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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_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2부_ 악마(demm) 군인 3부_ 일곱 개의 손들 4부_ 영혼의 형제 5부_ 나의 이름은 옮긴이의 말 |
David Di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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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뎀바 디옵! 나는 네가 마침내 눈을 감았을 때 야 비로소 진정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네가 해 질 녘 죽음에 이르렀을 때 야 나는 비로소 알았다. 나는 더 이상 의무감을, 내게 명령하고 내게 길을 강제하는 그 목소리를 따르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 늦게서야 나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
---「1부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중에서 그러나 네 번째 손에 이르러서, 그들은 솔직히 웃지 않았다. 백인 병사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나는 그들의 눈에서 읽을 수 있었다. “저 초코렛 자식, 뭐지? 좀 이상하네.” 나처럼 서아프리카 출신의 다른 흑인 병사들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역시 그들의 눈에서 읽었다. “세네갈의 생루이 근처, 간디올Gandiol 마을에서 온 저 알파 니아이는 좀 이상해. 그런데 그는 언제부터 저렇게 이상한 놈이 된 거지?” ---「2부 악마(demm) 군인」중에서 나는 악마(demm)도 영혼의 포식자도 아니다. 그것은 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하는 생각이다. 나는 야만인도 아니다. 이것은 백인 상사들이나 파란 눈의 적군들이 하는 생각이다. 나만의 고유한 생각, 내가 가진 생각은, 나의 조롱, 그의 토템에 대해 비아냥거렸던 나의 말이, 마뎀바의 죽음의 진정한 이유라는 사실이다. ---「2부 악마(demm) 군인」중에서 적진의 참호의 뜨거운 소굴에서 한밤중에 내가 찾아낸 자가 바로 그라는 사실은 저 하늘에 운명처럼 이미 새겨져 있던 것이다. 저 위에 적혀 있는 모든 일에 단순한 건 하나도 없다는 걸 안다. 나는 안다. 난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진 않을 것이다. 마뎀바 디옵의 죽음 이후, 난 내가 원하는 것만을, 나 자신만을 위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 높은 곳에 새겨져 있는 것은 여기 이 낮은 곳에서 인간이 쓰고 있는 것의 복사본에 불과하다.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신은 언제나 우리에게 뒤처져 있다고 생각한다. 신은 피해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3부 일곱 개의 손들」중에서 흑인 병사들은 내가 마법사, 악마(demm), 영혼의 포식자라며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백인 병사들은 그들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신의 진실로 이르노니, 모든 것은 이면을 품고 있게 마련이다. 세 번째 손까지 나는 전쟁 영웅이었지만, 네 번째 손부터 나는 위험한 미치광이이자 피에 굶주린 야만인이 되었다.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일은 이렇게 번져간다. 세상은 이렇게 굴러간다. 모든 일엔 양면이 있다···. ---「3부 일곱 개의 손들」중에서 마뎀바 디옵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내게 말할 권리가 있었다. 그에겐 나를 놀릴 권리도 있었다. 우리가 가진 공통의 농담 코드가 그에게 그것을 허용했다. 마뎀바 디옵은 내 모습을 비꼴 수도 있었고, 약 올릴 수도 있었다. 그는 내 형제보다 더 가까운 친구였으니까. ---「4부 영혼의 형제」중에서 먼, 아주 아주 먼 곳으로부터 온 작은 목소리가 내게 말했다. 내 몸은 격투사의 몸이라고. 맹세컨대, 나는 이전 세상에서 단 한 명의 격투사를 알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누군지 모른 채 내가 머물던 그 단단한 육체는 어쩌면 그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는 우정의 뜻에서, 아니면 동정하는 마음에서 내게 그의 육체를 남겨두고 떠났는지도 모르겠다. 먼 곳으로부터 온 작은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속삭여 준 말이었다. ---「5부 나의 이름은」중에서 “나는 바위와 산, 숲, 강, 짐승의 살, 인간의 살을 삼키는 어둠입니다. 나는 털을 뽑고, 두개골과 몸속을 비웁니다. 나는 팔과 다리, 손을 잘라냅니다. 나는 뼈를 부러뜨리고, 그들의 골수를 들이마십니다. 그러나 나는 또한 강 위에 떠 있는 붉은 달입니다. 나는 아카시아의 부드러운 잎을 흔드는 밤의 공기입니다. 나는 말벌이자 꽃이기도 합니다. 나는 또한 펄떡이는 물고기인 동시에, 조용히 멈춰 있는 카누이기도 하며, 그물인 동시에 어부이기도 합니다 ···” ---「5부 나의 이름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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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부커 인터내셔날 수상!
* * 2018 프랑스 공쿠르 고교생 상! * * 2021 로스앤젤레스 타임지 베스트셀러상 * * 2021 버락 오바마 여름 책 리스트 선정 * * 그 외 유라시아의 각종 국제 공쿠르에서 수상작으로 초이스 됨 과거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의 젊은이들이 프-독 전쟁에서 다수가 희생되었던 바, 작가는 세네갈의 슬픈 역사의 한 장을 빌려와 소설로 썼다. 실제로 이 전쟁에 출전했었지만 이에 대해 침묵했던 작가의 증조부가 남긴 몇 줄의 편지에서 글의 소재를 얻었다고 한다. 프랑스 군대에서 ‘초콜릿 군인들’이란 별명으로 불리던 아프리카의 군인들. 제국주의 프랑스는 적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려고, 그들(초콜릿 군인들)에게 더욱 야만적으로(?) 싸우기를 주문하였다. 백인들의 전쟁에서 똑같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던 ‘초콜릿 군인들’은 정작 심한 냉대와 차별에 시달렸다. 서로를 영혼의 형제처럼 여기는 두 친구, 알파와 마뎀바가 프랑스 군대에 ‘초콜릿 군인’으로 오게 된 것도 돈을 벌어 출세하고 싶어서였다, 실종된 알파의 어머니를 찾고, 늙은 부모님을 편히 모실 수 있는 연금을 받기 위해서였다. 알파와 마뎀바, 두 영혼의 형제는 매일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면서 오직 서로를 바라보며 지옥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런 알파에게 어느 날 닥친 마뎀바의 죽음은 모든 것을 앗아간 것과 마찬가지였다. 알파에게 남은 건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푸른 눈의 적에 대한 복수심 그리고 친구를 비인간적인 고통 속에 죽게 놔둔 바로 그, 자기 자신에 대한 회한이었다. 푸른 눈의 적을 친구가 겪었던 똑같은 고통 속에 빠뜨려 죽게 만들면서, 알파는 친구에게 사죄하고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다고 여겼다. 적들에게 행하는 죽음의 과정 그리고 적의 손과 총을 회수해오고 그 손들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알파의 집착은 가히 악마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군이 그를 후방으로 전출시킬 때까지,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듯 묵묵히 푸른 눈의 적을 베는 알파와 그가 숨겨둔 일곱 개의 손들을 통해서, 작가는 전쟁이라는 괴물이 만들어낸 극한의 광기를 보여주고 있다. 문장의 어두에 시종일관 이어지는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혹은 “나는 안다. 나는 알고 있다...”로 시작되는 독백들은, 평범한 청년이 어떻게 악마 군인으로 혹은 영혼의 주술사로 변모해가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무심코 지나친 이 어투에 큰 반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의 문체는 시적이고 고전적이면서 동시에 날것 그대로의 문장들로, 읽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런 면에서 혹자는 다비드 디옵에게서 까뮈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평하기도 한다. 다비드 디옵은 프랑스계 세네갈인이면서 프랑스 소르본느에서 18세기 문학을 전공했지만, 또 당연히 아프리카 문학의 영향도 받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마치 노래의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어휘들, 뾜족 유목민들과 유목하는 삶의 방식이라든가, 까탈스러운 공주와 왕자에 대한 잔혹 동화가 스토리 복선으로 차용된 점 등등 소설 곳곳에서 아프리카적 문학의 요소들을 엿볼 수 있어 한층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옮긴이의 말 낯선 시선으로 전쟁의 본질을 일깨우는 마술적 서사 “지금도 전쟁을 하는 나라가 있어?” 딸아이가 막 글을 읽기 시작할 무렵,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전쟁은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인류가 미개했던 시절에 하던 짓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하자, “서로 찌르고 쏘면서 죽이는 그런 전쟁을 아직도 한다구?” 아이는 다그쳐 물었다. 그 질문은 나를 벌거벗은 야만의 현실 앞에 서게 했다. 왜 인류는? 전쟁을 하는가. 문명사회의 이름으로 사형제와 노예제를 폐지하지만, 또 다른 문명은 최신 무기 개발을 위해 작동하고, 최정예 엘리트부대를 훈련시키며, 때가 되면, 개발된 무기는 그 성능을 입증해야 하는 날이 온다. 전쟁에 대한 동기는, 그 욕망은 왜 소멸하지 않고 기어이 주기적으로 발현되는 걸까? 책을 번역하는 동안, 낯선 청년의 몸속에 들어가 하나의 전쟁을 응시했다. 한오라기의 민족주의도 걸치지 않고, 그 어떤 이념적 서사에도 물들지 않은, 바오밥처럼 압도적 육체를 지닌 주인공은 전쟁의 한복판으로 내 목덜미를 끌고 갔다. 질척한 어둠과 음울한 습기가 지배하는 그곳으로. 아프리카의 작은 시골 마을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도약하고팠던 친구를 쫓아, 축축한 태양이 금속 빛 하늘에 떠 있는 땅에서 영문을 알 수 없는 전쟁에 던져진 세네갈 청년. 자기를 어서 쏴서 고통을 멈추게 해달라던 친구의 청을 끝내 거부하고, 잔인한 아픔 속에 죽어가게 한 후에야 그는 전쟁의 본질, 그 광기에 눈을 뜬다. 그때부터 그는 세상의 의무를 따르는 대신 “스스로 생각하기”를 결정한다. 세네갈 군인들에게 야만을 주문하며 독일군을 겁주려던 프랑스군을 향해, 그는 더 적나라한 야만을 시전하며 전쟁의 모순을 조롱한다. 전쟁 이외의 모든 것을 증오하며, 전쟁과의 정사를 방해하는 모든 것을 제거하는 그의 상사에게 그는 방해꾼이 되고, 그는 후방으로 보내진다. 거기서 그는 그림을 통해 내면에 응축돼있던 아픔과 그리움, 상처를 꺼내놓는다. 스무 살 청년의 삶을 채우던 슬프고도 아름답던 조각들은, 달빛 아래 펼쳐진 흑단 나무숲, 사슴과 사자의 눈을 동시에 가진 여인, 낮게 가지를 드리운 망고나무, 조용한 아침 카누 곁에서 찰랑이던 강물 소리, 기쁨이자 고통의 근원인 어머니를 통해 펼쳐진다. 전쟁의 광기에 포로가 되어 괴물이 되어가던 한 인간은 보송한 모래사장에 제 상처들을 꺼내놓으며 태양의 위로를 받는다. 고통은 증발하고, 전쟁의 독은 서서히 녹아내린다. 소설 속 전쟁이 1세기 전, 그 요란했던 세계대전이란 사실은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가 어디며, 왜 이 전쟁이 일어났는지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의미하다. 세상의 모든 전쟁은, 어떤 어휘로 포장해도, 같은 본질을 지님을 작가는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절대다수가 희생하는 거대한 사기며, 기만으로 엮여진 덫에 빠진 자들에겐 광기가 엄습한다. 〈사기〉와 〈광기〉라는 전쟁의 두 가지 본질은 언제, 어디서 벌어진 전쟁이건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전선에 선 병사들은 그 자리에 올 이유를 조금씩 다른 이유를 가진다. 국가 권력의 강압에 의해, 조국을 지키기 위한 충정으로, 출세를 위해, 가족의 연금을 위해, 형제의 복수를 위해, 그들은 이 거대한 사업에 발을 딛는다. 학교에 간 적도, 글을 읽은 적도 없는 주인공은 전쟁을 둘러싼 어떤 거룩한 핑계에도 귀 기울인 바 없다. 그는 우정을 따라 전쟁에 나섰고, 전쟁이 그의 삶을 지탱해주던 우정을 앗아간 순간, 전쟁과 삶에 대해 깨달으며,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길로 접어든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엔 서아프리카에서 온 청년들이 거주하고 있다. 종종 길가에 앉아 햇볕을 쬐거나, 먼 산을 보고 있는 그들과 마주친다. 소설에서 빠져나온 후, 허공을 응시하는 그들의 눈에서 전엔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읽힌다. ‘나는 당신이 떠나온 곳의 향긋한 밤공기를 맡은 적이 있다’, ‘강을 지배하는 마메 쿰바 방 여신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아프리카라는 대지의 여신으로부터 떨궈져 나와 회색빛 하늘 아래 유럽 땅에 떨어진 순간, 그들은 또 다른 전쟁터에 던져진 병정들이다. 전쟁이 만들어내는 상처의 골짜기에,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길을 사람들 사이에 내어준다. 그들을 향해 나직이 속삭여본다. “나는 당신의 슬픈 눈빛의 근원을 알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