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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인
사모님들 내기 어느 관리의 죽음 슬픔 늪 정조 복수 약사의 아내 상자 속의 사나이 『안톤 체호프 단편집』을 찾아서 |
Anton Pavlovich Chekhov,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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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가장 불행했던 것은 이제 그녀가 자신의 의견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도 주변의 사물들을 보았고 자기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없었고 그것들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없다는 건 그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 「귀여운 여인」 중에서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사형이나 종신형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선험적으로 판단해본다면 제 생각으로는 사형제가 종신제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도덕적으로 보입니다. 사형은 즉각적으로 사람을 죽이지만 종신제는 사람을 서서히 죽입니다. 당신의 목숨을 단번에 빼앗는 형리가 더 인간적일까요, 아니면 서서히 빼앗는 형리가 더 인간적일까요?” --- 「내기」 중에서 사람들은 요나나 그의 슬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쳐 지나갈 뿐이다. 요나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만일 요나의 가슴이 터져 그 슬픔이 흘러나온다면 이 세상을 온통 덮어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슬픔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아주 하찮은 조개껍질 속에도 숨어 있을 수 있어 대낮처럼 밝은 불빛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 「슬픔」 중에서 그녀는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면서 그의 구애를 거절하면서 한편으로는 그와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에 이끌리지 않았는지 생각했으며 일리인이 자신의 발밑에 몸을 던졌을 때 야릇한 희열을 느끼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되짚어보았다. 그러자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수치심에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였다. --- 「정조」 중에서 점원은 몸을 돌리더니 웃음 띤 얼굴로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가예프 앞에 한 무더기의 권총들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것들 중에서도 가장 구미를 당기는 것은 역시 스미스 베손식이었다. 시가예프는 스미스 베손식 권총을 집어 들고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두 개골이 부서지는모습, 피가 양탄자 위로 낭자하게 흐르는 모습, 죽어가는 마누라의 다리에 경련이 이는 모습 들을 그려보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분노에 찬 영혼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피비린내, 비명, 공포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복수를 생각해내야만 했다. --- 「복수」 중에서 유리창 밖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약사의 아내는 램프에 불을 붙인 후 문을 열기 위해 바삐 문 쪽으로 걸어갔다. 더 이상 화가 나지도 않았고 따분하지도 않았으며 울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가슴이 쿵쾅거릴 뿐이었다. 뚱뚱한 군의관과 홀쭉한 오브쵸소프가 안으로 들어섰고, 그녀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군의관은 뚱뚱하고 가무잡잡했다. 턱수염이 달려 있었고 행동도 굼떴다. 조금만 몸을 틀어도 군복이 터져버릴 것 같았고 얼굴에는 진땀이 흐르고 있었다. 장교는 불그레한 얼굴에 말끔하게 면도를 했으며, 여자처럼 연약하고 나긋나긋한 느낌을 주었다. --- 「약사의 아내」 중에서 베리코프는 자신의 생각까지도 상자 속에 가두려 애썼습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금지되었다는 기사가 신문에 나오거나 관청의 공표가 있으면 마음속에 단단히 새겨두었습니다. 육체적 연애는 불법이라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거나 청소년들에게 저녁 9시 이후에는 통행을 금한다는 명령이 떨어지면 그것들은 그의 마음속에서 절대적이고 결정적인 원칙, 혹은 상자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금지되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 「상자 속의 사나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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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영혼이 얼마나 알록달록한가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단편들 부정적인 인물이라도 웃음 짓고, 연민을 느끼면서 그런 인물이 우리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이 단편집에 첫 번째로 실린 「귀여운 여인」을 보면, 아마 많은 사람들의 눈에 주인공 올렌카가 정말 줏대 없는 여자로 보였을 수도 있다. 그녀는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극장 경영인, 목재상, 군 수의관을, 마지막으로 수의관의 아들을 차례대로 사랑하지만 그녀의 사랑에는 극적인 드라마도 없고, 이른바 영혼의 떨림 같은 것도 없다. 다만 그들이 그녀 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그녀의 성격, 그게 바로 그녀의 줏대다. 사랑이 삶의 조건 그 자체이기에 사랑만 할 수 있다면 자신이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것, 얼마든지 변신이 가능하다는 것 그것이 바로 그녀의 줏대다. 그러니 그녀만의 줏대 없음이 바로 그녀의 줏대가 되는 셈이다. 사랑만이 그녀에게 생각할 힘과 삶의 목표를 줄 수 있고, 그녀를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여자다. 그러니 그녀에게는 사랑이 전부다. 이 작품집에 실린 나머지 작품들의 주인공들도 「귀여운 여인」의 올렌카처럼 온갖 비난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귀여운 여인」의 올렌카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우리를 분노하게 하거나 배척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부정적인 인물이라도 우리를 쓴웃음일지언정 웃음 짓게 하거나 연민을 갖게 한다. 각 단편들은 인간의 영혼이 그 얼마나 알록달록한가를 우리에게 실감나게 보여준다. 제아무리 지저분하고 어리석고 부정적인 인물이라도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우리는 그런 우리 자신에 대해 연민과 애정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체호프의 작품들은 그 연민이라는 물감으로 그려놓은 그림들인 것 같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들이 대개 다 한 폭의 정갈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때로는 그림의 크기가 좀 더 커지거나 작아지기도 하고 색조가 조금씩 변하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작품이 아름다운 그림 한 편을 감상한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그 그림 전체가 잔잔하게 우리 안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것이 바로 안톤 체호프의 단편들이 지닌 매력이고 힘이다. ㆍ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소개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서 제2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한 진형준 교수가 평생 축적해온 현장 경험과 후세대를 위한 애정을 쏟아부은 끝에 내놓는,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일리아스』와 『열국지』에서 『1984』와 『이방인』까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문학 고전을 총망라할 계획으로 이미 61권을 선보여 많은 독자의 호응을 얻었고 계속해서 후속 권들이 출간되고 있다.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진정한 독서의 길을 제시하려는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작업이다. 우리 사회에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반드시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그 작품들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죽은’ 고전이다. 진형준 교수는 바로 그 ‘죽어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청소년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꼭 맞춰서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축역본(remaster edition)의 정본(正本)’으로 재탄생시켜냈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계문학 읽기의 세계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축약본의 정본’을 지향한다. 이 목표에 걸맞은 알차고 풍성한 내용 및 구성은 책 읽는 즐거움, 앎의 기쁨을 배가해주고, 사고력과 창의성과 상상력을 한껏 키워줄 것이다. ㆍ쉽고 재미나는 고전 작품 읽기 고전이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한 작품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딱 맞춘 문장과 표현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ㆍ작가와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판과 설명 각 작품마다 시작 부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시각 자료와 내용을 소개해놓았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음미할 수 있게 한다. ㆍ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진진한 자료와 읽을거리 본문 중간중간에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주제, 맥락, 배경지식 등에 대한 다양하고 친절한 자료와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이것을 바탕 삼아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ㆍ오늘을 살아가는 데 힘과 지혜를 주는 작품 해설 각 작품별 해설은 해당 작품의 주제와 시대배경, 작가의 세계관과 문제의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일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를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기 인생과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기르도록 이끌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