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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mako Horikawa,ほりかわ りまこ,堀川 理万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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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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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방 벽에는 여자아이 그림이 걸려 있어.
오래된 그림인데, 시원스러운 눈이 똑바로 앞을 바라보고 있어. “할머니 이 아이, 누구예요?” 하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할머니가 “이 아이는 할머니야.” 이러지 뭐야. 깜짝 놀랐어. “할머니였구나. 어디선가 만난 적 있는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딱 너만 할 때였구나.” “누가 그렸어요?” “저 그림을 그린 사람 얘기, 해 줄까?” “네.” 할머니는 어릴 적 특별한 추억을 나에게 들려주었어. --- p.2-3 “그러는 사이 먼바다와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들기 시작했어.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하면서 저녁 식사를 차려 주었어. 그제야 나는 휴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 “그렇겠네요. 배가 아주 고팠겠어요.” “그렇게 해서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식탁 위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요리들뿐인 거야. 화가 아줌마는 ‘당연하지. 전부 내가 생각해서 만든 요리니까’라고 했어. 식사 전에는 둘이서 짠, 하고 잔을 부딪쳤어. 수박 향이 나는 물로 말이야. ‘바닷가 아틀리에에 온 걸 환영합니다.’ 화가 아줌마가 말했어.” --- p.8-9 “집에 돌아와서 화가 아줌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전날 그리던 큰 그림을 계속해서 그렸어요?” “그게 아니고 얄팍한 종이에 수채 물감으로 몇 장 그리더라고.” “무슨 그림이었는데요?” “그게 말이지, 예쁘긴 한데 왠지 잘 알 수 없는 그림이었어. 하늘 같기도 바다 같기도 했고, 꽃이거나 아니면 어떤 생명체 같기도 했어. 마음으로 본 걸 모양이나 색깔로 표현하는 연습이라고 하더라.” “그걸 보니 나도 뭔가를 그리고 싶어졌어. 그런데 종이를 앞에 놓으니 뭘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그러니까 화가 아줌마가 이렇게 말했어.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잖아? 우리 모두 마음속은 자유로우니까. 그걸 그냥 쓱쓱 그리면 돼. 떤 그림이든 상관없어.’” --- p.17 “이렇게 해서 나도 화가 아줌마를 그렸어. 그림을 그리느라 찬찬히 보았더니 아, 눈썹은 이런 모양이구나, 에 점이 있구나, 지금까지 알아채지 못한 것에 생각이 미치기도 하더라.” “화가 아줌마가 그린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예쁘진 않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여기밖에 없는 나로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 “화가 아줌마는 화가 아줌마대로 내가 그린 서툰 그림을 보고 ‘오호, 그럴듯한걸!’ 하며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어.” --- p.2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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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보이는 아틀리에에서 화가와 함께 보낸 산뜻한 바닷바람 같은 이야기.
할머니 방에 걸려 있는 여자아이 그림을 보고 누구냐고 묻는 아이의 대답에 “이 아이는 나야”라고 대답하는 할머니. 이렇게 소녀와 할머니의 대화로 시작된다. 첫 장면은 최근 함께 살게 된 할머니의 방이다. 손녀와 할머니는 가끔 이 편안한 방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한다. 그 분위기가 어떨지 독자에게 그 느낌이 금세 전해진다. 방 곳곳에는 할머니의 기억이 담긴 물건들이 각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선반 위 도자기, 의자에 앉은 인형, 책장에 꽂혀 있는 할머니의 책들 그리고 아마 먼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흑백 사진 밑에 매달려 있는 세련된 넥타이 등, 보면 볼수록 농밀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여름날 학교에도 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 아이에게 화가 아줌마는 혼자 자신의 아틀리에에 일주일 동안 놀러 오지 않겠냐며 제안한다.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지 않은 첫 번째 어른이었다고 회상한 할머니는 마음이 자유롭게 열리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던 그곳에서의 일주일을 마주 앉은 손녀에게 나직하게 들려준다. 이 그림책은 아이가 어떤 어른과 마주치느냐에 따라 인생이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또한, 우리 마음에 자신이 자신이라는 것의 소중함과 당연함을 다시 한 번 각인하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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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어렸을 때 근처에 살고 있던 여자 화가 선생님에게 그림을 배웠습니다. 천장이 높고 조용한 아틀리에에서 혼자 살던 그분은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처음으로 아이를 어린애 취급하지 않은 어른이었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화가 아줌마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어른이 되어서 화가가 되었습니다. 만약 화가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분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 호리카와 리마코 〈역자의 말〉 흔히 '만남은 눈뜸'이라는 말을 합니다. 누구를 만났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할머니에게는 화가 아줌마가, 아이에게는 할머니가 그런 사람이겠지요. 저도 몇몇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들과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저는 지금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책을 덮고도 여전히 아름답기 그지없는 그 바닷가 아틀리에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또 하나의 '눈뜸'입니다. - 김숙 |