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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들
내 나라를 떠나 사는 것의 새로움과 외로움에 대하여
이보현
꿈꾸는인생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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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004 프롤로그

012 들어가기에 앞서
014 저마다의 해외생활이 있다
025 양념치킨이 알려 준 한국생활
030 오늘을 살게 하는 말
039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
048 J-2비자
055 우리만 알 수 있는 웃픈 포인트
060 우리는 노란 얼굴에 까만 머리
065 해외에서는 뭐든 크게 다가온다
070 잊지 않는 두 가지
073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금지어
079 눈뜨면 카페에 가는 이유
083 고향의 맛은 김치찌개? 아니, 새우깡!
089 젓가락 쓰지 마, 선배는 말했다
096 비의 기억 1
100 비의 기억 2
109 친구가 되는 순간
115 사랑하고 싶다면 마라톤과 복싱을
123 독일의 첫 기억은 책이다
132 punktlich
135 독일의 시간, 한국의 시간
140 내 아이의 이름
145 스몰 토크, 스타벅스 토크
149 토끼 인형을 찾아라
154 지금도 애증하는 외국어들아!
163 소소한 기억을 모아
173 가족이 모든 것의 이유였다

180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나를 파괴하려는 삶의 소음들 속에서 나를 지켜 준 것은 언제나 모국어였다. 한국어 수업을 통해 타인과 언어를 나누고, 흩어진 마음의 조각들을 모국어로 받아 적으며, 역설적으로 나의 쓸모를 발견한다. 매일 밤, 다시 꿈을 꾸기 위해 나를 살리는 언어들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생활들>,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를 썼고, <지금, 시간이 떠나요>를 옮겼다. 인스타그램 @norang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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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36g | 120*185*20mm
ISBN13
9791191018196

책 속으로

언어가 익숙해졌다고 해서 정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외에 짐을 풀고 살아가기 위한 수많은 조건 중에 언어는 고작 작은 조각일 뿐이다. 유학은 오롯이 나의 선택이었고, 운이 좋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고, 시절의 도움으로 인터넷과 좋은 언어 교재를 쓸 수 있었다. 나의 해외생활은 그렇게 시작점이 달랐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감사가 누군가의 힘든 세월에 비교되어 더 안락함을 주는 것 또한 아니다. 그저, 모국이 아닌 해외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오늘도 살아감을 기억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나라를 떠올리며 해외생활을 하고, 누군가는 돌아갈 수 없는 나라를 기억하면서 해외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그날의 기억으로 품었다.
--- pp.23~24

내 발음을 처음 들어도 한 번에 알아듣는 이가 있는가 하면, 서너 번을 더 만나도 내 말을 어려워하는 이가 있다. 처음에는 나의 독일어를 탓한 적도 있었지만, 인사조차도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을 만나며 단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에서뿐만 아니라 스위스, 프랑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가서기가 무섭게 뒷걸음질 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봤자, 그들은 이미 귀를 막고 있을 뿐이었다. 손으로 귀를 막는 것이 아닌, 편견과 혐오라는 감정으로.
--- p.43

모두 다는 아닐 테지만, 많은 와이프들이 종종 듣는 말은 “남편 따라 해외생활해서 좋겠다”이다. 물론 쉽지 않은 기회이고 특별한 경험인 건 맞다. 하지만 그걸 연구원 남편과 따라간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해피엔딩 스토리처럼 보아도 안 된다. 다른 언어와 문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밤마다 남편 몰래 눈물 흘리는 와이프들이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에 바로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적응했다 싶으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모의 말에 방황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 pp.58~59

다른 이에게 비난을 받을지언정, 스스로 위로조차 해 줄 수 없다면 내가 얼마나 불행할지 생각했다. 오롯이 내가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응원만이 나를 세울 힘을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21

한 문장 한 문장 톺아보며 배워 가고 토론하는 그 시간이 자주 소름이 돋을 만큼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놀라움은 철학서의 문장이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이들이 모두 나보다 서른 살은 많다는 점에서 왔다. 프랑스어로 쓰인 학술서를 읽던 날, 버벅대던 나를 도와준 이들도 모두 내 엄마보다도 나이가 더 많은 이들이었다. 도움받아 가며 배운 프랑스어가 일취월장한 건 아니었지만, 그 모임이 언어에 관한 생각의 한계를 무너뜨린 건 분명했다. 어린 나이에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익히들 말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약간의 욕심만 부리면 난생처음 보는 꼬부랑글씨도 읽을 수 있다. 나이 60이 넘어서도 말이다.
--- p.159

해외생활을 하다 보면 늘 귀국 시기를 생각해 보게 된다. 비자가 만료되는 시기가 귀국일일 수도 있고, 학위 졸업식으로 귀국일을 짐작해 보기도 하고, 근로 계약서가 귀국 시기를 알려 주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시기를 서류가 아닌 가족 소식으로 결정짓게 된다.

--- p.176

출판사 리뷰

여행의 마음으로 왔다가
생활자의 시선을 갖게 된 순간들의 기록


‘해외’라는 말이 붙으면 왜 일단 설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를 이유로 들기엔 머쓱하다. 시절과 상관없이 늘 그래 왔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SNS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풍경의 사진들에도 쉽게 마음을 뺏긴다. 불멍, 물멍 저리 가라다. 내 나라를 떠나 사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 종종 해외생활을 꿈꾼다.

유럽 여행 중에 몇 번 불편한 경험을 했다. 거의 비슷한 패턴인데, 한 무리의 백인 남자들이 다가와 말을 걸거나 노래를 부르는 식이다. 반응을 했다간 곤란한 일이 생길 테니 조롱이나 모욕임을 알면서도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양 늘 앞만 보고 걷는다. 한번은 숙소로 돌아와서야 참았던 숨을 몰아 내쉬며 친구와 웃었다. 그 상황에서 웃음이 나온 건 끝내 별일은 없었고, 무엇보다 단순한 해프닝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행 중이고, 며칠 있으면 내 나라로 돌아가니까. 그러니 그 같은 일이 적어도 당분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을 반복해서 겪는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내가 동양인이라는 사실 하나로 매일 지나는 길에서, 누구라도 나를 그렇게 대할 수 있다는 건 결코 웃을 수 없는 일이다. 집 밖을 나서는 일에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고, 수치와 공포감을 털어낼 방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스스로를 지켜 낼 수 있다. 이것이 여행과 생활의 차이이다.

어떠한 사건이 반복되면, 그것이 곧 생활이 된다. 해외여행에서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질 일이, 해외생활에서는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 해외여행자의 설렘으로 타국에 들어섰다. 하지만 해외생활은 해프닝이 아니라,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과 연속성을 지닌 사건들로 이루어진 것을 곧 알게 되었다. (p.13)

저자는 독일과 프랑스, 미국 등에서 십여 년을 살았다. 어느 면에선 내 나라보다 편하고, 언어와 인종을 넘어 마음을 나누는 친구도 여럿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소수의 행패였지만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하고,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좌절감을 맛본 적도 많다. 응원과 신뢰를 보낸 이에게 배신도 당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고마운 이들이 곁에 있었다. 인종차별을 당한 저자에게 대신 사과하고, 어눌한 발음 속에 담긴 진심을 알아주며, 큰 사건에 휘말린 저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선 현지인 친구들, 그리고 한결같은 응원과 지지로 저자를 붙들어 준 가족들. 이 책은 그때 그 시절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다. 다시 말하자면, 여행의 마음으로 왔다가 생활자의 시선을 갖게 된 순간들의 기록.

십 년이 넘는 시간을 작은 책 한 권에 담기란 어려운 일이다. 무수한 사건들을 추리고 정리하고 다듬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건 저자가 꼭 말하고 싶은 무엇이다. 저자는 책의 시작 부분에서 이를 “이방인 감정 관리법”(p.13)이라고 명시한다. 그의 말대로 27개의 에피소드는 사람과 사람 사이, 도시와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감정과 그 감정을 다루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그 감정 관리법에 ‘이방인’이라는 전제를 붙였지만, 나는 내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두려움에 맞서는 법, 외로움을 이겨 내는 법,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법, 다름을 인정하는 법, 바닥을 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법 모두 해외생활 경험의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이니 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해외생활을 꿈꾸거나 곧 다가올 해외생활을 준비하고, 해외생활 중인 누군가는 좌절과 극복 사이를 지나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가 가장 든든한 ‘나의 지지자’가 되어 줄 수 있기를, 그들 곁에 좋은 친구가 꼭 한 명은 있기를 바란다. 저자가 책에 담은 바람도 결국 그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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