〈아리랑〉의 에로티시즘으로 넘어간다. 또 소월의 시를 모티프 삼아 시인 자신의 대학 시절 작곡법 시간으로 돌아가, 노래는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감동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쇼팽의 음악이 역사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영화 〈피아노〉를 곁들여 이야기하고, 독일 소설가인 헤세와 토마스 만, 프랑스 화가인 들라크루아와 그의 음악이 갖는 상관성에 주목한다. 베토벤, 모차르트, 그리고 헤세와 토마스 만의 작품들을 짚어가며 천재의 영감과 광기에 대해 논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도구 중 하나인 악기 이야기를 피리와 북에 대한 풍부한 통찰과 고증으로 풀어낸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마왕〉을 통해 시와 음악이 만나는 길을 따라가고 그 끝에서 예술가의 내면이 구현된 ‘나목들’을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음악에 대한 질문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나아갈 길을 묻는 질문과 같다고 글을 맺는다. 수많은 음원과 노래들이 만들어지고 잊히는 가운데서도 클래식 음악은, 방대한 영역을 포괄하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장르로서, 역사와 시대 담론과 다른 예술 장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변함없이 생동하고 있다. 『가만히 듣는다』는 클래식 음악을 우리 삶에 더 가깝게 이해하는 길을 안내하는 동시에 ‘가만히 듣는’ 것의 가치와 효용이 다가올 미래에 더욱 부각될 것임을 확인시킨다. 삶이란 아름다움에서 아름다움으로 이어가는 여정이다. 예술은 순간을 영원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다. 영원을 추구하며 영원 속에 거하는 사람은 영원하다고 했다. 음악은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든다. 음악에는 차별이나 편견, 혐오의 감정이 없다. 음악은 모든 사람들에게 낙원에의 노스탤지어를 충족시켜준다. 한때 그토록 찬란했던 광채들이 음악 속에서 들려온다. 음악은 가장 나다운 내게로 데려다준다. (「음들의 포도밭」에서, 16쪽) 가만히 귀 기울이면 새로운 감각의 장이 열린다 저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앙드레 프레빈이 그를 위해 작곡한 소나타 〈포도밭〉의 윤기 나는 음색에 귀 기울이며, 볕 좋고 물 잘 빠지는 포도원의 고른 이랑을 단숨에 알아보고, 포도송이의 열기와 향기 속에서 잎사귀를 헤쳐가는 여우의 맥박과 호흡, 심장의 두근거림, 다급한 걸음에까지 감각이 확장되었던 경험을 기억한다. 또한 선율과 리듬의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파격적인 라벨의 〈볼레로〉의 집요한 반복적 구성에서 다양한 음색의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색채감과 감각적인 리듬이 황홀하고 격렬한 춤 무대를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는 상징주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음악이다. 저자는 이 곡을 듣고 조성을 파악할 수 없는 음들을 통해 대기 속으로 불어오는 한 줄기 미풍 같은 환영들을 시각적, 후각적, 촉각적인 인상으로 전달해준다고 평한다. 또 성경을 모독한다고 런던에서 상연이 금지된 바 있는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단막 오페라로 만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에서는 이국적인 멜로디와 현의 불안정한 모티프가 반복되면서 살로메의 탐욕과 뇌쇄적인 몸짓이 형상화된다고 언급한다. 쇼팽의 낭만성을 가장 잘 대표한다는 바르카롤(뱃노래)을 두고는 피아노만으로 바다의 물결과 반짝거리는 햇살, 곤돌라의 흔들림, 물의 음영, 미풍, 멀어지는 풍경들을 들려주며 시각과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온몸으로 와 닿는 감각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악기에 대한 탐구는 인간에 대한 탐구이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악기에 대한 탐구도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최초의 악기는 인간의 몸이었고, 도구로서 악기는 인간의 몸을 모방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마도 최초로 만들어진 악기는 타악기였으리라고 추측한다. 인간의 생체 리듬을 모방한 북은 감각적이고 충동적이며 몽환적인 요소를 가장 쉽게 표현한다. 북은 전투와 노동, 주술, 제의, 오락 등 공동체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행사와 의식에 필수적인 악기였으며 몸동작과 결부되어 무언가를 나타내려는 관념과 의식을 싣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만들어졌을 관악기, 피리는 연주하면서도 발걸음이 자유로워 목동이나 떠도는 방랑자들의 악기였다. 구멍과 관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신체는 하나의 피리라고 할 수 있다. 피리야말로 인간의 신체를 가장 적절하게 요약하는 악기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모든 악기들은 이제 도구와 수단에서 목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였던 악기들은 이 악기들이 발현해내는 아름다운 소리와 음악, 그 자체가 목적인 특별한 존재적 차원으로 상승했다. 존재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들리는 것이다 저자는 음악이라는 예술을 통해 ‘듣는’ 행위에 대한 사유를 밀도 높게 펼쳐 나간다. 청각적인 것에 대한 탐구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탐구이다. 시각적인 것은 물질로 고정되어 있지만 들리는 것은 물리적 변화 속에 놓여 있다. 보는 것은 그 자체이지만 듣는 것은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시각의 장 너머에는 부재와 공허가 존재하지만, 청각의 장은 세계를 확장하고 키워나가 무한에 이르게 한다. 때문에 듣는 것은 말하기라는 행위와 함께하며 사고와 감정을 교환하는 소통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아마존, 구글, 네이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소리가 기계와 사람을 이어줄 것으로 전망하고 오디오 인터페이스 시장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음을 저자는 짚고 넘어간다. 또한 인공지능 시대의 음악이 공유로 방향을 잡아가면서 문화의 획일화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고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우리는 미래의 음악을 전망해보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나아갈 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레 마주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